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관한 75가지 질문 - 묻고 답하며 이해하는 뇌과학
윤은영 지음 / 학지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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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호기심은 불현듯 불타올랐다. 삶의 방향성을 잃고 정체성이 흔들리며 '나'에 대한 의문이 깊어지던 무렵, 문득 '뇌'가 알고 싶어졌다. '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적어도 '뇌'만큼은 빠트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뇌'의 이해는, '나'의 이해를 향한 도약으로 나아가기 위한 든든한 지렛대 되어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뇌를 배워보기로 했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느냐였다. 적어도 내가 뭘 모르는지를 알면 그걸 배우면 된다. 하지만 자기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뇌바보에게 뇌의 이해는 정말이지 막연한 일이었다. 지금은 나름의 과정을 거쳐 대략적인 '지식의 연결망'을 만들어낸 덕분에 즐겁게 호기심을 채워나가고 있지만 최초의 배움은 정말이지 어렵고 막막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뇌를 처음으로 만나고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이 책을 만났더라면 한결 수월했겠다." 75개의 질문들이 최소한 '내가 뭘 모르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줄테니 말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형성될 '지식의 준거점'들이 '지적 확장의 경계'를 넓혀줄테니 말이다.

뇌, 인생을 담는 그릇

19 뇌는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앎과 정서를 처리하는 곳이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우리의 삶, 즉 인생을 담는 곳이다. 결국 뇌는 우리의 인생을 담는 그릇이다.

이 책 '뇌에 관한 75가지 질문'은 뇌에 관한 입문서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궁금해할만한 뇌에 대한 호기심들을 주의력, 기억력, 감각과 지각 등 12개의 주제 아래 풍성하게 담아냈다. 질답의 형식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독서의 흥미를 높였고 질문별 3페이지 가량의 분량이 읽는 부담을 낮췄다. 저자가 직접 그렸다는 일러스트가 직관적 이해를 돕는다. 저자의 전작은 '뇌를 변화시키는 학습법'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학습에 관련된 팁들이 종종 등장했다. 뇌와 학습에 관심을 갖고있는 사람으로써 공부의 꿀팁을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가 좋았다. '뇌'에 대한 대중적 흥미가 높아지는 시대다. 뇌에 대해 배우고 싶었지만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에 주저하던 분들에게, 유익하고 흥미로운 독서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두 개의 주제를 간단하게 짚어본다. 바로 '뇌가소성', 그리고 '주의'다.

뇌가소성: '평생' 변화하는 뇌

49 결국 뇌가소성으로 인해 뇌에서는 신경 연결이 수정되어 기능적인 재편성이 일어나기도 하며,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가소성은 어린이나 성인뿐만 아니라 노인에게도 일어난다.

67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사회를 배우고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알아 간다. 그리고 놀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유아기부터 자신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능력은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책에 따르면 뇌는 평생에 걸쳐 변한다. 보통 뇌는 성인이 되며 성장을 멈춘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하지만 음악가의 뇌가 다른 사람들과 기능적·구조적 차이를 보이듯이, 운동선수의 뇌가 전운동 영역에서 발달을 보이듯이, 뇌는 경험과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해간다. 따라서 우리의 노력에 따라 뇌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고, 건강한 뇌를 가진 우리 역시 더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뇌를 잘 가꾸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뭘까? 저자는 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경험을 권한다. 연구에 따르면 1년간 에어로빅식 걷기를 수행한 그룹은 해마의 볼륨이 2% 증가했다고 한다. 한편 저자는 조기교육 역시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다양한 경험과 놀이를 통해 지식과 행동이 연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의 내가 지향해온 위험회피적 태도를 돌아보며, 한결 과감하고 풍성한 경험을 지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주의력: 선택하고 지속하기

125 우리의 뇌는 주의를 선택적으로 기울이고 주의를 기울인 쪽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인다. 무턱대고 아무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면 에너지만 낭비하고 처맇야 할 정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135 특히 주의력을 높이는 일은 본인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면, 즉 동기화가 높아지면 주의 기능은 빠르게 향상될 수 있다.

나는 꽤나 산만한 성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주의'를 다룬 part5를 더욱 꼼꼼하게 읽어나갔다. 당장 집중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때가 있다. 과거의 후회, 미래의 불안, 인근의 소음이나 눈 앞의 거슬리는 것들, 냄새, 신체적인 불편함, 재미있어 보이는 다른 것들. 수많은 자극들 속에서 내가 원하는 한가지 목표를 향해 자유롭게 주의를 집중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이러한 능력을 분명하게 갖추고 있다. 바로 '선택주의력'이다. 시끄러운 칵테일파티에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선택한 일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지속주의력' 역시 중요하다. 이것이 부족한 아이들은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지만 딴생각만 하며 학습성과를 높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주의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 중 일부가 '분산학습'과 '동기화'다. 한꺼번에 몰아서 공부하기보다는 분할해서 반복적으로 학습하기, 그리고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짐으로써 작업에 대한 동기화를 끌어올리기를 권한다.

나 역시 '흥미'와 '좋아함'에 따라 주의력의 기복이 큰편이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호기심'을 가져본다면 굳이 좋아하지 못할 학문도 없는데 지레 겁을 먹고 스트레스를 받고는 했던 것 같다. 앞으로의 학습은 '호의적 주의 기울이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배움의 대상과 '동기화'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나와 뇌, 성장의 선순환을 기대하며

책은 이 외에도 기억, 메타인지, 감각, 뉴로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풍성한 질문들을 담고 있다. 75개의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이미 또 다른 질문과 호기심의 씨앗들을 품게했다. 이 질문들은 뇌가 만들어낸 것을까, 내가 만들어낸 것일까? 뇌는 나를 움직이고 나는 뇌를 돌본다. 뇌에 대한 배움의 확장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고 다짐하며, 뇌와 내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의 놀이를 적극적으로 경험해나갈 앞으로의 삶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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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존감을 폭발시키는 10초 습관 - 유난히 잘 풀리는 사람들의 비밀, 메타인지
사토 유미코 지음, 신희원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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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는 사람의 비결, 자존감
자존감. 요즈음의 시대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그 만큼 자존감이 삶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며, 한편으로 그러한 자존감을 우뚝 세우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의미할 것이다. 자존감이 충만하다면 모름지기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일상의 성취를 늘려감으로써 삶을 만족으로 채워나가는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 당장의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성공 경험이 많은 이들은 높은 자존감으로 더 많은 성공을 이어나갈테고, 반대의 경우는 낮은 자존감 아래 실패를 반복하며 또 다시 낮은 자존감을 낳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자존감의 빈부격차'를 어찌할 방법이 없을까? 낮은 자존감이 성취를 방해하고 있는 당장의 현실을 뛰어넘기 위한 즉각적인 해결책이 존재한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전제의 발견으로, 전제의 변화로
이 책의 저자 사토 유미코는 행동혁신 컨설턴트다.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켜 자존감을 되찾고 서로 신뢰하는 사회를 만든다'는 이념으로 컨설팅 및 저술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이 책 '내 자존감을 폭발시키는 10초 습관'의 서두에서 '잘 풀리는 인생'과 '잘 풀리지 않는 인생'을 구분하며, 그 배후에 '인생에 단단하게 깔려있는 전제'의 차이가 존재함을 주장한다. 무의식 속에 깊이 뿌리내린 '전제'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발견하게 되더라도 이미 단단하게 고착화되어 있기 때문에 의식적 노력으로 변화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저자는 그 발견의 기회로 '인간관계'를, 변화의 방법으로 '10초 트레이닝'을 말한다. 책은 본문 전반에 걸쳐서 이 '10초 트레이닝'의 원리와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10초 트레이닝의 핵심, 메타인지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그 '10초 트레이닝'이란 뭘까? 도대체 어떤 원리와 방법으로 자존감을 끌어올리고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핵심은 바로 '메타인지'다. 메타인지란 자신을 또 하나의 자신이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제어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상태와, 생각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까지 시야를 넓히며,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간의 축까지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좁은 시야로 편협한 관점에 매몰되지 않고, 넓은 시야로 보다 지혜롭고 탁월한 판단과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현재-과거-미래-연결하기
저자가 제안하는 '10초 메타인지 트레이닝'은 특히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과거의 자신에게 분명한 메세지를 보냄으로써 '지금까지 일어난 일은 모두 최선의 결과였고 쓸모없는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며, 이는 최고의 자기긍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메타인지를 이미 알고 있고,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고 있는 사람으로써, 이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의 메타인지는  늘 '현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챙김을 통해 현재의 생각과 감정과 감각을 알아차리고, 그런 나를 알아차리는 과정속에서 '현재에 깨어있는' 의식상태를 지향했다. 그럼으로써 기쁜 현재를 만들고, 나아가 만족스런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메타인지를 통해 과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과거의 자신에게 메세지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다. 이런 참신함이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도전과 실천의지를 북돋우게 만들었다.

나의 설레이는 아침을 위하여
저자의 '메타인지'는 명상의 '알아차림'과 분명하게 맞닿아 있다. 저자가 제안하는 몇 가지 훈련방법 역시 명상적 실천방법과 가까운 모습을 띄고 있다. 따라서 '자존감 상승'과 '삶의 만족'을 기대하면서도 명상과 마음챙김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께 흥미로운 독서의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잠시 호흡을 알아차린다. 호흡과 함께하는 평온속의 나를 알아차린다. 차분한 현존 속에서 다가올 미래를 그려본다. 이번에는 과거로 돌아가 오늘 아침의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에게 애정어린 메세지를 남겨본다. 내일 아침의 나는 어떤 메세지를 받을 수 있을까? 호기심, 설렘과 함께 하루의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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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 정독법 - 3년 후 부의 흐름이 보이는
김영익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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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을 다녀온 친구에게 묻는다. "어땠어?" 친구가 대답한다. "이-뻐" 참으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대답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성격은 어떤지, 얼굴 생김새는 어떤지, 키는 어떤지, 옷차림은, 머리스타일은 등등.

뉴스를 듣다보면 이런저런 경제지표가 자연스레 귀에 들린다. 실업률, 물가, GDP, 금리 등이 그것이다. 대략적인 감은 잡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배워볼 기회는 적다. 굳이 그런것들을 알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책 '경제지표 정독법'의 저자인 김영익 교수는 경제지표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강조한다. '경제지표' 안에는 역동적인 세상이 담겨 있으며, '부'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 책의 부제인 '3년 후의 부의 흐름이 보이는'은 이러한 저자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요즘의 우리 경제가 비록 '이-쁘'지는 않지만 3년 후의 흐름이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를 한 걸음 앞서 내다보고 예측할 수 있다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큰 힘을 보탤 수 있지 않을까? 큰 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손실을 극소화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춰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경제지표 정독법'은 부의 흐름을 짚어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인 '경제지표'의 해석에 관한 책이다. 산업활동 동향, 국내총생산, 수출입동향, 기업과 소비자심리, 고용, 물가, 통화, 금리, 자금순환, 환율, 국제수지, 재정 등 12가지 주요 경제지표의 함의와 해석방법과 동향을 알려준다.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췄기에 어렵지 않으며 각종 그래프와 도표로 이해를 돕는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지표로 보는 부의 흐름'이라는 제목 아래 주요 내용을 요약정리하고 있기에 한결 부담없이 내용을 되짚어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주요 지표를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한국은행, 통계청 등의 구체적 접속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점이 친절하게 느껴졌다. 서문에서 밝힌 저자의 말대로 '실전적 경제지식'을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는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멀리하기엔 그 의미가 너무도 중요하고, 나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경제에 대한 호기심은 있지만 경제사, 경제이론, 모델 등 교과서적인 이야기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경제지식을 배워보고자 하는 분들께, 흥미로운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해지고 싶지만 영 부담스러운 현실의 경제와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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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수학 이야기 - 수학자가 보는 일상의 수학 원리 내가 사랑한 과학 이야기 시리즈
야나기야 아키라 지음, 이선주 옮김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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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서 어따 써먹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는 지식들이 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면 더더욱 그렇지만 나의 학창시절에는 수학이 그랬다. '입시를 위한 평가지표.' 그게 다였다. 수학에 재능이 없었으며 필요성 또한 느끼지 못했던 나는 꾸역꾸역 스트레스 속에 문제를 풀어나가고는 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수학적 기초를 다져놓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늘어갔다. 다른 학문에서의 활용을 위한, 또는 일상의 문제 해결을 위한 실용의 목적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보다 큰 아쉬움의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수학을 잘 한다면 일상이 더욱 풍요롭고 재미있을 것 같다."

낯선 수학과 친해지는 시간
이 책 '내가 사랑한 수학 이야기'는 교실에서의 수학과 연결되면서도 다른 측면의 시각을 제공한다. 바로 '삶과 연결된 수학'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필연적으로 나타날수밖에 없었던 역사 속 한 순간의 수학을 짚어보고, 현대의 일상과 연결된 수학 이야기도 풀어낸다. 어떠한 학문이든 이해에 앞서 친해지는 것이 먼저다. 평소 수학을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여겨왔던 분들에게 이 책의 독서는, 숫자와 수학을 향한 부담을 한결 누그러뜨릴 수 있는 친근한 다가섬의 시간이 될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등비수열의 합과 불법 피라미드의 공포
해당 챕터는 불법 피라미드가 사기임을,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수학적으로 설명해낸다. 등비수열의 합을 구하는 공식을 보자마자 옛기억이 떠올랐다. 해당 공식을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객관식 문제의 수치들을 역시 기계적으로 대입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문제풀이를 위한 공식'이 일상의 시야를 틔워줄 수 있음을 확인한 순간, 해당 공식이 한결 친숙하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간략한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회원 다섯명만 모아오면 된다'는 불법 피라미드의 제안을 받았을 때 흔히, 다단계 구조가 확장되며 쉽게 돈을 벌게되는 미래의 자신을 상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증명에 따르면 이는 달성되기 어려운 조건을 갖고있다. 1,200만명이 살고 있는 도시를 가정할 때 최초5명의 회원을 만날 확률은 (5/1200만)=0.00000041666이다. 이 때는 얼마든지 회원 수를 확장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단계를 거쳐 5명이 5명씩을 모집해 25명이 된다면 최초의 5명을 합해 30명이 되고, 확률은 (30/1200만)=0.0000025로 늘어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최초 1단계에서 9단계에 이르면 확률은 0.0407. 즉 (1/25)까지 급상승한다. 현실적으로 추가 회원을 모집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홈런과 운동 에너지
해당 챕터는 홈런의 비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짚어본다. 야구를 좋아하고, 화끈한 타격의 순간과 엄청난 비거리를 확인하는 순간에 짜릿함을 느끼는 나에게 가장 흥미롭게 읽힌 챕터였다. 선수들이 배트 중량을 바꿨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무거운 배트로 강하게 때려 멀리 보내려나보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구체적인 변수들을 학습함으로써 상황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앞으로 야구를 시청할 때도, 배트가 스윗스폿에 맞는 순간의 운동 에너지 변화를 떠올리며, 한결 다채롭게 재미를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운동 에너지 법칙에 따르면, 운동에너지를 K, 물체의 질량을 m, 속도를 v라고 할 때, K=(1/2)mv이다.
따라서 해당 변수를 짚어봄에 따라 운동 에너지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고, 여기에 영향을 받는 비거리 역시 변화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운동 에너지는 질량 m에 비례하기 때문에 무거운 배트를 사용한다면 공을 멀리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무거운 배트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공을 제대로 때려내지 못하거나, 스윙 스피드가 느려진다면 오히려 상황은 나빠진다. '배트의 헤드 스피드'는 운동에너지에 '제곱의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배트 무게를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는 보다 한결 가벼운 배트를 날카롭게 휘두르는 것이 비거리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균형'의 문제인 것이다.

수학과 함께 다채로운 삶으로
이 외에도 4색문제가 휴대전화 기지국 구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바코드를 만드는 2진법의 원리, 삼각비를 활용한 높이측량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교과서 안의 수학이 일상 생활속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다양한 흥미로 확장될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전히 나에게 수학은 만만치 않은 학문이다. 하지만 이번 독서를 통해 한결 나아진 친숙함으로, 수학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삶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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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종말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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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부진아에서 하버드 교수로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모범생'이다. 모름지기 고교시절의 훌륭한 성적을 바탕으로 명문대학에 입학한 후 모범적인 대학원생활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을 것 같다. 흔하게 알려진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서 이뤄낸 성취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토드 로즈'는 보편적 상식과는 조금 다른 약력을 갖고 있다. 중학교 시절 ADHD판정을 받은 그는 성적 미달로 고등학교를 중퇴했으며 최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던 중 뒤늦게 지역대학에 입학하였고 주경야독 끝에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입학하였다. 그리고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교수로 임용되어 교육신경분야의 연구를 이끌어오고 있다.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자신에게 맞추기
36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시스템에 순응하려는 노력은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시스템을 나에게 맞출 방법을 찾아보려 매달렸다.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덕분에 나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지 15년 뒤에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의 교수가 됐고 현재는 이 대학원의 지성·두뇌·교육 프로그램 책임자를 맡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학창시절의 성적은 일반적으로 그 사람의 학업능력을 반영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 아닌가? 고교시절에 학습부진아였던 학생이 뒤늦게 교수가 되었다는 것은, 그것도 '교육' 분야의 교수가 될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쩌면 학생들의 재능을 평가하는 우리의 보편적 교육 시스템이 한계를 갖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부적응자', '문제아'라는 지적을 받으며 방황하고 있는 아이들이, 관점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의 숨은 역량을 발휘해낼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지는 않을까? 시스템에 순응하는 방법이 아니라, 시스템을 자신에게 맞추는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평균의 시대에서 고통받는 개개인들
64 우리는 누구나 가능한 평균을 훌쩍 뛰어넘으려는 압박감을 느낀다. ... 평균의 시대에서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평범하거나, 아니면 (정말 끔찍하게도!) 평균 이하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 '평균의 종말'을 통해 '평균'에 기반한 우리의 통념을 깨부순다. '평균'을 기준으로 우열을 가르는 보통의 고정관념이 자리잡게 된 역사적 배경을 알아보고, 그것이 허상에 불과함을 과학적 근거와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곧, 평균적인 인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니 평균적 인간을 기준으로 한 평가 역시 의미가 없다. 이를테면 '평균에서 벗어난 뇌', '평균적인 신체치수'처럼 말이다. 그러니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타인을 비하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모두 평균인이 아닌 개개인이기 때문이다.

평균적 조종사는 없다
1940년대 말 미국, 전투기의 비행 환경이 급변하면서 조종사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사고도 급증했다. 과도한 사고 증가의 원인을 분석하던 공군측은, 조종석의 표준규격에서 문제가 비롯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 '조종사의 평균적 신체 치수'가 커진 반면, 조종석의 표준설계는 그대로이기에, 이러한 불일치가 조종능력의 저하를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빈번한 사고로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다. 그런데 대규모 조사 결과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조종사 4000여명의 신체치수 평균치는 존재할지언정, 그 평균치에 부합하는 조종사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즉, '평균적인 조종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평균치수'를 기준으로 조종석을 디자인하는 것 또한 무의미한 일이었다. 이는 비단 신체치수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평균적인 뇌 발달, 평균적인 성장 속도, 평균적인 구직자 평가 점수 등, 우리는 '평균'이라는 '일반화'를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하며 개인의 우열을 가리고는 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우리가 얼마나 흔하게 사고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평균의 횡포에 휘둘리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진정한 자신, 개개인 되기
94 우리는 개개인성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인위적 기준에 순응할 필요 없이 자신의 고유한 본성에 따라 자기 방식대로 배우고 발전하고 기회를 추구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바란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균의 횡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진정한 자신, 개개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개개인성을 살리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으로 3가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바로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이 그것이다. 정리하자면 개인의 지능은 들쭉날쭉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에 일반화 할 수 없고, 개인의 성향은 맥락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기에 단언해서는 안되며, 각 개인의 성장 경로는 다를 수 있기에 보편적 경로를 강요하거나 그것을 기준으로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평균을 넘어 개개인으로
'강남미인'이라는 웹툰을 본 적이 있다. 외모 컴플렉스를 가진 주인공이 이상적 미인상을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자신을 비하하는 삶을 살던 중, 일련의 사건과 경험을 계기로 타인과 자신을 수용해 나가는 성장 이야기다. 비단 외모뿐일까? 학벌, 외모, 연봉, 재산 등 우리는 끊임없이 '평균'의 잣대로 타인과 자신을 심판하며 평가하고 자책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물론 각 개인의 이상은 다르다. 이상적 자신과 현실적 자신을 인식하고 그 괴리를 좁혀나가기 위한 열정의 노력은, 삶을 의미로 채워주는 소중한 보물 중 하나인 '성장'의 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니 판단과 노력 자체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기준'이다. 세상이 강요하는 보편적 기준인 '평균'은 허상이며 무의미하다. 나와 비교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나 자신 뿐이다. 

나라는 개개인을 꿈꾸며
나 역시 오랜시간 평균의 비교에 근거한 열등감을 안고 살아왔다. 강남미인의 주인공처럼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스스로를 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타인을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권리는 나에게 없으며, 각자가 걸어갈 유일한 삶의 경로를 존중해야 함을 서서히 배워나가고 있다. 나 자신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함부로 규정짓지 않을 것이다.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것이다. 각자의 들쭉날쭉한 기질로, 각자의 맥락속에서 드러난 성향으로, 각자의 독창적 경로를 걸아나갈 모두의 개개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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