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기 전부터 표지 그림부터 마음에 들었다. 같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톰 소여의 모험의 표지도 좋았지만, 이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민음사 판 톰 소여의 모험은 1876년 미국 초판본인 트루 W. 윌리엄스의 그림을 그대로 가져왔으며 표지 또한 그 그림들 중 하나를 출판사에서 골랐다. 이 책 속의 삽화는 1883년 영국 초판본과 1884년 미국 초반본부터 실려 있던 것으로 작가인 마크 트웨인이 직접 라이프지의 삽화가였던 에드워드 W. 켐블에게 부탁하여 그리게 한 것이라고 하는데, 정작 표지는 윈즐로 호머라는 화가의 초원의 소년들이라는 그림을 가져왔다. 그림 속 초원에 앉아 있는 두 소년은 누가 봐도 톰과 헉이다. 혹시 윈즐로 호머가 마크 트웨인에게 영향을 받았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림이 세상에 나온 연도를 보니 허클베리 핀의 모험보다도 톰 소여의 모험보다도 몇 년이나 더 전에 세상에 나왔으니 그 가설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까 이 책과는 전혀 연관도 없는 그림인데 희한하게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을 합쳐서, 그 두 책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그림을 통틀어서 이 그림만한 그림이 없다. 그림만 보고 있으면 순수한 소년들이 평화로운 초원 위에 편안히 앉아 앞으로의 일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이심전심이라고,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서로가 통하는 것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고.
책을 넘기면 바로 나오는 것이 경고문이다. 경고문을 읽고 그야말로 요즘 말대로 ‘심쿵’했다. 어떤 동기도 교훈도 플롯도 찾지 말라니! 톰 소여의 모험이 인전 조라는 전체를 관통하는 굵은 뿌리에서 위로 올라오면서 이모와 시드와 메리로 묶여지는 가정에서의 이야기, 베키와의 이야기, 학교 친구들, 교회에서의 에피소드 등의 자잘한 가지로 뻗어 나와 위로 솟은 것 같은 이야기였다면, 이 이야기는 아예 그런 이야기를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해설을 읽어 보면 그 당시 톰의 모험담이 요즘 말로 하면 불량 청소년의 이야기라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되거나 비난받았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다소나마 남아있던 동기나 교훈이나 플롯이 작가는 굉장히 마음에 걸렸나 보다. 아예 책 시작부터 선전포고를 하고 나온다. 톰 소여의 모험은 전지적 작가 시점,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인 것은 아마도 작가가 고려한 게 아닐까 싶다. 주인공 헉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 당연히 어른의 시점이 자연스레 걸러지게 된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대체 총사령관 G.G. 는 누구일까 하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약자도 아니고 그의 본명의 약자도 아니다. 어쩌면 그가 누군가에게 남겨 놓은 암호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 책은 톰 소여의 모험과 비교하자면 정말 동기도 교훈도 플롯도 찾기 힘든 소설이기는 하다. 무엇보다 읽는 내내 다소 힘겨웠던 것은, 이야기가 큰 줄기가 없이 그저 헉과 짐이 미시시피 강을 타고 남부로 내려가는 동안 겪는 에피소드를 병렬식으로 죽 나열했는데, 소위 ‘로드 무비’ 혹은 ‘성장 소설’과 같은 류의 스타일로 보기에는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헉은 사실 크게 변화가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내가 벌써 훌쩍 자랐기에 오히려 자유로운 헉의 이야기에 적응에 나가는 게 좀 더 어려워진 게 아닐까 싶었다. 가장 미국적인 작가로 꼽힌다는 마크 트웨인의, 가장 미국적인 작품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내가 더 잘 이해하려면 지금보다 더 어려야 할까.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 세계명작전집에서 톰과 헉을 같이 접했을 때에는 확실히 헉의 모험 이야기에 더 끌렸던 것 같다. 물론 그때 봤던 책은 지금 읽은 책처럼 완역본은 아니지만 말이다. 거의 600쪽에 가까운 본문을 다 읽고 나면 작가의 전반부 친필 원고, 작가의 후반부 친필 원고를 참고로 하여 뉴욕의 랜덤하우스 출판사가 간행한 유일한 종합판을 번역한 책이 이 책이구나 하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번역을 한 번역자의 입장에서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여러 모로 보람된 책이다. 그렇지만 다 큰 어른이자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뚝뚝 끊기는 이 두꺼운 책을 읽어내기란 솔직히 쉽지는 않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는 어려우니, 아예 좀 더 나이가 들어 이 책을 다시 읽어보면 또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현재 상태에서는 훗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해설에서도 뉴욕의 랜덤하우스 출판사의 유일한 종합판이라는 꼬리표는 결코 과장이 아니지만, 좀 더 학구적인 결정판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은 이 책이 그 역할을 떠맡게 될 것이라는 부분이 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100여년 전의 기록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추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흥미로웠다.

톰 소여의 모험의 마지막 장에 보면 ‘어느 쪽을 돌아봐도 문명이라는 빗장과 족쇄 때문에 손발을 꼼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 문명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야만일까? 자연일까? “다른 아이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어, 헉.” 이라는 톰의 말을 보면 확실히 톰은 헉과 비슷한 부류이면서도 또 구별되는 부류이다. 경고문에서 나온 어떠한 동기도, 교훈도, 플롯도 어쩌면 톰에게는 해당되겠지만 헉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경고문
이 이야기에서 어떤 동기를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기소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추방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플롯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총살할 것이다.
-지은이의 명령에 따라
군사령관 G.G.

일러두기
이 책에서 나는 여러 가지 사투리를 쓰고 있다. 즉 미주리 주(州) 흑인 사투리, 극단적 형태의 남서부 오지(奧地) 사투리, <파이크 지역>의 일상 사투리, 그리고 이 마지막 사투리의 네 가지 변종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사투리 사이의 미묘한 차이는 아무렇게나 또는 어림짐작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이러한 몇몇 형태의 사투리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믿을 만한 안내와 뒷받침을 받아서 고심하여 그렇게 한 것이다.
내가 굳이 이것을 밝히는 까닭은, 만약 이러한 설명이 없다면 모든 등장인물들이 서로 비슷하게 말하려고 하다가 그만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은이

제1장 헉을 교양인으로 만들다-왓츤 아줌마-톰 소여가 기다리다
제2장 소년들이 짐을 따돌리다-톰 소여 갱단-주도면밀한 계획
제3장 호된 꾸지람-은총의 승리-<톰 소여의 거짓말 한 가지>
제4장 헉과 판사 나리-미신
제5장 헉의 아빠-사랑스런 부친-개심
제6장 헉의 아빠가 새처 판사를 공격하다-헉이 가출을 결심하다-정치경제학-소란을 피우며 뒹굴기
제7장 그놈을 숨어 기다리다-오두막에 감금되다-시체를 가라앉히다-휴식
제8장 숲속에서 잠을 자다-죽은 사람을 되살아나게 하다-섬을 답사하다-짐을 발견하다-짐의 탈출-징후-발럼
제9장 동굴-강물에 떠내려온 집
제10장 발견물-행크 벙커 영감-변장을 하고서
제11장 헉과 마을 여자-탐색-얼버무리기-고셴으로 가다
제12장 느린 항해-물건들을 슬쩍 빌려오다-난파선에 올라타다-음모자들-배를 찾아내다
제13장 난파선에서 달아나다-망꾼-난파선이 가라앉다
제14장 즐거운 시간-하렘-프랑스 말
제15장 헉이 뗏목을 잃다-안개 속에서-헉이 뗏목을 발견하다-쓰레기들
제16장 기대-악의 없는 거짓말-물위에 떠있는 돈-케이로를 지나쳐가다-강변에 헤엄쳐 가다
제17장 저녁 방문-아칸소 주 농장-실내 장식-스티븐 다울링 보츠-시적 발로
제18장 그레인저포드 대령-귀족-성경책-뗏목을 다시 발견하다-장작 더미-돼지고기와 양배추
제19장 낮에는 뗏목을 매어놓다-점성술 이론-금주 부흥회를 열다-브리지워터 공작-골칫거리 왕들
제20장 헉이 설명하다-캠페인을 계획하다-야회 부흥회를 속이다-야회 부흥회에 참석한 해적-인쇄업자가 된 공작
제21장 검투 연습-햄릿의 독백-마을을 빈둥거리며 돌아다니다-지루한 마을-보그스 영감-보그스 영감이 죽다
제22장 셔번-서커스에 구경가다-링 안의 술주정꾼-스릴 만점의 비극
제23장 표가 매진되다-왕들의 비교-짐이 향수병에 걸리다
제24장 왕의 옷을 입은 짐-한 손님을 태워주다-정보를 얻어내다
제25장 과연 그들이던가-<송영(頌榮)>을 부르다-무시무시한 광장-장례식 잔치-잘못된 투자
제26장 경건한 왕-목사가 된 왕-메리 제인이 용서를 빌다-방 안에 숨다-헉이 돈을 손에 넣다
제27장 장례식-호기심을 만족시키다-헉을 의심하다-박리다매
제28장 영국 여행-<짐승 같은 놈들!>-메리 제인이 집을 떠나리고 결심하다-헉이 메리 제인과 헤어지다-볼거리-반대파들
제29장 심판대에 오르는 친척들-왕이 손실에 대해 설명하다-필적 감정-시체를 파내다-헉이 도망가다
제30장 왕이 헉을 공격하다-왕의 소동-꽤나 부드러워진 왕
제31장 불길한 계획-짐에게서 온 소식-옛 추억-양 이야기-귀중한 정도
제32장 주일날처럼 조용환 곳-잘못 알아보기-궁지에 몰리다-딜레마에 빠지다
제33장 검둥이 도둑-남부지방의 환대-꽤나 긴 식사 기도-타르와 깃털
제34장 양잿물통 옆의 오두막-기발한 도피 계획-피뢰침에 올라가다-마녀한테 당하는 괴로움
제35장 규정대로 도피시키기-음모-도둑질에도 차이가 있다-깊은 구멍
제36장 피뢰침-최고의 수준-후손에게 물려줄 유산-거물
제37장 마지막 셔츠-어슬렁거리다-항해명령-마녀의파이
제38장 문장(紋章)-숙달된 감독-불쾌한 영광-슬픈 주제
제39장 쥐들-기운 넘치는 잠 친구들-밀짚으로 만든 인형
제40장 낚시질-야경단-신나는 도망-짐이 의사를 데려오도록 하다
제41장 의사-사일러스 아저씨-호치키스 자매-난처해진 샐리 아줌마
제42장 부상당한 톰 소여-의사의 이야기-톰이 고백하다-폴리 아줌마가 도착하다-편지를 넘겨주다
마지막 장
노예에서 풀려나-포로에게 돈을 지불하다-헉 핀 올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ren 2020-04-28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저도 뒤늦게 읽었지만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동영상을 만들면서 다시 한번 이 책의 재미에 푹 빠졌더랬습니다.
한가하실 때 제가 만든 동영상도 한번 구경하세요~
https://youtu.be/KEfK9o6HO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