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보이스 - 0.001초의 약탈자들, 그들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조종하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제용 옮김, 곽수종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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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루이스,  초단타매매의 추악한 이면을 고발하다

 

   올해 경제경영서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과 <머니볼>, <라이어스 포커> 등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논픽션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쓴 <플래시 보이스>일 것이다. <21세기 자본>이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 전반에 걸친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줬다면, <플래시 보이스>는 첨단기술을 앞세워 주식시장을 노리는 월스트리트의 약탈자들을 고발했다.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월가의 초단타매매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뉴욕 주 검찰 역시 초탄타매매를 통한 부당 이득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라니 칼보다 강한 펜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첫 페이지부터 저자는 “당신이 알고 있던 주식시장은 없다!”고 단언한다.

 

   마이클 루이스는 어느 날 골드만삭스의 직원이었던 그 러시아 출신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그곳을 퇴사한 후 2009년 여름, FBI에 의해 체포되었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미국 정부가 내세운 그의 혐의는 골드만 삭스의 '컴퓨터 코드'를 훔쳤다는 것.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살로만 브라더스의 채권 세일즈맨으로 일한 적이 있었던 마이클 루이스는 세르게이의 절도 사건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근무하던 '초단타매매 프로그래머'였던 그가 훔친 ‘컴퓨터 코드’는 무엇일까?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이 의문 때문이었다.

   RBC(로열뱅크오브캐나다)직원이자 7년 경력의 트레이더인 청년 브래드는 어느 날 자신의 주문이 한순간에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는 사건을 경험한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 나의 매매의도를 알아채기라도 한 듯 거래를 하면 계속 손해를 봤다. 주위를 확인해 보니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트레이더의 모니터에서 종종 마술이 일어나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이는 걸까? 청년은 토론토에서 월가로 부임하면서 그 원인이 바로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HFT: High Frequency Traders) 즉, 고성능컴퓨터, 초고속통신망 등을 기반으로 자동화된 복잡한 알고리즘을 사용해 수천 혹은 수백만 분의 1초의 속도로 매수와 매도 주문을 반복하는 거래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에게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2,000명의 사람들이 광케이블 매설작업을 하고 있었다. 막 사십대에 접어든 댄 스피비는 시카고상품거래소와 나스닥증권거래소 간의 실제 매매 속도가 이론적으로 가능한 매매 속도와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3억 달러를 투자받아 '스프레드 네트워크스'라는 회사를 설립, 빠른 속도가 보장되는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에 있는 데이터센터와 뉴저지주 북부의 증권거래소를 연결하는 케이블선을 최대한 은밀하게 개척했다. 케이블의 설치 목적은 누구나 참여하는 시장의 내부에 수천만 달러의 입장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에게 속도가 더 빠른 케이블을 팔거나 임대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월스트리트가 0.001초라도 남들보다 빨리 정보를 획득하려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일반 및 기관 투자자들의 매매를 중개하는 대형은행들과 초단타매매꾼이 서로 결탁해 고객의 주문 정보를 미리 빼돌려 공정하게 시장에서 거래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였다.

 

   미국은 국토면적이 워낙 크다 보니 우리와는 다르게 다수의 증권거래소가 존재하는데(그 점에서 우리가 뉴스나 신문에서 보는 수백 명의 매니저들이 전화기를 들고 주문을 내고 받는 호가창은 허상인 셈이다), 그로인해 생기는 같은 종목에 대한 찰나의 가격 괴리를 이용하여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이 먼저 그 정보에 접근하고 최단 시간에 주문을 넣어 일반 트레이더로부터 차익거래를 얻는다는 아이디어는 이들이 마이크로세컨즈 즉, '수백만 분의 1초' 싸움에 뛰어들게 했다.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단말기를 보고 주문을 넣을라치면 사라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관건은 속도에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거래소에 주문이 닿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거래소 인근의 부지를 매입하거나 비밀리에 광케이블을 설치했던 것이다. 첨단 기술이 낳은 오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생산했고, 결국 시장은 왜곡되면서 돈을 더 많이 가진 자들이 시장을 손금 보듯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증권거래소가 한 곳인 한국의 주식시장은 안전할까? 국내의 한 증권사는 이른바 ‘스캘퍼(scalper)’ 즉, 가장 짧은 기간 동안 포지션을 유지하는 투자자를 일컫는 말로 일반적으로 전산시스템을 통해 1일 100회 이상 초단타 매매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거래소도달 속도가 일반 회선에 비해 빠른 ‘전용선’을 대여하고 있었다.

   한국거래소에서 증권사로 연결되는 1번째 서버인 FEP(Front End Processor)서버에 직접 연결되도록 돕고 있는데, ‘방화벽’을 거치지 않아 접속속도가 빠르다. 한마디로 스캘퍼들이 일반 투자자들보다 유리한 환경에서 선물∙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을 매매하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가 얻는 것은 수수료 수익. 시스템트레이딩을 통해 일 평균 200~300건 정도의 매매를 하는 스캘퍼들은 향상된 거래속도로 매매를 할 수 있어 남들보다 훨씬 유리하고, 증권사는 스캘퍼들이 매매할 때마다 늘어나는 수수료를 챙겨서 좋은 구조였지만, 문제는 소규모 자금으로 주식거래를 하는 일반 투자자들은 이 전용선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지난 2011년 검찰은 12개 증권사에서 이 같은 전용선매매 정황을 포착, 각사 경영진을 현행법령 위반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금융계의 뿌리 깊은 문제는 일종의 도덕적 무력감이었다. 금융계안의 모든 사람들이 편협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금융계가 얼마나 부패하고 사악해졌는지에 상관없이 금융계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22쪽

 

   월가의 추악한 탐욕의 전모(全貌)를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듯 마이클 루이스의 탁월한 스토리텔링에 바짝 붙어 시선을 추적하면서도 결코 즐길 수 없었던 이유는 모럴 헤저드, 즉 도덕적 헤이에서 비롯된 무력감 때문이었다. 그들의 탐욕이 사그라지지 않는 한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투자금은 언제까지고 말 그대로 돈(資)을 길바닥에 던져버리는(投) 투자(投資)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초단타매매라는 투자 기법은 눈부신 기계 시대의 총아일 터, 기술의 진보가 거듭될수록 변화될 투자기법들이 두려워졌다. <제2의 기계 시대>에서 저자 에릭 브린욜프슨와 앤드루 맥아피는 기술의 진보는 기술의 소유여부에 따라 부와 소득 불평등을 심화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고 했지만 날로 진화되어가는 디지털 기술에 따라 변화하는 투자방식 또한 따라잡지 못한다면 온전한 투자가로 거듭나기는 틀렸다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충분히 공부해서 익히지 않으면 돈벌기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2002년 존 고든이 쓴 <월스트리트 제국>은 현재 세계 경제와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의 350년 역사(1653-2001)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통사를 보여주는 한편, 사기와 협잡, 위험감수, 애국심, 권력을 향한 욕망, 천재성, 우둔함 등으로 점철된 '슈퍼파워' 월스트리트의 역사를 묘사했다. <플래시보이스>를 통해 본 오늘의 월가 역시 13년 전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책을 덮으며 “월가 금융인의 거듭된 실패는 부족해서가 아니라 충분함을 몰라서다.”라는 세계 4대 투자 거장이자 월스트리트의 성인이라 추앙되는 존 C 보글 일갈이 떠올랐다. 불평등(不平等)에 대한 해답은 ‘충분함을 알라Be Enough'가 아닐까.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80호)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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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눈 - 호기심의 문을 열고 전 세계 일상을 담다
얀 칩체이스 지음,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이주형 감수 / 위너스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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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일상을 탐구하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갑부중 5위를 기록한 잉바르 캄프라드(순자산이 429억달러-한화 약48조 원)는 43 개국에 338개의 매장과 15만 4천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스웨덴의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창업주다. 이케아가 현재의 성공을 구가하게 된 데에는 캄프라드의 남다른 사업수완과 함께 놀라운 관찰력과 논리적 사고력이 있었다.

 

1970년대 작은 가구업체의 젊은 사장이었던 캄프라드는 어느날 거래처를 찾아가 필요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탁자를 배치하고 사진을 찍은 뒤 이를 다시 포장하다가 탁자의 부피가 너무 커서 포장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때, ‘탁자가 커서 힘들다면, 작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캄프라드의 머릿속을 번쩍 스쳤다. 유레카!

 

캄프라드는 즉석에서 탁자의 다리를 떼어냈다. 그러자 포장의 부피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이거다!’ 캄프라드는 완성되지 않은 가구부품을 납작한 상자 안에 넣는 조립분해 방식을 도입해 ‘플랫팩 가구Flatpack Furniture’라 이름 짓고 이러한 방식을 이케아의 거의 모든 가구에 적용시켰다. 이케아의 플랫팩 방식은 포장의 부피만 줄여준 것이 아니라 큰 부피의 물건을 배송하며 생길 수밖에 없었던 파손 사고도 현격하게 줄여주었다.

그 뿐 아니라, 가구를 부분 포장해 부피를 줄이자, 고객들은 자동차를 직접 몰고 와 바로 가구를 싣고 가기 시작했다. 운송비와 조립비 부담이 없게 되자 이케아의 가구는 다른 업체보다 훨씬 싼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이케아의 가구들을 직접 조립하는 즐거움도 생겨나 이케아를 구입하는 또 다른 매력이 되었다. 이케아의 플랫팩 방식은 자국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을 장악하며 오늘날 전세계에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알리고 있다. 캄프라드의 뛰어난 관찰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이케아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생화학자 스젠트 기요르기는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탁월한 아이디어를 얻는데 관찰력을 연마하는 것보다 더 좋은 훈련은 없을 것이다. 생각의 첫걸음인 ‘관찰력’을 말한 책들을 소개한다.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관찰은 수동적으로 보는 행위와 다르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하며,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만일 우리가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주시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셀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생각의 탄생> 중에서

  

   

관찰의 눈

 

“현장이야말로 가장 창의적인 공장이라 할 수 있다. 문제를 발견하고 싶다면 맨몸으로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과 대조하며 신중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뒷짐만 지고 훈수를 두는 것은 문제 해결이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면, 모두를 충족하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새로운 아이디어가 실패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소비자의 내재된 심리나 제품에 대한 진솔한 의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소비자 중심이 아닌 기업 중심의 발상으로만 채워진 경우다.”

 

<나는 다른 것을 본다>의 저자 이자 2013년 한국의 마케터상을 수상한 송현석이 한 말이다. 한마디로 책상물림의 생각으로는 제대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앞서 소개한 <관찰의 힘>을 살펴봤다면 “도대체 저자(얀 칩체이서)는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관찰했다는 거야?” 하고 질문했을 것이다. 저자의 관찰력이 궁금하다면 <관찰의 눈>을 읽어야 할 차례다. 이 책은 저자가 쓴 일종의 ‘현장일기’다. <관찰의 힘>이 저자의 머릿속을 그린 이론서라면, <관찰의 눈>은 저자의 눈으로 바라본 현장의 모습과 가슴으로 느낀 감정들이 담긴 노하우가 담겼다.

수많은 화보와 감상들을 통해 저자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래의 모습을 찾아내는 생생한 현장을 사진일기 형식으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독자는 그 속에서 ‘기업들이 현장 조사에 투자를 하는 이유,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을 수 있다.

 

요즘 리서치 작업의 만능 열쇠는 ‘빅데이터’라 불리는 데이터 사이언스다. 데이터 중심의 접근방식은 전에는 알 수 없었던 통찰과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

 

‘중국 시장에서 성장하려면 어떻게 브랜드 포지셔닝을 해야 하나?’

‘주요 세계시장들에서의 소비자 요구는 어떻게 다른가?’

‘우리가 제공할 G4 전화 서비스의 틀을 잡아 달라’

‘우리가 새 상품을 내는 데 있어서 어떤 기회가 있는지 설명하고 제품을 위한 로드맵의 틀을 잡는 것을 도와 달라’

 

저자가 고객사들로부터 받는 질문의 종류는 다양하다. 하지만 답을 찾아내는 곳은 하나, 현장이다. 저자가 현장을 중시한 것은 목적이 입지적 현장(place)가 아닌 현장에 있는 사람(people)에 있다. 그는 ‘현장에서 사람 관찰하기‘의 중요한 이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사람들의 행동과 동기를 이해할 수 있다. 무슨 일(what)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방법(how)에 대한 이해와 이유(why)도 알게 된다.

- 기존 고객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고객층을 파악 소통하게 하고, 흥미로운 제품을 국제 규격에 맞춰 고립화를 막아 세계시장 진출에 도움을 준다.

- 혁신의 기회를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돕는다.

- 다듬어지지 않은 창조적 자료 및 통찰과 더불어 여러 가지 요구를 해결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우선적 이해를 제공한다.

- 아이디어에 관객을 몰입시킬 이야기를 얻을 수 있고 그러한 아이디어를 기업을 넘어서 더 넓은 곳을 몰고 갈 수 있다.

 

현장이야말로 관찰력이 창발할 수 있는 공간이자 창의적인 공장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싶다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과 대조하며 신중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자.

 

이 글은 삼성SDS가 매월 발행하는 사보웹진 사람@꿈 11월호에 소개된 북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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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힘 (반양장) - 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래를 보다
얀 칩체이스 & 사이먼 슈타인하트 지음,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이주형 감수 / 위너스북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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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래를 보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갑부중 5위를 기록한 잉바르 캄프라드(순자산이 429억달러-한화 약48조 원)는 43 개국에 338개의 매장과 15만 4천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스웨덴의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창업주다. 이케아가 현재의 성공을 구가하게 된 데에는 캄프라드의 남다른 사업수완과 함께 놀라운 관찰력과 논리적 사고력이 있었다.

 

1970년대 작은 가구업체의 젊은 사장이었던 캄프라드는 어느날 거래처를 찾아가 필요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탁자를 배치하고 사진을 찍은 뒤 이를 다시 포장하다가 탁자의 부피가 너무 커서 포장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때, ‘탁자가 커서 힘들다면, 작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캄프라드의 머릿속을 번쩍 스쳤다. 유레카!

 

캄프라드는 즉석에서 탁자의 다리를 떼어냈다. 그러자 포장의 부피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이거다!’ 캄프라드는 완성되지 않은 가구부품을 납작한 상자 안에 넣는 조립분해 방식을 도입해 ‘플랫팩 가구Flatpack Furniture’라 이름 짓고 이러한 방식을 이케아의 거의 모든 가구에 적용시켰다. 이케아의 플랫팩 방식은 포장의 부피만 줄여준 것이 아니라 큰 부피의 물건을 배송하며 생길 수밖에 없었던 파손 사고도 현격하게 줄여주었다. 그 뿐 아니라, 가구를 부분 포장해 부피를 줄이자, 고객들은 자동차를 직접 몰고 와 바로 가구를 싣고 가기 시작했다. 운송비와 조립비 부담이 없게 되자 이케아의 가구는 다른 업체보다 훨씬 싼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이케아의 가구들을 직접 조립하는 즐거움도 생겨나 이케아를 구입하는 또 다른 매력이 되었다. 이케아의 플랫팩 방식은 자국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을 장악하며 오늘날 전세계에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알리고 있다. 캄프라드의 뛰어난 관찰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이케아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생화학자 스젠트 기요르기는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탁월한 아이디어를 얻는데 관찰력을 연마하는 것보다 더 좋은 훈련은 없을 것이다. 생각의 첫걸음인 ‘관찰력’을 말한 책들을 소개한다.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관찰은 수동적으로 보는 행위와 다르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하며,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만일 우리가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주시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셀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생각의 탄생> 중에서 

 

 

관찰의 힘

 

책 <관찰의 힘>의 저자 얀 칩체이스의 주요 업무는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중국 청두의 암거래 시장에서는 '19금 동영상‘의 판매과정을 관찰하고, 말레이시아의 어느 도시에서는 고리대금업자에게 직접 돈을 빌려도 본다. 전 세계의 도시와 시골에 도착하면 그 지역 사람들의 뒤를 좇으며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 동안 출퇴근길, 쇼핑, 데이트 등의 일상생활을 스토커처럼 관찰한다. 그리고 그가 관찰·해독·분석한 결과물에 세계 유수 대기업들은 아낌없이 거금을 낸다. 글로벌 혁신 컨설팅회사 프로그frog 디자인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저자는 이 같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드러나 있는 곳에 숨겨진(Hidden in plain Sight)' 것을 제대로 관찰하는 일이야말로 혁신의 단서가 있고, 나아가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 승패가 갈린다고 말한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관점을 바꿔야 할 70여 억 개의 이유가 존재하며 그 수는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 큰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쿄의 기차역, 베이루트의 커피숍, 카불에 사는 어느 교사의 아파트처럼 한정된 세부 사항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요즘은 인터넷과 첨단 물류 및 공급망 관리 시스템 덕분에 세계 각국의 모든 사람이 고객이 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 아까운 기회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청소년 시절 핸디캡의 상징인 ‘치아 교정기’는 유독 태국 방콕에 사는 10대 소녀들에게는 ‘부(富)의 상징‘으로 통한다. 치아교정의 불편함과 추함은 미래의 미(美)를 위해 소비된 '부(富)'에 의해 가려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방콕 노점상에는 단돈 39바트(약 1400원)이면 부착할 수 있는 '가짜 치아 교정기'까지 등장했다. 치아 교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쓸모없이 끼워진 철사로 인한 아픔을 견뎌내면서도 '가짜 치아 교정기'를 감내하는 그들의 심리는 뭘까(약간이라도 성형수술한 티가 나기를 원하고, 수술붕대를 감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요즘 현대인의 심리와 꽤 많이 닮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할까? 그 답을 찾는 것이 저자의 임무다.

 

인도의 타타그룹은 인도의 저소득층을 위해 단돈 2900달러 짜리 국민차 ‘타타 나노’를 출시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시도라며 세계 언론은 주목했지만 정작 자국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오히려 가격이 꽤 부담스럽지만 비싼 브랜드의 자동차를 샀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저자는 동전 한 닢이라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저소득층이야말로 가장 까다롭게 지출하는 소비자군이라고 분석한다. 빚을 질망정 편안함과 안전성이 보장된 고급승용차를 선택한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었다. 이들에겐 ‘싼 게 비지떡’같은 제품을 살 여력이 오히려 없었던 것이다.

한편 르완다 마을 여인들은 매일 조금씩 갹출한 돈을 모아 매주 한 명씩 침대 메트리스를 사는 ‘계(契)’가 유행이다. 겉보기엔 매트리스 구입 같지만, 그 깊은 이면에는 짚으로 된 형식적인 침대 대신 편안한 매트리스를 구입해 남편들이 일찍 집에 들어오게 하기 위한 투자였다. 메트리스 구입은 가족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투자였다.

 

“현상과 사물을 이해할 때 데이터가 측정하지 못하는 부분, 즉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창의성이란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맥락을 찾아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중요하다.”며 창의적인 생각을 갖고 싶다면 현실세계에 직접 뛰어들어 사람들이 말과 행동을 어떻게 하는지 직접 관찰하고 ‘왜’라는 질문을 다섯 번 이상 해 보라고 말한다. 일독한다면 마지막장을 덮을 때 즈음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비틀어보는 저자의 시각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삼성SDS가 매월 발행하는 사보웹진 사람@꿈 11월호에 소개된 북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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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주의 -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 한국 자본주의 1
장하성 지음 / 헤이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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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1세기 자본>이 던진 화두에 대한 답이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는 피케티 효과로 뜨겁다! 40대 초반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쓴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장경덕 옮김, 글항아리, 2014)이 주인공이다. 영어로 695페이지, 국내서로는 820페이지에 이르는 대단한 분량의 이 책은 2013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것을 2014년 4월 하버드 대학 출판부가 출간하자마자, 전 세계 각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1세기 자본』의 요체는 이렇다. “자본 수익률이 노동 수익률보다 높기 때문에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결국 자본주의가 붕괴될 것이다. 그리고 능력 중심주의가 급격히 훼손되고 이를 토대로 한 민주사회가 망가진다.” 피케티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쥐꼬리만큼 커가는 연봉으로는 LTE 속도로 높아진 아파트 값을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을 살고 있어서다. 

   하지만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말뿐인 푸념수준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부의 분배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자본주의가 잉태되기 시작한 17세기부터 21세기 오늘날까지 무려 300여년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역사·경제 자료와 통계를 갖고 과거 프랑스, 미국, 영국, 일본 등 20개 이상의 나라를 대상으로 세무 통계를 내고 그 추이를 수치화하여 주류경제학과 정면으로 맞섰다. 


   1968년, GM의 CEO가 벌어들인 소득은 기본급과 수당을 다 합쳐 GM 일반 노동자의 66배였다. 하지만 오늘날 월마트의 CEO는 월마트 일반 노동자 임금의 900배에 달하는 돈을 번다. 그 해 월마트 창업자 가족의 총재산은 대략 900억 달러로, 이는 미국의 하위 40%, 즉 1억 2천만 명의 총소득과 맞먹는 규모였다.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2년 4월 기준 우리나라 소득 상위 1%가 한 해 동안 벌어가는 돈은 16.6%로 38조 4천 790억 원에 달한다. OECD 국가 중 미국의 17.7%에 이어 두 번째다. 회사는 커져도 노동자들의 삶은 위축되고, 노동 생산성에 미치지 못한 실질 임금의 감소는 기업이 잘 되도 가계에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음으로써 노동자들의 삶을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불평등은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해졌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79년부터 2008년까지 하위 10%의 월소득이 101만 원 증가하는 동안 상위 10%의 월소득은 888만원이 늘어났다.   

   피케티는 오늘날 부의 불평등 상황에 대해 소득 상위 1%에 해당하는 이들이 정치 영역과 결탁해 그들만의 리그를 구조화하고 있는데, 이는 19세기 ‘세습자본주의’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 같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피케티는 두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첫째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고소득자 누진과세(글로벌 부유세)를 통해 소득세의 누진 구조를 강화하고, 둘째는 교육의 공공투자로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피케티의 대안에 대한 논쟁은 『21세기 자본』의 등장만큼 뜨겁다. 이코노미스트는 “마르크스보다 크다”고 호평했고,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경제학 저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적 분석이라기보다 이데올로기적 장광설에 불과하다”고 말했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너무 이상주의적인 정치 발상”이라고 혹평했다. 

   그도 그럴 것이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자신이 제안한 글로벌 부유세의 실효성에 대해 “글로벌 자본세는 유토피아적인 아이디어다”라며 스스로 비현실적인 것임을 먼저 밝혔고, “가까운 미래에 자본세와 유사한 제도 도입에 동의할 나라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라고 말한 바 있다.  


 

   피케티와 견해를 달리한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책 『위대한 탈출』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성장의 유인책(인센티브)이며, 경제를 성장시키고 삶을 개선한다.”며 오늘날의 핵심 문제인 빈부격차, 즉 불평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연합군의 포로수용소 탈출을 소재로 한 영화 <대탈주The Great Escape>에서 제목을 따온 이 책은 “포로수용소로부터 탈출에 성공한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남겨졌고, 또한 도중에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다. 빈곤과 죽음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인류의 시도 역시 이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즉 “성장은 빈곤과 결핍에서 인간을 탈출시키는 원동력”이고, “불평등은 성장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성장과 진보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소득면에서 전 세계에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1981년에는 약 15억 명이었지만, 2008년에는 인류 인구가 20억 명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8.5억 명으로 감소했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환산하면 빈곤인구 비율이 42%에서 14%로 빠르게 하락한 것이다. 

 


   한편 디턴 교수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케티 식으로 잘 사는 국가를 만들려 하면, 과거의 인류가 겪었던 빈곤과 죽음을 다시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장이 빈곤층의 경제적 희생에 의해 생겼다는, 제로섬게임처럼 생각하는 피케티의 사고가 우리 사회에 퍼지면 우리는 다시 빈곤에 빠져 허덕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주의는 불평등 때문에 발전이 된다는 디턴 교수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얼마 전 내한해서 강연을 했던 피케티 교수는 “불평등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효용이 있지만 너무 심해지면 성장을 저해한다. 어느 정도가 ‘과도하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현재의 불평등은 전쟁과 혁명을 촉발했던 20세기 초 수준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장하성 교수의 반론이다. 그는 최근 펴낸 책 『한국 자본주의』를 통해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불평등 구조 문제를 이야기한 『21세기 자본』의 내용을 한국에 적용해서 우리의 불평등을 살필 수 있는가 묻고,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자답한다. 

 

   그는 나라마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현재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피케티의 분석 결과를 다른 나라에 일반화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면서 피케티가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을 포함한 모든 신흥 시장 국가들에서 ‘자본수익률(r)>성장률(g)'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피케티가 구한 자본 수익률의 경우 한국은 피케티와 같은 방법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료가 최근에서야 공개되었기 때문에 2011년과 2012년의 자본 수익만 구할 수 있는데, 이 수치를 대입하면 ‘자본수익률(r)>성장률(g)'과 반대의 경우가 된다. 마찬가지로 35여 년의 주식, 채권, 예금과 같은 금융자산의 수익률과 부동산의 가격 상승률을 구하면 한국의 경우에는 자본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장하성 교수는 200년이 넘는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거대한 자본을 축적했고, 금융자산의 비중이 큰 선진국 대상의 분석 결과로부터 도출한 피케티의 자본세 정책대안으로 한국의 불평등 구조를 바꾸겠다고 나선다면, ‘학문적 사대주의’가 반복될 위험이 있고, 만약 한국경제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는 한국의 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큰 오류를 범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진국과 유사한 경제학적 모순들이 표출되는 것을 목격하기만 하면 언론과 학자들이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라고 진단하는데, 사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개혁이란 특정한 이념에 기반을 두었다기보다는 기본적인 시장질서라도 갖추자는 큰 틀에서 왔으므로 ‘신자유주의’라고 일갈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한국 실정에 맞는 장하성 교수의 소득 불평등 구조 완화책은 뭘까? 적극적인 노동정책이나 임금정책이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이유는 기업들이 임금으로 분배하는 몫을 줄여온 기업 행태의 문제와, 임금도 낮고 고용도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자영업 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노동 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으므로 ‘초과 내부유보세’와 ‘업무 존속기간을 기준한 정규직 전환제’와 같은 정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견해다. 마지막으로 장하성 교수는 시장의 작동 방식 때문에 불가피하게 초래된 불평등한 결과가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에 반한다면 이를 제어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시에서 세 명의 손자를 돌보는 가난한 할아버지가 일감이 없어서 끼니를 때우기 어려웠다. 손자들이 배고파 우는 모습을 보다 못한 이 할아버지는 빵집에 들어가 빵을 훔쳤고 곧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이 사건을 맡은 판사는 이 노인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판사는 노인에 대한 단죄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을 포함한 뉴욕 시민 모두의 책임이라고 선언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벌금을 부과하였고, 재판정에 앉아 있던 방청객들에게도 벌금을 내게 하였다. 그리고 즉석에서 벌금을 걷어서 노인에게 주었다. 노인을 벌금을 물고 남은 돈을 받아 쥐고는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떠났다. 미국 역사상 명판결로 손꼽히는 라가디아F. Laguadia 판사의 판결은 과연 무엇이 이 불쌍하고 힘없는 노인으로 하여금 빵을 훔치게 만들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시장에도 ‘정의’가 필요한 때가 왔다. 우리가 어떻게 이걸 풀어나가야 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정의가 사라져버린 시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사회 지성계에 새로운 담론을 제공하며 ‘정의’에 대한 화두를 던졌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자신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한 말이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시장 경제를 의심 없이 믿어 왔다. 시장경제가 공공의 이익을 성취할 주요 수단이라고 추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샌델 교수는 지금과 같은 시장에 대한 맹목적 신뢰는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시장경제가 ‘공공의 이익’을 성취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져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가치 있는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는 그러나 이것이 ‘도구’일 뿐, 삶의 마지막이나 좋은 사회의 의미 또는 우리와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가져야 할 미덕에 대해 답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시장은 결코 윤리를 대신할 수 없고, 민주주의나 지역사회를 대신할 수 없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전하는 메시지는 시장 경제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서 한걸음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리뷰는 <동국대학원 신문>(186호) '인문산책'에 기고한 리뷰 입니다.

바로가기 - http://www.dgugs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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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10년 -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

 

 

 

   우석훈이 돌아왔다. 김미화, 선대인과 함께 ‘나는 꼽사리다‘로 전국을 달궜던 ’우띨‘이 마이크 대신 펜을 들어 독자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주머니는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일본식 장기불황이 우려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이미 불황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을 모델로 놓고 ‘우리보다 먼저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인들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게 될 길이 보인다’는 저자의 생각이 이 책 전체를 이끌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경제의 전체적인 흐름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10년간, 쉽지 않은 시간이 흐를 것이다. 10년 후에 한국경제의 본진이 될 가장 중추적인 집단이 30대다. 이들을 어떻게 한 명이라도 덜 죽거나 덜 다치게 해서 무사히 다음 흐름까지 버티게 할 것인가,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한국경제의 재약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거의 유일한 해법이기도 하다.” 27쪽

 

   키워드는 생존. 일본 정부와 정치는 20년 내내 실패를 거듭하고 있지만, 일본 국민들은 훨씬 더 궁색해지고 씀씀이가 줄어들망정 높은 저축률을 자랑하며 실패하진 않았다. 힘든 시절을 먼저 겪은 그들을 통해 국내 현실을 투영한다면 불황의 탈출구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선 ‘집 살까, 말까?’다. 최근 언론에서는 지금이 집을 사는 최적기라고 연일 떠들고 있는데, 결론을 먼저 말하면 저자는 ‘집 사지 말고 차라리 월세로 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지금 오늘의 일본처럼 ’집을 사는 것이나 대출을 갚는 것보다도, 파는 게 더 힘든 시기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파트의 환금성(換金性) 측면에서 ’500세대 이상 아파트는 현금이나 다름없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다. 꾸준히 떨어질 뿐 오를 생각이 없는 아파트를 누가 살 것인가. 더구나 옛날처럼 시세차익 남기고 나중에 팔 집을 찾는다면 아예 살 생각일랑 접어야 한다.

   ’집 처분이 어려워졌다‘는 말이 담고 있는 무거운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몇 해 전 저축은행 사태 때 0.1%의 이자를 더 받겠다고 저축은행에 저축했다가 원금을 날린 예금피해자들을 떠올리면 덧정 없을 것이다.

   한편 만약 전세를 살고 있다면 재산권 확보를 위해 필히 ‘전세권’을 설정해야 한다. 불가능하다면 확정일자라도 확실히 받아두어야 한다. 현재는 가급적 월세는 사는 것이 좋다. 저자는 최소한 이번 정부 말기와 다음 정부의 정책을 기다리면서 월세로 살면서 이를 ’미래 리스크에 대한 회피비용‘이라 생각하고 버티라고 조언한다. 종합해 보면 ’한동안 일반인이 부동산으로 돈 벌기는 틀렸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다가올 10년 불황에 개인재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축밖에 없다. 더 벌수 없다면 원금보장이라고 확보해야 한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의 저축률은 놀라울 정도다. 이에 대해 뒤집어 해석하면 일본인들이 소비를 안 해서 일본경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살아남아서 일본경제가 아직도 유지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98쪽

 

   우리의 20대는 ‘88만원 세대’지만, 일본의 20대는 저축률이 35퍼센트에 달한다. 대한민국 30대는 마이너스통장 등 '생계형 가계대출'로 겨우 버티지만, 일본의 30대는 30퍼센트의 저축률을 자랑한다. 불황의 긴 터널을 위해서 재무조정이 시급하다.

   10년 후를 보장받으려면 시급히 마이너스 통장을 청산하고 더 많은 저축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 해법으로 저자는 최소한 ‘1 년치의 생활비’를 비축하라고 말한다. 돈이라는 것이 참말로 요물이다. 돈이 없으면 오만가지가 먹고 싶어지고, 솜이불을 뒤집어써도 추위를 탄다. 하지만 ‘넉넉하다’고 느낄 만큼의 돈이 있다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기운이 나는 법이다. 저자가 말하는 이 1 년치의 생활비는 투자를 위한 시드머니(종잣돈)아니라, 불황동안 겪을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불안을 덜어줄 일종의 쌈짓돈인 셈이다. 여윳돈을 가지고 있으면 심리적 안정 덕분에 오히려 실제 지출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불황대비를 위해 돈을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대답은 지극히 싱겁다. 1년짜리 정기예금 형태로 계속 묶어두는 것이 안전하다. 은행 이자율이 낮다거나, 차라리 펀드로 수익률을 높인다는 등의 신문 헤드라인 같은 말은 저축액이 10억 원 정도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이하의 여유자금을 가진 우리에게 이자율이나 수익률 자체를 따지기는 무의미하다. 안전이 최고. ‘은행 이자율이 낮더라도 생돈을 날리는 것보다는 그 돈을 모아 묶어두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한편 더 말 할 것 없이 불황에 신용카드는 적이다.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사고 싶은 충동과 구매하는 순간의 시간 격차가 거의 없다. 소비가 불편한 ‘일상’을 만들어야 돈을 모을 수 있다. 신용카드를 가위로 잘라내든지, 굳이 있어야 한다면 물을 붓고 냉동고에 넣으면 어떨까. 그러면 얼음이 녹는 동안 ‘정말 이 제품(서비스)를 구매해야 할까’ 고민하는 시간을 벌테니까.

 

   이 책의 백미는 육아와 교육에 대해 논한 4장(불황 10년, ‘나쁜 교육’이 치료되는 시기)였다. 미래에셋 부회장 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강창희 소장은 책 <당신의 노후는 당신의 부모와 다르다>에서 노후 대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자녀교육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언제까지, 얼마나 자녀를 도와주어야하는가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집 맏아들 출세시키기 식‘으로 올인 했다가 노후에 후회가 막급인 부모가 적지 않다.

   특히 지금 성행하고 있는 조기유학, 영어 조기교육, 선행학습 등 사교육 열풍은 ’낭비‘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국내영업에는 선후배로 얽힌 명문대생이 낫고, 해외영업에는 차라리 현지인을 고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평가로 조기유학생은 요즘 취업에서 찬밥신세다. 또 선행학습을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선행학습의 성과가 확실하다면 시행하지 않을 선진국은 단 한 나라도 없다. 선진국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이유는 도움이 안 될뿐더러 문제가 많아서다. 저자도 같은 생각이다.

 

“선행학습의 폐해는 명확하다. 놀기도 하고, 독서도 하고, 새로운 경험도 해야 하는 시기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 학생들은, 잘 되면 학습의욕 상실, 잘못되면 스트레스 과다에 의한 우울증이다. 일반계 학교든 특수학교든, 학교에서 하는 내용에 대해서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흥미를 잃는 것은 덤이다.” 217쪽

 

 

   보통 과외를 하면 두어 달 후 시험결과 만으로 과외효과의 여부는 금방 파악된다. 하지만 선행학습은 그게 불가능하다. 저자는 몇 년 후에 배우게 될 과정을 미리 학습시키기 때문에 그 효과를 알 길이 없다. 혹 배우고 있는 내용을 모른다고 해도 자질이 부족해서 모르는지 어떤지 잘 모른다. 더 황당한 것은 그냥 돈만 내주는 부모는 더더군다나 모른다는 점이다. 효과도 모르는 채 남이 하기에 뒤쳐질까봐 돈을 지불하는 선행학습, 저자는 자본주의에 있어 이보다 더 기가 막힌 상품은 없다고 단언한다.

 

   2012년 현재 명목 사교육비 총 규모는 19조원이었다. 2007년 사교육비 통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사교육비 총액이 처음으로 20조원 아래로 떨어진 숫자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6천 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의 약 11.7% 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다른 모든 지출을 줄이더라도 마지막까지 지키는 것이 교육비 지출이었다. 사교육비, 그래도 쓸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반가운 책. 어설프니가 아닌 경제이론과 비즈니스에 정통한 경제전문가 우석훈이 전하는 생활경제 노하우가 가득 담겼다. 독자가 지식인들에게 듣고 싶은 말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저자 역시 에필로그에서 ‘무조건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 매우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전수했던 경제 노하우들을 가감 없이 적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얇아진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면 필히 일독해야 한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78호)에 기고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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