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 읽기보다 한 권을 써라 - 직장인 책 쓰기 프로젝트
추성엽 지음 / 더난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직장인의 브랜드가치를 최고로 높이는 방법은 '책쓰기'다!
 
  책은 더 이상 지식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양한 삶의 기록과 흔적들이 책으로 만들어져 쏟아지고 있다. 혹자들은 '쓸모없는 책들이 너무나 많이 쏟아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책으로 만들어진 이상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틀림없고, 그래서 많은 책이 쏟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 무엇이든 자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기록하는 일이 많아졌고, 수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팬을 확보하면서 자연스레 책으로 출판되는 경향은 '블룩Blook = Blog + Book'이라는 신조어를 양산한 만큼 발전하게 되었다. 너도 나도 책을 만들어내는 시대, 나도 책 한 번 써 볼까? 하는 충동이 들 때, "좋은 생각이야! 꼭 한 번 써봐!"라고 격려하는 책을 만났다. 마케팅 전문가 추성엽의 책 [100 권 읽기보다 한 권을 써라]이다.
 
  이 책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 경험한 것, 지금 실천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으나 방법을 몰라 마음속으로만 책을 써왔던 사람들에게 단지 글을 쓴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누구나 책을 쓸 수 있고, 저자 스스로 '나도 해보니까 되더라'는 식의 자기 경험을 솔직히 이야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직장인이었던 저자가 책을 쓰면서 책 쓰기가 고통이 아니라 자기를 돌아보는 거울이 되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풀어내는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쓰기,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에서는 전문가와 직장인이 책을 써야 하는 이유와 독자들도 책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저자가 책 쓰기를 권하는 이유는 우선 책 쓰기는 단순히 남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정보 속에서 자신만의 체계적인 지식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고, 둘째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인세'라는 저작권료 또한 적잖은 부수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책 쓰기 무엇이 핵심인가 에서는 책을 쓰기 위해서는 책의 콘셉트와 독자를 사로잡을 제목, 그리고 넘치는 아이디어와 출판사와 편집자들의 전문성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히트 상품이 되기 위한 7대 원칙 콘셉트와 브랜드가 일치한 히트상품, 훌륭한 제목으로 소화한 베스트셀러등,  자신의 특기인 마케팅 사례들을 이용하여 콘셉트와 제목, 그리고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었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에서는 우선 독자가 원하는 것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실용서의 경우 책을 집필하면서 저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이나 이야기를 무작정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독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넋두리에 불과하다며 저자가 쓰고자 하는 바를 철저하게 독자의 관점에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 시장인 서점을 찾아 독자들이 사랑하는 책을 살펴보고, 왜 사랑받는지를 먼저 분석하기를 권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핵심 역량을 고려해서 차례를 정하고, 책 또한 상품인 만큼 마케팅에 입각하여 전략적으로 상품을 만들것을 주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스스로 활용했던 책을 쓰는데 필요한 여러가지를 설명하면서, 점점 전문가만이 대접받는 요즘같은 시대에 직장인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 쓰기임을 강조했다. 
 
  이 책은 저자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인 마케팅을 사용하여 책 쓰기를 권하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마케팅기법들을 적용하여 책 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직장인만을 위한 책임을 강조하는 듯 했다. 실제로 이 책을 내면서 시장을 분석할 때 이미 나온 비슷한 책 [일하면서 책 쓰기]를 전략적으로 분석해 기존에 나온 제품의 시장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차별화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 내고자 하는 책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으로 고민한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 쓰기를 떠나 마케팅 관점에서의 제품 탄생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의 전문성과 차별화가 두드러졌다. 
 
  세계화에 힘입어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세계 구석구석을 탐험한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듣고 배운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전달수단은 미니홈피로, 블로그인데 이들에게 실린 글들을 보고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사랑을 받고 있으며, 나아가 책으로도 선보이는 시대가 오늘날이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 글로 적고 있는 블로거들이 한 번 쯤은 생각할 수 있는 '나만의 책 만들기'을 위해 좋은 가이드가 아닐까 싶다. 특히 직장인들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도 같아 일독을 권하고 싶다. 좋은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어렵게 만난 좋은 책을 모두 소화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하지만 책을 읽고, 소화하는 쉽지 않은 과정을 보람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실천이다. 이 책을 읽고 '나만의 책 만들기' 꿈을 위해 한 달 내딛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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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
서상훈 지음 / 지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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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학생들을 위한 책읽는 기술!
 
  평생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글 몰랐던 우리 할머니도 팔순을 훨씬 넘도록 건강하게 살다 가셨으니 말이다. 우리 할머니는 기독교인이셨다. 아주 독실하신 신자셨는데 새벽기도회를 가시건, 주일예배를 가시건 글도 모르는 분이 어깨 한 짐되는 가방을 들고 다니셨는데, 가방엔 다름아닌 성경이 들었던 것이다. 글도 모른다는 분이 성경을? 그림성경. 지금 생각해보니 미국판 그림성경을 한글로 번역한 것인데, 웬만한 백과사전 두 권을 합친 듯 두꺼운 그것을 키가 150 센티미터가 채 되지 않는 할머니가 열심히 들고 다니신 것이다. 네 살박이인 내가 대신 짊어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눈에 넣어도 안아픈 손주새끼에게 그 무거운 것을 들게 하실 리 없을테고 게다가 난 꽤 영민하지도, 싸가지가 있지도 못했으니 그 무거운 성경책은 할머니 몫이었다. 무겁고 힘들었지만 할머니는 그림성경을 가지고 예배를 보셨고, 항상 반박자가 느렸지만 다른 사람들의 입모양에 맞춰 찬송가책을 가진 사람들보다 찬송가를 잘 부르셨다.
 
  중학생이었을 때 인가 보다. 뜬금없이 할머니는 당신의 존함을 가르쳐 달라고 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이 나이가 되야서 내 글을 몬배운기 무서운 이유가 몬 줄... 니 아나? 죽어서 귀신되아가 돌아댕기다가 내 이름 쌔야진 문패 몬일글까바 그기 무서븐기라." 완벽하게 외우지 못하고 당신의 이름을 눈에 새겨놓기만 하고 돌아가셨지만, 그림성경과 다른사람의 입모양에 맞춰 예배를 보실 만큼 눈썰미가 있으셨으니, 충분히 당신집은 찾으시리라 믿고 싶다.   
 
  우리 할머니의 예처럼 글을 배우지 못해도,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루 24 시간이 모자라 온종일 뛰어다녀도 모자를 판에 한가하게 책을 읽는다니 어쩌면 독서는 시간이 배부른 자들의 향락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조금 읽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책을 보면 볼수록 부족함을 안다고 하고, 읽어야 할 책은 태산보다 클 만큼 많다고 그래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좀 더 효율적으로 독서를 하려고 노력하고, 좀 더 능률적으로 책을 읽은 내용을 습득하려 나름대로의 독서법들을 찾는단다. '책을 잘 읽기 위한 책'이라... 이 책 또한 독서법 중에서 '독서토론'과 '베껴쓰기'의 놀라움을 주로 알려주는 책이다.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강호들의 한 사람으로 '감오행感悟行;느끼고 깨달았으면 움직여라' 라는 아이디로 더 잘 알려진 서상훈씨의 책 [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이다. 
 
  온라인상에서 이른 바 '독서노트'로 알려진 사람들이 꽤 있다. '공병호씨의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 있고, 매일아침 메일로 배달되는 '예병일의 경제노트'도 있고,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고도원의 아침편지'도 있다. 이들 독서노트는 책의 일부를 우선 소개하고, 그 내용을 저자가 나름대로 해석해 '행간에 숨어 있는 내용의 핵심'을 잘 짚어내 주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 감오행 역시 블로그인가 카페글 중에서 한 권의 책을 잘 요약해 둔 글들을 썼던 것을 여러 번 본 기억이 있어 그의 아이디를 확인하고 집어들게 된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내용은 '독서토론'과 '베껴쓰기'. 먼저 저자는 독서토론에 대하여 교육 방법 가운데 독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검증된 방법이고, 토론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임을 감안할 때 독서토론은 통해 자신이 책을 읽으며 얻은 지식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올바른 삶에 대한 가치관 형성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독서토론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활용해 지식, 사고력, 논리력, 창의력, 사회성을 키워주고 이미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방식을 채택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하며 세계를 이끌어갈 21C 핵심인재를 키우는 일에 독서토론 만큼 좋은 프로그램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자신이 지금껏 실행해 온 독서토론의 경험을 종합해 독서토론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그 예를 5단계 독서토론 프로세스와 책의 후반부에 있는 '실전 천재 독서법'에서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나 역시 독서토론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번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정형화되지 않은 진행과 미숙한 준비로 난상토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던터라 이부분을 주목했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정형화된 독서토론 역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독서란 자신의 느낌을 있는 그래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리더가 제시하는 바에 따라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제한이 있어 또 다시 생각을 걸러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잘못하면 '토론을 위한 독서'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독서란 독자가 제 깜량에 맞게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자신이 읽어 어렵다고 느꼈다면 그 누가 뭐라해도 어려운 것이고, 아무리 쉽고 유치하다 하더라도 내가 읽어서 감동적이었다면 나만의 '최고의 책'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어 느끼고 배운 점은 머리와 가슴으로 체득되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더 풍부한 시야와 생각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 독서의 의미를 둔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저자의 독서토론의 변을 들어보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더 어울리는 독서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껴 쓰기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가 예를 든 것처럼 성경이나 불경등을 베껴쓰는 일을 전에 목격한 바 있지만, 이는 '기도의 또 다른 방편'이다. 공자님의 '위편삼절'이나 정약용 선생께서 자식들에게 '초서(메모해 가며 책을 읽는 방법)'를 권했던 방법처럼 책이 귀했던 때이거나, 완전히 외워야 할 만큼 주옥같은 책이야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모든 책에 그럴수야 없잖은가? 목사님의 성경 베껴쓰기는 그것이 그의 업業 이 이유일테고, 저자 역시 자신의 예를 든 것이 영영 사전과 옥편이 아니던가?
 
  세상은 변했다. 21세기에는 '종이로 된 책과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할 만큼 기술과 과학이 발달하였고, 전자책과 전자신문이 이미 상용화 되는 만큼 현재는 그 과도기에 접어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이 종이로 된 것이냐, 컴퓨터 안에 들은 것이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이 쏟아지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채 한 권도 읽지 않는 우리나라 국민이 많은데 이들에게 독서토론과 베껴쓰기를 권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청소년을 비롯한 현재 공부를 업으로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고, 책과 접할 시간이 많은 이들에게 좀 더 효율적이고, 알찬 독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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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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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부커스 -  저자? 독자? 누구를 말한 것인가?
 
 
  대학을 입학하기까지 운동과 놀이를 워낙 좋아하던 탓에 나는 '독서의 즐거움과 이로움'을 알지 못했다. 고교시절까지 내가 들여다 본 책이라고는 교과서와 참고서 그리고 사전이 전부였다. 교과서 속에 들어있는 문학과 인문, 역사 그리고 예술등 그 많은 활자들을 쫓아가기도 바빴던 나에게 교과목 이외의 책을 읽은 것은 열 손가락 안에 들었을 정도였음을 고백한다. 소위 말하는 '지성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을 들어가면서는 '책을 읽지 않은 자신'이 대학에 들어갔다는 자기적 모순에 빠져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될 당면과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은 박식해 보이는 선배의 손에 항상 들려 있던 F. 엥겔스의 '자본론 보론'을 쫓아서 산 것이 첫 번째 도서구입경험인데, 우리말로 쓰여진 문장임에도 활자를 쫓아 읽어갈 뿐,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달랑 두 페이지를 읽고는 덮어버렸다. 그 뿐 아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쫓아 농활(농촌활동)을 떠나는 길에 열차에서 그녀에게 보일 요량으로 '헤겔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사서 앞에 앉아 읽었는데, 사람을 죽인다는 소린지 살린다는 소린지 분명 한글로 써져 있는데도, 내가 읽어가는 한 줄의 의미를 몰라 윗줄로 추적하기를 반복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모가지는 오후 세 시 방향으로 꺾은 채 입을 벌리고 잔 터라 흘러내린 침때문에 '조갈'을 느껴 깨어버렸다. 나의 '천사'는 건너편으로 건너가 예비역 선배의 기타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의 비참함이란...그 시간 이후 지금까지 난 '헤겔'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읽기는 해야겠는데 무엇을 읽어야 할 지 몰라 강박으로까지 다가온 나의 '독서의 충동'이 답을 찾기 시작한 건 전공기초 과목이었던 '국어'교수께 상담하게 되면서부터다. 그 분은 책을 처음 접하는 내게 '칼 구스타프 융'의 '잠재의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수준과 종류를 따지지 말고 닥치는대로 읽기를 권했다. 책을 읽은 후 무엇을 읽었는가 되돌리려 하지 말고, 그저 다음 책에 몰두하며 수많은 카테고리가 담겨져 있는 두뇌라는 하드에 양적으로 저장하기를 권했다. 독서이후의 남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고 말하셨다. 두뇌는 그릇과 같아서 내가 배운 지식들이 하나 하나 채워져 가고, 그것들이 숙성이 되면서 느끼게 되고, 쌓이고 느끼는 과정이 반복되면 발효되어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으로 다가온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그 작은 깨달음들이 그릇을 차고 넘치게 되는 순간, 나의 일상생활의 곳곳에서 그동안 읽고 배운 것들이 내가 의식하지도 않았음에도 현실에 적용되고 활용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 경험은 무척 놀라운데, 그 맛을 느끼는 순간 '독서의 즐거움'이 시작될 거라고, 그 전까지는 조금은 수고로운 과정일 거라고도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분은 독서생활도 인간의 경험이라 누가 알려주기 보다는 스스로 익혀야 그것이 내 것이 되는 것이어서 처음 책읽기를 시작했으면 추천을 바라지 말고 나의 판단으로 무조건 다독하기를 권했다.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읽고 무조건 수용하라고 말씀하셨다. 읽고 난 정보와 지식이 나의 일상생활과 결합되면서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을 분석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나에게 좋은 책과 나쁜 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그 분이 처음 권해주신 책은 '시드니 셀던의 통속소설'이었다. 미국 드라마의 미니시리즈나 영화의 원작이 될정도로 재미가 넘쳤던 책들인데, 국내에 나온 그의 소설을 전부 읽으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습관'을 배웠던 것 같다.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진 그 때부터 책에 흥미를 붙이면서 지금까지 책은 둘도 없는 '친구'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고, 시드니 셀던의 소설에서 다른 작가들로, 다른 장르로 범위는 넓어졌고, 책을 읽는 양과 속도도 향상되었다. 물론 지금의 내가 대학새내기 시절보다는 지적으로 더 성숙해 진것은 틀림없는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좀 더 효율적이고, 알차게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갈망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알만한 지금이 예전에 '당장 무슨 책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모르는 초보' 때 보다 더욱 더 큰 강박으로 다가온다. 한창 일을 할 나이인 지금은 쪼개고 쪼개도 나지 나지 않는 것이 시간인지라, '책을 읽은 후 후회하는 누'를 범하고 싶지 안아서였다. 지금도 서점을 가서 느끼게 되는 설렘과 두려움은 지식의 보고인 서점을 보물섬이라고 비유한다면 평생을 보고도 다 못볼 만큼의 쌓여있는 책들과 매일 쏟아지는 싱싱한 신간들을 목격하노라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책 [보물섬]에서 파란곡절 끝에 누런 황금이 가득한 보물들이 가득한 곳을 찾아가 눈앞에 둔 보물들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소년 짐 호킨스의 마음과 다를 바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책 읽는 책' 혹은 '좋은 책 권하는 책'을 틈틈히 읽으며 나름의 좋은 방법을 아직도 찾아 헤매는 중이다. 오늘 만난 이권우씨의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도 그 맥락에서 만난 책이다.
 
  내가 '책 읽는 책' 혹은 '책 권하는 책'을 부러 찾아 읽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나보다 훨씬 내공이 많은 사람에게서 '보다 나은 책 즐기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다. 저자의 책읽는 습관을 엿들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 나만의 방법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욕심의 발로인 것이다. 두 번째는 '좋은 책을 소개받고 싶어서'다. 책을 말하는 저자인 만큼 필이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책을 읽었을테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끝에 언급하는 도서와 저자들의 이야기나 발췌부분이 있다면 기록해 두었다가 추적해서 읽고자 함이다. 마지막으로 '위로'받고 싶어서다. 스물 네시간이라는 하루의 한정된 시간 중에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로 책을 읽음은 더 이상 남에게 '독서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함도 아니고, 낭비하는 시간에 대한 자위책自慰策 도 아니다. 부족함을 느껴서 책을 통해 만회하려는 노력의 과정일텐데, 인풋Input 에 비해 아웃풋Output 을 좀처럼 발견하지 못하니 독서를 하는 시간이 '또 다른 시간낭비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하는데, 대단한 내공의 고수들이 "자네, 지금 잘하고 있다네." 라고 위로해 준다면 지금보다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에서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는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다.
 
  스스로가 '책벌레'라 말하는 저자는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고수 책벌레'다. 이미 [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라는 책을 내어 많은 도서애호가들에게 회자된 바 있으며, 도서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 이른바 '책읽기가 직업'인 그보다 더 나은 독서가가 몇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책의 내용 또한 고수답게 새로운 생각과 깨달음을 던져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글이 모였다지만, 제 집을 잘못 찾은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우선 '호모부커스'에 대한 개념이다. 처음 들어보는 듯 한(책을 읽고난 지금도 이 단어가 이미 존재하는지조차 난 모르고 있다)당당히 이 책의 제목으로 소개되었다면, 그 개념에 대해 소개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 책이 '호모부커스'를 설명한 책인지, 아니면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호모부커스가 되는지, 저자의 별명이 '책벌레' 뿐 아니라 '호모부커스'인지을 짐작하게 할 것인데, 제목을 빼고는 한 번도 언급하지를 않으니 '언제 이 단어가 나올지' 답답했다. 결국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마지막 장을 덮으려 하니 출판사의 기획물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속에 들은 'Homo~ 시리즈'임을 알게 되어 한동안 허탈한 감마저 느끼게 했다.
 
  두 번째는 '첫머리에' 부분인데, 저자는 "이 책은 달인이 되는 지름길을 말해 주지는 못합니다. 제가 책읽기의 달인이 되는 왕도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달인이 되는 작은 길은 열어 놓으려 애썼습니다. 이 길을 편안한 마음으로 걸어 보십시오. 땅이 패어 있고 가끔 끊어지기도 하고 자갈도 여전히 널려 있지만, 한번 가고 나면 스스로 달인 되는 법을 깨우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라고 이 책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제목과 부제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 책을 읽고 '책읽기의 달인'이 되는지, '호모부커스'의 대열에 낄 것인지 궁금해서 책을 산 독자들에게는 무엇을 얻으라는 것인가? 이는 마치 '만명통치약' 라벨이 붙은 약을 팔면서 '약 사용설명서'에 "이 약은 만명통치는 아닙니다. 약이 독해서 머리가 빠질수도 있고, 위액이 모두 쏟아질 만큼 구토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약을 모두 마시고 견디다 보면 내성이 생겨 병으로 인한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실 겁니다.'라는 것과 무에 다를 바가 있더란 말인가?
 
저자의 책에는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하여 언급한 부분이 있다. "(...)이 정도 시간을 들였는데도(책의 표지에 담긴 광고성 문구드에는 책의 주제와 강조점이 들어 있고, 목차는 책 전체의 내용이 들어 있으니 그것만 살펴봐도 그 책이 좋은 책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도)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서문을 보면 된다. 물론, 서문 가운데는 감사패를 늘어놓은 듯한 책도 많다. 그런 책은 안 보면 된다(그래서 감사의 글을 책의 맨 뒤에 놓았나 보다). 서문이란 본디 책을 쓰게 된 동기, 책에서 문제 삼고자 한 주제의식, 그것을 풀어 나가기 위해 부여잡았던 고민거리들을 함축적으로 풀어놓은 마당이다. 그러니, 읽어 보면 대략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게 된다. 그러니, 읽어 볼 만한 책인지 아닌지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게 마련이다. 더욱이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서문은 그 책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다. 그런데 그 서문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면, 속된 말로 볼 장 다본 셈이다. 문제의식이 없거나, 주제의식이 애매하거나, 문장이 인상적이지 않다면 그 책은 돈 들이고 시간 들여 읽어 볼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P 140 - p 141) 역시 고수답게 정확하게 '시간을 절약하면서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자가당착에 빠진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저자의 말대로라면 제목에 대한 언급도 없고, 책을 쓰게 된 동기도 맞지 않으며, 이 책에서 문제 삼고자 한 주제의식까지 결여되어 있으니 책을 구입해서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참을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마음을 고쳐 고수인 저자의 말대로 책을 산 이상 이 책의 '주인'인지라 마음껏 책과 씨름한다는 마음으로 끝을 보고 말았다. 많은 것을 배웠다. 읽고 싶은 책은 십 수 권을 소개받았고, 당대의 독서가들의 '독서예찬'들도 만날 수 있었다. 저자의 독서에 대한 애정과 독서가 부재로 인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우려하는 바에도 충분히 공감하고 박수를 쳤다. 정말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즐기는 '책벌레'임에 틀림이 없었다. 국내의 '독서 권하는 책'으로는 손색이 없는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제 집을 잘못찾은 훌륭한 이야기와 내용들은 이미 '빈정이 상해 버린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제 직업에서 승승장구해서 제 흥에 못이겨 책을 내는 일부 '실용서의 저자'들도 아니고, 다름 아닌 '도서평론가'라는 직업을 가진 '책벌레' 저자가 독서고수의 또 다른 이름을 명명하는 듯한 '호모부커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산문집'을 내었으니, 과연 내 서재의 '인문학'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는 것인지 조차 의심이 간다. 게다가 시작과 말미에 담았던 '겸양의 자세'들은 너무나 인상적이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다웠는데, 본문에서의 그것은 너무나 하대下待해서 표리부동함마저 느끼게 했다. 전작에서 만난 저자와 너무나 다른 터라 오히려 '내가 전에 잘못 읽었었나?' 하는 의심에 전작들을 뒤져보게 만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구입한 하수下手의 부덕이 탓이라면 할 수 없겠다. 이 책으로 그것을 배웠으니 앞으로는 더욱 조심히 책을 집어들어야 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은 타인의 저서를 평하는 평론가가 자신의 책을 내는데 있어서는 여느 저자보다 몇 배 더 심사숙고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호평好評은 세 명에게 전하지만, 악평惡評은 일곱 명에게 전한다'는 마케팅 속담이 있다. 저자를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모르겠지만, 이전에 호감을 가졌던 독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겼을 것이다. 최소한 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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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의 약속 - 김수연 산문집
김수연 지음 / 문이당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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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책을 전하는 '365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이야기!
 
 
  지난 봄 존 우드의 책 희말라야 도서관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은 기억이 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아태지사장으로 있으면서 고액연봉이 보장된 직업을 버리고 그는 네팔, 인도, 베트남 등의 오지에 현재까지 200개 이상의 학교를 세웠다. 3,000권의 도서관을 지었고 150만 권 이상의 도서를 기증했다. 이 모든 것이 일을 시작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이뤄낸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자선사업의 성공담을 과시하기 위한 책은 아니다. 인생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열정을 바친 한 남자의 고백록이기도 한 이 책을 읽고, 성공한 사람이 노년에 '자선사업'을 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젊은 나이에 가장 멋진 사업을 하는  "사회기업가"(Social Enterpreneur)"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마냥 부러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나라엔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했었다.
 
  오늘 그에 버금가는 훌륭한 '사회기업가'를 또 만났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목회일을 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책 버스'를 타고 돌며 '도서관'이 없는 시골마을을 찾아내 그곳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김수연목사님의 책, [내 생애 단 한번의 약속]이다. 이 책은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의 대표로 있으면서 2008년 7월 현재 지금까지 245 곳의 작은 도서관을 개설한 김수연 목사님이 자신의 일에 대해, 그리고 책사랑에 대해 쓴 산문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일생을 둘러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린 둘째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아내와 헤어지고 방황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후배의 교회를 찾고는 그곳에서 안정을 찾게 된다. 목회 일을 하며 '둘째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책 나눠주기 사업이 작은 도서관 만들기로 까지 커지게 된다. 혼자 힘으로 수고로운 그 많은 일을 해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질타와 비웃음, 의심도 사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온 그의 진정성에 감동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돕게 된다. 그의 무한한 책사랑과 또 다른 '일용할 양식'으로써의 책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시골의 아이들의 손에 전해지는 순간을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나누면서 느끼게 되는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되었다. 20여 년간 기자생활을 했던 저자인 만큼 놀라운 문장력이 책 속에 흠뻑 빠지게 만든다.
 
  그는 가난한 사람을 도울 때 많은 사람들은 우선 의식주에 모든 초점을 두는데 이는 당장 굶어 죽는 사람에게 책은 사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을 도태시키고 마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주면 스스로 구하여 먹을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한해 평균 독서량이 0.7권으로 21권인 일본에 비해 무려 30배가 차이가 난다며 이러한 차이가 바로 국가 발전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한 '인생은 완성이 없는 큰길의 일부다.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게 인생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죽는 날가지 해야 하는 게 공부다. 배움은 무엇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운다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라도 말하며 책읽기를 권한다.
 
  '베풂의 기쁨'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하더니, 그말의 뜻을 김수연 목사에게서 찾는다. 슬픔과 분노를 사랑과 베풂으로 승화시켜 그 행복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일하실 저자를 보면서 '인생의 참맛'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한다. 게다가 '마음의 양식'인 책을 나누는 일을 하니 그에게는 '365일 산타클로스'가 어울리는 것 같다. 잔잔한 감동과 배움을 주는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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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달인이 말하는 업무달인 되는 법
나카지마 다카시 지음, 김주영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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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는다면 당신의 '실용서 독서습관'이 확 바뀔 것이다 !  
   

  
  내가 주로 읽는 책은 경제, 경영, 처세, 자기계발 등 실용서적이 대부분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업무에 관련된 책과 보다 나은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위한 책을 읽다보니 자연히 그쪽으로 쏠려서 이른바 '편식'을 하게된 것이다. 당장 해결하고 싶은 문제의 답을 찾거나, 미래의 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책을 대하다보니 독서생활이 '업무의 연장'으로 느껴지는 때도 없잖았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읽어버렸다'는 마치 '숙제를 끝낸 듯한' 소감의 한숨을 뱉어내곤 했다. 재미도 없었고, 남는 것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은 씻을 수 없었고. 그렇게 재미없는 '편식'을 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시간'이 부족해서였다. '시간은 [있고 없고] 의 문제가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라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책은 시간을 내서 읽는 것이 아니라 틈틈히 '틈새시간'에 읽는 것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그것을 지키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한 눈으로 훑어보면 외워버리는 좋은 머리도 가지지 못해서 내게 있어 독서는 '조용한 자리를 찾고, 한가한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하는 일종의 공부'와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였기에 이 책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년간 '3,000권'을 읽는다는 저자의 독서량에 있었다. 하루에 8권 정도를 읽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을 때 이 말도 안되는 숫자를 밝히며 책을 낸 '저자'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살펴본 결과 저자는 하루 종일 책만 읽는 사람이 아닌 컨설팅업 활동을 하고 있고, 영화 프로듀싱도 하며, 지금까지 170여 권의 책을 펴낸 것으로 알려진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가 그렇게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도 책을 3,000 권이나 읽는 비결, 그리고 지금껏 170여 권의 책을 쓸 수 있는 비결등의 [지적생산 知的生産 을 위한 독서법]을 설명한 책이었다. 내게 있어 그의 이력은 정말 기적처럼 놀라운 일이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주요한 이유다. 소개하는 책은 나카지마 다카시의 [독서달인이 말하는 업무달인 되는 법, 원제는  キラー・リーディング 「仕事脳」が劇的に回り出す最強の読書法 -킬러 리딩 -'업무뇌'가 극적으로 되돌아나오는 최강의 독서법] 이다.
 
 

                           
  
  
  그는 한 해에 약 3,0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고 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그중 실제로 지식이 담긴 알째배기 책은 고작 20% 즉, 600여 권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2,400 권의 실패가 있음으로 600권을 건질 수 있게 되는데, 그가 되도록 더 많은 책을 건지고 싶었기 때문에 버릴 것을 각오하고 3,000권이나 구입한다는 것이다. 대충 어림잡아 계산을 해도 3,000권의 책값만도 보통 직장인의 연봉과 맞먹는다. 정말 놀라운 수치다. 또한 자신이 생각하는 알짜배기 책 600권을 찾기는 어디 쉬운 일인가? 내가 그 정도를 찾아내야 한다면 10년은 걸릴 만큼의 양이다. 물론 그는 이 도서들을 읽음으로써 새로운 책을 쓰게 되고, 또 새로운 프로그램의 기획이 가능하다고 하면 그 역시 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위한 투자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숫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특히 도서량도 대단하지만, 실제로 유용한 책은 20% 정도 나온다는 추론하에 좋은 책을 좀 더 많이 발견하기 위해 더욱 더 많은 책을 사들인다는 그의 생각은 상식을 파괴하는 대단한 발상이다. 일반인의 독서와는 큰 차별성을 갖는다.
 
  그가 읽는 3,000권 중 2,000권은 업무상 살펴봐야 하는 자료이고, 순수하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읽는 책은 1,000권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킬러 리딩] 이라는 많이 읽기도, 빨리 읽기도 아닌 한 권의 책을 완벽하게 자신의 정보로 소화하여 현재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특한 그만의 지적 생산을 위한 독서법을 통해 책을 단순히 '재미있다'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성과로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킬러 리딩]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그가 말하는 [킬러 리딩]이란 한 권의 책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핵심적인 단어, 즉 [킬러 단어] 와 그 단어를 설명하거나, 책의 주제를 짚어낼 수 있는 핵심적인 문장이나 페이지, 즉 [킬러 문장]을 찾아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170 여 권의 책을 쓰고, 500 여 권의 책을 기획하는 '시간과 싸워야 하는' 그의 업무에 있어서는 딱 어울리는 방법이었다. [킬러 리딩]은 한 마디로 '빠르고 많이 제대로 읽어라' 였다. 속독과 다독 그리고 성독省讀(정독)을 모두 합한 개념이라 하겠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게 읽고 많이 읽는 등의 기술 즉 스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에서 내가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뭔가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없을까?' 하는 문제의식만 있다면 소설, 역사책, 추리소설, 만화책, 심지어 누드집에서까지 일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의 데이터베이스로 바뀔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은 보고자 하는 것만 보인다."라는 말처럼 단순히 보거나 읽는 Seeing의 행위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보거나 읽으려고 하는 Looking의 개념으로 책을 대해야 [킬러 단어와 문장]을 찾을 수 있다는 그의 말에 동감을 느꼈다. 그러한 문제의식없이 단순히 정보를 섭취하거나, 시간때우기 혹은 단순한 흥미 본위로 책을 대한다면, '독서활동'만큼 시간적 손실이 많은 '취미활동'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킬러리딩]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샘솟게 만드는 방법, 알짜배기 정보를 쏙쏙 뽑아내는 방법, 그리고 업무달인이 될 수 있는 300% 책 활용법 등이 소개된다. 책을 구입하는 요령에서부터 책을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 그리고 그거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로 재생산해내는 방법등 수십 년의 베테랑만이 쏟아낼 수 있는 그만의 독특하고 실용적인 도서법들이 소개된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킬러 단어, 킬러 문장]의 보관법인데 디지털 카메라와 IC레코더 등으로 손쉽고 편하게 저장하는 방법등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어서 나의 형편에 맞춘다면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았다.
 
  업무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문제와 똑같은 문제가 없고 똑같은 정답도 없지만, 비슷한 문제는 많고, 비슷한 정답도 적지 않은 만큼 독서를 통해 문제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면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업무를 개선하고 성과를 내거나 돈을 버는 구체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지적이고 생산적인 독서'가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업무에 있어 정답은 해결책을 창조해 내는 것이므로 책을 읽는 속도나 양보다는 책을 통해 무엇을 생각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책은 작가나 저자의 주장이나 생각, 의견을 베끼는 도구가 아니라 문장을 실마리로 당신이 '느끼는' 도구 즉, 당신이 당신 자신과 대화하는 도구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독서활동'에 대해 단순히 읽기 reading 이 아니라 겨루기 sparring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를 나와 저자 그리고 독자인 나와 또 다른 나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라는 저자의 조언은 내게 책읽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던져준다. TV나 라디오 가 수동적인 지식습득이지, 책을 읽는 것은 적극적인 지식습득과정이라 여겼는데, 더 나아가 책과 스파링을 한다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독서행위 자체도 결국은 수동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그의 생각때문이었다.
 
  소설등의 순수문학 도서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혹은 생산을 위한 실용서등의 책읽기에 대해 이야기한 책인 만큼 내게 있어서는 '좀 더 나은 효율적인 독서생활'에 큰 도움을 준 책이다. 실용서 읽기에는 제일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고 느껴서 추천도 많이 했던 '공병호 박사의 실용독서의 기술' 과 함께 읽는다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와는 하는 일의 성격이 다른 만큼 이 책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그가 한 해에 책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빨리 읽는지 그것을 닮으려 할 것이 아니라, 그가 책을 읽을 때 임하는 '마음가짐' 즉, '뭔가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없을까?' 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꾸준이 노력해야 함을 배우게 되었다. 시간은 없지만 보다 나은 직장생활과 업무에 도움을 얻기 위해 '책읽기'에 몰두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다면 당신의 실용서 독서습관이 확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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