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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자부심 ㅣ 소설Q
김세희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하얀은 중앙 일간지 ‘명인일보’ 기자로 4년간 일 하다가 공황장애를 겪게 되고 프리랜서가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공황장애가 있는, 결혼을 앞둔 프린랜서라고 말하는 하얀. 3년간 프리랜서 일을 해오면서도 일하는 것보다 휴식이 더 어려운 하얀이다.
하얀은 고전명작을 어린이용으로 요약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희성교육대학 대학신문 창간 기념 전시회 일을 맡게 된다.
<살아 있는 역사, 학보로 재구성한 전시회> 라는 제목으로 학교의 지난날을 되짚던 중 1989년 3월 학교 옥상에서 분신한 오은석과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최영희라는 학내 민주화 투쟁 자를 알게 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 책은 목소리를 내며 자신을 알리는 사람 오은석과 회사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동기들, 애쓰는데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좌절하는 최영희와 하얀을 이야기 한다.
131p 이 암담한 시기에 침묵하고 굴종한 사람이 어떻게 훗날 교단에 서서 어린 학생들의 티 없는 눈을 마주 볼 수 있겠느냐고, 알 수 없는 누군가를 향해 그녀는 묻고 있다. 교육자란 옳은 걸 옳다고 가르치고, 그른 걸 그르다고 가르치는 사람들 아니냐고. (중략) 이 사람은 가르치는 일을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했구나.
30년간 산 오래된 주택이 끝내 재개발 지역에 들지 못해 결국엔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하게 된 하얀의 부모님 이야기 에서도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무능함’과 ‘절망감’을 느낄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며 요즘 내가 느끼는 이 무능함과 절망감의 근원이 혹시 하얀처럼 세상일에 대한 그리고 인생에 대한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들, 인간관계에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아닐까 생각했다. 하얀에게 상담사가 말해주었던 말! 68p “세상에 그런 건 없어요. 그리고 올 굿이어야 굿인 것도 아니고요.
하얀은 공황장애가 왔고 최영희는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혹시 그 기대치란 것이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거라면 무능감과 절망감은 걷잡을 수 없어졌을 것이다.
하얀과 최영희처럼 또 나처럼... 어딘가에서 묵묵히 이름 없이 애쓰고 살며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부딪혀 주저앉은 이들에게 이 책이 희망이 되길 바란다.
‘올 굿은 없답니다. 쏘쏘만해도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