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싸개 달샘이의 대궐 입성기 초등 읽기대장
김정숙 지음, 권문희 그림 / 한솔수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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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습작하는 사람들과 동화를 좋아하는 어린이는 물론이거니와 어른들에게도 강력추천한다.
조선 시대 대궐에는 동변군이라는 직책이 있었다. 12세 이하의 사내아이들만 뽑힐 수 있었고 이들의 오줌은 약재로 쓰였다. 우리의 주인공 '달샘'은 가난한 거름장수의 아들이다. 거기다가 오줌싸개이기도 하다. 달샘은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에 혹해서 동변군에 지원해서 대궐에 들어가게 된다.
이 작품에서 정확히 당시 조선의 왕이 어느 왕이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작품을 읽다보면 역사적 사실에 대해 습득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역병이 심했던 시절을 지났다는 거, 양반 안에서 서얼과의 차별, 당시 의술, 약재에 대한 상식 등등.
이 동화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작품 안에 나온 역사적 사실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작품 안에 벌어진 사건의 소재와 단서, 캐릭터 내적 갈등의 원인으로 활용했다는 거다. 굉장히 치밀하게 썼다는 걸 알 수 있다.
대궐에 들어간 달샘에게 쉬운 일은 없다. 아침마다 오줌을 누어야 하지만 밤에 오줌을 싸는 버릇 때문에 밥을 굶기고 하고 쫓겨나기도 한다. 달샘의 좌충우돌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해서 책장을 빨리 넘기게 되었다. 달샘을 은근히 돕는 의녀, 엄격한 듯 좋은 스승 봉침 의원, 양반 동변군의 음모 등등이 어우러져 사건은 흥미진진하게 고조된다. 결말은 달샘의 눈높이에 맞춰진 해피엔딩이다. 억지스러운 해결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공감이 갔다.
모화관, 마수걸이, 백구시 등의 단어도 알게 되었고 읽으면서 조선 시대 평민의 생활상과 대궐 풍경이 눈앞에 그려져서 즐거웠다.
작가의 집필 과정이 어땠을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 그럼에도 비장하지 않은 발랄한 분위기가 좋았다. 탄탄한 문장덕에 술술 읽힌다.
재미있고 유익한 동화를 만나서 기쁘다. 이 동화야말로 추천도서로 지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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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용돈 뺏기 작전 저학년은 책이 좋아 25
장혜영 지음, 박영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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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저학년 동화를 읽었다. 제목은 <동생 용돈 뺏기 작전>. 제목과 표지 그림이 딱 저학년 아이들과 걸맞는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표지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생인 수민이 누나는 남동생 우민이의 용돈을 뺏으려고 한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은 일찌감치 써버렸기에 동생의 돈을 뺏으려는 거다. 이 작품은 제목대로 누나가 남동생의 용돈을 뺏으려는 작전과 수민이의 친구 관계 이야기가 어우러져 진행된다.

남동생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민이의 작전은 성공할 듯 실패할 듯 아슬아슬하게 진행된다. 딱 이 나이 대에 맞는 사건이 일어난다. 본문 중에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던 대목을 옮겨본다.

“안 돼! 안 쓰고 모으기만 하면 돈이 썩어. 음식 상하면 버리잖아. 돈도 안 쓰면 그렇게 된다니까.”

비슷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 과자 봉지를 뜯고 과자를 남기면 그 다음날이면 썩는 줄 알고 걱정했던 기억도 생각났다.

수민이의 작전은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로 끝난다. 좌충우돌한 덕에 용돈의 참의미를 알게 된다. 또한 우정은 물건처럼 살 수 없다는 걸 스스로 깨닫기도 한다.

주인공 수민이가 잃어버린 지갑을 찾으려 애쓰는 걸 보고 있자니, 물건에 감정을 이입하고 집착하는 것에 대해서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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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아이들 소원잼잼장르 4
전건우.정명섭.최영희 지음, 안경미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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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앤솔로지 가 청소년소설, 소설 앤솔로지보다 덜 팔리는 걸로 안다. 이 동화 앤솔로지는 제발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가 되어야 한다. 사실 나오자마자 읽은 책인데 1월 1일에 다시 찬찬히 읽었다. 읽어야 할 책이 많고, 한 권이라도 더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재독 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재독할 가치, 공부할 가치, 너무 재미있어서 또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제목대로 생명이 끝나가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세 편이 담긴 동화책이다.

첫 번째 지구에서의마지막밤 은 제목대로, 앤솔로지 제목대로 지구에서의 마지막 날을 받아들이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다. 블러드 아이가 판치는 세상에서 어린이들은 부모조차 믿을 수 없다. 때론 어른보다 더 냉정하게 현실을 판단해야 한다. 최후의 만찬으로 선택한 초코파이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어린이의 심정을 따라가다보면 처연함이 차오른다. 덤덤하게 마지막 날을 보내는 어린이들을 보며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솟았다.

두 번째 이야기 정크봇 을 읽으니 어느 곳에서나 희망이 있다, 어린이가 미래의 주인이다라는 조금은 진부한 주제가 식상하지 않게, 빠른 속도감으로 다가왔다. 정크봇을 만든 어른의 의지, 정크봇을 현명하게 이용하자는 어린이의 의지가 결말에 나오는 모닥불보다 더 훈훈했다.

세 번째 이야기 불을지키는악마들 이 앤솔로지에서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굴뚝 청소부의 정체가 무엇일지 흥미진진했다. 더불어 근거없는 소문으로 세상이 나눠지고, 그 안에서도 계급차이가 있다는 배경 설정이 근사했다. 요즘 세상을 풍자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재해석하고 곱씹을 거리가 많았다. 무서운 변종 메뚜기도 작품에 재미를 더해주었다.

문득 내가 어린이였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에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기에.

믿고 보는 작가 전건우, 정명섭, 최영희 님의 글은 예상대로 실망시키지 않았다. 세 작가님들 다 동화, 청소년소설, 소설을 넘나드는 걸로 아는데 고른 필력에 그저 놀랄 뿐이다. 일러스트 까지 멋진 완벽 아니 갓벽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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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인간 천승주 - 2023 문학나눔 선정 도서 열림원어린이 창작동화 1
김경은 지음, 혜캉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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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장편동화 <숙주인간 천승주>다. 빠른 듯 느긋하고, 독특한 듯 현실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을 빨리 넘기게 되었지만 천천히 음미하게 되어 마음만큼 빨리 읽지는 못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글에 녹아들어 독자에게 신선함을 안겨준다. 어린이 주인공 승주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맞아맞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생충학박사인 엄마, 천문학박사인 아빠의 딸인 승주는 어느 날 몸에 외계 기생 생물 제로가 들어온다. 승주와 제로는 대화를 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주 플롯이 승주와 기생 생물의 이야기라면 서브 플롯은 승주와 부모, 도하와의 관계다. 승주는 제로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면서 도하와의 관계를 재정비하고 함께 전국 과학만만세를 준비하게 된다. 조금은 짐작이 갈 듯 이야기가 흐르지만 결코 예상대로 가지 않는다. 풍성한 이야기와 안정적인 문장은 예상을 조금씩 끝까지 뒤집는다. 마지막 장을 덮으니 승주의 선택, 도하의 선택, 제로의 선택에 다 수긍이 갔다.

동화를 읽는 즐거움과 더불어 기생 생물에 대한 정보가 마치 보너스처럼 주어져서 말 그대로 재미있고 유익했다. SF동화라고 하면 연상되는 전형성이 덜하고 술술 잘 읽힌다. 추천한다. 초등학생 조카한테 먼저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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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이의 코딱지 연구소
정승희 지음, 김채은 그림 / 솔숲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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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이의 코딱지 연구소>를 읽고

오랜만에 그림책 읽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코딱지를 소재로 한 그림책이다. 코딱지 안 먹어본 어린이가 있을까? 아 요즘 어린이들은 아니겠다. 나는 아직도 생생하다. 코딱지 먹는다고 할머니한테 혼났던 기억이. ㅋㅋㅋ

잘 먹지 못해서 살이 쪽 빠진 돼지 끙이가 주인공이다. 이렇게 못 먹게 된 이유는 친구 보들이가 코딱지를 먹는다고 놀려서다. 알고보니 보들이도 코딱지를 먹고 있었고 이를 알게 된 끙이는 마음을 풀고 코딱지를 비롯해서 다시 음식을 잘 먹게 되고....해피엔딩이다.

나는 코딱지를 먹은 기억이 있고, 요즘 어린이들은 그렇지 않는다고 해도 이 그림책은 공감을 불어일으킬 수 있다. 뒤에 작가의 말에도 나와 있듯이 코딱지는 나만이 가진 비밀에 비유된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밝히기 싫은 비밀을 친구와 같이 너도 그렇구나 하며 맞장구 치다보면 인간관계 확장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의 결말에서 아빠가 코딱지 연구소를 차린다. 아이의 관심사를 인정해주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다.

가벼운 듯 자연스럽게 그린 그림과 밝은 내용이 어우러진 그림책이다.

청소년소설과 동화를 많이 쓰는 정승희 작가님이 쓴 그림책 글이라 기대하며 읽었다. 그림책이라 금방 휘리릭 읽었지만 메시지가 남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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