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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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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햐아오'의 에세이 '책으로 가는 문'을 읽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꼽은 이와나미 소년문고 50선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미야자키 햐아오의 작품은 정말 재밌고 훌륭한 것이 많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루 밑 아리에티', '원령공주' 등.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을 좋아하고 나이가 들어 또 보면서 그 감동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감독의 에세이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어떤 책을 소개했을까? 그리고 그가 말하는 책이란 무엇일까?

 

우선 이와나미 소년문고 50선을 꼽는다. 나 역시 어릴적에 보았던 반가운 책들이 많이 소개되었다. 일본 서적도 있었지만, 외국의 서적들이 주를 이루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50권 마다 추천 이유를 붙인다. 그것을 보며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거장이란 과연 이런 사람이구나 싶었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존중하며 자기 자신 안에 아이의 순수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 2장에서는 책과 애니메이션 등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목소리를 더욱 가깝게 들을 수 있다. 그의 팬이라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반가운 작품 이름이 꽤 언급되어, 비화를 알게 되기도 한다. 그것은 지브리 팬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가 된다. 무엇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소회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생각은 어떨지 집중하며 읽어보았다. 바로 옆 나라에 사는 나 역시도 걱정되고 마음이 무거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비판적인 생각을 조금 알 수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일본 내에서도 정치이슈가 역사문제에서도 비판적인걸로 유명했다. 그것이 한국에서도 더욱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작품 성향으로 실망하여, 나 역시도 마음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작품에 대한 애정과 추억에 소급하기도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작품과 작가는 별개의 존재라며 선을 그을 수도 없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역사 앞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을 읽게 되었을 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도 고민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덧붙이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민감한 문제를 앞두고도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한다면, 분명 즐겁게 볼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즐거이 읽을 수 있는 책이고, 무언가를 만드는 입장이라면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책도 될 수 있다. 그리고 유명인사가 어릴 적에 어떻게 책을 접했고,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봐도 좋다.  

 

특히,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억지로 읽히게 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 공감된다. 양질의 책을 읽는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자신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책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을까. 저마다 가치가 있겠지만, 내가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할 수 있는 책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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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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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을 보았다. 이 책을 훑어보면 낯선 이름과 낯선 얼굴들이 한가득 들어있다.  독일에서 '문학의 교황'이라 불리는 평론가인 마르셀 라이히라니스키의 시선을 따라 작가의 얼굴과 삶을 읽다보면, 낯설던 모습이 조금씩 친숙해진다. 독일 문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호기심을 가지고 낯선 세계의 문을 두드려 볼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작가의 초상화를 갖게 되면서, 그 작가에 대한 글을 쓰는 것으로 시작됐다. 저자는 나아가 독일 방송에 나가 비평함으로써 더욱 유명세를 탔는데, 독일인 대부분이 알고 있는 유명한 비평가라고 한다. '독일문학'에 대해 말하는 만큼, 아픈 역사와 맞물려 작가들의 다양한 행동 양식을 볼 수 있다. 어떤 작가들은 항거했고, 어떤 작가들은 히틀러 식 경례를 했으며, 어떤 작가들은 사회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저자의 시선은 그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볼 수 있겠다.

 

 

 

 

 

 

 

처음 이 책의 목차를 살펴봤을 때, 아는 이름은 극히 드물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대표작 설명과 더불어 작가의 성격이나 삶을 유려하게 서술하고, 또 멋진 비유를 통해 초상화에 드러난 작가의 얼굴 만큼 작가의 존재를 드러냈기 때문이라. 대부분의 작가들의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영시키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그들의 삶으로 재구성한다. 그렇지 않은 작가는 거의 셰익스피어 뿐이라고 저자가 말할 정도로. 저자의 평론을 읽다보면, 이것이 작가의 이야기인지 작가의 작품 속 인물 이야기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감각적인 초상화를 감상하는 것도 이 책의 백미 중 하나이다. 다양한 화가에 의해 다양한 기법으로 그려진 초상화들은 정말 각양각색이다. 초상화가 함께 실려있기에, 평론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초상화의 존재는 이 평론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작가들과 그 작품들을 이야기했던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안타깝게도 올해 9월 세상을 떠나셨다. 인상적이었던 것이, 맨 뒷페이지에 실린 번역가의 이야기였다. 비평가로서 문학와 대중의 사이를 좁히려고 했던 그의 노력을 일부 문학계에서 비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고 재미있게 평론을 해왔던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그의 작품이 있었기에 나같은 문외한도 독일문학을 즐거이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향년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먼저 떠나보낸 작가들도, 친구들도 많으리라. 또 다른 세상에서 그들과 만나 문학을 논하지 않을까 싶다.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마다, 그 작가에게 빚을 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진 빚만큼, 그의 영혼이 평온하기를 기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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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 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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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꿈꾼 적 있다. 자식농사를 짓고나면 당연히 실제 농사를 지으러 귀농하는 것이 노년의 당연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대학교 2학년 때 갔던 농활에서 당연할 것 같던 그림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농사를 돕는 것만으로도 나는 얼마나 힘들고 벅찼던가! 그로부터 몇년 후, 접하게 된 이 책의 제목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농사보다 작은 규모이지만 자연을 벗삼아 살아갈 수 있는 '정원'이라는 공간. 정원이라는 그림은 꿈꿔봐도 괜찮지 않을까 기대하며 책을 폈다.

 

 

 

 

 

 

'어딘가에 내 집을 갖고 한 조각의 땅을 사랑하며, 그 땅을 단지 관찰하거나 그림으로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경작하여 식물을 재배하고 농부들이나 목장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맛 보는 것' 140p

 

 

 

그렇다. 나는 단순히 자연과 가까이 하기 위해 귀농을 꿈꿨던 것이 아니다. 집와 일터를 일치시키고 늘 그 공간에 상주하며 아끼고 싶었던 것이다. 애정을 쏟고 시간을 투자할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영혼이 쉴 수 있는 정원을 갖는 일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정원'이라는 공간이 부지런히 흙을 일구고, 놀러오는 나비와 눈을 맞추며 자연과 함께 사는 곳이겠다. 그러나 내가 애정을 주고 시간을 쏟을 수 있는 '공간'에서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면 어디든 가능하겠다 싶은 것이다. 마침 나는 곧 독립을 앞두고 있다. 작은 원룸에서 어떻게 꾸리고 살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나만의 공간을 꿈꾸고 있다. 그 곳엔 꽃을 심을 수 있는 토양이나, 딸기를 심을 공간은 없지만 내 영혼이 쉴 수 있는 정원과도 같은 곳이 될 것이다.

 

 

 

 

나만의 공간을 염원하는 데는 그럴만한 역사가 있다. 유년시절에는 단 한 번의 이사를 경험했지만, 대학 진학 후에는 정말 수도 없이 이사를 다녔다. 기숙사부터 고시원까지. 짐을 꾸리고 풀기를 반복하면서 거처를 옮겨다니는 것에 싫증이 나있었다. 그 과정이 반복될 수록, 나만의 단정하고 산뜻한 공간을 꿈꾸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틈이 나면 예쁜 가구를 구경하거나, 인테리어 팁 같은 것을 공부하곤 했다.

 

마침 독립을 앞두고 이 책을 접한 것에 참 감사하다. 비록 그 곳에는 정원은 없겠지만, 내 공간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마음 자세를 배웠다. 그곳은 곧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 믿는다. 그만큼 내 공간을 더욱더 사랑해야지.

 

'정원'에 대한 에세이 모음집이지만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에세이는 '잠 못 이루는 밤들'이었다. 잠 들기 전에 혹은 잠이 오지 않을 때 어둠에서 느끼는 것들과 감정들을 쓴 것인데, 나 역시 이러한 경험이 있는지라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바로 어제만 해도 잠 드는데 빈번히 실패하여, 어둠 속에서 꽤 오랫동안 귀를 열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자연을 사랑하는 헤세의 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책 겉표지에 있는 '나에게 감명 깊은 책을 꼽으라면, 그 안에 이 책이 있다 -법정'이라는 글귀를 보고 고개가 끄덕여 졌다. 그만큼 헤세의 목가적인 삶은 종교적이다. 그래서 이 책은 굉장히 정적이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정원에 놀러온 나비 그리고 그 나비의 날개짓에 따라 움직이는 헤세의 시선이 그려진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지는 못했다. 담담한 수필이지만, 내공이 부족한 나는 꼭꼭 씹어 읽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그럴 가치가 있었다. '공간'에 대한 사유를 더 깊이 있게 안내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공간을 사랑하며, 먼 훗날 정원에서 보낼 시간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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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책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
윤성근 엮음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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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보수동에는 '책방골목'이 있다. 헌책방을 포함하여 다양한 서점이 있어 책을 좋아한다면 꼭 들려야할 명소이다. 나 역시 부산을 들릴 때마다 꼭 찾는 곳이 '보수동 책방골목'이기도 하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책에 둘러싸여 있는 걸 좋아하는 나는 그 분위기에 취해 뚜벅뚜벅 걸어다니곤 했다. 그러다 혹시 저렴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책을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져보는 것이다. 그렇게 헌책들을 살펴보다보면 빛바랜 종이에서 묻어나는 시간의 흔적이나, 헌책 냄새를 킁킁 맡게 된다. 책방골목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서연(書緣)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늘 빈손으로 왔던 길을 돌아갔다. 그럼에도 마음이 허전하지 않았던 것은 헌책들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인 것 같다.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는 그런 책이다. 헌책에 남겨진 메모를 통해 그 책을 거쳐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과 같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이 책의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책에 메시지를 적거나 감상을 적는 것을 눈여겨 보았다. 그렇게 몇 권을 선별하여 거기에 저자의 감상과 이야기를 더한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나도 책 선물을 할 때 더러 메시지를 적기도 했다. 또한 그런 책을 선물받기도 했다. 나의 경우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내 나의 좁은 생각을 반성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헌 책은 특성상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 사이에 나온 책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 헌책에 흔적을 남긴 사람들도 그 당시 대학생들과 청춘들이 많다. 그들이 남긴 글귀는 한 편의 시였고, 뜨거운 마음이었다. 때로는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을 적기도 했고, 선물 받을 이를 생각하며 진심을 담기도 했다. 인스턴트 메시지에 길들여져있는 나는, 종이에 꾹꾹 눌러 담은 생각과 마음을 보며 깊이를 탐했다. 게다가 각기 다른 글씨체를 감상하며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헌 책과 그 메모를 소개해본다. 어떤 이가 '우상과 이성'을 읽고 이렇게 남겼다. '우상은 우상, 이상은 이상. 세상은 우상에 빠져 익사하고 말았다. 그 안에서, 죽지 않으려고 허덕이는 나...' 마치 캘리그라피처럼 글씨체도 멋지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느꼈을 감정이 전해진다. 조금의 무력감과 조금의 발버둥이 말이다. 저자가 소개해준 '우상과 이성'의 서문 역시 가슴을 뛰게 한다. 이처럼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를 통해 좋은 책을 여럿 소개받기도 했다. 검색을 통해 대충 살펴보니 나에겐 분명 어려운 책일 것 같지만, '언젠가 읽고 말꺼야!'라는 심정으로 마음 속 위시리스트에 담아놔야겠다.

 

 

아! 이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자가 서문에서 소개한 한 일화가 굉장히 재밌다. 헌 책에 남겨진 이름과 주소 그리고 날짜만으로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 과정이 만만치않았지만, 결국 저자는 그 헌 책의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정말 감동이 순식간으로 밀려온다. 저자의 집요함과 또 시기가 딱 맞아 떨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그 메모를 남겼던 사람은 그 책에 이름과 주소 날짜등을 기입했던 것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런 습관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었다. 그 분의 메모 역시 책에 포함되어있으니 눈여겨 보시길!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이런 도서 대출표나 책 사이에 끼어져있던 지폐와 같은 요소이다. 저자는 20만원이나 꽂혀있는 책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 책을 팔았던 장본인은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련지. 도서 대출표도 정말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한다. 어릴 때 학교에서 책을 빌릴 때 도서 카드에 적었던 일이 생각 난다. 고등학교 때는 도서부를 했는데, 전자 방식과 아날로그 방식을 동시에 사용하여 대출했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종로 도서관 서적이 어떻게 헌책방에 왔을까?

 

 

헌책은 정말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나의 헌책은 그때 그 시절을, 다른 이의 헌책은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헌책방까지 멀리 갈 것 없이, 당장 집에 있는 책 꽂이만 봐도 세월이 느껴진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돌려 읽어서 너덜너덜해진 책부터, 햇빛에 노출되어서 빛바랜 책까지. 책 사이사이에 나의 세월이 내려 앉아있었다. 책을 선물하는 이의 마음을 보며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기도, 힘든 청춘을 보냈을 그 시절 대학생들의 고뇌를 보며 나의 대학시절을 돌아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책의 글씨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자 덕분인 것 같다. 저자는 책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묻어나오는 애정은 정말 기분 좋은 에너지다. 나도 그런 에너지를 받아 즐겁게 귀기울일 수 있었다.

 

 

 

 

 

 

 

책에서 언급된 것 처럼, 나 역시 '책 선물'을 좋아하는 편이다. 다른 이에게 선물할 때는 가격대비 의미있는 선물을 할 수 있어 좋고, 받을 때는 나를 위해 골랐을 그 마음과 읽고 난 후에도 오래오래 번지는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책선물이 자주 있지는 않다. 올해 초, 친구 졸업식 때 책을 건넨 것이 가장 최근이다. 아마 당분간 책 선물할 일이 없겠지만, 내년에 졸업할 친구들에게 선물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때는 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글씨를 함께 선물해야겠다. 그래서 그 책이 세월이 지나 헌책이 되었을 때, 누군가에게 미소를 번지게하는 글씨였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헌 책을 통해 말을 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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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일상 - 삶과 앎과 함을 위한 철학 에세이
이경신 지음 / 이매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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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입하는 데 있어서 나는 유독 냉철한 편이다. 한 번 읽고 말 책인지, 책꽂이에 꽂아둘 가치가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본다. 아무래도 책 한 권 값이 결코 만만치않고, 집에 쌓아둘 공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외부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충동적 책 구매를 하지 않는 탓인지, 언젠가 중고서점에서 책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난 부산여행에서 보수동 책방골목에서도 그런 서연을 기대했다. 하지만 충동적으로 구입하고 싶다고 마음에 들지도 않는 책을 살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린 나는,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샅샅이 책꽂이를 수색했다. 그러다 발견한 이 한 권의 책. 재생지로 만들어져 가볍기도 하고, 중고책인데도 상태가 좋았다. 속의 내용은 읽어보지 않고 목차만 보았는데, 꽤 좋아보였다. 반 값도 안 되게 구입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기차 안에서 읽을 요량으로 구입한 터라, 긴 시간 내내 좋은 동무가 되어줄 거란 기대 역시 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 내용적인 면에서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문체가 개인적 취향과 맞지 않았다. 내 첫인상과 실제가 다르기 때문에 오는 실망이었다. 예를 들자면 저자가 쓰는 글 중에 마치 무릎을 꿇고 들어야 할 것처럼, 간혹 잔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자가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까지 넣었으면 조금 더 전개가 부드럽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그건 나의 바람일뿐. 모든 작가가 내 입맛에 맞춰 글을 쓸 쑨 없지 않은가. 이 또한 저자의 개성인것을!

 

아이러니하게도,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느끼면서도 글은 술술 읽혔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정말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를 만나기도 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책을 읽고 있는 그 순간뿐만 아니라, 읽고 난 후에도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가 던져준 그 물음표를 한동안 나의 일상 속에서도 계속 띄운 채 살아가게 된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이 책의 제목처럼 '철학하는 일상'이 아닐까 싶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맨 마지막 순서인 에필로그를 보니, 내가 느낀 저자의 이미지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저자가 철학을 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철학과에서 겪은 일들 등을 보니, 저자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책을 통해 만난 저자와 독자이지만, 한 걸음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낯선 만큼 다르기 때문에, 생각지 못했던 물음들을 던져주어 나를 성장시켜주기도 했다. 그래서 책을 덮은 순간, 이 책을 읽기를 정말 잘했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주제 몇가지와 나의 감상을 소개해본다.

 

16. 집안일, 자립적 삶의 시작

25. 죽음을 견디게 하는 기억의 힘

30. 생존에 필요한,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

37. 변화하는 가족

  

- 집안일, 자립적 삶의 시작

 

우리 집도 역시 집안일을 전적으로 엄마가 하신다. 나는 작은 도움을 드릴 뿐이다. 도움을 드린다고 생각했지, 집안일이 내가 자립적인 삶을 살기 위해 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단순히 집안일을 담당하는 엄마의 짐을 덜고자 돕는 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보다 자립적인 삶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집안 일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게 되었다.

  

- 죽음을 견디게 하는 기억의 힘

  

죽음은 두렵다. 그래서 죽음에 관한 글을 읽으면 안심이 되기도 한다. 불확실성에 확실성을 더하 듯이 말이다. 이 책에는 죽음에 관한 생각이 많이 담겨있다. 그 중에서 이 글이 인상적이었다. 죽음 직전의 일을 생물학적 근거로 설명해준다.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죽음 직전에 엔드로핀이 분비되면서 통증을 완화하고 감각을 둔화시킨다고 한다. 그러면서 차분한 기분을 갖게 만들어주고 의식 상실에 이르게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고통과 공포가 아니라 고요와 평화 속에 떠나는 것이라 저자는 그렇게 믿고 싶다고 한다. 나에게 새로운 정보여서 놀라웠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것 같다. 

 

- 생존에 필요한,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일기를 써서 선생님께 제출하고 코멘트를 받는 것이 하나의 일과였던 그 때. 가끔 일기장을 펴보면 인상깊은 일기가 있다. 잘은 기억이 안 나는데, 동네 약수터에 물을 길러 갔던 일을 썼었다. 선생님의 코멘트가 '나중에는 물을 사먹어야 할지도 모른대' 이랬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때만 해도 누구나 물을 마실 수 있었기 때문에, 마치 공기처럼 그것에 대한 권리가 필요한지 생각해보지 못한 것 같다. 지금은 어딜 가도 생수를 구입할 수 있어서 물을 사먹는다는 개념이 당연해졌다. 곧 돈이 있어야 물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해진 것이다.

 

지구의 생명체라면, 생존에 필요한 물을 마실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요즘은 물 사업이니, 수도 민영화니 물을 수익기반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정부가, 국민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

 

어쨌거나 이 주제는 단순히 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가 인간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라는 이야기를 넘어서, 생명체라면 생존에 필요한 물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생각의 저변을 넓혀준 주제였다.

  

- 변화하는 가족 

 

가족에 대한 개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이었다. 저자는 부모님과 자식으로 구성된 가족의 개념이 아닌, 함께 살고 고민하는 공동체 느낌의 가족과 함께 산다고 했다. 더 넓은 의미에서 가족을 정의하며, 가족이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최근 드라마 <여왕의 교실>을 보며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극중 '오동구'라는 캐릭터는 자칭타칭 오여사라는 할아버지에게 입양되어 함께 살아간다. 동구와 오여사에게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가족이다. 그런걸 보면, 가족에 대한 정해진 개념을 배우고 또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일인 것 같다.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고 다양해지는 만큼, 우리는 그것에 대해 다시 배우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밖에도 다양한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 머리 속을 맴돌던 이야기들을 꼽아보았다. <책은 도끼다>에서 자신의 머리에 도끼를 내리치는 듯한 충격을 주지 않는 책은 읽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했다. 내가 놓친 일상의 문제에도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이 책 자체가 주는 가르침은 일상에서 철학하는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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