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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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것이 많은 것임을 알라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5년 전 <혼창통>을 들고 나와 대한민국 경영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저자 이지훈이 이번엔 <()>을 통해 보다 큰 그림의 통찰을 전하고 있다. 저자의 직업은 내가 주말마다 즐겨 읽는 조선일보의 경제섹션 위클리비즈를 맡고 있는 경제기자다. 저자는 10년 가까이 매주 세계적인 경영 대가들을 만나고, 수없이 많은 최신의 비즈니스 소식을 접하면서 그들의 놀라운 성공과 성장의 비결들이 하나로 수렴됨을 감지했다. 그것들을 풀어서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경제기자 중에 통찰력 있는 책을 쓴 저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은데, 그 중 경제분야에서는 <2015 빚더미가 몰려온다>, <세대전쟁> 등을 쓴 KBS의 박종훈 기자가 제일이고, 경영분야에서는 이지훈 기자가 으뜸이다.

나는 <혼창통> 이후 위클리비즈를 매주 만나면서 이지훈이 또 어떤 통찰을 끄집어낼지 몹시 궁금했다. 이번엔 달랑 한 단어, ()이었다. 단은 단순함, 군더더기 없음이다. 노자는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이지만, ()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이든 넘쳐나는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는, 그래서 기쁘고 행복할 것 같지만 넘치면 부족한만 못한 법’, 풍부함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마트 진열대에는 너무 많은 제품에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게 하고, 넘쳐나는 정보와 뉴스는 공해가 되어 오히려 눈과 귀를 멀게 한다. 단은 참을 수 없이 복잡하고 많은 세상에 맞서 내 길을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나치게 많은 물건과 정보는 우리 자신을 앗아가고 잠식하고 본질에서 멀어지게 한다. ‘참을 수 없이 복잡한시대의 미덕은 더 이상 더하는데 있지 않다. 빼는 데 있다. ‘more'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less'을 요구하고 있다. 넘쳐나는 풍요의 바다에서 단순함의 자유를 찾고 싶어 한다.” (13)

 

저자가 찾아낸 단(, 단순함)의 정의는 불필요한 것을 모조리 제거하고 핵심만 남겨놓은 상태,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궁극의 경지이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 맞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의 기준이나 가치를 걷어내고 나만의 가치를 세우는 것’, 즉 완벽함이다. 생텍쥐페리 역시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다. 단순함의 추구는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있어 고수(高手)가 되는 길이고, 기업에게는 독보(獨步)로 가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순함을 추구해야 할까? 저자는 단순함에 이르는 순서로 버리고, 세우고 지키라고 말한다.

 

단순함이란 가장 소중한 것까지 죽이고 또 죽임으로써 버리고 비워내는 정화의 과정이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말, 시각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나만의 가치를 세우는 고집이며, 먼 미래를 내다보고 우직하게 걸어가는 뚝심이다.” (348~349)

 

단순해지려면 우선 버려야 한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다 보면 저절로 진면목이 드러나기 때문”(91)이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쓴 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는 물건을 만졌을 때 설레는가 여부에 따라 울림이 없는 물건은 버리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우리는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것들에 둘러싸여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현대인이 너무 많다. 버리기는 결국 소중한 것만 남기기 위한 작업이다.

 

버리지 않으면 버려진다. 단 하나의 목표를 택하지 않으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으로부터 버려진다. 핵심에 집중하지 못하고 복잡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지 못하는 기업도 고객으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생존을 위해 버림은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이유다.”(137)

 

기업 역시 버려야 살아남는다.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은 자신이 쓴 책 <제로 투 원>에서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창조적 독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구루 피터 드러커 역시 자신이 못하는 일을 평균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보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탁월한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더 쉽다고 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허락된 에너지와 자원, 그리고 시간은 제한적이다. 가능성이 적은 분야를 향상시키는데 노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하는 것에 더욱 잘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버리고 취할지를 정하고 버리고, 지우고, 털어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단순함을 위해 충분히 버렸다면 다음은 세워야 한다. “버리기만 하고 세우지 못한다면 거짓 단순함이요, 공허이고 조악함이다”(17) 무엇을 세워야 한단 말인가? 바로 뜻()이다. 개인은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세우고, 왜 일해야 하는지 사명을 세워야 한다. 기업이라면 우리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하고 진정한 존재 의미를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개인이나 기업이 단순해지기 위한 필수적인 고민이다.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애플의 모토로 삼고 컴퓨터로 세상을 바꾸고, 나아가 애플의 제품들이 우주에 영향을 미치는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를 세웠다. 그러자 그의 뜻에 공감한 전 세계의 창의적인 인재들이 애플에 합류했고, 오늘날의 애플에 이르렀다.

 

단순해지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지켜는 것이다. 버리고 세웠지만 지키지 못한다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단순함을 구축했으면 어떤 유혹이나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오래도록 지켜야 한다. 세우는 것이 약속이라면 지킨다는 것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는 일관성은 인간관계는 물론 기업 경영에 있어서 신뢰의 원천이 되는 것처럼, 지키기는 개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사명을 찾고 마지막까지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고, 기업의 차원에서는 기업의 핵심가치를 준수하는 가장 중요한 임무다.

 

지난 312일 한국은행은 1.75%로 금리를 인하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역사상, 아니 단군 이래 처음 맞이하는 초저금리시대를 맞이했다. 대한민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상태, 더 나은 미래를 만날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국민 경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신화는 이미 종언을 고했고, 국내 증시는 기업들의 소리 없는 구조조정 아래서 박스권 탈출에 실패했다. 연금만으로 안락한 노후를 꿈꾸던 시대도 저물었고, 금리는 1%대로 추락하여 자산이 2배로 불어나는 데 35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머지않아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거라는 우울한 전망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운 좋게 5 년 만에 벗어났지만,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최소 10년은 허우적대야 한다. 선진국 일본은 20년째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개인이나 기업, 정부는 발등의 불에 매달려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내다보는 큰 그림, 그리고 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또한 무엇보다 몸보다 마음비우기가 급선무, 지금껏 다다익선(多多益善)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경계해야 할 때다. 그 점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이 참으로 많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저널 <기획회의>(388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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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치유력 -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약
프레데릭 살드만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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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유럽 가정의 가정상비책

 

 

   아침의 사과 한 알이 의사를 멀리 쫓아준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겨냥을 잘해서 던져야 한다.” 영국의 전 수상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파리지엥 직장여성들은 20~30분길을 걸어서 출퇴근을 한다고 한다. 하루 한 시간 정도 걸으니 자연히 운동이 되어 좋고, 걸으면서 한껏 멋부린 패션을 뽐낼 수 있어 일석이조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항상 사과가 들려 있다. 아침 사과는 식사대용 뿐 아니라, 건강챙기기에 그만이다.

 

<내 몸 치유력>은 우리나라에서 하루야채광고에 출연하는 오한진 박사만큼 프랑스에서 유명한 심장전문의 프레데리크 살드만이 쓴 책이다. 주목할 점은 이 책은 질병과 예방법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자체가 약이라고 설명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우리 몸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오만 가지 약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신묘하기까지 한 치유력이 있다고 말한다. 즉 우리가 의사와 약에 의존하는 대신 누구나 스스로 일상 속에서 충분히 적용 가능한 방법들로 몸이 가진 힘을 활성화하면 병원에 가지 않아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의료행위에 의존하면서 사실상 전혀 쓰이지 못하고 있는 인간 두뇌와 신체의 역량을 동원하기만 하면 상당수의 증상과 질병을 스스로 다스리기 충분한 데다 그 효과 또한 두 배라고 한다. 결과가 아니라 원인을 바로잡음으로써 재발도 막고 진정한 예방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콜레스테롤, 지방성 당뇨, 혈압을 관리받고 있는 환자는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매일같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해준다는 알약들을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알약들이 신묘한 부적이 되어주진 못한다는 사실은 통계상으로도 명백히 밝혀져 있습니다. 이런 약은 기껏해야 위험도를 조금 낮춰줄 뿐, 질병의 원인을 치료해주지는 못한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때때로 불편한 부작용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몇 가지 지표만 달라져도 그런 식의 의료 관리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칼로리 섭취를 30% 낮추면 수명은 20% 연장된다! 체중을 줄이고, 식습관을 개선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건강관리가 얼마나 근본적으로 중요한지 보여주는 수치가 있다. 매일 30분씩 운동을 하면 암, 치매,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이 40%나 떨어진다.”

 

이런 책들의 맹점은 제시하는 방법들이 건강에 좋다는 건 알겠는데, 실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간단하면서도 실천가능한 방법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를테면 다이어트가 어렵다면 식사중 5분만 쉬었다가 먹어도 자연스럽게 포만감을 느끼게 되어 식욕 조절이 가능해진다든지, 운동이 건강에 좋은지는 알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불가능하다면 계단 오르내리기만 습관화해도 충분히 건강해진다고 말한다.

 

하루에 21층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게 그렇게나 힘든 일일까? 폐활량이 좋아지고, 혈압과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지고, 두둑한 뱃살을 떼어놓고 살 수 있다는데? 그것이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포기하는 자들에게 주어질 보상이다. 이렇게 큰 상이 걸려 있으니, 일분일초도 지체할 것 없이 일단 시작하고 보자.”

 

책 중반에 있는 일상에서 지켜야 할 건강 위행 수칙만 잘 숙지하고 지켜도 본전은 건지는 셈인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밥을 먹기 전이나 화장실에서 나올 때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호흡기와 소화기 감염성 질환에 걸릴 확률을 20퍼센트나 낮출 수 있다.

 

-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야만 물이 튀면서 유해한 세균이 사람의 폐에까지 침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베개를 수시로 갈아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베개를 2년간 갈지 않고 사용할 경우, 그 베게 무게의 10퍼센트는 죽은 진드기와 진드기의 배설물이라고 보면 된다.

 

- 기본적으로 한달에 두 번은 냉장고 청소를 해야 한다. 리스테리아균의 경우에는 섭씨 4도 정도의 서늘하고 습한 환경에서 활발하게 번식한다.

 

- 생선을 날것으로 먹고 싶다면 냉동했다가 냉장 해동 후에 섭취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장에 구멍을 낼 정도로 강력한 아니사키스 회충을 이 방법으로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타타르스테이크용 쇠고기도 같은 방법으로 처리해야 무구조충의 감염을 피할 수 있다.

 

- 어떤 음식들은 저장해두고 먹을 수 없는 것들이니 반드시 그 자리에서 다 먹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타타르스테이크, 다진 생선살구이, 집에서 만든 마요네즈 등은 남겨두지 마라.

 

- 청소용품이 엄청나게 더러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수세미는 수시로 소독제를 푼 물에 담갔다가 바짝 말리지 않으면 금세 세균의 온상이 된다. 행주는 되도록 자주 60도 이상의 물로 빨거나 삶아야 하며 축축한 상태로 재사용해서는 안된다.

 

- 가족이 수건을 함께 쓰지 마라. 또한 수건을 쓰기 전에는 잘 말라 있는지 확인하라. 만약 수건이 습기가 남아 있다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세탁물 바구니에 넣어라. 축축한 수건만큼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것도 없다. 24시간이 지나면 수건 전체에 세균이 우글우글하다고 보면 된다.

 

-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교체할 것을 권한다. 칫솔을 주기적을 갈아주는 데도 신경 써라. 특히 인후염이나 감기를 앓고 난 후라면 재감염을 피하기 위해 더욱더 칫솔을 바꿔야 한다.

 

- 설거지를 미루지 마라. 식기세척기에 당장 넣지 않을 설거짓감은 소독제를 약간 푼 물로 대충 헹궈놓기라도 하라.

 

- 텔레비전 리모컨, 침대 머리맡 스탠드의 스위치, 휴대전화, 안경, 손목시게 뒷면 등 일상용품을 주기적으로 닦아주는 것도 잊지 말자. 휴대전화의 92퍼센트는 세균들로 뒤덮여 있고 그 세균들 중 16퍼센트는 분변성 세균이다.

 

특히 기분이 나쁠 땐 손을 씻어라는 저자의 충고는 인상적이다. 실제로 손 씻기는 일단 여러 가지 감염성 질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자 다른 사람의 감염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손을 씻으면 불쾌한 기분, 의심, 부정적인 생각이 멀리 달아난 듯한 기분이 드는데, 이는 손 씻기가 심리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하니, 손은 틈나는대로 씻고 볼 일이다.

 

이 밖에도 의사에 의존하지 않는 일상 처치법즐겨라, 성생활을 즐겨라’,‘스트레스를 비껴가는 건강의 기술등은 유익했다. 지금껏 출처가 모호한 인터넷의 떠도는 말들이 불안했다면 저명한 의사가 전하는 충고인만큼 신뢰할만하다 

이런 책은 가족들의 손이 많이 닿는 쇼파나 화장실에 두어 틈틈이 읽어두면 좋다. 아이가 있는 대부분의 집에 하정훈 박사의 삐뽀삐뽀 119’가 있듯 건강을 생각하는 가정이라면 이 책 한 권 정도는 구비해둔다면 병원갈 일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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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심플 - 스티브 잡스, 불멸의 경영 무기
켄 시걸 지음, 김광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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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함에 대한 잡스의 통찰

 

  애플이 정상을 재탈환했다작년 10월 내놓은 아이폰 6와 아이폰 6플러스 출시에 맞물려 7450만대라는 사상 최대치 판매를 기록하면서 애플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46%나 증가한 역대 최대 분기 판매 실적으로 시장 예상치였던 6490만 대를 약 1000만 대 가까이 뛰어넘었다.

   일등공신은 중국. 대화면 아이폰에 대한 중국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 매출은 사상 최대인 1614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70%나 증가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1분기 아이폰의 중국 매출은 지난 5년 동안 중국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애플의 성공비결은 뭘까대답은 의외로 싱겁다. 소비자들이 애플의 심플함(simplicity)에 반해서.

 

   17년간 스티브 잡스와 함께 광고와 마케팅을 이끌었던 켄 시걸 역시 애플이 잇따른 혁신을 가능케 한 것은 '단순함(simplicity)‘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미친듯이 심플Insanely simple>에서 잡스에게 단순함은 종교였고 그리고 무기였다며 단순함을 향한 잡스의 헌신적인 집착을 높이 평가했다. 잡스는 애플에서 종종 폭군으로 불렸다. 하지만 잡스가 폭군이 될 때는 명확하지 않고 애매하게 둘러대는 사람을 만났을 때다. 그때마다 잡스는 본론이 뭐냐?‘ 혹은 그래서 결론이 뭐냐?‘는 단순함에 집착하는 그만의 심플스틱(simple stick)을 휘둘렀다.

 

  “단순함은 애플의 혁신을 그저 가능케 하는 수준을 넘어 몇 번이고혁신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세상이 변하고 기술이 변해 애플이 그 변화에 적응하더라도, 단순함에 대한 신념만큼은 변함없다. 자신들의 기술을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기기로 전환할 수 있는 배경에 바로 이 가치 체계가 자리한다.

  단순함을 향한 애플의 사랑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바라보이는 모든 곳에 단순함이 자리한다. 그것이 곧 회사의 제품이고, 광고이며, 내부 조직이고, 스토어이며, 고객과의 관계다. 애플 내부에서는 단순함이 목표고, 업무 프로세스이며, 평가의 척도다.“

( 17)

 

   1997년 존 스컬리를 쫓아내고 애플의 CEO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그간 만들어왔던 애플의 제품들을 검토하다가 이제 그만! 이건 미친 짓이야!”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화이트보드에 2X2 매트릭스를 그린 후 가로줄에는 일반용’ ‘전문가용’, 세로줄에는 데스크톱’ ‘휴대용이라고 적고 4분면에 해당하는 제품을 하나씩 결정해 총 4개의 제품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없애버려.”라고 말했다. 잡스는 고객에게 과도한 선택권을 주는 것은 오히려 싫증을 유발한다고 보았다.


   잡스에게 혁신(innovation)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다. 그는 평소 나는 실제로 애플이 한 일 못지않게 하지 않은 일도 자랑스럽게 여긴다. 수많은 것들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혁신이다.“(94)라고 말했다. 아이폰의 주기능은 인터넷과 전화, 아이팟 세 가지였다. 세 가지면 아주 적은 수, 하지만 잡스는 버튼을 세 개가 아닌 달랑 하나만 달았다. 이유는 단 하나, 셋은 하나보다 많기 때문이다. 세 버튼을 장착했더라면 아마도 거의 완벽한 아이폰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잡스는 이 거의(almost)'라는 단어와의 절충을 거부했다. 저자는 이러한 타협을 거부해야 자신이 추구하는 단순함(핵심가치)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잡스는 애플 내에서 형식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싫어했다. 그와 회의할 때는 심플하게 탁자와 화이트보드, 그리고 솔직한 아이디어 교류만 있으면 됐다. 반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달랐다. 그는 몇 날 몇 주에 걸쳐 예행연습과 수정을 거듭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가장 효율적인 신제품 공개에 최선을 다했다(잡스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선보이는 슬라이드 쇼를 본다면 그 내용이 지극히 심플하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잡스와 회의실에서 회의하는 것 같은 심플하고 자연스러움을 갖게 했고, 지금껏 잡스가 최고의 연설자로 불리게 하는 이유이다.


   아이팟이 등장하기 전, 뮤직 플레이어 시장은 가히 춘추전국시대였다. 마지막 후발업체나 다름없던 애플은 시장에 가장 필요한 것이 단순함이라고 판단했다. 잡스는 다른 뮤직 라이브러리 대신 아이튠즈를 기반으로 아이팟을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애플은 1세대 아이팟을 출시할 때, ‘5기가바이트 드라이브에 무게가 약 184그램인 뮤직 플레이어란 설명 대신, 간단히 주머니 속의 노래 1,000이라고 말했다. 반응은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이었고, 아이팟이 뮤직 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하는데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네오나르도 다빈치는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이 추구한 단순함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단순함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애플의 핵심가치를 달성하도록 돕는 방향등이다.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는 마지막 심플한 한 문장이 바로 기업의 핵심가치다. 그런 핵심가치만 꺼낼 수 있다면 어느 기업이든 애플과 같은 성공은 가능해진다.

 

   1967년 보잉 비행기 3대로 시작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그야말로 영세 항공사였다. 창업자 허브 켈러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경쟁자보다 싼 가격이라고 판단, 핵심가치로 삼았다. 방법은 심플했다. 스스로를 초저가 항공사로 규정하고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과정 이외의 불필요한 서비스는 줄이고 효율성은 극대화해서 가격을 경쟁사보다 파격적으로 낮췄다.


   우선 비행기 기종은 보잉 737로 통일했다. 조종사 교육, 부품재고 등 유지관리비 최소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가급적 복잡한 허브공항을 경유하지 않고 지방 공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직항노선을 개발했다. 목적지는 최대 2시간의 운항거리를 넘지 않도록 정했고, 목적지 도착 후 10분 내에 재운항 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시스템화 했다.

좌석등급과 좌석 선택권도 없애고 선착순 탑승제을 도입했다. 출발시간을 지연시키는 화물 항공우편도 취급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기내식 서비스도 없앴다. 모든 결정의 판단의 기준은 초저가 항공사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과연 어울리는 제도인가?’였다.


   이렇게 효율성이 극대화되자 비행기 요금은 경쟁사의 절반 정도가 가능해졌다. 사우스웨스트는 경쟁상대를 아예 대형 항공사가 아닌 고속버스인 그레이하운드 버스로 정하고 그레이하운드를 탈 바엔 사우스웨스트를 타자고 마케팅을 펼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고속버스보다 더 싼 비행기 요금이 있더라는 말이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결국 전체 항공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하며 사우스웨스트는 세계 최초로 초저가항공 시대를 열었다.

   9·11 테러 이후 수많은 항공사가 파산과 통·폐합을 거쳤지만 효율성을 극대화한 사우스웨스트는 오히려 승승장구할 수 있었고, 지금은 연간 13000명의 고객이 이용하는 세계 최고의 항공사가 되었다. 미국 취업정보 사이트인 글래스도어는 사우스웨스트를 기업문화와 가치 측면에서 올해 현직 직원들이 만족하는 기업 6으로 선정했다.

 

   켄 시걸은 잡스와 함께 일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기록하고 정리했고, 그 속에서 일정한 원칙을 발견했고, ‘미친듯이 심플한 애플의 경영의 11원칙이라는 이름으로 책에 담았다. 그 원칙들을 통해 애플이 주도한 모든 혁신들은 단순함을 향한 사활을 건 헌신에서 탄생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애플의 모토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의 방법론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지난 주말 저녁 책을 덮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 그레이컬러의 아이폰6 플러스(64 기가)를 구입했다. 2년 전부터 써오던 삼성 갤럭시3의 마지막 할부금을 갚지 않은 채 조바심에 서두른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더 빨리 <미친듯이 심플>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였다. 이보다 더 나은 평이 있을까.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으로 발행하는 출판저널

<기획회의>(386호)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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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공부, 책읽기가 전부다
송재환 지음 / 예담Friend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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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독서야!

 

지난 해 지성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취직을 위한 전초기지로 변한 지 이미 오래 되었지만)을 위한 수학능력평가 시험이 초등학교 중간고사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인간의 일인지라 실수야 있겠다 싶지만, 실수할 일이 따로 있지 수십만 명의 청년들이 십수 년간 수학(修學)한 결과를 재어보는 일생일대의 큰 일(낮은 점수로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던가)을 의심하고 의심해서 거듭 살펴야 할 일, 실수할 일은 결코 아니었다.

이 사건 이후 수학능력 시험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단 몇 시간의 시험으로 한 청년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건가하고 말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졌건만, 이놈의(?) 대학시험은 수십 년이 지나도 개선될 여지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수능준비로 충분히 어른이 되고 사회인이 되기 위한 인격과 품격을 배웠는가 물을 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이라도 단 하루의 시험을 위한 십수년 간의 공부가 과연 온당한가 충분히 고민해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정도는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거대한 경쟁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초등학교 1학년은 바로 그 경쟁의 출발점이다. 왜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경쟁 속으로 내몰리는 걸까? 부모의 조바심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앞서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찾아오는 마음이 조바심이다. 부모는 자신의 조바심을 달래기 위해 아이를 끊임없이 채근한다. 하지만 채근하면 할수록 타고난 것마저 잃고 말 뿐이다. 아이와 부모가 모두 불행해지는 서곡의 시작이다. 부모의 조바심은 죄가 아니다. 오히려 조바심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아이들에겐 절대로 조바심이 없다. 부모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서다. 하지만 부모는, 아니 학부모는 조바심 투성이다. ‘내 아이가 지금처럼 남들과 경쟁하지 않고도 성공을 해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다. 그래서 선두 쥐를 좇아 아무 생각없이 달리다 결국 모두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마는 레밍쥐떼처럼 다른 학부모가 하는 짓(?)을 따라 할 뿐이다.

 

한 엄마가 아인슈타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당신처럼 위대한 과학자로 키울 수 있을까요?”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동화책을 많이 읽히세요.”

그러자 또 다른 엄마가 물었다.

우리 아이한테 동화책을 열심히 읽히고 있는데, 다른 방법은 더 없나요?”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답했다.

그래도 아직 읽을 동화책이 많이 있을테니 더 열심히 읽히세요.”

 

아인슈타인의 일화다. 조바심이 나거든, 그만큼 책을 읽히자. 이쯤에서도 정말 책을 읽히면 될까?’ 하고 의심된다면, 당신은 필경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다.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은 자신이 즐기는 독서를 하루라도 빨리 자녀에게 권하기만을 기다린다.

 

<초등학교 1학년 책읽기가 전부다>는 이런 학부모들에게 큰 도움을 줄 책이다. 모든 학문이 순서가 있는 법, 독서 역시 첫단추부터 꿰어야 순조롭고 오래간다. 현재 20년 가까이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독서전문가로 알려진 송재환이 썼으니 신뢰할 만하다.

저자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체득한 하나는 다름 아닌 모든 공부는 독서로 통한다라는 점이다. 독서를 하면 공부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굴비 엮듯이 따라온다. 우선 한 곳에 집중할 줄 알게 된다. 집중의 대상이 장난감이 아닌 책이니 더할 나위 없다. 오랫동안 앉아 책을 읽다 보니 궁둥이가 무거워진다. 이것으로 공부할 준비는 마친 셈이다. 저자는 책읽기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당장의 성적은 안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승자가 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책읽기를 게을리하면 지금 당장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여도 기초 없는 모래성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공부는 책읽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디 공부뿐이겠는가?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심성이 곱다. 책을 읽다 보면 자꾸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감성이 풍부해지며 인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친구 관계도 원만하다. 사고의 폭이 넓고 깊으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줄 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자녀가 독서습관을 기르게 하고 싶다면 이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TV를 없애야 한다. 이 책에 실린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아이들은 보통 태어나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평균 만 시간 정도 TV를 본다고 한다. 만약 이 시간에 TV를 보는 대신 책을 읽었다면 아마 아이는 물론 부모들도 세계적인 석학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TV나 컴퓨터 등의 영상 매체들은 시간만 빼앗는 게 아니라 시각 기관만을 자극하기 때문에 뇌의 활성화도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그에 따라 아이의 집중력, 이해력, 상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자녀에게 책을 읽으라며 자신은 TV를 보고 킥킥거린다면 당신은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가 아닌 셈이다.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더 많은 TV를 집안에서 과감히 치우는 일부터가 아이의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TV를 치우기 위해 엄마는 드라마 욕심을, 아빠는 뉴스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TV는 켜기만 쉬울 뿐, 끄려면 대단한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 시간은 절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세 번째는 부모 역시 독서를 하는 것이다. 2008년 조미아 박사가 진행한 <초등학생 학부모의 자녀 독서 활동개입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부모의 학력과 자녀의 독서량은 아무런 관계가 없고 오히려 학력보다는 부모가 독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적극적이냐에 따라 자녀의 독서량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즉 책읽기에 적극적인 부모의 자녀들 중 40.7퍼센트가 일주일에 3권 이상 책을 읽는 반면, 책읽기에 소극적인 부모의 자녀들 중 같은 양의 책을 읽는 비율은 29.2 퍼센트에 불과했다.

 

학력이 아무리 높아도 부모가 집에서 책을 읽지 않으면 아이도 집에서 책을 읽지 않고, 반대로 학력이 낮더라도 부모가 집에서 책을 읽으면 아이도 따라서 책을 읽는다는 말이다. 러시아의 언어학자 비고츠키가 아이들의 지적 삶은 주변 어른들이 결정한다라고 했듯이, 아이가 지적으로 얼마만큼 수준 높은 삶을 살아갈지는 전적으로 주변 어른인 부모에게 달려 있다. “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예부터 학습의 기본 요소로는 3R이 있으니 바로 읽기Reading, 쓰기Writing, 셈하기aRithmetic 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읽기다. 읽기가 잘 되면 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셈하기 역시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읽기를 잘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쓰거나 셈하기를 잘할 수 없어서다.

 

결론적으로 공부 잘하는 자녀를 만들고 싶다면, 독서습관을 먼저 기르게 해야 한다. 자녀에게 책을 읽게 한 3년 뒤면 두드러지게 차분해진 자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정말이냐고? 책을 잘 읽지 않는 당신 같은 사람은 이 말을 믿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너무나 잘 안다. 지금껏 당신만 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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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기계 시대 -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시작된다
에릭 브린욜프슨 & 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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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기계의 시대에 살아남는 법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인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기계와의 경쟁>에서 폭스콘의 예처럼 학력이 짧거나 월급이 적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빈부 격차가 발생하고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폭스콘이 좋은 예다.


   아이폰 제조회사로 잘 알려진 중국기업 폭스콘은 애플의 제품은 물론 노키아, , HP,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들을 조립업체로 중국 정부도 건드리지 못하는 공룡 기업이다. 그런데 폭스콘은 지난 2010년 봄, 국제적인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한 달 사이에 이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16명이 공장 창문 그리고 기숙사 창문에서 뛰어내려 투신자살을 한 것이다. 고등교육을 갓 마친 10대 후반의 직원들이 돈을 위해 4초에 한 번씩 반복되는 일을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하루 10,000번의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일했다. 이런 노동을 휴일도 없이 일주일 내내 하루에 12시간을 근무해서 버는 월급은 고작 520 위안, 우리 돈으로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임금이었다.


   기가 막힌 것은 폭스콘의 대응이었다. 1년 매출이 애플이나 델, 마이크로소프트과 같은 글로벌 업체의 매출액을 뛰어넘지만 이익률은 4% 남짓(애플의 이익률은 27%이다)으로 값싼 노동력을 무기(가격 경쟁력)로 하는 조립회사에게 직원들의 근무조건 등에는 관심 없었다. 폭스콘은 직원들의 투신사건이 있은 후 세계적인 비난을 받자 오히려 폭스콘은 앞으로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해오던 일을 10,000 대의 로봇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기계를 통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폭스콘의 전략'으로 중국 청년 수십만 명이 졸지에 실업자가 되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사회사상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레미 리프킨 역시 1995년 출간된 책 <노동의 종말>에서 우리는 세계 역사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점점 더 적은 수의 노동자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중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컴퓨터가 있다. 리프킨은 나아가 앞으로 더욱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으로 문명사회는 더 이상 일자리가 필요 없는 세상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책에 적었다. 그래서 오늘날, 모든 경제의 분야에서 기술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함으로써 수백만 명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계와의 경쟁>이 기술이 진화할수록 사라지는 일자리 속 인간의 미래를 근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앤드루 맥아피 교수와 함께 쓴 신간 <2의 기계 시대>는 인간과 기계의 공생(共生)을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증기기관이 제1의 기계 시대를 열어 인간의 육체적 능력을 강화했다면, 디지털 기술이 제2의 기계 시대를 열어 정신적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기술의 진보가 컴퓨터와 로봇으로 상징되는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인간이 더 빨리, 더 많이만을 고민한다면 기계에 대체당할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기계가 인간을 도와서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기술력, 새로운 제품,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버 택시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개념에 좋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운전자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기술을 바탕으로 등장한 우버 택시는 운전자에게 과거 택시 기사들보다 더 많은 소득을 보장하고, 언제 일하고 어디서 일할지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제공했다. 또 다른 사례로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꼽았다. 이들은 첨단의 과학기술로 기계와 인간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조직 구조,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나아가 고용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사진술의 진화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하급수적 성장, 디지털화, 조합적 발전의 두 가지 큰 경제적 결과인 제2의 기계 시대의 풍요와 격차를 잘 드러낸다. 우리는 해마다 마우스를 몇 번 누르거나, 화면을 몇 번 건드리는 것만으로 거의 4천억 번에 이르는, 이른바 코닥 순간을 맛보면서 수많은 이미지를 창조해왔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코닥에 필요했던 인원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디지털 사진과 다른 상품들의 풍요를 낳았지만, 한편으로 예전보다 소득 격차를 훨씬 더 벌려놓았다.”(163164)

 

   저자들은 우선 기술의 진보로 심화되는 불평등을 우려했다. 폭스콘의 기계도입과 같은 고용 없는 성장은 제품의 생산력을 높일지 모르지만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이 노동자에게 가지 않고, 기계를 사서 운영하는 자본가에게 가게 되므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더 큰 불평등을 불렀다. 지난 10년 동안 저임금 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에 의지해 약진하던 중국이나 인도의 저임금 노동력은 기계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이할 것은 뻔하다고 진단한다.


   이에 대해 강한 풍요(strong bounty)'를 내세우는 이들은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모든 사람의 경제적 삶이 더 나아지고 있는데, 누군가의 삶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시실에 굳이 관심을 둘 필요가 있을까?”(211)하고 묻는다. 하버드대의 경제학 교수인 그레고리 맨큐 교수 역시 지난 13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불평등은 생산의 기여에 대한 대가라며 자본을 축적하고 윤택한 삶을 사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마디로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기술 덕분에 삶이 나아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면, 불평등의 증가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는 것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기술 발전에 대응해 기술력을 다룰 줄 아는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시급하다. 나아가 기계와의 경쟁 시대에 생존하게 될 직업은 무엇일까? 살아남는 직업은 사람과 직접 일해야 하는 감성 노동자, 인공지능 기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사람, 일부 서비스 직종 등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일, 즉 리더십, 팀워크, 협상법, 공감 능력, 가르치는 일이나 환자를 간호하거나(nursing), 사람들을 가르치거나(teaching), 노약자를 돌보는(caring) 직업군이 특히 중요해질 거라 전망한다.


2의 기계시대로 더 깊이 진입할수록 우연한 사고로 생겨나거나 악의적으로 일으키는 위험들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물질적 욕구 충족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재앙, 진정한 존재론적 위험, 자유 대 독재 등 기술이 낳을 의도하지 않았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들을 점점 더 우려하게 될 것이다.”(316)

 

   제 2의 기계시대의 도래에 우려되는바 적지 않다. 저자는 제2의 기계시대에 접어들면 복잡하고 치밀하게 연결된 시스템으로 사소한 결함이 예측하지 못한 연쇄적인 사건들을 통해 확대되면서 훨씬 더 큰 규모의 피해를 일으키거나 스파이, 범죄자, 파괴와 혼란을 일으키려는 이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 고립에서 환경 파괴에 이르기까지 기술은 다른 수많은 방식으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 2의 기계시대는 경이로운 미래를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똑똑한 기계는 정말 우리 모두에게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줄까? 광범위한 디지털 기술과 관련 경제학 지식을 아우른 저자의 놀라운 통찰을 만나다 보면 부지불식중에 미래의 바다를 유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작 <기계와의 경쟁>도 함께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84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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