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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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랜만에 만나는 본격 부자관련서다. 10년 전인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10억 부자 되기와 같은 재테크 관련서가 하루에 몇 권씩 나오곤 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닥쳐온 불황기에는 비슷한 류의 책마저 자취를 감췄다. 하기는,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있는 재산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1/3씩 줄어드는 판국에 무슨 돈 모으는 이야기 일까. 재테크책이 환영받을 리 없다. 설령 있다 손치더라도 부채를 줄이는 법이라던가 불황의 시대 가계가 대처해야 할 법 등에 관한 책들이 대다수였다. 아니면 위기가 곧 기회라고 저자들이 투자해서 돈 버느라 정신없어 책을 내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지난 해 말부터 조금씩 부자서와 재테크 책이 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책들은 10년 전에 나왔던 재테크 책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전에 나왔던 재테크 책이 1020억 부자 등 숫자 늘리기에 치중했다면 요즘은 행복한 부자되기라던가 소유보다는 경험을 누려라와 같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이 책<부자의 그릇>도 최근의 경향에 부합되는 책이다. 핵심 메시지는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가 될 그릇부터 먼저 키워라라는 부자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 돈의 교양과 본질을 전파하고 있는 경제금융교육 전문가가 교양 소설 형식의 메시지를 통해 부자가 되는 자신의 그릇을 키우고, 돈과 인생의 진짜 주인이 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이즈미 마사토라는 사람인데 일본 파이낸셜 아카데미 주식회사 대표이사라고 하니 금융교육 베테랑이라고 봐도 되겠다.

일본 최대의 독립계 파이낸셜 교육 기관인 파이낸셜 아카데미는 현재 수강생이 6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경제 입문과 회계, 재무, 경제신문 보는 법, 자금 계획에서 주식투자 교실, 부동산투자 교실 등의 투자 학교까지 폭넓은 재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한 교육기관이 아닐까. 저자의 마인드에 공감하니 책을 온전히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더 들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살펴보자면 한때 연매출 12억의 주먹밥 가게 오너 였던 주인공은 소위 초심자의 오류로 인해 도산하여 3억 원의 빚을 짊어지고 할 일 없이 매일 분수대 근처를 방황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서울역이나 종로 등에서 자주 보는 노숙자들 중 몇몇도 이런 경우를 만난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 주인공은 어느 추운 날 100원이 부족해 자판기 음료 하나 먹지 못할 정도의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그러다 스스로를 조커라고 부르는 노인이 건넨 100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7시간에 걸친 그들의 대화가 시작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조커라는 사람은 사업으로 크게 부자가 된 노인이었고, 이 노인이 주인공을 만나게 된 데에는 우연이 아닌 이유가 따로 있었다.

 

신용이 두터운 사람에게 돈이 온다.“ 즉 신용이 돈을 끌어당긴다는 말은 깊이 공감한다. 돈은 타인으로부터 들어오며, 결국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나의 통장에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뜻인데, 부자라면 열이면 열, 한결 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 ”약속은 칼같이 지켜야 한다, 그래야 신용이 두터워져서 장사할 기회도 생기고 그런 기회가 많아지면 부자가 된다.“의 중심엔 신용이 들어 있다. 타인의 믿음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큰 재산이 된다는, 부자라면 아는 신용의 원리를 우리는 너무 가볍게 여긴다.

 

예를 들어 제 아무리 금리가 1퍼센트대라고 하더라도 돈을 모으려면, 돈을 믿고 맡기려면 은행밖에 없다(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는 일본의 저축률은 여전히 높은 이유, 원금이라도 잃기 싫어서다). 은행 지점 한 곳을 주거래 은행으로 삼고 월급통장은 물론 예적금까지 꾸준히 거래를 하다 보면 지점과의 신용도는 차츰 높아진다. 1 금융권인 은행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10%대 이자를 감수한다고 해도 단 한 푼도 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주거래은행의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게는(불쾌하게도 은행의 신용도는 마치 유리지갑을 보듯 고객의 현금이동을 은행이 훤히 읽을 수 있을수록 높아진다. 그래서 돈 떼일 염려가 전혀 없는 사람은 신용도가 최고다) 3~4%대 금리로 대출해 준다. 카드 역시 한 번도 연체를 하지 않으면 사용한도는 끝없이 증가하지 않던가. 이런 것이 신용도가 돈으로 변신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이 여기까지라 아쉽고 안타깝다. 스토리의 구성도 엉성한데다 마지막엔 극적인 요소를 더해 황당하기까지 하다. 소설형식의 재테크서가 갖는 치명적인 실수는 스토리와 핵심이 따로 논다는 것인데, 이 책도 이 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주제와 핵심이 주는 메시지는 약하고, 논리 역시 엉성하다. 서사의 구성이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의 7시간으로 한정한 것이 치명적인 실수 같다.

사업에 실패한데다 가족에게까지 버림받은 주인공에게 두터운 신용이 돈이 된다는 메시지가 과연 어울릴까 의문이다. 만약 스토리처럼 주인공이 재기에 성공한다면 제 스스로 딛고 일어선 것이 아니라 몸 아픈 딸아이가 조커와 친해진 덕분이 아니고 뭘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캔 블랜차드의 짧은 경영우화들이 찬사를 받는 이유를 알 듯 하다. 차라리 6년 전에 읽은 <돈의 교양>(리뷰 http://blog.daum.net/tobfreeman/7162821) 더 유익할 것 같다. 이 책이 올해 꽤 많이 팔린 것으로 아는데, 필경 시의적절성덕분이었으리라.

리뷰를 쓰는 내내 나았던 점을 찾으려 애를 써 봤지만 찾기 어렵다. 그나마 핵심 메시지가 신선하지 않았더라면 리뷰조차 쓸 마음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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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을 팔다 - 다이칸야마 프로젝트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백인수 옮김 / 베가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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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은 책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곳

 

얼마 전 서울역 지하에 있던 서점 철도 문고가 문을 닫았다. 처음 그곳을 들릴 때만 해도 나처럼 열차에서 책을 읽을 책을 고르는 사람들로 꽤 북적였는데, 마지막으로 들렸던 올해 초엔 한 시간 내내 여직원과 나 단 둘 뿐이었다. 열차 시간이 남으면 들려 책을 뒤적이던 기차 한 량 길이의 직사각형 서점이 사라지니 활자매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서점이 일찌감치 고사(枯死) 위기를 맞았다는 말이 새삼스러웠다.


서점은 책 파는 곳이상의 공간이다. 시인이자 철학자인 장석주이 서점은 힘든 인생의 항해에서 등대와 같이 인생의 바른 지침을 주는 책들로 가득했고, 깃발이 찢겨 귀환했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등대라고 말했던 것처럼 집과 일터 다음가는 3의 공간은 스타벅스가 아니라 서점이다. 그런 서점이, 그 많던 서점들이 이제 거의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19945500여개였던 서점숫자가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해 말에는 1625개까지 줄어들었다. 500평 이상의 대형서점도 200943개에서 2011년에는 25개만 남았으며 현재도 그 폐업 숫자와 속도가 심상치 않다. 몇 안 남은 오프라인 대형서점은 물론 심지어 온라인 서점마저 경영난을 호소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이지 죽어라고 책을 읽지 않는가 보다. 서점이 사라진다는 건 일개 사업장 하나가 폐업하는 정도를 넘어 국가로서 국민의 휴식공간이자 지식공간을 잃어버리는 큰 손실 일진대, 정부는 관심조차 없어 보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서점들도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책이 진열된 서점 내부 한편에 생맥주 바를 갖추고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 등을 배치한 서점 겸 술집도 있고, 소설이나 독립출판물만 모아 파는 서점이 입소문을 타는가 하면 고양이 애호가를 겨냥한 고양이 전문 서점도 생겼다. 이런 변화의 핵심은 책만 팔아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고객들이 서점에 들어와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만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만든 것인데, 이는 마치 백화점이 매출이 떨어지자 전국의 맛집을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 몰아넣고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처럼 주객이 전도된 듯 어딘지 모르게 책이 천덕꾸러기가 된 느낌이라 마뜩찮다.

 

그러던 차에 읽은 <라이프스타일을 팔다>는 오프라인 서점이 나아갈 방법을 제시해준다. 이 책은 35 평의 작은 동네서점에서 시작해 1,394 개의 프랜차이즈 점포를 움직이는 문화기업 츠타야(TSUTAYA)의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쓴 책으로, 창업 후 30년 동안 승승장구하는 츠타야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인 소비자의 문화욕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11년 출간된 이 책은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라는 일종의 서점설립을 위한 기획서다.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에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약 12,000의 부지에 츠타야의 대형 매장 3곳과 다양한 전문점을 세운 T-사이트라는 공간을 완성하는데 앞서 이 서점이 창조하는 거리에 어떤 생각으로 어떤 시설을 세우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실제 매장의 형태로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나기 전에 말로 정리함으로써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화제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간의도 자체가 놀라운 기획이었다.

 

이 책의 결과물로 탄생한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전 세계 서점 100여 곳 이상을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 시미즈 레이나가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포르투갈, 일본 등 세계 각지의 아름다운 서점 스무 곳을 소개한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학산문화사)에도 소개된 바 있는 서점으로 이 책에서는 구 야마테 거리 한 켠의 녹음이 우거진 곳에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는 책의 숲이자 도심 속 파라다이스라고 평가했다.

 


 

츠타야는 어떤 곳일까? - http://2bfreeman.blog.me/220389426307

 

 

저자는 츠타야에서 판매하는 것은 CD, DVD, 서적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다.”(58)라고 주장한다. 라이프 스타일은 제품 판매를 위한 기술보다 기업이 세상에 제시하려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고객에게 소유가 아닌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을 뛰어넘는 새로운 주체가 되고 있는 요즘, 대여를 고객의 소유라는 개념을 확대시켜주는 서비스라고 판단한 탁월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영상이나 음악, 책은 의식주와 달리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틈틈이 소유하고 싶은 기회는 반드시 존재하는 컨텐츠가 아니던가.


또한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주고객을 60세 전후의 단카이 세대를 타겟으로 삼은 저자의 판단도 놀랍다. 1983년 츠타야가 처음 생겼을 때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던 50~65세의 그들을 프리미어 에이지(premier age)로 명명하고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은 그들을 위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저자의 이러한 타켓 선정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인구변화에도 맞아 떨어진다. 만약 츠타야가 20~30대를 주고객으로 삼았더라면 매년 1%의 매출감소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50~70대의 회원 비율이 높아지자 츠타야는 해마다 두 자리 수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당일날 무료로 책을 받을 수 있는 오늘날, 츠타야 서점은 점차 사라져가는 오프라인 서점이 어떤 의미로 존재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렇다면 저자가 찾아낸 고객들이 원하는 서점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도쿄라는 도심 속의 리조트였다.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우한 장소로 리조트가 존재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소속한 사회와 멀리 떨어진 장소에 가서 자신의 주변과 타인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즉,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넓은 바다가 보이는 장소에서, 혹은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곳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해외의 멋진 리조트를 꿈꾸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80)

츠타야 서점이 보유한 서적은 총 20만 권. 하지만 결코 서적량에 압도당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인테리어를 갖췄다. 대부분의 서적은 성인 남성이 손을 뻗었을 때 닿을 수 있는 높이에 자리하고 있고, 책을 읽기에 딱 좋은 조명, 그리고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의자, 책은 물론 음악과 영상을 독립적으로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서점 내에 있는 스타벅스는 프리미엄 라인인 스타벅스 리저브 원두를 사용해 드립커피를 내고 있다. 한편 츠타야 서점은 판매와 응대라는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제안을 서비스화한 전문 인력인 컨시어지(concierge)30여명 운용하고 있다. 이곳에 상주하는 컨시어지는 대부분 해당 분야 직종에 몸담았던 전문가로 도서 선택 뿐 아니라 분야별 전방위 컨설팅을 도와주고 있다. 한마디로 츠타야 서점은 천국이 있다면 아마도 아름다운 서점을 닮았을 것이라던 구본준 기자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곳이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한 가지는 옛날 우리 동네 주변에 있었던 음악CD와 도서를 함께 구비한 비디오대여점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츠타야는 어떻게 30여 년 동안 승승장구할 수 있었을까? 살펴보니 츠타야는 서점이라고 하는 업()의 본질, 그리고 고객에 대한 본질 추구에 매달렸다. 창업 초기 츠타야 매장의 영업은 DVD, CD의 대여가 중심이었다. 대여 매장의 본질은 고객을 대신해 '있으면 좋겠지만 매순간 필요한 것은 아닌 특수한 상품'을 소장해 두는 곳이다. 이런 본질 때문에 심야영업도 시작했다.

저자는 유통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고객을 파악하라. 변하지 않는 고객가치를 간파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라고 강조한다. 즉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고객을 얻고 싶다면, 기업은 고객이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것을 창조하고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은 혁신이라고 해서 세계 최초의 시도, 어디서도 보지 못한 센세이션할 만한 것을 추구하지만 사실 고객은 특별히 새로운 서비스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느끼기에 쾌적하고 높은 가치의 서비스를 원할 뿐(25)이라는 것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전통여관이 아직도 고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클릭 한번으로 책을 살 수 있는 시대, 종이책과 서점은 구물(舊物)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수많은 독자들이 아직도 서점을 찾고 있고 그곳에서 빳빳한 종이책을 손끝으로 느끼며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서점은 단순한 책을 파는 소비공간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이야말로 서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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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rans7 2015-08-31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치보이님의 서평을 읽고 바로 주문을해서 읽었습니다.라이프 스타일을 팔다라는 책 제목처럼 참으로 함축적인 책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삶의 경영 철학이 묻어나는 녹록하고도 향기로운 책이었습니다. 이 책 한권으로 행복한 휴가를 보내게 해주셔서 리치보이님 께 감사드립니다.

리치보이 2015-09-21 13: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aurans7 님.

우선 댓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리뷰로 추천한 책을 직접 구매해서 읽어주시고 이렇게 댓글까지...정말 감사합니다. 리뷰쓴 보람을 느낍니다.^^ 말씀대로 올바른 생각의 경영자의 제대로운 책은 만나기 힘듭니다. 놀라움에 앞서 존경감이 드는 경영자는 이런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요, 특히 책을 즐기는 독자로서는 더욱 그렇죠. 들리시면 종종 댓글 주세요.^^

 
나음보다 다름 - 기획에서 마케팅까지, 무엇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홍성태.조수용 지음 / 북스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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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인식에 차별점을 심어라

 

   한 세대 전만 해도 기업이 슈퍼갑()인 시절이었다. 생산되는 제품이 많지 않던 그때는 제품을 만들기가 무섭게 들었다 번쩍하고 팔려나갔다. 심지어 채 만들지도 않은 제품에다 선금을 주고 예약하는 백색가전이 있던 시대였으니 요즘 재벌은 그 시절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엔 소비자가 수퍼갑이다. ‘필요의 소비가 아닌 욕망의 소비를 하는 소비자에게 기업이 어필하는 방법은 온전히 그들의 입맛에 맞추는 방법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은 불황의 시대가 아니던가. 돈이란 게 참 무섭다. 지갑이 거북이 등처럼 두꺼울 땐 딱 1초만 생각하고 돈을 지르던 소비자들이 껌딱지처럼 얇아지니 좀처럼 돈 꺼내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이런 요즘 어떻게 해야 더 잘 팔릴까하는 기업의 고민에 답은 딱 하나, 차별화뿐이다.

   그런데 너나할 것 없이 차별화를 외치지만 차별화란 게 결코 쉽지 않다. 기능에서 차별화하자니 버튼 50개가 넘는 리모컨 같은 결과가 나오기 일쑤이고, 남보다 한 푼이라도 더 싸게 팔다보니 결국 제살 깎아먹기식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제대로운 차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여기 차별화에 대한 기가 막힌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주당 200달러가 넘던 애플의 주가는 5달러 아래로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었다. 망해가는 애플호의 선장이 된 잡스는 제일 먼저 직원들을 불러 그간 개발 중이었던 애플컴퓨터가 경쟁사보다 얼마나 더 나은지에 대한 브리핑을 듣다가 한심하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이렇게 일갈했다. “경쟁사보다 더 잘 만드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르게 만들 궁리를 하세요.(Better is not enough. Try to be different)."

 

   <나음보다 다름>은 마케터들이 그토록 어려워하는 차별화를 제대로 짚어낸 책으로 잡스의 일갈에 연장선에 있다. 제목에서 보듯 차별화의 정답은 나음이 아닌 다름에 있는데, ‘다름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하는 추가된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책 전반에 걸쳐 두루 담겨 있다. 주목할 점은 훌륭한 저자들의 라인업인데, 최근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마케팅 석학이자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의 저자 홍성태 교수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광고 없는 브랜드 월간지로 유명한 <매거진 B>의 발행인 조수용이 함께 썼다. 이론과 실전의 대가들이 만났다는 점만으로도 마케팅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다. 저자들은 차별화는 엔지니어가 아닌 마케터가 만드는 것이고, 차별화의 방법은 아주 작은 차이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술의 차별화는 한계가 있다. 리모컨에 버튼 몇 개 더 추가되는 정도는 더 이상 차별화가 될 수 없다. 그러다간 후발주자에게 흉내만으로 따라잡히거나 뒤통수맞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제가 아닌 인식에 차별점을 둬서 소비자의 마음속에 하나 밖에 없는 제품이라고 인식시킨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러시아의 로모카메라가 좋은 예이다. 로모카메라는 렌즈의 광학적 왜곡이 심한 탓에 의도한 대로 사진이 나오지 않아 기술적으로는 라이카나 콘탁스와 같은 카메라 명가에 비하면 엉성하기 그지없는 카메라다. 하지만 로모카메라는 반대로 생각해 기대하지 않았던 사진이 나온다는 이 단점을 차별점으로 삼자, 그저그런 카메라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로모카메라의 특별함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이처럼 의미 있는 차별화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인식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마케팅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아무리 차별화를 꾀했다 하더라도 일정한 궤도에 올릴 강력한 추진 동력이 없다면 소비자의 주목을 얻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진다. 브랜드를 소비자의 시선에서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 경쟁력 요소들은 바로 저가격, 가성비, 기능, 품질, 명성이다.

   즉 차별성에 경쟁력을 더하려면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선도 브랜드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던가(저가격), 선도 브랜드보다 제품의 품질에 충실하되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던가(가성비), 선도 브랜드가 갖지 못한 기능을 첨가할 수 있던가(기능), 선도브랜드보다 훨씬 뛰어난 재질과 제조방식으로 생산해 품질로 승부할 수 있던가(품질), 문화적, 사회적 호감도까지 더해서 명성을 내세울 수 있어야(명성) 한다. 하지만 제품상의 차이를 내세우는 차별화에는 한계가 있다. 더 비싼 값을 기꺼이 치르게 하고, 안 살 것을 사게 만들고, 사고 또 사게 만드는 진정한 차별화는 인식상의 차별화로 완성된다.

 

인식상 차별화의 핵심은 남들이 갖지 못한 독특함을 갖는 것이고, 그러한 독특함을 어필하는 데는 최초(First)'이거나 유일(Only)‘하거나 최고(Best)'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세 가지 방향이 있다.” (151)

 

   소비자의 의식에 차별화를 확실히 인식시키려면 우선 최초(First)를 강조하라. 소비자는 최초이거나 처음이거나, 오리지날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선그라스 하면 라이방(레이밴Ray ban)을 떠올리고, 비가 오면 바바리(버버리Burberry) 코트를 찾는 것도 이들이 최초이기 때문이다. 해장국집 간판마다 원조를 달고 있지만, 진짜 원조는 하나뿐이다. 또한 소비자는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물질이든 정신이든 신상, 즉 최신의 것을 좋아 한다.

   그리고 인식의 차별화를 꾀하려면 유일(the only)을 강조하라.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가졌더라도 남들도 가졌다면 소용없다. 나만 가져야 남다를 수 있다. 그래서 눈에 띠는 독특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비싸더라도 고어텍스와 같은 남다른 소재를 찾는다. 특히 이케아가구처럼 내가 손수 만든, 나만의 것이라면 더 애착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세 번째 인식적 차별화의 핵심은 바로 최고(the best)의 추구. 우리 제품이 국내 판매 1, 점유율 1위라면 차별화는 따 놓은 당상이다. 소비자는 누구나 잘 팔리는 제품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후광효과를 좋아해서 최고라 불리는 인사들이 좋아하는 제품이라도 최고로 쳐 준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기업이 만드는 장수상품 역시 오랜 기간 쌓아온 기업의 명성을 즐기기에 최고가 된다. 해장국집 간판마다 원조를 달고 있지만, 진짜 원조는 하나뿐이다.

   저자들은 가격, 가성비, 기능, 품질, 명성이라는 씨줄(실제적 차별점)과 최초, 유일, 최고라는 날줄(인식적 차별점)을 교차시켜는 이중적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차별화란 우리 제품(서비스)를 이중적 차별화 전략의 15개 박스 중 어느 쪽에 어떻게 포지셔닝을 해야 다른 점을 인정받는가 하는 게임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이 전략으로 오늘날 차별화되었다고 평가되는 기업들을 대입해 보았더니 희한하게도 적확하게 들어맞았다. 이 말은 곧 차별화를 계획중인 제품(서비스)가 있다면 차별화포인트를 제대로 잡을 수 있는 툴이 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차별점은 무엇보다 지속성(durable)을 갖춰야 한다. 여기서 지속성은 변하지 않는 속성이 아니라 본질은 지키되, 본질의 표현은 소비자의 시선에 맞춰 디자인이든, 커뮤니케이션이든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그 제품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믿음(loyalty)’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늘 모든 기업의 화두는 바로 차별화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회의 중 수많은 대화 속에 등장하는 차별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아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그 점에서 수많은 마케터들에게 마케팅 석학과 브랜딩 전문가가 엮어낸 이 책은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차별화를 아예 전직원이 공유하는 회사어로 정하고 회의해 보시길. 상상 이상의 결과를 낼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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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50℃ 세척법
히라야마 잇세이 지음, 서혜영 옮김 / 산소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안전한 먹거리 세척법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늦은 오후. 엄마(50이 가까운 나이지만 지금껏 그렇게 불렀다)가 끓여준 바지락시금치국이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엄마는 지난 해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이젠 그 맛과 향을 기억만 해야 한다. 전업작가를 선언한 이후로 집밥도 내가 챙겼던 터라 직접 바지락시금치국을 끓여보기로 했다.

싱싱한 국산 바지락과 남해 시금치는 마트에서 사고, 절친에게서 어렵게 구한 전라도 시골된장과 구운 국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로 준비는 완료. 헌데, 가장 까다로운 일이 남았다. 시.금.치. 흙이 묻은 시금치를 깨끗이 씻어야 할텐데...이걸 언제 다 씻지?


요리의 절반은 요리재료 씻기다. 황사와 일본원전사태로 보이는 흙은 물론 보이지 않는 무엇마저 씻어야 할 요즘, 씻기는 제일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고 매 번 세제를 사용할 수도 없고(난 사실, 세제로 씻는 것이 오히려 요리재료 위에 세제를 코팅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어 사용하지 않는다), 식초 몇 방울은 '이게 과연 세척이 가능할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포털을 통해 세척법에 대해 검색해 보니 포스팅 된 글의 숫자만큼이나 방법도 많아서 무엇이 진짠지 구분조차 가질 않는다. 


그러던 차에,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세척법에 대한 방송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직접 다운을 받아 방송을 봤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듣기로 '에이, 그게 되겠어? 오히려 음식재료나 망치는 것 아니야?'라고 의심했지만, 방송을 보니 의심한만큼 확신이 들었다. 한마디로 신기원이었다. 방송에 나온 내용은 이미 일본에서 책으로 나와 베스트셀러라고 했다. 바로 <기적의 50℃ 세척법>이다.


방송내용은 편성시간과 프로듀서의 편집이 더해져서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해서, 방송은 '정보제공자' 수준으로 여기고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의 이름을 알면 혹시 책이 나왔나 검색을 해 보는 것이 좋다. 다행히 이 책도 국내에 출간되어 있어 반가웠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요리용 온도계 하나만 준비하면 된다.


채소는 물론, 과일과 생선 심지어 육류도 50℃로 세척할 수 있다. 시든 과일이나 채소는 50℃의 물을 만나 세포들이 다시 호흡을 해서 다시 갓 따낸 것처럼 신선해지고, 생선과 육류는 겉에 남은 지방과 찌꺼기가 높은 온도에 녹아 깨끗해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데, 원리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시키는대로 해 보니 역시 모두 신선해진다는 점이 신기할 정도였다.

특히 생선이나 육류는 '익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 뜨거운 물을 만나면 익는 듯 색깔이 약간 탁해지지만 1분만에 꺼내어 놓으면 원래의 색으로 돌아가는 점이 놀라웠다.


이후 나는 모든 식재료는 50℃의 물에 약 1분 정도 담궈둔다. 다른 무엇도 아닌 물이니 성분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서 좋다. 50℃세척법에 익숙해지다 보니 한 가지 터득한 것이 있는데, 바로 50℃의 물을 쉽게 얻는 법이다. 보일러가 있는 가정의 수도에서 온수를 가장 뜨겁게 한 상태로 1~2분 정도 틀어놓으면 꽤 뜨거운 물이 나오는데, 이 온도가 약 50℃ 남짓이니 따로 물을 끓여서 온도를 측정해가면서 찬물을 넣을 필요가 없다.


물론, 오늘 끓인 바지락 시금치국의 시금치도 50℃세척법으로 씻었다. 뿌리를 칼로 자르고 상한 시금치 잎을 정리한 후 따로 씻지 않고 우선 큰 보울에 담아놓은 50℃의 물에 담궈서 1분을 기다렸다. 숨이 죽었던 시금치들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볼 법한 모습으로 서서히 살아나는 것이 보였다. 잎사귀가 탱탱해지니 흙도 스스로 떨어졌다. 1분 후 다듬은 시금치를 꺼내니 맑은 녹색을 띤 물에 시금치에 붙었던 흙들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이후에는 평소처럼 흐르는 찬 물에 마무리 하듯 씻어주면 세척은 끝이다. 


이런 내용을 굳이 책으로 사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겠다만, 공짜 정보가 흐드러지게 많은 만큼 거짓되고 부풀어진 찌라시같은 정보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가족이 씻고 먹는 일에 공짜를 바랐다가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쩔텐가? 몇 년 전 가습기를 깨끗이 하겠다고 세제를 사용했다가 안타까운 수많은 아기들의 목숨을 잃은 사건은 큰 본보기가 된다. 먼저 의심하고 분석하고 스스로 고민해서 판단하지 않고 남들이 많이 하니까 따라하다가 큰일난 것이 아니던가?


그 점에서, 이 책은 참으로 유익하다. 무엇보다 내 가족이 먹을 모든 음식을 제대로 씻는 법이라는 점에서 재확인하는 차원에서라도 추천하고 싶다. 난 이보다 더 쉽고 안전한 세척법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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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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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머스크의 힘, 독서

 

   지금 우리 모두가 개인 비행기를 갖고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없듯이 개인 자동차를 갖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1900년대 초반, 포드는 1908년 이른바 'T형 자동차생산에 들어가면서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포드의 비밀병기는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조립 생산 시스템‘. 도축장에서 돼지가 컨베이터 벨트에 실려 여러 단계를 거쳐 순차적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관찰하다가 분해의 역과정으로서 조립 생산이란 아이디어를 얻어 고안해 낸 포드는 이 시스템으로 생산공정 표준화와 합리화를 이룩해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1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그 결과 1908년 노동자 한 사람이 연간 자동차를 3대를 하던 것이 19대로 늘었고, 그만큼 자동차 가격도 싸져서 그의 말대로 상류층의 전유물인 자동차가 어지간한 봉급생활자라면 누구라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으면 아마 가장 빠른 말이라고 했을 것이다.” T형 자동차를 출시하며 헨리 포드가 한 말이다. 100년 후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역시 매킨토시가 세상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이 원했던 것은 더 좋고, 더 빠르며, 값싼 MS-DOS 컴퓨터였다.”고 똑같은 말을 한 바 있다. ‘존재하지 않던 시장에서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니즈를 찾아낸 혁신가들은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일까?



   원래 훌륭한 아이디어는 그것이 익숙한 현실이 되기 전까지 미친 생각이고, ‘미친 놈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2013<타임지>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으로 선정하고, 2014년 현재 <포브스>에 따르면 70억 달러(74,000억원)의 재산을 가진 미국의 중년 사업가 일론 머스크는 현재도 미친놈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멸망할지도 모를 인류를 위해 지구인들을 화성으로 보낼 계획으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어서다.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 던진 질문.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내가 일론 머스크 자신을 물론, 주변인물 300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500여 페이의 이 평전에 주목한 이유는 그가 시급 1달러를 받던 남아공 이민자 출신에서 거액의 재산 보유한 거부(巨富)가 된 때문도, 영화 아이언맨의 모티브가 된 실제 주인공인 때문도 아니다. 그가 돈을 좇는 장사치가 아니라 꿈을 좇는 진정한 비즈니스맨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대학 시절부터 인구 증가와 환경오염, 식량 부족 등의 이유로 지구는 언젠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했고,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답을 인터넷과 우주, 그리고 청정에너지에서 찾았다.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계획이 서자 그는 바로 실천에 옮겼다

. 스탠퍼드 대학원에 입학한지 단 이틀 만에 자퇴하고 페이팔이라는 메일 결제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하고, 이를 키워 인터넷 경매회사인 이베이에 매각하고 그때 받은 17,000만 달러를 기반으로 자신이 진정 원했던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의 기술로 공상 과학 소설이 펼치는 꿈을 실현하고 눈부신 기계가 생산되는 시대를 향해 길을 닦고 있는 점에서 하워드 휴스보다 토머스 에디슨에 가깝다(37)는 저자의 말처럼 실리콘 밸리의 마피아로 불리면서도 인터넷속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에 집중했다.


   머스크는 화성으로 비행 가능한 로켓 개발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페이스 엑스를 설립,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설립 6년 만에 독자 개발한 로켓 팰컨의 발사에 성공했고, 그로부터 2년 후 민간기업 최초로 우주선 드래곤을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크고 원대한 꿈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작은 꿈을 적절하게 분배했다.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에 의한 환경오염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회사 테슬라를 설립했고, 201211월 출시한 지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모델 S<모터 트렌드>가 조사를 실시한 이래 최초의 만장일치로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되었다. 또한 <컨슈머 리포트>는 모델S에 사상 최고점인 100점 만점에 99점을 주면서 지금까지 생산된 자동차 중 최고라는 찬사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해 자동차에 공급하기 위해 태양광발전 사업체인 솔라시티는 태양광 패널을 개인주택에 대여하고 기존 전기세보다 싼 요금을 내게 하는 개인 소유 전력 네트워크 시스템을 사업으로 하는 솔라시티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회사로써 최근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우주선과 전기자동차, 그리고 태양열 개인 발전소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현실화하면서 일으킨 수많은 시행착오 때마다 머스크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공중분해 되었고,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일론은 꿈을 놓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이런 모습에 감동한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수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그를 부축했다. 그에 대해 페이지는 이렇게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실리콘밸리나 기업리더는 대게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 따지고 보면 기부를 할 수 도 있고, 쓰고 싶은 대로 쓰고도 남을 만큼 돈이 있는데 별로 이익이 남지 않는 기업에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요?

일론이 내게 좋은 본보기인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일론은 세상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지?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 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 우주 식민지를 개척 해야겠네라고 말합니다. 나는 그것이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설득력 있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일론은 지금 그 목표를 이루려고 사업을 벌이는 거죠. 이 점이 일론에게는 경쟁 우위이기도 합니다.”(505~506

   이 글의 처음에 물었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존재하지 않던 시장에서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니즈를 찾아낸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일까? 나는 이 지면에 어울리는 대답을 찾고자 한다. 바로 그의 독서력에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손에 쥐고 살았다. 동생 킴벌은 형은 하루에 보통 열 시간씩 책을 읽었어요. 주말이면 하루에 두 권도 읽었죠라고 말했다. 가족이 한창 쇼핑하는 사이에 일론이 슬그머니 사라진 일은 수없이 많았다. 어머니나 남동생이 그를 찾아가 가장 가까운 서점에 가면 일론은 서점 구석의 바닥에 앉아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었다.“(54)

<은하수를 여행하는 하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더불어 <반지의 제왕>,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 로버트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등을 즐겨 읽으며 학교 도서관과 마을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조리 읽어버렸던 머스크. 머릿속에 사진을 찍듯 정확한 기억력으로 초등학교 3~4학년 때 백과사전 두 질을 섭렵해 만물박사로 불릴 만큼 그는 대단한 독서광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항상 깊이 생각한다. 그러한 가치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나는 돈이라는 것이 사회(다른 사람들)가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흐른다고 생각한다 평소 말했던 일론 머스크. 독서를 통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늘의 일론 머스크를 만든 인류의 화성이주계획은 그가 어릴 때 즐겨 읽었던 공상과학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아니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부자가 아니라 장차 인류의 미래에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데에 그가 깊이 고민했다는 점도 깊이 감동했다.

   최근 중국 관광객 덕분에 당장 돈이 된다고 하니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에 HDC(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현대DF(현대백화점), 롯데, 신세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K네트웍스, 이랜드 등 재벌들로 구성된 7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동시대에 사는 비슷한 또래의 사업자들이 벌이는 사업이, 아니 생각이 비교하기 민망할 만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 확실한 이유가 독서를 통한 통찰이 아니고 무엇일까. 내가 한국경제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바라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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