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일상 - 삶과 앎과 함을 위한 철학 에세이
이경신 지음 / 이매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구입하는 데 있어서 나는 유독 냉철한 편이다. 한 번 읽고 말 책인지, 책꽂이에 꽂아둘 가치가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본다. 아무래도 책 한 권 값이 결코 만만치않고, 집에 쌓아둘 공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외부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충동적 책 구매를 하지 않는 탓인지, 언젠가 중고서점에서 책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난 부산여행에서 보수동 책방골목에서도 그런 서연을 기대했다. 하지만 충동적으로 구입하고 싶다고 마음에 들지도 않는 책을 살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린 나는,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샅샅이 책꽂이를 수색했다. 그러다 발견한 이 한 권의 책. 재생지로 만들어져 가볍기도 하고, 중고책인데도 상태가 좋았다. 속의 내용은 읽어보지 않고 목차만 보았는데, 꽤 좋아보였다. 반 값도 안 되게 구입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기차 안에서 읽을 요량으로 구입한 터라, 긴 시간 내내 좋은 동무가 되어줄 거란 기대 역시 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 내용적인 면에서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문체가 개인적 취향과 맞지 않았다. 내 첫인상과 실제가 다르기 때문에 오는 실망이었다. 예를 들자면 저자가 쓰는 글 중에 마치 무릎을 꿇고 들어야 할 것처럼, 간혹 잔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자가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까지 넣었으면 조금 더 전개가 부드럽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그건 나의 바람일뿐. 모든 작가가 내 입맛에 맞춰 글을 쓸 쑨 없지 않은가. 이 또한 저자의 개성인것을!

 

아이러니하게도,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느끼면서도 글은 술술 읽혔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정말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를 만나기도 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책을 읽고 있는 그 순간뿐만 아니라, 읽고 난 후에도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가 던져준 그 물음표를 한동안 나의 일상 속에서도 계속 띄운 채 살아가게 된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이 책의 제목처럼 '철학하는 일상'이 아닐까 싶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맨 마지막 순서인 에필로그를 보니, 내가 느낀 저자의 이미지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저자가 철학을 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철학과에서 겪은 일들 등을 보니, 저자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책을 통해 만난 저자와 독자이지만, 한 걸음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낯선 만큼 다르기 때문에, 생각지 못했던 물음들을 던져주어 나를 성장시켜주기도 했다. 그래서 책을 덮은 순간, 이 책을 읽기를 정말 잘했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주제 몇가지와 나의 감상을 소개해본다.

 

16. 집안일, 자립적 삶의 시작

25. 죽음을 견디게 하는 기억의 힘

30. 생존에 필요한,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

37. 변화하는 가족

  

- 집안일, 자립적 삶의 시작

 

우리 집도 역시 집안일을 전적으로 엄마가 하신다. 나는 작은 도움을 드릴 뿐이다. 도움을 드린다고 생각했지, 집안일이 내가 자립적인 삶을 살기 위해 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단순히 집안일을 담당하는 엄마의 짐을 덜고자 돕는 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보다 자립적인 삶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집안 일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게 되었다.

  

- 죽음을 견디게 하는 기억의 힘

  

죽음은 두렵다. 그래서 죽음에 관한 글을 읽으면 안심이 되기도 한다. 불확실성에 확실성을 더하 듯이 말이다. 이 책에는 죽음에 관한 생각이 많이 담겨있다. 그 중에서 이 글이 인상적이었다. 죽음 직전의 일을 생물학적 근거로 설명해준다.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죽음 직전에 엔드로핀이 분비되면서 통증을 완화하고 감각을 둔화시킨다고 한다. 그러면서 차분한 기분을 갖게 만들어주고 의식 상실에 이르게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고통과 공포가 아니라 고요와 평화 속에 떠나는 것이라 저자는 그렇게 믿고 싶다고 한다. 나에게 새로운 정보여서 놀라웠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것 같다. 

 

- 생존에 필요한,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일기를 써서 선생님께 제출하고 코멘트를 받는 것이 하나의 일과였던 그 때. 가끔 일기장을 펴보면 인상깊은 일기가 있다. 잘은 기억이 안 나는데, 동네 약수터에 물을 길러 갔던 일을 썼었다. 선생님의 코멘트가 '나중에는 물을 사먹어야 할지도 모른대' 이랬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때만 해도 누구나 물을 마실 수 있었기 때문에, 마치 공기처럼 그것에 대한 권리가 필요한지 생각해보지 못한 것 같다. 지금은 어딜 가도 생수를 구입할 수 있어서 물을 사먹는다는 개념이 당연해졌다. 곧 돈이 있어야 물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해진 것이다.

 

지구의 생명체라면, 생존에 필요한 물을 마실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요즘은 물 사업이니, 수도 민영화니 물을 수익기반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정부가, 국민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

 

어쨌거나 이 주제는 단순히 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가 인간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라는 이야기를 넘어서, 생명체라면 생존에 필요한 물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생각의 저변을 넓혀준 주제였다.

  

- 변화하는 가족 

 

가족에 대한 개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이었다. 저자는 부모님과 자식으로 구성된 가족의 개념이 아닌, 함께 살고 고민하는 공동체 느낌의 가족과 함께 산다고 했다. 더 넓은 의미에서 가족을 정의하며, 가족이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최근 드라마 <여왕의 교실>을 보며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극중 '오동구'라는 캐릭터는 자칭타칭 오여사라는 할아버지에게 입양되어 함께 살아간다. 동구와 오여사에게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가족이다. 그런걸 보면, 가족에 대한 정해진 개념을 배우고 또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일인 것 같다.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고 다양해지는 만큼, 우리는 그것에 대해 다시 배우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밖에도 다양한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 머리 속을 맴돌던 이야기들을 꼽아보았다. <책은 도끼다>에서 자신의 머리에 도끼를 내리치는 듯한 충격을 주지 않는 책은 읽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했다. 내가 놓친 일상의 문제에도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이 책 자체가 주는 가르침은 일상에서 철학하는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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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열전 2 (반양장) - 고독의 나날속에도 붓을 놓지 않고
유홍준 지음 / 역사비평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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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생, 한번쯤 가져보았을 의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윤회와 전생을 믿고 인연설에 동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꿈에서 전생의 기억을 본 신비한 경험이 있다거나, 전생체험을 위해 최면에 뛰어들만큼의 용기는 없다. 그런데도 전생에 대한 호기심은 저버릴 수 없다. 나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현세에 있는 어떤 일이 전생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이 사람은 전생에 나와 어떤 관계였을까?

어릴적 나는 그림을 그렸다. 입시미술을 준비할지 말지 그 기로에서 결국 핸들을 돌렸다. 오로지 그림만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고, 삶에서 곁에두고 즐길만한 벗으로 삼는 것이 더 낫겠다는 것이 그때의 생각이었다. 지금은 다른 길을 꿈꾸며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때의 기억이 하나의 미련으로 남아있다. 아마 그림과 거리를 둔 계기가 그리 유쾌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내 전생이 그림과 밀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확률적으로 따져보면 무수한 전생 중에 하나 쯤은 그림 그리는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유명한 화가가 아니더라도,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전생이 있다면 나는 봉건사회나 신분제 사회 속의 미천한 신분이었을 확률이 더 높다. 조선시대만 보더라도 일반 농민과 노비의 비율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전생은 그림과 관련되어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화인열전을 보며 그런 허무맹랑한 바람이 더욱 커졌다. 화인들의 삶 속에 언제나 그림이 있었고, 그것을 나눌 벗들이 있었다. 예술적 교감을 한다는 것, 그것은 정말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일이다. 이 책을 보면서 그런 화인들의 삶에 심취했는지도 모른다. 현재 내가 바라는 삶이 그런 삶이기 때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화인열전 제2권에서는 제1권과 마찬가지로 네 명의 화인을 만나게 된다. 현재 심사정, 능호관 이인상, 호생관 최북 그리고 단원 김홍도. 사실 제1권을 읽으면서도 화인으로서의 삶이 멋지게 느껴지긴 했지만, 쓸쓸한 느낌도 피할 수 없었다. 제2권 역시 그렇다. 집안과 개인을 떼어 생각하기 더욱 어렵던 그 때에 더욱 힘들었을 현재, 당대에도 호불호가 갈렸지만 문인화의 정석을 보여준 능호관, 그림 그리고 팔아 하루 먹고 살던 호생관 그리고 불세출의 화가 단원.

 

 

 

심사정 <황취박토도> 

 

 

단편적인 그림은 본 적이 있어도 그 화가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지 못했다. 가장 유명한 화가인 김홍도에 대해서도 풍속화로 유명하다고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그런 얇팍한 지식과 관심에 부끄러워 절로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었다.

제1권에서 겸재 정선의 이야기가 책의 반에 할애한 만큼, 제2권에서는 김홍도의 이야기를 반권에 담았다. 김홍도가 이렇게 놀라운 화가인줄 몰랐다. 단순히 풍속화에 능한 것이 아니라 기록화, 인물화, 산수화 모든 분야에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단원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그것이 본능적이건 아니면 노력을 해서 알았던간에 그림을 화폭에 아릅답게 담았다는 것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김홍도 <군선도>

 

 

많은 작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군선도>가 마음에 든다. 군선도는 도교 신선들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을 보면 이야기가 들리는 듯한 살아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는 재미가 있고, 계속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이 책에는 또 다른 신선 그림이 있다. 유교가 전반적인 이념이었지만, 도교 역시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심사정 <하마선인도>

 

이 그림 역시 신선도 중 하나이다. 심사정의 작품으로 <하마선인도>이다. 저자는 이 그림을 보고 심사정의 자전적인 느낌이 담겨있다고 했다. 세상을 향한 울분을 내뱉는 모습을 투영해서 그린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한 것이다. 이 그림은 손가락에 먹을 묻혀 그린 것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더 독특한 구석이 있다. 이 그림이 마음에 드는 건, 신선의 표정도 리얼하지만 개구리의 모습이 정말 깜짝 놀란 것처럼 살아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귀엽게 까지 느껴진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은 참 매력적이다.

 

 

 

 

 

 

김홍도는 천재성을 발휘하면서도 성품이 올곧고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다고 한다. 반면 최북은 날카로운 구석이 있어 사람들에게 직언을 하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 일화들이 굉장히 재밌는 것이 많아서 보는 내내 웃었다. 만약 나에게 그런 직언을 했다면 조금은 마음이 상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는 이야기이다보니 재밌게 읽게 되었다.

 

최북 또한 재능이 있었지만, 김홍도와는 다른 천재성이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일화나 그림을 봐도 성품 자체가 꼬여있다기보다 굉장히 솔직하여 그 시대에 맞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최북의 그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왼쪽의 <풍설야귀인>이다. 분위기도 그렇고 중간에 그려진 나무가 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마 조금은 무섭지만 매력적인 최북을 드러내주기도 하는 것 같다.

저자는 '술'과 인연이 깊은 두 화가, 김명국과 최북을 비교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나에겐 참 흥미로운 비교가 아닐 수 없었다. 김명국은 술의 힘을 빌어 멋진 작품을 그려냈는가 하면, 최북은 평소 술을 입에 달고 살아도 그림을 그릴 때에는 절대로 술을 입에 대지 아니했다고 한다. 참 재밌는 비교인 것 같다.

화인열전에 소개된 화인들 외에도 정말 많은 화인들이 있을 터. 조선시대의 예술세계를 보다 더 많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든다. 아마 이 책에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듯이 생생하게 그들의 모습을 그려준 덕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감탄스러운 것은 과연 이런 분이 석학이구나 싶은 것이었다. 유홍준 교수 덕에 즐거운 여행을 한 기분이 든다. 특히 예술에 대해, 화인들에 대해 애정이 느껴져서 굉장히 미소를 짓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서문에 나와있는 것 처럼, 나는 우리 미술보다 서양 미술 그리고 반 고흐, 피카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 화인 열전을 통해서 우리 미술과 우리 화인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해서, 우리 미술이 그들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여기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미술만을 좋아하고 사랑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다른 민족과 국가의 사람들과 구별되는 우리만의 그 무엇을 알게 되어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 삶에서 반 고흐의 작품이나, 김홍도의 작품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것 같아 뿌듯하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미술에 대해 보다 깊이 있고 풍성하게 즐기며 사랑할 수 있을 자신이 생긴다.

화인열전 속 그들의 삶을 보며, 그리고 그들의 그림을 보며 나는 다시금 붓을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훗날 그림을 벗으로 삼을 것이라는 기약없는 다짐보다, 메모지 한 쪽 귀퉁이에라도 그림을 통해 나를 표현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꼭 명작이 아니어도 좋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니까. 전생에 그림과 연관있는 사람이었으면 하고 비현실적으로 꿈꿀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작은 공간에도 그림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 조선시대 화인들은 직업도, 시대도, 형편도 다 달랐지만 그들의 가장 큰 교집합은 그림 그리는 것을 사랑했다는 점이다. 나도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을 하며 즐겨야겠다. 마치 화인들이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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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8월에 읽고 싶은 시원한 에세이

 

 

단언컨대 독서는 가장 완벽한 피서법입니다 :) 워낙 집순이인지라 피서철에도 해변이나 계곡에 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나. 그래서 집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로 목을 축이며 책을 보는게 그게 나의 피서법인 것 같다. 뜨겁기만 한 8월, 내 마음을 시원하게 얼려줄 신간 도서들을 둘러보았다.

 

 

 


 

   

 

 

 

1. 1cm +  일 센티 플러스

인생에 필요한 1cm를 찾아가는 크리에이티브한 여정  

 

 

 

카피라이터인 저자의 시선으로 잡아낸 1cm를 담은 책이다.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1cm, 사랑의 1cm, 마음의 1cm, 일상의 틈을 주는 1cm, 관계의 1cm, 꿈의 1cm.

 

참 다양한 1cm가 준비되어있다. 이 책을 통해 나 역시 그런 1cm를 발견하고 때로는 늘이거나 줄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크레이티브한 여정을 함께하며 나만의 1cm를 발견할 수 있는 시선 또한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귀여운 삽화와 어우러져 마음에 퐁당퐁당 다가오는 그런 책이다 :) 

 

 

 

 

 

 

 

 

 

2. 당신이 들리는 순간  

인디 음악의 풍경들

 

 

 

10cm, 장기하와 얼굴들, 로지피피, 검정치마, 에피톤프로젝트, 언니네 이발관 등. 이 책 목차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하나라도 발견한다면 관심을 빼앗길 것이다. 기자인 저자는 대중음악을 취재하며 인디밴드에 매료되었다. 그들을 보고 느꼈던 것을 담은 에세이이다.

 

나 역시 신간도서를 둘러보다가, 음악 이야기라길래 무심코 클릭했다. 좋아하는 밴드가 여럿 있어 반가웠다. 음악으로 접하던 아티스트를 활자에서 만나는 건 어떤 느낌일까? 또한 이 책을 통해 잘 몰랐던 인디 뮤지션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통해 내 플레이리스트를 채울 수 있는 기대도 해본다.

 

게다가 인디 클래식이라는 제목으로 산울림과, 김광석 등의 이야기도 담았다고 한다. 나는 산울림 세대도, 김광석 세대도 아니다. 다만 음악에는 유효기간이 없는 만큼,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그들을 알고 싶다.

 

저자의 애정어린 시선을 통해 담은 인디 뮤지션들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3.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행복한 길고양이 2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그렇다고 그 흔한 고양이 카페에 가본 적도 없다. 다만 길에서 고양이를 마주치면 야옹야옹거리며 말을 걸어보거나 어여삐 바라본다. 또는 인터넷에서 고양이 사진을 감상하며 대리만족하는 것, 그것이 나와 고양이의 거리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에도 관심이 갔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미 <행복한 길고양이>라는 책을 낸 이력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행복한 길고양이2인 것이다.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은 미리보기 컷으로 올라온 페이지만 보아도 저자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책 소개를 보면, 저자가 서울 구석구석에서 만난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한다. 재밌는 것이, 전작에서 나왔던 고양이를 다시 담기도 했다고 한다. 1권에서 표지를 장식했던 아기 고양이 수염이가 아저씨(?) 고양이로 다시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소개만 읽어도 참 귀엽다 :)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무언가가 필요할 때, 이 책을 펼쳐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4.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

이 시대 7인의 49가지 이야기

 

 

김용택, 이충걸, 서민, 송호창, 박찬일, 홍세화, 반이정 이상 각기 다른 분야의 7명이 7편씩 담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구성을 좋아해서 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홍세화 님이 기대되어 클릭했는데, 책 소개를 꼼꼼히 읽다보니 서민 님의 글이 기대가 된다. '기생충학'은 대체 뭘까? '기생충을 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이 챕터가 궁금하다.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사실은 그냥 스쳐지나갈뻔 했다. 왠지 자기계발서를 위장한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이렇게 살아라! 라고 말하는 책은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기우인 듯 하다. 다행이도(?) 이 책에서는 저자들의 사적인 성찰이나 비판적 담론을 담고 있다고 한다. 에세이는 그런 맛이니까 :)

 

 

 

 

 

 

 

5.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대학생 시절, 농활을 간 적이 있다. 그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귀농의 꿈을 접었다. 가장 큰 이유는 농사짓는데 어마어마한 체력이 필요한데, 난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후에는 농사를 지으며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는데,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아무나 못하는 것이다.

 

평소에 딱히 농사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해왔는지 모르겠다. 이 책 소개를 보니 '인생의 성숙기가 오면 누구나 자연을 찾아가려는 마음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을 보면 그 막연한 계획의 동기를 알 수 있을까?

 

정원! 그러고 보니 농사보다는 힘이 덜 들면서 자연과 가깝게 벗하며 살 수 있는 공간인 것 같다. 아직 이 책을 읽기도 전이지만, 그 전까지는 왠지 정원을 동경하게 될 것 같다. (나란 인간, 동경할 거리를 찾는 인간) 헤르만 헤세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쓴 글을 모은 이 책은 내 노후의 계획에 영향을 줄 것 같다.

 

헤르멘 헤세의 영혼이 쉬었던 정원은 어떤 곳이었을 지,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어땠는지 이 책을 통해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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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3-08-0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미래의 PD지망생이시라구요? 저는 그쪽 분양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제 여동생이 KBS보도국에서 근무하기는 했었죠.(지금은 결혼하여 미국으로 이민을 갔지만) 13기 신간평가단의 에세이 분야에서 활동하게 되어 인사차 들렀습니다. 활동기간 동안 자주 들르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이PD 2013-08-07 13:25   좋아요 0 | URL
꼼쥐님 안녕하세요 :) 반갑습니다. KBS 보도국이라! 멋진 여동샌분을 두셨네요. 저도 활동하는 동안 꼼쥐님 서재에 자주 들러 탐독할게요. 같은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을 배우는 일 또한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 다시 한번 반갑습니다!
 
화인열전 1 (반양장) - 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
유홍준 지음 / 역사비평사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그림'은 평면 위에 펼쳐지는 2차원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 이상의 차원이 느껴지는 예술이다. 내 삶에서 미술이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았고, 소통했으며 성장했다. 지금은 벗으로 삼으며 국내외 그림을 감상하거나 관련 서적을 읽으며 깊이를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림을 접하면 접할수록 인문학적 깊이가 더해지는 기분이 든다. 단순히 내 삶의 멋 중의 하나였던 그림이, 이제는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보니, 요즘 읽는 책도 그림에 관련 된 것이 많았다. '한 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 '손 안의 박물관' 등 특히 우리 미술에 대한 책을 접해왔다. 그러다보니 좀 더 깊이있는 책을 탐독하고 싶어졌다. 화인열전! 순간 책 제목이 머리 속에 스쳤다. 우리집 책꽂이에 오랫동안 꽂혀있던 책이다.

 

 

책을 집어 들어 서문을 보니, 참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우리는 '반고흐'나 '피카소'보다 우리 화가를 모르고 있지 않느냐고. 나 역시 그러하다. 오히려 플라톤이니 소크라테스니 서양철학은 많이 접하면서도 정작 우리 철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독서에 임하게 되었다.

 

 

화인열전은 총 8명의 화인을 소개한다. 제1권에서는 연담 김명국, 공재 윤두서, 관아재 조영석, 겸재 정선의 전기를 담았다. 겸재 정선에 대한 이야기의 양은 제1권의 절반에 해당한다. 사실 정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저자는 밝혔는데, 그 만큼 심도 있게 채우려 노력한 듯 하다.

잘 몰랐지만 최근에 접하게 된 연담, 자화상으로 유명한 공재, 역시 최근에 접한 관아재 그리고 유명한 겸재. 남아있는 기록에 근거해서 그들의 일대기를 소개해준다. 이들은 문인화가이기 때문에 어디에서 벼슬을 지냈는지 기록이 남아있는 것이 있어 추적(?)이 가능한 것이다. 나이듦에 따라, 인생의 굴곡에 따라 변하는 그림의 깊이를 살펴볼 수 있어서 좋다.

 

 

조선시대 때는 다양한 선비들이 서로 뜻을 함께하여 우정을 나눴다. 조영석과 정선 그리고 그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나누었던 흔적을 소개해준다. 그런 점이 참 재밌다. 서로 그림을 그려고 보여주고 그 그림에 맞게 시도 짓는다. 벗이 먼 곳으로 부임하기 위해 떠날 때에는 그림을 그려주고, 또 그려주길 청한다. 참 낭만적이지 않은가? 난 이런 것을 프로그램에 녹여서 기획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화인들의 일대기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을 다하고 떠날 때에 다다러서야 명작을 그린 것이다. 지금 수명으로 본다면 내가 명작을 그릴 수 있을 때는 아직 한참 멀었구나 싶은 것이다. 내게 타고난 천재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하늘에서 재능을 내려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한 걸음씩 걸어가며 쌓은 세월을 녹여야만이 명작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급한 마음이 어느 정도 가신다. 빨리 원하는 것을 하고 싶고, 빨리 원하는 것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지금의 내가 사실은 당연한 것이라고 위로가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시간의 흐름에 맡기기엔 내 시간은 정해져 있고, 또 욕심도 놓아지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선인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시간이 가져다주는 깨달음을 앞당기려는 노력뿐이다.

 

 

또 하나. 화인들의 그림에서 이들의 그림이 아닌 것 같은데 이들의 그림인게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정선이 본인 스타일이 아닌 그림인데, 시도해 보았던 그림. 물론 미술학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다른 그림에 비해 평가가 떨어지는 그림이기는 하나, 그런 그림을 그림으로써 본인의 스타일을 더 풍성하게 하고 굳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잘못 된 길을 들어선 것이 인생의 오점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길로 갈 수 있던 발판이라는 것. 분명한 것은 다른 스타일을 시도하고 공부함으로써, 그 다음에는 더 좋은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참 멋지지 않은가?

 

 

이번 화인열전을 통해 정말 많은 그림을 접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명작부터, 화인들의 초기 그림까지. 교과서에는 그 화인 인생의 최대 명작 한 점만이 실리지만,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그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참 놀라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명작만을 기억하지 않는가? 사실 물리적 한계로 교과서 등지에서 여러 작품을 실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 제한되는 점도 있다. 그러나 명작 뒤에는 반드시 수 많은 습작들이 있다는 것이 큰 가르침이다. 내 인생에서 아직은 습작을 그리는 단계인 것 같다. 그런데 벌써부터 나는 명작에 욕심을 내는 것은 아닐까?

 

 

아! 다른 책을 볼 때 궁금증을 가졌던 것이 해결이 되었다. 문인화가들 중에는 환쟁이라 불리는 것이 꺼려져 그림을 잘 그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겸재 정선은 그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자유롭게 그렸지만, 관아재 조영석의 경우에는 그런 사태를 염두해서 그림을 자제했고, 심지어왕명에도 불구하고 붓을 들지 아니했다. 대체 왜 그럴까 싶었다. 속내(?)는 이러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원 출신의 화가들은 '중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인화가인 양반과는 신분이 다르다. 환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양반이 중인이 하는 그림을 그린다고 비아냥댄 것이다.

 

 

이 책에는 안 나왔고, 제 2권에도 안 나왔지만 '이징'이라는 인물이 궁금해졌다. 내가 느끼기로는 그림 그리는 기술은 뛰어나지만 그 속에 혼이라든가 정신을 담지 못했던 화가로 평가되었던 것 같다. 이전에 봤던 책에서도 그림은 참 화려했는데, 동시대 비평가들에게는 아주 참혹한 평을 들은 것이다. 나 역시 그 평을 봐서 그런지 그림이 화려하게는 느껴지나 어떤 호감은 느끼지 못했다. '이징'에 대해서는 따로 알아봐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참 즐거웠다. 잘 몰랐던 화인 네 명을 만나는 계기도 되었지만, 무엇보다 깊이 있는 자료들에 감탄했다. 그런 자료들 덕에 정말이지 화인들의 숨결이 느껴졌다. 남긴 그림의 색깔이 저마다 다른 만큼, 화인들의 성격 또한 달랐다. 기록 하나 하나에 또 행간에 숨어있는 해석을 통해 인간 김명국, 윤두서, 조영석 그리고 정선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화인들에 향한 애정어린 저자의 시각이 잘 느껴져 역시 즐거움을 더 했다. 나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한국판 닥터후를 만든다면, 이 책에서 만난 화인들을 영상으로 그려내보고 싶다. 이제 제2권을 통해 다른 네 명의 화인을 만나보아야겠다. 그림이 단순히 2차원이 아닌 이유는 바로 그것에 있다. 획 하나에, 농담 하나에, 여백에도 화인의 혼이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미술은 그 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고차원의 예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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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쿡 - 누들로드 PD의 세계 최고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
이욱정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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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계획적으로 사는 편이다. 한 번 읽고 말건 빌려서 보고, 소장하고 싶은건 사는데 그 기준도 까다로워서 이리 재고 저리 잰다. 나란 사람 만화책 외에는 봤던 책을 또 보는 것이 힘겹기 때문이다. 내가 봤던 책을 또 들여다보는건 밑줄 친 부분을 발췌하기 위한 경우 뿐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연에 기대어 운명의 책을 사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올 초 내일로 여행을 시작했을 때 나는 다른 준비물과 함께 영화와 드라마를 폰에 꾹꾹 눌러담았다. 혼자 여행하기 때문에 기차 안에서나 시간이 남을 때 심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아이폰의 특성상 배터리가 빨리 닳아, 스마트폰 이외의 즐길거리가 필요했다.

집에서 아무리 골라도 마음에 차질 않았다. 그래서 여행 첫 날, 서울에서 서점에 갔다. 내가 손이 가는 책은 몇권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제일 호감이 가는 책은, 도서 구입 제1규칙에 해당하는 '한 번 읽고 말 책인가'에 제대로 명중하는 책이었다. 게다가 인터넷서점으로 사면 더 할인되는데 이런 짜디짠 생각도 하며 망설였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잠재우고 이 책을 구매했다. 그만큼 이 책이 매혹적이었다. 바로 <누들로드>의 이욱정 PD가 런던의 요리학교에서 고군분투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 한 문장에도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외국 생활'을 담았다는 것. 특히 런던! 둘째는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 세번째로는 저자가 'PD'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에겐 마지막 이유가 주효했다. 언어적 감각이 뛰어난 방송직군은 기본적으로 글솜씨가 탄탄한 것 같다. 그들이 쓰는 간단한 메모도 재밌다(고 과장해본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끌려서 데려온 이 책,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정말 재밌게 읽었디. 소리내서 피식거리기도 하고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한 번 보고 말 책이라는건 취소! 언젠가 꼭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진 책이다.

도전하고 또 요리학교 친구들과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PD의 센스를 볼 수 있던 것도 좋았다. 피디의 자격이라고 해야하나.

요리학교 도전기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하기 전에, 선생님들과 학교학생들에게 촬영동의를 구해야하는데 여기서 한 학생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지?"라고 했을 때 이욱정 피디는 이렇게 말했다. "니가 나중에 세계적 셰프가 됐을 때, 니가 요리학교에서 공부한 기록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겠어!" 이런 식으로 동의를 얻어냈다. 또 누들로드의 사회자 켄 홈을 섭외할 때도 기지가 빛났다. 이런 센스와 넉살을 배우고 싶다!

 

 

 

 

 

 

 

피디 답게 요리프로그램과 또 요리책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나는 EBS를 참 좋아하는데, 영상물에 그치지 않고 출판까지 해서이다. 소비자에게도 보다 정리된 컨텐츠를 접하고 또 회사로선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윈윈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나도 이런 원소스멀티유즈를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그릴 때가 많은데, 요리 쇼 천국인 BBC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요리책을 출판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욱정 피디는 세계적으로 음식의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의 그 배경 중 하나를 요리책을 꼽았다. 상당히 설득력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제 아무리 한식이 세계 탑 몇 위에 오른다 한들 더 유명한 것은 일식 등이다. 레시피 계발과 레스토랑 점유율 등 많은 이유가 있다. 나는 굳이 한식의 세계화를 해야하나?는 회의적인 입장이기도 하지만 이왕 할꺼면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지난 해, 올리브에서 한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1을 재밌게 보았다. 후반에 가서 프로그램 긴장감 조절은 조금 실패했지만, 꽤 잘 만들어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시즌2를 하고 그에 앞서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셀렙편도 재밌게 보았다.

프로그램의 재미와 별개로 입방아에 오른 것은 지나친 간접광고였다. 시즌1에서는 토마토소스스로 점철되었는데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다. 자회사인 CJ의 제품 또 프로그램이니 어쩔 수 없지만, 내가 갑자기 마셰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따로 있다.

이런 프로그램으로 오히려 국민적 관심을 끌고 레시피를 개발하고 식당을 세움으로서 요리문화가 더욱 발전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공중파가 아닌 자회사 제품을 홍보하는 CJ채널에서 말이다.

 

 

 

 

 

 

 

 

이욱정PD는 책에서 한 사람의 스타셰프라도 절실히 필요하다 했다. 그 한 사람이 싸이처럼 한식스타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말을 잘하는 것도 좋은 셰프의 조건이기 때문에, 방송에서 배출되는 셰프가 한식을 이끌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바이벌 방송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요리실력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 매력적인 말솜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서바이벌에서 살아남는 출연자의 조건은 좋은 셰프의 조건과 상당히 유사하지 않은가!

이욱정 PD도 또 다른 요리 다큐를 계속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 또한 기대가 된다. 요리를 주제로 한 방송은 노래나 춤과 달리 감각의 재현이 어려워 왠지 억울함 반과 궁금함 반을 가지고 보게 된다. 그럼에도 좋은 요리 방송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도 이런 방송에 대한 이상을 꿈꿔보게 하고, 또 나의 관심분야에 깊게파고들어 도전 하고 싶게 만든 이 책, 정말 잘 읽은 것 같다. 내 마음을 구석구석 '쿡쿡' 찔러댄 책이다. 그간 조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도전과제들을 다시 앞으로 모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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