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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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하다 이제 티셔츠냐?" 이 책을 만날 때 저도 모르게 내뱉은 한마디였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드롬을 넘어 바라기 열풍으로 이어지는 현상 덕에 태어난 책이 이 책이 아닐까. 이 책은 한마디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지고 있고, 입는 티셔츠들에 대한 단상들을 이미지와 함께 수록한 글모음'이다. 

어느 잡지에 연재한 것을 모았다는 글을 얼핏 읽은 것 같은데, 게 뭐가 중하랴. 하루키가 입는 티셔츠라고 하지 않은가.






나는 하루키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려워서다. 그도 그럴 것이 1990년대 중반, 막 독서가 좋아질 무렵 용돈을 아끼고 아껴 화제가 된 하루키의 소설 <댄스 댄스 댄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을 읽고, '이게 뭔 소리냐' 하며 나만 모르냐는 절망감과 그 돈으로 차라리 뻥튀기를 사 먹을걸하는 아쉬움에 허탈해한 이후, 애써 무시했던 작가다. 거대한 서사에 놀라 엄지척을 하고 난 소설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은 알고 보니 하루키가 아니라 '무라카미 류' 였던 적도 있으니...난 하루키를 안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하루키가 쓴 소설과 수필집과, 그를 필력을 말하고, 소설 속에 넣은 음악들을 말하고, 심지어 그가 입고 갖고 있는 티셔츠를 말한 책들을 거의 가지고 있으니, 이 역시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의 책들 절반 정도는 읽었고, 나머지 절반은 언젠가 곧, 읽을 예정이다. 

이 책 <무라카미 T>도 몇 해 전 출간되자마자 구입해, 비바람이 치던 지난 주말 침대 위에 쭈구려 앉아 몽땅 읽었다. 내용이라곤 별 게 아니다. 절반은 이미지, 절반은 글로 가득한 티셔츠에 대한 수다집. 티셔츠를 언제 왜 샀는지, 입었는지 지 얼마 줬는지 등이 난삽하게 적혀 있어 읽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그럼 난 이토록 투덜거리면서 그의 책들을 긁어모으는 걸까. 

하루키가 가진 매력 때문이다. 


그의 글은 나의 상상을 닮았다. 아니, 망상이라고 해야겠다. 

두서는 없지만 끊임없이 생각하던 스토리,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은 결말을 맺는...어느 한가한 날, 어떤 계기로 한동안 내 머리속을 떠오르던 스토리들을 그가 말하고 있어서다. 그의 글을 읽다가 보면 어데서 읽은 듯 데자뷰를 자주 경험하는데, 그 때문이 아닐까. 원래 데자뷰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만나는 내 기억일텐데, 그의 소설을 읽으면 당연히 데자부를 랑데뷰할테니, 랑데자뷰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그의 소설은 허무맹랑한데 친숙하다. 실제로 그는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자신은 소설을 배운 적도, 써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오죽하면 영어로 쓰고 일어로 번역하며 글을 쓴 적도 있다고, 그래서 번역체라 불린다고도 하잖은가. 

물론 30여년을 소설을 써서 먹고 살고, 책도 많이 팔았으니 재능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자신을 평가하기도 했지만, 기승전결은 고사하고 스토리보드도 없고, 플롯보드도 없고, 티핑포인트도 없는....의식의 흐름이 시키는대로 적어가는 한마디로 근본없이 쓴 소설이란 말인데....귀해서 일까, 생각이 발칙해서 일까, 이게 참 묘한 매력이다.



손님 없는 어느 재즈바 주인과 한 잔 두 잔 걸친 게 한 시간 정도 되었을 때, 문득 주인 하루키씨가 "난, 이런 생각을 해 봤어..." 라며 주저리 주저리 끝없이 낮지만 같은 톤으로 떠들고, 적당한 취기와 분위기에 무장해제된 난 가끔 고개를 주억거리며 이야기에 빠지는....그런 느낌을 소설 속에서 경험한다. 

그러다 보니 나는 하루키라는 이름을 들으면 '노벨 문학상을 받아야 할 대표작가'라기 보다는 '옆집에 사는 얘기꾼 술친구 아저씨' 같은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래서 난 그가 달리는 이야기도, 그가 즐겨 듣는 올드 뮤직 이야기도, 심지어 목이 늘어난 게 묘한 매력이라는 빈티지 티셔츠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리는 게 아닐까. 그래서 하루키를 키워드로 하는 책을 죄다 모으는 게 아닐까. 





책을 집어들며 '티셔츠에 무슨 이이기가 그렇게 많냐?'는 의문이 들었다. 

답은 바로 티셔츠에 담긴 프린트가 주된 소재였다. 이 티셔츠는 이 글자라서 좋았고, 저 그림이라서 맘에 들었고, 어떤 티셔츠는 아예 뜻도 맥락도 없는 글자라서 좋았다는...물론 몇몇은 누가 줬고, 가격 싸기로 유명한 단골 빈티지샵에서 싸서 골랐다는 것도 있었다. 재미있는 대목은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자기 이름이 박힌 티셔츠를 받은 게 가득한데, 이건 '죽었다 깨어나도 못 입겠더라'는 부분이었다(내 이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경험해 보지 못한 내겐 마냥 부러운 대목이기도 했다). 


중요한 건 이 책을 덮을 즈음, 나 역시 맘에 드는 프린트가 새겨진 티셔츠를 찾아 온라인 빈티지샵을 뒤지고 있더란 거다. 한참을 뒤져 목선이 좋은 미인을 실루엣을 박음질한 다크 그레이색 티셔츠를 한 장 구입했고, 오늘 도착할거란 메시지를 받았다. 입으면 어떤 기분일까, 과연 그걸 입고 밖에 나갈 수 있을까, 아님 잠옷으로 입지 뭐, 잠깐 설랬다. 이렇게 난, 또 한 번 옆집 아저씨와 뜻을 같이 했다. 

별 거 아닌 소재로 글을 쓰고 싶다면, 티셔츠를 무쟈게 좋아한다면(좋아하고 싶은 사람 포함) 읽어보시길...물론 하루키 광팬이라면 놓치면 안 될 최애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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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전에 완성하는 뇌과학 독서법
김대식 지음 / 비룡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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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서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뒤집어서 책을 읽으면 좋다는 이유는 수도 없다. 그런데 왜 책을 읽지 않는 것일까?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책 말고도 즐길 거리가 너무나 많아서다. 


매초에 수천개의 영상이 올라오는 #유튜브  비롯해 구독료만 내면 무제한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 류의 #스트리밍 이 가득하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하느라 이전 세대보다 훨씬 바쁘다. 그런데 책을 읽으라니...어쩌면 책은 구시대적 산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언컨대 책은 읽어야 한다. 이런 시절일수록 더욱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영상으로 필터링된 스토리와 컨텐츠로는 절대로 책 속에서 찾는 날 것의 그것과 절대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두가 영상을 좇을 때 책을 읽는다면 ' #비교우위 '를 점할 수 있는 더 없는 기회가 아닐까. 이럴진대, 내가 아닌 우리 아이의 #독서 는 얼마나 중요할까?


책을 읽어야 한다고 #초4 녀석에게 수도 없이 말했다.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은 덕분에 녀석은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는다. 말 그대로 꾸역꾸역 읽는다.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아쉽다. 언젠가 알게 될 책읽는 이로움과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읽는 즐거움'을 알려줄 방법이 딱히 없어서다. 


그러던 중 만난 책 < #12세 전에 완성하는 #뇌과학독서법 >은 반가웠다. 말 잘하는 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어린이를 위해 나를 대신해서 '어린 네가 책을 읽어야 할 진짜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부모는 장바구니에 넣고 구매만 누르면 될 일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니, #인공지능 과 #메타버스 의 시대에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림과 영상은 너무나 '자연스럽기에' 뇌를 자극하지 않습니다. 노력 없이도 이해가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글을 읽으려면 '피눈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선, 사각형, 점, 원...다양한 모양들을 하나의 단어로 합쳐야 하고, 그 단어를 우리가 아는 의미와 연결해야 합니다. 책을 읽는 순간 뇌는 수많은 자극을 받게 되고, 특히 어린아이의 뇌는 이런 자극을 통해 더 많고 다양한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완성합니다."


저자는 한마디로 '글을 배운다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은 뇌에게는 끔찍할 정도로 오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독서는 #영상시청 보다 더 어렵기 때문에 뇌에 유익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뇌는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좋아진다는 것이다. 


"제가 오랜 시간 뇌를 연구하고 있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알쏭달쏭 어려운 것이 이 뇌라는 녀석입니다. 뇌는우리의 생각과 행동, 이상과 윤리, 습관과 관념, 운동과 의식, 선호도와 취향까지 모든 것을 지배하고 결정합니다." (17쪽)


그럼, 이 어려운 걸 굳이 아이들에게 시키려들까? 좀 더 나중에 더 큰 후에 읽으면 되지 않을까? 물을 수 있다. '좋은 습관은 더 빨리 익힐수록 좋다'는 진리 외에 어린이들이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가 더 있다. 바로 어린이의 뇌는 아직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기억하는 인지 기능은 모두 신경세포들의 연결에 죄우됩니다. 다시 말해 시냅스가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아이가 감지하고 인지하여 판단할 수 있는 세계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연결 고리가 만들어지는 데에도 중요한 '시기'가 있습니다."


뇌과학자들은 이 시기를 ' #결정적시기 '라고 이름을 붙였다. 미완성된 뇌가 세상에 적응해가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이 시기는 바로 어린이 시절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결정적 시기는 통상적으로 생후 첫 10~12년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학습은 가능하지만, 새로운 뇌 구조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과학자들의 주장입니다. (중략)

결정적 시기가 끝나지 않은 어린이에게 공부는 뇌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책을 읽고 문제집을 푸는 행위만 공부가 아닙니다. 아이가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바로 공부입니다. 이 #공부 를 통해 #신경세포 를 연결하는 #시냅스 가 만들어 집니다.



아이의 뇌는 마치 딱딱하게 굳기 전의 찰흙과 같아서 모든 학습이 뇌 자체의 구조를 만들어갑니다. 무언가를 배우면 항상 신경세포들이 새롭게 연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연결은 더욱 강력해지죠.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결정적 시기에 자주 사용하는 시냅스는 두꺼워지는 반면, 사용하지 않는 시냅스는 앏아지다가 아예 지워져버린다는 사실 말이에요."


인간의 #뇌세포 수 1천억 개, 세포들을 연결시키는 시냅스 조합의 수는 100조 개. 아이가 보고 듣고 기억하는 모든 인지 기능은 모두 신경세포들의 시냅스 연결에 좌우된다. 그리고 눈, 코, 귀가 주는 정보를 통해 얻는 경험만으로 결정적 시기를 완성시키면 뇌는 아주 적은 영역의 능력만이 발달될 거라 말한다.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상상력 이다.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은 말했다. 이 중요한 상상력을 극대화 시키는 좋은 방법은 뭘까? 당신은 안다. 바로 '독서'라는 것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뇌과학자의 입장에서는 독서가 우리 뇌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는 순간, 뇌는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상상해야 합니다. 신경 세포들이 새로운 가지를 뻗치고 서로 연결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결정적 시기에 이루어진다면 아이의 뇌는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길들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남들은 못하는 새로운 창의적 생각은 어느 시기에나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이의 #상상력 이 최고가 되는 결정적 시기에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 이전에 책을 읽을 줄 알고, 책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 즉, 글을 아는 시기 아니 그 전에 읽어주어서라도 책의 재미에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초등학교 시절에 책 읽는 재미에 빠질 수 있다면 그 이후에는 알아서 틈틈이 책을 찾아서 읽는다는 것이다. 그럴 때 아이의 뇌는 더 없이 건강해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친절하게도 이 책의 말미에 나이별로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한글 책과 영어책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과 더불어 엇비슷한 책들이 더해지면 좋겠다. 


모든 지식은 이미 #인터넷 에 널려 있다. 부족한 것은 상상력이다. 우리의 뇌는 그 지식들을 외우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상상력이 필요한데, 그 부족분을 독서가 도와준다. 10~12살 아이라면 특히 그래야 한다. 이것이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말하는 '어린이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정보화 시대에 책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당위성도 될 것이다. 이 책의 독자는 아이, 그리고 부모다. 모든 행위는 이유와 정당성이 뒤따를 때 힘을 얻는다. 내 아이의 독서를 북돋우고 싶다면 읽어봐야 할 책, 아이와 함께 읽으면 최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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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新생활명품
윤광준 지음 / 오픈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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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일어나는 힘쓰는 일, 위험한 일은 남자 몫이라지만, 그래서 군말없이 한다지만 딱 하나 하기 싫은 일은 칼갈기다. 
마트에 있는 웬만한 칼갈이는 다 써 봤지만 제대로 날이 서지 않았다. 물론 칼가는 실력이 없어서란걸 인정한다. 하지만 실력없는 사람이 갈아도 잘 되는 제품이 진짜 좋은 제품이 아닐까.

궁여지책으로 한달에 한 번 꼴로 칼갈이 아저씨를 찾아가 개당 2000원씩을 주고 칼을 갈았었다. 억울하지만 그냥 계속 둔다면 날이 둔해져서 생선을 써는 것이 아니라 찢어서 어묵을 만들 판이라 어쩔수 없었다.

그러다 윤광준의 '신 생활명품'을 읽다가 내 불쌍한 칼날을 세워줄 구세주를 만났다. 일본의 칼제조업체 글로발이 만든 제품인데, 그의 글을 읽고 바로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주문했다. 직접 보지 않곤 사질 않지만 윤선생의 추천이라면 믿고 산다. 그가 말한 생활명품을 통해 정말 많은 도움을 얻고 있었는데, 신간에는 수십 개의 명품(?)이 라인업 되어있어 지갑이 곡소리할 일만 남았다.

여튼, 칼갈이가 왔다. 즉시 포장을 뜯어 갈아봤다. 엽전같은 쇳덩이 몇개 겹쳐놓은 기존의 칼갈이와는 전혀 다른 갈림소리 '서억~서억'
수십번의 왕래에 날이 섰다. 워낙 칼을 험히 다루는 탓에 날이 적잖이 깨어져 있던 터라 수십번을 더 벼려 제대로 날을 세웠다. 훌륭했다.

당장 저녁에 구워먹을 채소를 썰다가 손톱을 베었다. 날이 선 칼을 의식하지 못하고 예전처럼 힘을 세게 쓴 탓이다. 글로발로 칼을 간 이후의 갈에 비하면 이전의 칼은 차라리 망치에 가까웠다.

칼날이 제대로 서니 요리할 맛이 나고 그래서 즐겁다. 이런 저런 흥을 테라피라 생각하니 25,000원이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앞으로 몇년 동안은 글로발 칼갈이를 사용할 때 마다 이기분을 계속 느낄테니 오히려 싸다는 느낌마저 든다. 
게다가 윤선생의 책을 읽고 배워 샀고, 또 이를 활용해 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니 다산 선생이 그리 외치시던 실사구시를 실천한 셈이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이 글을 읽고 도움을 받으시길...그리고 윤광준의 생활명품도 읽어보시길. 아내에게 '가오'세우기, 그리 어렵지 않단걸 아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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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를 파는 가게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이제용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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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남동생이 6개월 전 서울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 언저리에 고깃집을 열었다. 대한민국 150만 영세사업자 대열에 합류한 새내기 사장의 사정은 말 그대로 일희일비(一喜一悲)였다. 손님이 많이 든 날은 입이 귀에 걸렸지만, 파리 날리는 날엔 세상 걱정을 혼자 짊어진 듯 울상이었다. 고깃집은 많든 적든 매출이 꾸준해야 고기 재료의 재고를 맞출 수 있는데, 이게 들쭉날쭉하니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식이었다. 걱정하는 동생에게 “가게를 정감 있는 곳으로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하려면 “손님에 대한 직원들의 배려는 필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배려를 강조한 이유는 두 가지 경제 트렌드 때문이다. 첫째는 ‘1코노미’다. 요즘 1코노미가 파워 컨슈머로 자리잡고 있다.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 1코노미는 실속 있고 독립적인 나홀로족을 뜻한다. 혼자 움직이지만 스스로를 위해 기꺼이 소비하는 속성을 지닌 소비자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혼자 밥 먹기’는 민망함의 대명사였지만 요즘은 ‘혼밥’이라는 용어가 대세가 되면서 혼행(혼자 여행하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술(혼자 술 먹기) 등 소비자는 거의 모든 소비활동과 문화·여가활동을 혼자서 하는 ‘1인분 인생’을 살고 있다.


또 다른 경제 트렌드는 ‘가성비’다.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성능 비율을 따져가며 지갑을 열고 있다는 뜻이다. 내수경기 침체와 고객의 정보력 향상, 소유보다 경험이 더 중요해진 젊은 소비자가 가성비란 신조어의 출현 배경이다. 소비자가 가성비를 따진다는 건 ‘사치의 시대는 가고 가치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장기 저성장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는 이제 최고의 성능이 아니어도 최선의 질에서 타협하고 적당한 가격에서 포기할 줄 알게 됐다. 영업의 대가 필립 델브스 브러턴은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판매해서 소비자를 더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더 많은 만족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배려’다. 고개를 끄덕인 동생은 내게 다시 물었다. “그럼 배려하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죠?”


그러다 만난 책이 《배려를 파는 가게》다. 리더십 분야 최고 권위자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겅호!》의 저자 켄 블랜차드와 그가 운영하는 켄블랜차드컴퍼니의 임원들이 함께 썼다. 이 책은 “배려는 관계의 시작이자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원제목도 ‘전설적인 서비스(legendary service)’다.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서 보살피고 도와주는 것을 배려라고 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회사나 직원들로부터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매장(賣場)은 고객에겐 매장(買場)이 돼야 한다. 즉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곳이 아니라 손님이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곳이다. 이렇게 관점을 돌리면 매장은 소비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고객을 춤추게 하도록’ 배려하는 서비스는 뭘까.


저자들은 위대한 기업의 이상적인(Ideal) 서비스는 다름아닌 직원들에게 동기부여하는 서비스 문화를 만들어서 고객의 충성이 따라올 수 있도록 주의집중(Attention)하고, 고객의 작은 요구에도 세심하게 반응(Responsiveness)하면서, 직원에게 최상의 고객만족 서비스를 줄 수 있는 재량권(Empowerment)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날처럼 좋은 상품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더 좋은 제품’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우버, 와비파커, 에어비앤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공통점은 ‘소비자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매출을 상품과 서비스의 매매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관계로 여겨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서 제공하고, 따뜻한 관심과 애정으로 고객을 대하고 있다. 그래서 고객은 이들의 서비스에 만족을 넘어 감동한다.



 이 책의 핵심은 “고객에게 배려하라. 그리고 당신이 배려한다는 것을 고객이 알게 하라”다. 배려의 시작은 첫인상이다. 직원들이 고객을 배려하고 정말 돕고 싶다는 자세를 보일 때 고객은 감동하기 시작한다. 고맙게도 저자들은 동생이 궁금해했던 ‘충성고객(단골손님)을 만드는 비법’을 알려준다. 첫째, 고객의 이름을 외우고 부르라. 둘째, 판매와 상관없는 다른 얘기를 나누라. 셋째, 친절하게 대하라. 개인주의적 측면에서 우리보다 앞선 미국 시장 사례를 소개하는 이 책은 나홀로족에 혼란스러워하는 국내 기업에 시의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장기불황을 이겨낼 힘이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김은섭 < 경제·경영서 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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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대화 - 평범한 사람은 어떻게 비범한 승리를 얻을 수 있는가?
댄 월드슈미트 지음, 변봉룡 옮김 / 우현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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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생각법

“당신에게 성공을 위한 다른 책은 없다. 전혀 필요 없다.” 발칙하다. 부제가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승리를 이루는 법을 말하는 책인 <비범한 대화>는 정작 성공을 위한 책은 필요 없다 말한다. 하지만 소위 ‘자기계발서’를 몇 권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말에 공감할 법하다. 성공하는 방법은 단 하나. 코끼리를 바늘로 죽이는 방법이 ‘죽을 때까지 찌르기’이듯 성공 역시 ‘성공할 때까지 노력하기’ 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는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하는 법을 익히 알면서도 성공하지 못하는걸까?‘ 이다. <비범한 대화>의 저자 댄 월드슈미트는 그 이유는 성공이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태도‘에 있다며 우리를 더 큰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적 태도들로 ’엣지EDGY‘를 꼽았다. 저자가 거대한 장애를 극복하고 탁월한 성취를 이룬 1,000명 넘는 사람을 연구한 끝에 발견한 ’엣지‘를 풀어보면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성품은 무엇이든 극한적(Extreme)이기를 겁내지 않고, 매사에 단련(Disciplined)되어 있으며 항상 베풀기(Giving)를 당연시하고 인간 요소(Human Factor)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은 ‘그럼에도불구하고’의 다른 이름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려면 거듭된 실패에도 멈추지 않는 극단적인(Extreme) 행동이 필요하다. 토마스 에디슨은 전구를 밝혀줄 필라멘트 재료를 찾기 위해 18개월간 10,000 가지가 넘는 세상의 재료들로 실험을 했다. 이 미친짓이 성공한 건 ‘극단적인(Extreme) 노력‘ 덕분이다. 실패는 쓰다. 지치고 아파서,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라고 다짐할 때 성공의 문은 열린다. 극단적으로 노력하고, 차별화하고, 학습하라. 그러면 성공의 쿼터quarter는 당신의 것이다.

 

성공에 이르는 길의 이름은 ‘실패’이고, 성공한 사람들은 이 실패를 ‘연습’이라 부른다. 그렇다. 성공에는 단련(Disciplined)이 필요하다. 아울러 철저한 계획 아래 단련이 행해질 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의 세 번째 품성은 베풂(Giving)인데, 개인적으로 ‘성공의 품성으로 적절한가’ 의문이 들었다. 왜냐하면 단어의 느낌이 ‘성공이 수입이라면, 베풂은 지출‘이라는 뉘앙스를 다분히 풍기고 있어서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에 바로 수긍했다. 앞서 말한 ‘극한 행동‘과 ‘단련된 활동‘의 품성은 모두 나, 즉 자기만을 위한 품성이다. 궁극적으로 내게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 남을 돕고, 죄책감이 들거나 창피할 때만 타인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 성공하지 못한다. 저자는 베풂을 배우고 싶다면 “단지 좋은 사람이 돼라.”고 말한다.

이용하기보다는 그냥 주고, 책략을 쓰기보다는 돕는 것이 베푸는 것이다. 조종하기 보다는 배려하는 것이 베푸는 것이다. 아주 좋은 예가 교회에 헌납하는 십일조다. 수입의 10퍼센트 자선은 돈에서 부정적인 에너지를 씻어낸다. 수입의 10이 자선 단체나 장학 재단, 종교 단체 혹은 불우한 이웃에 기부되어 한 차원 높은 에너지로 바뀔 때 사회적으로도 더 나은 세상이 창조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비로소 남은 90의 자산이 진정한 축복으로 변화하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순환 고리를 완성한다. 베풂이란 단순히 어떤 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행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베풂은 나의 영혼에 질서를 부여하고 세상에 정의를 선사하는 셈이니 큰 성공의 품성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품성은 인간 전략(Human Factor)이다. 성공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법, 사람을 알지 못하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인간의 희노애락을 이해하고 인간을 사랑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타인과 감성적인 연계를 맺게 될 때 인간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 즉 통찰이 가능해진다. 그러려면 우선 ‘내 안에 있는 인간’, 나의 사람됨을 정비하라. 우선 나의 허약함을 받아들이고 나의 흠결을 먼저 고치자. “그러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친절하고, 인내하며, 끈기 있는 인간 전략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온전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흔

 

하디 흔한 성공비법에 넌덜머리가 난다면, 이 책을 펼치자.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태도와 함께 노하우Know-how의 기술이 아닌 하우 투 씽크How to think라는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생각법’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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