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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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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기 어려운 책이 아니다. 그야말로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과 절망이 마치 콸콸 쏟아지는 폭포처럼, 거대한 해일처럼 한순간의 머뭇거림이나 휴식 없이 몰아친다. 힘들다. 힘들다. 과연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고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또 내가 낳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라는 것은. 한없이 답답하고 먹먹한 마음이었다.

딜런이 겉으로는 자신의 상처와 짝사랑을 숨겨왔지만 글에서는 조이너가 죽고자 하는 욕망의 요소로 거론한 두 가지 심리상태, 곧 좌절된 소속감(“나는 혼자야”.)과 스스로를 짐이 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내가 없으면 세상이 더 나아질 거야.”)이 가슴 아프게도 판이하게 드러난다. 나는 여러 해 동안 세상에서 딜런을 왕따로 보는 것에 저항해왔다. 딜런에게 가까운 친구가 있었고(에릭뿐 아니라 잭과 네이트도 있었다.) 남녀 구분 없이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려 놀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딜런의 일기가 우리가 생각하는 딜런의 삶과 딜런 자신이 바라보는 것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자살 유가족들이 이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도 하다.
딜런에게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딜런은 친구들 곁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 어느 날 일기는 자기 삶에서 좋은 점들을 열거하면서 “좋은 가족”을 적었지만 우리의 한없는 사랑도 딜런의 황폐한 안개 속을 뚫을 수는 없었다. 딜런은 자기가 짐이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단 한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통과 내가 대학 학비를 어떻게 댈까 입 밖에 내어 걱정한 일은 있다. 그게 오늘날까지도 사무친다.) 딜런은 자기가 속할 수 없고 이해받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다. 처음에는 분노가 거의 자기 자신을 향하다가, 서서히 바깥을 향하기 시작한다.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정리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군요.
1. 부모님이 어떻게 해서, 혹은 어떻게 하지 않아서 딜런이 그 행동을 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2. 딜런이 어떤 상태인지 부모님이 ‘보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딜런은 원래 비밀이 많은 아이고 자기 내면을 부모님뿐만 아니라 자기 주위 모든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감추었습니다.
3. 삶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딜런의 심리작용은 심하게 악화되어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4. 이렇게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딜런의 이전 자아가 아직 남아 있어서 총격 도중에 최소 네 명을 살려주었습니다.
-피터 랭먼 박사의 이메일(2015년 2월 9일)

이즈음에 고졸 학력 인증을 받으려고 공부하는 고위험군 청소년들을 가르칠 때 만났던 한 여자아이가 종종 생각났다. 아이와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이가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같은 반 아이가 점심값을 계속 훔쳐갔다고 한다. 계속 밥을 굶기 싫어서 결국 아버지한테 이야기했는데, 아버지가 빈 욕조에 던져 넣고 더 못 버틸 때까지 허리띠로 때렸다고 한다.
아버지는 “네 문제를 네가 해결 못 하고 나한테 들고 오지 마라!”라고 했다. 여자아이는 다음 날 갈퀴 손잡이를 들고 학교에 가서 자기 돈을 훔쳐가던 아이를 때렸다. 그 뒤에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저한테 준 최대의 도움이에요.” 내가 충격 받은 얼굴로 샌드위치를 내려놓는 걸 보고 여자아이는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그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 머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그런데 선서증언을 하러 가면서 좋은 부모라는 게 어떤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나는 아버지가 아이를 학대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아이는 사랑과 존경이 담긴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아이는 아빠가 자기를 잘 키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아버지는 아이가 그들이 사는 거친 환경에 잘 대처할 수 있게끔 가르쳤다. 내가 핵심을 놓친 걸까? 나에게 그런 판단을 내릴 자격이 없는 건 분명하다. 아마 누구나 지식과 자원의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지도 모른다.

신경과학자들은 사람의 행동이 유전과 양육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흔히 말한다. 미래 언젠가는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끔찍한 폭력을 저지르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의 구체적 조합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경학자들이 뇌 안에서 공감과 양심을 관장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날이 오면 나는 자축할 것이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하지만 빅토리아 아랑고 박사 등의 연구를 통해 자살로 죽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뇌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은 밝혀졌다. 켄트 키엘 박사 등은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도 뚜렷한 차이를 보임을 입증했다.
나는 딜런에게 생물학적으로 폭력적 성향이 있었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게 우리 책임인지에 한참 골몰했다. 나는 딜런을 임신했을 때 술을 마시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딜런을 신체적 언어적 정서적으로 학대하거나, 다른 사람이 학대당하는 것을 딜런이 옆에서 겪은 적도 없다. 가난 속에서 성장하지도 않았고, (내가 아는 바로는) 폭력적 행동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중금속 같은 특성물질에 노출된 적도 없다. 나도 톰도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이 아니다. 영양도 잘 공급받았다.
설령 딜런이 정말 생물학적으로 폭력적 성향을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그게 운명은 아니다. 딜런의 이런 경향을 악화한 영향은 무엇이였을까? 콜로라도 주지사는 총격 사건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나왔을 때 양육 방식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딜런이 성장하는 동안 우리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아는 톰이나 나나 답은 거기에 없다고 확신한다.

“담배 한 대 피운다고 폐암에 걸리지는 않지요. 또 평생 흡연을 해도 폐암에 안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관관계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폭력적 오락이 난동의 충분조건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유해한 요인입니다. 소수의 취약한 사람이 흡연을 하면 다른 요인과 상호작용을 하여 폐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폭력적 오락과 폭력 행위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취약한 사람에게는 위험한 겁니다.” 하지만 톰과 나는 딜런이 취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보지는 않았다.
딜런의 취약성이 아마 딜런이 또 다른 유해한 영향이었을 에릭에게 약했던 까닭이기도 했을 것 같다. 나는 딜런이 다른 사람을 추종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몰랐다. 딜런은 워낙 다른 사람에게 잘 맞춰주는 성격이다. 전형적인 둘째로 어릴 때에는 형을 따라서 놀랐고 톰이나 내가 시키는 대로 저항 없이 잘 따랐다. 하지만 딜런이 친구들하고 같이 노는 모습을 종종 보면 동등한 관계로 보였다. 잭이나 네이트가 딜런보다 우위에 있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네이트는 피자를 먹고 싶은데 딜런은 햄버거를 먹고 싶다면, 둘이 잘 타협했다.
나는 아직도 딜런이 수동적 추종자에 불과했다는 생각은 거부한다. 에릭이 매력 있고 카리스마가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 에릭은 상담사와 정신과의사 등 전문가들을 능란하게 속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딜러니 공감과 양심을 지니고 살아온 17년의 삶을 어떻게 저버릴 수 있었는지를 그렇게 쉽사리 설명할 수는 없다. 살상에 몰두했던 것이 에릭일지는 모르나 그래도 딜런도 함께했다. 싫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계획에 대해 우리에게 말하거나,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말하지도 않았다. 대신 좋다고 말했고,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사악한 계획에 발을 넣었다.
에릭이 제안한 폭력에 딜런이 왜 가담했는지 나는 영영 모를 것이다. 일기를 보면 딜런의 정신상태가 매우 불안하고 처절한 무력감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에릭은 딜런을 전에 느껴보지 못한 방식으로 정당화해주고 받아들여주고 강한 존재로 느끼게 해주었을 것이다. 또 그들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세상에 보여줄 기회를 딜런에게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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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의 역습 -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의 심리학
랜디 O. 프로스트 & 게일 스테키티 지음, 정병선 옮김 / 윌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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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 이른바 '저장강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읽다 보면 은근히 위로가 되는 부분도 있고(특히 나같이 정리 못하고 물건 잘 못 버리고 자질구레한 것 사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더더욱!) 한편으로는 갑갑하지도 하고... 마치 신기한 TV 서프라이즈나 세상에 이런 일이를 보는 것 같은 재미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겪는 고통에 비해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사실 너무 미미하게 느껴지고(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 사례는 흥미롭지만 나열식이라 읽다 보면 그 얘기가 그 얘기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살짝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좀 더 심도 깊은 내용을 원하는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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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알마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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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의 계관시인.

영국 태생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태생으로 영국에 거주했던 빌 브라이슨이 묘하게 겹치는 지점이다.

 

유럽의 마인드를 가지고 미국에 정착했고, 그가 죽고나서야 밝혀졌지만 동성애자였으며, 살아있을 때 밝혔던 것처럼 그는 강박적인 부분도 있었다. 여러 모로 입체적이며 흥미있는 사람이다. 부모가 모두 의사이지만 그는 당대 의학계와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환자에 접근했다는 점도 재미있다. 어쩌면 제대로 주류의 삶을 살 수도 있었던 사람이 평생 마이너를 지향하며 산 것이 아닌가 하고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 마이너란 그가 선택한 것이며, 메인스트림 내에 있는 마이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나는 인간이 어떤 부분을 상실하거나 손상당한 상태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새롭게 적응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책은 제 1부 상실, 2부 과잉, 3부 이행, 4부 단순함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뇌의 어떤 능력이 상실되거나, 과잉되거나, 이행되거나 단순해지는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스스로 밝혔듯 저자는 의사와 자연학자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질병과 사람 양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론가이자 극작가며, 과학적인 것과 낭만적인 것 모두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또한 이 책은 연구서이며 이야기 혹은 임상 보고서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 인간도 몇 마디 말로 정의되기 힘든 존재이며, 다양한 면으로 복합적으로 설명 가능하며, 그것은 의사 앞에 선 환자도 똑같다. 히포크라테스 이후 환자를 인간 자체로서 중시하던 관습은 객관적인 과학의 성장과 함께 쇠퇴하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전통의로의 회귀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사례 하나하나를 읽다 보면 이런 책을 쓰기 위해서는 글솜씨 이전에 환자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일에 대한 즐거움을 평생 놓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과정을 몇 십 년 해 왔다니. 이제 고작 사회 생활 시작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으면서 매너리즘에 빠져 버린 내가 부끄러워 견디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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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연습 - 마음의 덫에서 벗어나는 셀프 테라피
박용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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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이 흘러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무의식적인 요소들에 대한 이해와 자신도 모르게 반복되고 있는 마음속 패턴들에 대한 탐구 없이는 감정을 조절하고 마음을 다스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분들은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감정을 조절하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관련 책들을 많이 읽어보았는데,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좋은 이야기지만, 읽고 나면 새로운 것 없이 빤한 이야기를 잘 정리해 놓은 것 같아요."

 

저자가 서문에 밝히고 있는, 이 책을 쓴 동기이다. 큰 도움이 안 된다, 다 아는 이야기다, 심리학 책을 종종 읽는 독자들이 한번쯤 떠올리게 되는 생각이다. 깊이가 있으면서도 읽기 쉬운 책. 책을 쓰는 이라면 누구나 지향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바로 그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첫째, 보다 깊은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할 것. 둘째, 쉽게 이해될 것. 셋째,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것. 최소한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책값이 아깝지는 않다. 단, 여태껏 수많은 심리학 책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이 책 역시 내용이 깊지도 않고,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적인 방법을 원한다면 이 책은 유용하겠지만, 깊이 있는 지식을 원한다면 사람에 따라서는 아쉽게 생각할 대목도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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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낼 권리 - 밥벌이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닥터K의 심리 상담소
김병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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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떤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까?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자기 계발서로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여러 사례를 모은 수필집으로 보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다고 본다. 하지만 결국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쓴, 직장인들의 심리를 섬세히 어루만져주는 책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언제부터인지 책 소개와 비등한 정도로 '닥터 K의 고민상담소'를 기다리게 되었다. 2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서,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아직 잘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는 마음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좌불안석인 시기에, 다소 뭉툭하지만 핵심은 지긋이 눌러주는 이 코너가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어느날 이 코너가 막을 내린다는 이야기를 닥터 K가 직접 이야기했을 때,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말로 표현 못한다.

 

꾸준히 듣던 방송에서 '닥터 K의 고민상담소'가 책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반가운 마음에 책을 구매하였다. 물론, 방송에서 소개되었던 이야기가 상당수 많았지만, 한번 듣고 흘려보내기에는 주옥같은 조언들이 많았기에, 활자로 보관하여 틈틈이 꺼내보고 각인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으로 나오면서 '닥터 K의 고민상담소'는 이름을 바꾸었다. '버텨낼 권리'.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는 격언의 방점은 즐기는 것이 아니라 피하지 못하다는 것에 있다. 어떻게든 버텨낸다는 말에는 어떻게든 현실에 나를 맞출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나 그 버텨내는 주체가 직장인이라면, 약자의 수동적인 행위라는 의미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한 번, 이 책은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버텨내는 것은 내 권리라는 것. 현실에 순응해버리고 마는, 주체성이 상실된 행위가 아니라는 것. 이 직장에서 버텨내기로 한 것 자체가 나의 능동적인 선택이며, 그 선택에 따라 줄줄이 딸려오는 일들은 어쩌면 나의 권리일 수 있다는 것.

 

어떤 이는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화를 벌컥 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닥터 K의 조언들을 한문장 한문장 읽어나가다 보면, 내게 주어진 그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아직 사회에 나온지 몇 년 되지 않은 나에게, 하루 하루 버텨낸다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는 나에게, 이 책은 큰 위로와 격려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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