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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종말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학습부진아에서 하버드 교수로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모범생'이다. 모름지기 고교시절의 훌륭한 성적을 바탕으로 명문대학에 입학한 후 모범적인 대학원생활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을 것 같다. 흔하게 알려진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서 이뤄낸 성취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토드 로즈'는 보편적 상식과는 조금 다른 약력을 갖고 있다. 중학교 시절 ADHD판정을 받은 그는 성적 미달로 고등학교를 중퇴했으며 최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던 중 뒤늦게 지역대학에 입학하였고 주경야독 끝에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입학하였다. 그리고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교수로 임용되어 교육신경분야의 연구를 이끌어오고 있다.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자신에게 맞추기
36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시스템에 순응하려는 노력은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시스템을 나에게 맞출 방법을 찾아보려 매달렸다.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덕분에 나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지 15년 뒤에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의 교수가 됐고 현재는 이 대학원의 지성·두뇌·교육 프로그램 책임자를 맡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학창시절의 성적은 일반적으로 그 사람의 학업능력을 반영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 아닌가? 고교시절에 학습부진아였던 학생이 뒤늦게 교수가 되었다는 것은, 그것도 '교육' 분야의 교수가 될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쩌면 학생들의 재능을 평가하는 우리의 보편적 교육 시스템이 한계를 갖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부적응자', '문제아'라는 지적을 받으며 방황하고 있는 아이들이, 관점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의 숨은 역량을 발휘해낼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지는 않을까? 시스템에 순응하는 방법이 아니라, 시스템을 자신에게 맞추는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평균의 시대에서 고통받는 개개인들
64 우리는 누구나 가능한 평균을 훌쩍 뛰어넘으려는 압박감을 느낀다. ... 평균의 시대에서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평범하거나, 아니면 (정말 끔찍하게도!) 평균 이하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 '평균의 종말'을 통해 '평균'에 기반한 우리의 통념을 깨부순다. '평균'을 기준으로 우열을 가르는 보통의 고정관념이 자리잡게 된 역사적 배경을 알아보고, 그것이 허상에 불과함을 과학적 근거와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곧, 평균적인 인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니 평균적 인간을 기준으로 한 평가 역시 의미가 없다. 이를테면 '평균에서 벗어난 뇌', '평균적인 신체치수'처럼 말이다. 그러니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타인을 비하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모두 평균인이 아닌 개개인이기 때문이다.
평균적 조종사는 없다
1940년대 말 미국, 전투기의 비행 환경이 급변하면서 조종사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사고도 급증했다. 과도한 사고 증가의 원인을 분석하던 공군측은, 조종석의 표준규격에서 문제가 비롯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 '조종사의 평균적 신체 치수'가 커진 반면, 조종석의 표준설계는 그대로이기에, 이러한 불일치가 조종능력의 저하를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빈번한 사고로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다. 그런데 대규모 조사 결과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조종사 4000여명의 신체치수 평균치는 존재할지언정, 그 평균치에 부합하는 조종사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즉, '평균적인 조종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평균치수'를 기준으로 조종석을 디자인하는 것 또한 무의미한 일이었다. 이는 비단 신체치수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평균적인 뇌 발달, 평균적인 성장 속도, 평균적인 구직자 평가 점수 등, 우리는 '평균'이라는 '일반화'를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하며 개인의 우열을 가리고는 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우리가 얼마나 흔하게 사고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평균의 횡포에 휘둘리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진정한 자신, 개개인 되기
94 우리는 개개인성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인위적 기준에 순응할 필요 없이 자신의 고유한 본성에 따라 자기 방식대로 배우고 발전하고 기회를 추구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바란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균의 횡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진정한 자신, 개개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개개인성을 살리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으로 3가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바로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이 그것이다. 정리하자면 개인의 지능은 들쭉날쭉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에 일반화 할 수 없고, 개인의 성향은 맥락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기에 단언해서는 안되며, 각 개인의 성장 경로는 다를 수 있기에 보편적 경로를 강요하거나 그것을 기준으로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평균을 넘어 개개인으로
'강남미인'이라는 웹툰을 본 적이 있다. 외모 컴플렉스를 가진 주인공이 이상적 미인상을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자신을 비하하는 삶을 살던 중, 일련의 사건과 경험을 계기로 타인과 자신을 수용해 나가는 성장 이야기다. 비단 외모뿐일까? 학벌, 외모, 연봉, 재산 등 우리는 끊임없이 '평균'의 잣대로 타인과 자신을 심판하며 평가하고 자책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물론 각 개인의 이상은 다르다. 이상적 자신과 현실적 자신을 인식하고 그 괴리를 좁혀나가기 위한 열정의 노력은, 삶을 의미로 채워주는 소중한 보물 중 하나인 '성장'의 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니 판단과 노력 자체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기준'이다. 세상이 강요하는 보편적 기준인 '평균'은 허상이며 무의미하다. 나와 비교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나 자신 뿐이다.
나라는 개개인을 꿈꾸며
나 역시 오랜시간 평균의 비교에 근거한 열등감을 안고 살아왔다. 강남미인의 주인공처럼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스스로를 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타인을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권리는 나에게 없으며, 각자가 걸어갈 유일한 삶의 경로를 존중해야 함을 서서히 배워나가고 있다. 나 자신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함부로 규정짓지 않을 것이다.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것이다. 각자의 들쭉날쭉한 기질로, 각자의 맥락속에서 드러난 성향으로, 각자의 독창적 경로를 걸아나갈 모두의 개개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