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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이 -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모드 쥘리앵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0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있음)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 부모의 가치관이 들어가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가치관이 삐뚤어진 가치관이라면? 아니 삐뚤어진 정도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면? 그렇다고 부모가 아이에게 물리적 푹력을 행사한 건 아니라 잘못을 지적하기 애매하다면?
진정한 공포는 바로 이런 류의 책이다. 모드 쥘리앵의 <완벽한 아이>를 읽어나가며 공포를 비롯하여 충격, 안타까움, 분노, 갖가지 의문이 들었다. 소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작가가 겪은 실화이다.
작가이자 글의 주인공 ‘모드’가 ‘식인귀’라고 칭한 아버지는 황당한 계획을 세우고 아내를 맞이하고 딸인 모드를 낳아 자신만의 방법으로 키운다.
모드의 시점인 일인칭으로 서술되는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에세이다. 에세이지만 사실적으로만 서술되지 않고 상징과 비유가 탁월해서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일인칭이고 주인공의 처지가 극한으로 몰리지만 감정 과잉에 빠지지 않고 적정선을 유지한다.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의 문장은 모드의 상태를 생생하게 알려주어서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모드가 열여덟 살이 되어서 탈출하기 전까지 아버지는 모드를 큰 집에 감금하고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는 강인한 인간이 되라고 교육시킨다. 이해할 수 없는 명목 하에 모드는 정규교육에 배제되고, 육체노동, 강압적인 명상, 술 마시기 등등 생각만 해도 진저리쳐지는 것들을 하기 된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는 모드가 정원사에서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하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하는 허술한 사람일 뿐이고, 어머니 역시 이런 아버지에게 희생당한 사람이라 모드의 치아를 뽑아주면서 모드가 스스로 비겁함을 느끼게 한 무기력한 희생자에 불과했다.
과연 이 지옥 같은 현실을 모드는 어떻게 견디나 숨죽여 읽어나갔다. 식상한 말이지만 어느 곳에서나 희망은 있었다. 이것은 사실이다. 마음 나눌 사람 한 명 없었지만 모드는 오리, 개, 말과 친구가 된다. 또한 외부에서 집안에 들어온 부품을 주우며 탈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소설 적과 흑의 주인공을 보고 변하게 된다. 이런 모드에게 음악을 가르쳐 온 좋은 몰랭 선생님을 만나서 모드는 탈출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역시나 식상한 말이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문학과 음악이 모드에게 힘을 주는 걸 보면서 예술이 주는 치유 능력을 다시금 인정했다.
이 책을 완독한 나는 어른이다. 부모는 아니지만 어른의 입장에서 미성년자를 대할 때가 있다. 몇 년 동안 어린이들을 가르친 적도 있고, 조카들과 만나는 어른이다. 과연 어른의 입장에서 어린이, 청소년을 대할 때 몰랭 선생님처럼 상황을 알아채고 도움을 주는 어른인지 아니면 나의 가치관으로 알게 모르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어른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읽는 내내 불편하지만 결국 희망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돌아보게 한 책.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