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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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진정한 리뷰가 뭔지를 알게 하는 유시민의 고전 리뷰 모음집 

  책도 물건에 들어가는가 보다. 읽고 또 읽으면서도 내가 읽지 못한 남이 읽은 책은 내가 읽은 책보다 더 나아 보이는 듯 읽고 싶고 읽은 그가 부러워진다. 욕심.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사악한 감정은 책에도 반영되는가 보다. 유시민의 책 <청춘의 독서>은 그런 욕심에서 집어든 책이다. 오늘의 당신이 어제 읽은 것은 무엇이더냐?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겨 차례를 읽고 속이 상했다. 최인훈의 광장을 제외하곤 제목으로만 듣던 책이었다. 고전이라 불리는 명저들. 제 잘난 척이더냐? 반문하고 싶었다. 은근히 빈정이 상해 차마 책장을 시원히 넘기지 못했다. 

  독서기讀書記란 원래 조심스러운 글이다. 글 속에 들은 책의 내용과 생각은 독자가 그 책을 읽은 시절의 느낌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마치 여드름이 그득한 한 때 밤을 하얗게 새워 써둔 연서戀書를 한낮에 읽고 부치지 못하는 것처럼 언젠가 쓴 독서기를 읽을 때면 얕기만 한 글의 깊이에 늘 얼굴이 붉어진다. 책을 읽지 않아도 세월은 생각의 수심을 깊게 한다. 책을 읽으면 깊이는 더해질 터, 그래서 지난 날의 독서기는 늘 얕고 편협한 생각의 총제로만 보인다. 지금 쓰는 이 글도 그 길이만큼 얕아지겠다 싶어 조심스럽다.

  남이 쓴 독서기를 읽고 재차 독서기를 쓰기란 재탕한 한약 같다는 생각에 소용이 있을까 싶다만 읽고 난 감상이 많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국가대표급 운동권인 청년이 여권의 정치인이 되고 또 다시 野人이 된 지금 저자가 젊은 시절을 뒤돌아봄이 수상했다. 책을 든 다음날 ‘대선출마’에 대한 언급을 듣고야 책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시절의 열정을 재충전하게 했던 원고였던가 싶어서다. 그 생각은 틀림이 없었다. <청춘의 독서>에서 소개된 책 모두 그가 하고 싶었던 ‘오늘을 고告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유시민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통해 비범한 사람들이 인류를 구원하려는 신념은 위험한 전체주의적 발상이며, 인류를 구원하는 길은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구원한다는 것을 말하고, 역사의 종말을 예언한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모순을 개선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찾아올 종말이 올 때 까지는 유효한 종말론임을 밝히며 경계했다. 한편 금이 간 거울이 되어버린 맬서스의 <인구론> 오늘을 논論하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과연 옳은지,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지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는 도구로 삼았고, 보수주의의 대명사인 <맹자>의 생각엔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사상에 대한 변함없는 마음에 정적政敵인 그에게 진정한 보수주의를 찾았다.



 

    이 책은 명저名著의 줄거리 사이 마다 녹여낸 그의 글 전반은 지난 시절에 읽고 느낀 바에 대한 그릇됨의 기록이었다. 오해와 착각으로 첨철되었음을 고백하는 그의 반성은 솔직해서 멋지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의 더 깊고 너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득오감得悟感은 재차 읽은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리라 싶어 부럽기까지 했다. 글의 나머지의 절반은 오늘에 대한 성찰이었다. 그가 오래전에 책을 읽으며 느낀 세상의 모습은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그 시절보다 더 후퇴한 것에 대한 회한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그 중에서 하인리히 뵐의 <카나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 대한 글은 정부와 언론이 밀월관계를 갖게 되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되는지에 대한 우려의 반영이었다.

  리뷰란 이런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줄거리를 읊어대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내게 무어라 말했는지, 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노래하는 글이다. 나아가 책을 읽기 전후로 조금 더 큰 자신을 발견했음을 깨닫는 글이다. <청춘의 독서>는 진정한 리뷰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책꽂이에 꼽혀야 할 책은 두 번 이상을 읽은 책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또 다시 읽고 싶게 만든 책이야말로 나를 키워주는 책이라는 말뜻이겠다. 한 번 읽고 난 후 책 내용과 내 생각을 한데 섞어 곰삭힌 후에 어느 때 다시 읽는다면 두 번째 읽는 책 맛은 세월이 더해져 더 깊어지리라. <청춘의 독서>에 소개된 열 네 편의 고전이 유시민을 만나 그가 보는 세상으로 거듭 태어났다. 

  지식인이란 이래야 한다. 고백의 마음을 가질 줄 아는 자여야 하고, 배움을 그치지 않아야 한다. 돌아봄에 후회할 줄 알고, 잘못을 깨달을 줄 아는 자 여야 한다. 이런 자신의 모든 생각을 글로 옮겨 세상에 알릴 줄 아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후학들이 그들의 지식을 믿고 따르게 된다. 단순히 지식인이라 해서 이미 배운 자, 이미 갖춘 자가 아니라 오늘도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후학들은 가슴으로부터 우러난 존경을 표하게 된다. 유시민은 지식인이다. 참지식인이다. 시시비비를 논리적으로 가릴 줄 알고, 옳다 그르다는 것을 당당히 밝힐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차마 꺼내어 놓고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토론장에 들어서 열변을 토하며 대신 말해주는 그에게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런 그가 이 세상에 있음은 감사할 일이다. 

  유시민. 그는 책을 지도라고 평가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말처럼 무거운 짐을 어깨에 매고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필경 외롭고 두려운 여정이다. 책은 사람의 외롭고 두려운 인생의 길에 벗이 되고 희망을 준다. 그는 지도를 살펴 길을 찾았고, 찾아낸 바를 다시 모아 또 다른 지도를 만들었다. <청춘의 독서>에 소개된 사마천의 사기를 읽으면서 나는 유시민이 이 책을 쓰면서 든 마음은 사마천의 마음이었을꺼라 생각되었다. 사마천의 비분강개가 아니라, 옳음을 알려 후학들에게 깨달음의 기적을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며칠 전의 대선출마 소식은 <청춘의 독서>를 통해 사그러들었던 호연지기가 일어난 걸까, 그의 말을 찾는 수많은 독자들의 손길이 그에게 열정이 다시 솟아나게 한건 아닐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가 후세가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지도를 그리는 사람으로 계속 남기를 바란다. 세상의 옳고 그름을 감히 말할 수 있는 논객, 지금의 모습으로 오래도록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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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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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가 과거라면, <한국의 책쟁이들>은 현재의 독서광들이다!

  무슨 책의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머리를 움켜쥐었나보다. 책갈피로 머리카락 하나가 소리 없이 떨어졌다. 손으로 치우려고 하다가 ‘아서라, 그냥 둬도 괜찮지 않겠나’ 싶어 그냥 두었다. 나중에 온통 백발(외가 식구들이 모두 백발인데, 난 외탁이란다. 서른이 막 넘어서자 귀 옆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이 되어 다시 볼까 싶다만 이 책을 다시 본다면 젊은 시절의 머리카락 한 가닥을 만나면 새롭겠다 싶었다. 알 수 없다. 있지도 않은 자식이 발견한다면 ‘뉘 머리카락’일지 궁금해 할 것도 같았다. 

  흔적. 내가 읽은 책에는 흔적이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몇 날 며칠 집어들었다 끼적거리고, 다 읽고 나면 언제 읽었노라 표시를 한다. 완完 자도 넣고, 주제넘게 서명도 한다. 어떤 책은 이러기를 네 다섯 번을 하고, 어느 책은 시작만 하고 아직 맺음을 못한 책도 있다. 온라인에 책읽은 소감을 적은 리뷰를 하기 전에는 색지가 들어간 앞장에 독후감을 적었더랬다. 어린 동생들이 봐도 좋고, 훗날 생길지도 모를 자식이 읽어봐도 좋겠다 싶었다. 책에서 건진 생각들, 느낌들을 적었다. 그 날의 日記도 조금 넣었다. 흔적. 눈으로 쫓아 표식이 나질 않아 굳이 읽었노라 표시했다. 접고, 줄을 치고, 괄호를 넣고, 행간에 비평 아닌 비평도 함께. 모두 읽고 나면 무게는 그대로일진대 두께는 늘었다. 읽었구나 싶어 흐믓해진다. 세상을 헤엄치는 나라는 물고기의 비늘이 한 개 더 생겨난 것처럼. 책에 흔적을 남기고 나면 내가 책이 되고, 책이 내가 된다. 

  미필적 고의에 의해 생기는 흔적도 적지 않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는 눈물 흔적이 그득하다. 고등학생 시절 할머니의 장례를 보러 강릉에서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에서 읽은 최인호의 <천국의 계단>보다 눈물 흔적이 더 많은 것 같다. 재채기를 할 때는 내 침이 뭍었을테고, 마른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길 때도 침이 묻었을테다. 라면 국물이 튄 적도 있을테고, 한 여름엔 과일즙도 떨어졌을 게다. 커피가 엎어져 테두리가 염색된 책들도 꽤 많다. 모든 흔적에는 시간이 뭍었고, 사연이 뭍었다. 그리고 그 속에 나도 함께 뭍혀 있다.

  그래서 방안에 그득히 있는 책 중에 흔적이 있는 책은 내 책이요, 아직 흔적이 없는 책은 내 책이 아니다. 잃어버려도 모르고, 누구에게 준다 해도 딱히 상관이 없다. 새 책은 아직 값을 치루지 않은 서점의 쌓인 그것들과 다름 아니다. 책을 펴보지 않아서 그 책이 누군지 아직 모른다. 흔적을 남기지 않아서 아직 내 비늘도 아니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 꽂힌 책장을 살피기는 그래서 괴롭다. 이 책을 들자니 저 책이 울 것 같고, 저 책을 뽑으려 하니 바로 옆 책이 함께 달려 나온다. 더 괴로운 것은 모두 읽어내지 못하면서도 계속 해서 새 책을 들인다는 것이다.

 책장에 무사히 분양이라도 받으면 좋으련만 세로로 꼽히지 못한 채 가로 누워 제 배 위에 동지를 맞아들이는 책들이 백 수십 권이 넘는 형편이니 또 괴롭다. 이것이 병病일까, 벽癖일까 고민했다. 그런데 책 한 권을 읽고 고민하기를 관두기로 했다. 광狂이라 표현해도 부족할 사람들이 그득했기 때문이다. 책고수라 불려도 절대 부족하지 않을 사람들이 책 한 권에 모였다. 임종업의 <한국의 책쟁이들>이다.



 

    책 읽는 재미 중 하나는 책을 모으는 재미다. 휑하던 방 한켠에 커다란 책장을 들여놓고 ‘이 너른 곳에 언제 책을 모두 채울꼬’ 걱정을 한다만 세월이 세월을 먹을 무렵이 되면 또 책장 걱정을 해야 한다. 이를 몇 번 하다 보면 책장 값이 책 백여 권은 살 수 있는 정도가 되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만나게 된다. 한 권 한 권이 모여 한 칸을 채우는 재미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실제로 머리로 가슴으로 그만큼을 소화했는가는 알 수 없지만(그랬기를 바라지만) 흔적이 뭍은 책들이 그득함은 절로 뿌듯해진다. 정도가 심해지면 독서를 위한 책을 넘어 책을 위한 책으로 번지게 된다. 어떤 책이든 초판 1쇄 권을 손에 넣고 싶고, 추앙하는 작가가 생긴다면 그의 모든 책을 손에 넣고 싶어진다. 신간을 파는 서점을 넘어서면 헌책방을 찾게 된다. 값이 헐어서 좋고,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없어 귀해져서 좋다. 혹여 저자의 서명이 있다면 더 좋을테고, 항상 생각에 있던 책을 만난다면 산삼을 캔 심마니의 기분이 든다. 이 정도 되고 나면 ‘독서인’이 아닌 수집가, ‘책사냥꾼’이 된다. <한국의 책쟁이들>은 책사냥꾼들의 이야기다. 그것도 한 분야에 대해 궤를 뚫어볼 만큼 탁월한 지식과 독서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자가 헌책방을 순례하면서 이들을 발굴하고, 인터뷰를 했으니 르뽀요 다큐멘터리다. 좀처럼 보기 드문 작업의 책이 아닐 수 없다.

  책에 담긴 스물 여덟의 책사냥꾼들은 실로 대단하다. 이들을 논하기는 입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북카페를 차리기 위해 이십수 년 몸담았던 회사를 그만 둔 사장도 있고, 결혼도 하지 않고 노년을 책과 함께 보내는 전직 비즈니스맨도 있다. 책을 사느라 재산을 탕진한 사람은 손으로 꼽기도 어렵다. 이들이 관심을 갖는 장르도 다양하다. 책장이 있는 서재 대신 온라인에 서가를 꾸민 이가 있는가 하면, 낮엔 북카페였다가 밤엔 개인 서재로 바뀌는 전천후 서재도 만나게 된다. 



 

   이 즈음에서 책 수집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람이 뭔가를 수집한다는 것은 남에게 보여 과시하기 위한다기 보다는 스스로가 만족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한편 심리학적으로는 ‘손실 기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손실을 싫어한다. 똑같은 대상을 놓고도 그것을 얻었을 때 느끼는 행복은 그것을 잃었을 때 느끼는 처참함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이 손실 기피loss aversion이다. 예를 들어 딱히 필요 없던 물건을 손에 넣는다면 ‘무엇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것을 자기에게 달라고 한다면 내가 필요가 없음에도 주기는 영 마득찮다. 이렇듯 사람들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대, 동일한 것을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두 배로 큰 상실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손실기피는 타성, 즉 현재 갖고 있는 것을 고수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창출하도록 돕는다. 만약 10년 동안 애용하던 만년필을 경매에 내놓는다면 나는 소비자가보다 더 높은 값에 내놓을 것이다. 소비자가 이상의 가치는 내가 그 만년필과 함께한 세월의 가치가 뭍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 속의 주인공들에게 있어 그들이 소장한 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헌책방을 뒤져 찾아낸 보물을 어떻게 남에게 넘길 수 있을까? 소중한 책을 찾아낸 기쁨은 계속 추구하고 그것들을 잃어버릴 슬픔을 마다하니 책이 모일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도 책은 자신이라는 물고기의 비늘인 셈이다. 

  이 책을 통해 ‘미쳐야 미친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전문가 뺨치는 식견으로 무장하 이들을 만나면서 ‘사랑에 빠진 인간의 열정’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했다. 1800년대 미국의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가장 고귀한 질병, 바로 애서광증(愛書狂症)에 일찌감치 푹 젖어버린 분'이라며 젠틀 매드니스Geltle Madness라 표현했다. 책에 빠져버린 점잖은 미치광이, 책에 빠진 점잖은 사람들이 이들이 아닐까. 무엇인가 미치도록 좋아하고 싶거든 이들처럼 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미쳐 있기에 행복한 사람들이다. 책을 덮고 난 소감은 그저 미칠 것을 찾지 못해 아쉽고, 혹은 아직 덜 미쳐서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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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독서의 기술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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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박사가 제안하는 직장인의 책읽기 기술!

 

  직장생활을 하면서 당장 해결해야 할 업무에 필요한 책을 구하려 처음 광화문 교보문고를 들어갔을 때는 예전 약속장소로, 또는 남는 시간을 소일하기 위해 들렀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과연 내가 찾는 내용의 책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난감함과 정말 책이 많구나 하는 중압감으로 혼란스러워져 잠시 동안 현관입구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묻고 물어 경제경영 코너를 찾았지만, 그곳엔 엇비슷한 이름의 이란성쌍둥이 책들이 서재 가득 매워져 있었다. 책을 꺼내기도 전에 머리가 아팠다. “도대체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거야?“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스스로가 창피해져서 연신 중얼거린 말이었다. 

  난감한 상황은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어렵게 책을 사왔지만 막상 읽어보니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너무 수준 높은 책을 선택한 걸까?’, ‘내 이해력이 부족한 걸까?’ 하는 의문에 빠져 자꾸만 읽던 곳을 되짚어 읽느라 책의 진도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너무 어려운데 그만 읽을까? 그래도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심란해져 나중엔 ‘서점가서 책을 산 행동 자체를 후회’할 정도였다. 처음 실용서를 접하던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 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생생하다. 책『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독서의 기술은 그때의 나처럼 실용서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다독가이자 다작가로 알려진 공병호 박사가 자신의 ‘실용서 읽는 기술’을 밝힌 책이다. 나는 지금도 실용서에 대한 독서법에 관한 좋은 책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이 책을 가장 먼저 추천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읽기는 낭만적인 생각에서 우연히 시작된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경영 차원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읽기를 지식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아예 책읽기를 ‘독서경영’이라 불렀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은 아니었다. 2003년경 신문에서 공박사에 관한 기사를 읽고 공병호경영연구소의 홈페이지(http://www.gong.co.kr)를 직접 찾아간 후 아예 시작 페이지로 설정해 놓고 매일 아침이면 들려서 업데이트된 포스트를 확인했었다. 들릴 때마다 항상 궁금했던 것은 1년에 10여 권의 책을 집필하고, 300여 회의 강연을 하는 그가 어떻게 매일 새로운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리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 때는 요즘처럼 잠깐의 책 설명과 인상적인 구절을 담은 것이 아니라 리뷰를 읽다보면 책 한 권을 거의 읽은 듯 자세하게 썼었기에 그만의 ‘속독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 했었다. 내 의문에 대한 답이라도 주는 듯 이듬해에 이 책이 발간되었고 책을 산 날 단숨에 읽었다. 그는 속독법으로 책을 읽는 건 아니지만, 그만의 독특한 ‘독서법’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이 책의 내용을 크게 살펴보면 실용서를 왜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실용서를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마지막으로 공병호 박사만의 실용독서하는 법등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실용서를 왜 읽어야 하는가?

  우선 바로 ‘경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업무가 요하는 다양한 요구들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업무를 통한 정보와 경험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들을 조직화하고 체계화해서 지식이라는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에 대한 책을 읽는 것(실용독서)이 큰 도움을 준다. 독서는 각양각색의 정보와 경험을 정리, 정돈해서 짧은 시간 안에 체계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용독서(실용서를 읽는 것)는 관찰력을 키워주기도 한다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두뇌에 축적된 지식이나 정보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관심이 없어 사물의 현상을 대충 바라볼 가능성이 높지만, 실용독서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있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경제신문의 중간에 있는 4-6 페이지의 주식란을 뛰어넘지만,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그곳을 제일 먼저 보려고 하는 이치와 같다.

  또한 실용독서는 관련 분야의 위대한 인물들의 책을 통해 현재 자신이 처한 고난과 곤경 등에 대한 대답을 얻거나,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내가 만날 수 없는 위인과 인물들을 나의 멘토로 만들고 그들을 역할 모델삼아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보가 폭주하는 오늘날 양질의 정보를, 보다 빨리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한다. 정보를 신속하게 선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은 개인의 생산성이나 역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 실용독서를 하는 이유는 훌륭한 직업인(직장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가장 필수적이고, 경제적이며, 효율 높은 학습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용서를 읽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책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문학과 소설은 기호에 따라 읽는다면, 실용서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읽어야 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 시간을 따로 낼 것이 아니라, 틈만 나면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책읽기 습관을 키우고 싶다면 우선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는 분량이 적고 부담이 없는 읽을거리부터 시작하면 좋다. 실용독서는 저자의 주장이나 의견을 미리 판단하려 하지 말고 스폰지처럼 모두 받아들일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책읽기를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TV를 보거나 생각을 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읽어야 한다. 

  이제 실용독서의 방법론으로 들어가 보자. 실용독서를 위한 첫걸음은 우선 식견과 안목을 넓힌다는 생각으로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베스트셀러를 찾는 것 보다 마치 식욕이 당기는 음식을 찾아 먹듯이 처음에는 지적 욕구가 당기는 장르의 책들부터 읽자. 다수 의견에 따라 수동적인 책읽기(베스트셀러 읽기)를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읽기를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효과적인 독서법을 원한다면 한 권을 고집하기보다 항상 몇 권의 책을 놓고 마치 메뚜기가 나무를 뛰어다니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것은 질리지 않고, 흥미를 잃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초중고에서 한 시간마다 과목이 바뀌는 이유와 같다.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범위의 책을 읽는 방법(수평독서)은 직업과 삶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고, 특정 주제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바람이나 필요성을 느낄 때는 한 주제에 대해서 여러 권의 책을 읽는다면(수직독서) 자신의 능력이 확장되고, 점점 심화되어간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책을 너무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작가의 노고老苦와 내용은 존중해야 하지만, 결코 그의 권위에 주눅 들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독서하라. 

  지금까지 실용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와 실용독서 방법에 대한 일반론을 살펴보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병호 박사만의 실용독서 방법론’에 대해 알아보자. 주의할 것은 이 방법이 최선의 방법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자는 이미 다독가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므로 그의 독서법은 실용독서를 시작하는 독자들에게 어려울 수 있고, 추구하고자 하는 방법론과 다를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공박사의 독서법은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저자의 독서법으로부터 내가 취할 수 있는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서였다. 독자들 역시 그런 마음으로 저자의 독서법을 대한다면 큰 소득이 있을 것 같다.  



 동영상 보기: 지식인의 서재-공병호편



공병호 박사의 실용독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착실히 읽어야 한다는 믿음을 버려라. 실용서를 읽는 목적은 책 속에서 얻은 지식을 신속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다. 먼저 책 겉표지와 날개에 실린 내용을 읽는다. 과장된 표현들이 있긴 하지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문장들이 여기에 있다. 2-3 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서문을 읽어야 한다. 서문에는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책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주장을 펼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책의 본문은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다. 그러므로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책의 1장, 혹은 프롤로그부분을 먼저 읽어나간다. 그런 다음 결론이나 에필로그부분을 반드시 읽는다. 마지막 부분에는 아주 실용적인 지식들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본문은 객관적 사실이나 자신의 의견이 많지만, 결론 부분에서는 자신이 내린 결론이 어떻게 실용 가능한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 다음에는 본문을 공략할 차례다. 다시 한 번 목차를 보라. 목차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면 거기에 색 사인펜으로 동그라미를 치거나 밑줄을 선명하게 그어라. 그리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책읽기를 시작하면 된다. 읽다가 ‘배울 점’이 많다면 그 부분을 읽고, 배울 점이 없다면 읽기를 그만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를 읽어보는 것도 좋다. 책을 만든 편집자가 책의 핵심 메시지를 담은 정보를 담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책의 핵심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실용독서는 필요한 부분마을 선택해 읽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 색의 플러스 펜이나 사인펜을 사용하라. 책을 읽다가 중요한 정보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만나면 중요한 키워드에 동그라미로 표시해 둔다. 대단히 중요한 키워드는 두 겹 혹은 세 겹의 동그라미를 만들어 둔다. 중요한 문장은 가로줄을 치지만, 특정 문단이나 중요한 경우 세로줄을 하나 혹은 두 줄을 또렷하게 표시해 둔다. 이 문단 전체는 대단히 의미 있는 정보라는 뜻이다. 게다가 중요한 문단의 정도에 따라 별을 1-5 개 정도로 표시한다. 주목해야 할 부분에는 화살표를 표시하기도 한다. 

  지금 당장 하는 일과 관련된 정보들을 만나면 포스트잇을 붙여두어 나중에 ‘어느 책에서 보았더라’ 생각날 때 몇몇 부분에 붙인 포스트잇을 살펴보기만 해도 금세 원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도저히 놓칠 수 없는 정보들을 만나면 책의 모서리를 접는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책의 상단 모서리를 접고, 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상단 모서리와 하단 모서리를 동시에 접는다. ‘이것은 너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각각 두 번씩 접는다. 아주 가끔은 세 번 접을 때도 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현안 과제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관련된 중요 내용들이 등장하게 되면 그런 정보들을 한군데에 정리해 둔다. 간단히 메모를 하는데 주로 책의 앞면이나 뒷면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창의성의 즐거움』이란 책을 읽었을 때의 기록을 살펴보자.

●창의성? - P 15, 17, 33

●어떻게? - P 28, 31, 47,59, 145, 168, 179

●벤치마킹? - P 198, 226, 319

 

내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책을 들게 된 이유는 인간의 창의성은 무엇인가? 그것을 어떻게 닦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앞선 사람들로부터 배울 만한 표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등과 같은 질문 때문이었다. (P 196)

  이렇게 해서 책을 모두 읽었다면 다시 한 번 첫 페이지부터 설렁설렁 넘기기 시작하라. 이때는 대충 읽어도 괜찮다. 넘기면서 모서리를 접어둔 부분을 중심으로, 줄을 친 부분을 대충 읽는다. 그리고 동그라미나 별표 등으로 강조해 둔 부분은 집중해서 책의 마지막까지 보도록 하자. 모두 읽었다면 이 책의 주요 내용들은 무엇인가?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 저자의 핵심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 내가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생각하며 마무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컬러 펜으로 중요 키워드에는 다시 한 번 동그라미를 치거나 체크를 함으로써 특정 부분의 중요도를 강조하여 ‘다시 기억 한다'라는 의미로 표시하라.

  책의 앞면에 요약본을 기록해 두면 책을 읽던 당시의 생생한 감동과 느낌, 그리고 분위기를 훗날에 되살릴 수 있기에 효과가 크다. 몇 년 몇 월 며칠에 읽었거나, 요약본을 썼다고 표기를 해두는 것이 좋다.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쓰는 일은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정리하는 능력, 핵심을 재점검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세우는 능력을 동시에 강화하게 된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약간의 시간을 확보하라. 그리고 단골로 방문하는 커뮤니티나 온라인 서점을 몇 군데 정해두라(저자의 홈페이지를 보면 서평을 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정기적으로 그곳에 글을 남기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독서법은 개선의 대상이다. 그냥 그 수준에 머물지 말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계속 전진해야 한다. 

  공병호 박사가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책에서 일부의 내용을 뽑아서 읽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실용서’이기 때문이다. 공 박사 역시 인물들의 자서전이나 문학, 소설의 경우는 느리게 음미해가면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실용서’는 말 그대로 관심있는 주제나 업무에 필요한 주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책을 신문이나 잡지를 보는 것처럼 ‘가볍게’ 대하라고 조언했다. 때로는 색 볼펜으로 표시를 하고, 책장의 모서리를 두 세 번씩 접어서라도 기억해야 할 것을 잡아내어 내 것으로 만들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공박사가 말하는 ‘실용독서의 기술’은 알고 싶은 내용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잘 찾아내 기억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 하는 데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배운 내용’을 적절히 활용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실용독서의 완성은 ‘실천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기존의 독서법(기술)에 관한 책은 주로 일반서와 실용서를 구분하지 않고 서술했기에 그 실행에 있어 다소 어려움이 있거나, 미흡했다면 이 책은 ‘실용서’만을 위한 독서기술을 서술하고 있어 유익했다. 게다가 많은 저술과 강연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공박사가 권하는 독서기술이어서 신뢰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독서가들의 인용문과 사례, 그리고 독서법이 소개되어 있어 그들을 살피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실용서는 재미없고,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실용서를 읽는 새로운 재미를 알려줄 수 있는 책이다. 실용서를 온전하게 읽고 소화하는 법을 알고 싶다면 권하고 싶은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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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책
박민영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좀처럼 만나기 힘든 토종 책벌레의 보기 드문 책읽는 방법론

 

  처음 책읽기를 시작해서 일 년 즈음 지나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 적잖은 나이를 먹고 하루가 짧다고, 세상이 좁다고 휘돌아다녀도 모자를 때인데 홀로 떨어져 앉아 ‘책이나 붙잡고 앉아 있는 모습’을 스스로 발견할 때 ‘내, 이 뭐하는 짓인가..?’ 싶어 마지 못해 책을 덮던 때가 있었다. 누가 알아달라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서 온전히 그것을 소화하고는 있는지 알 수 없었고, 과연 읽고 난 다음 어딘가에 써 먹을 소용이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간이 아깝더라’는 판단에서 였다. 그리고 잠시 책을 부러 멀리 했었다. 냉담기. 종교와 잠깐 이별하듯 난 책과 냉담기를 가졌었다.

 

  그리고는 남들과 같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한창의 나이인지라 매일 밤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며 인연꾸리기를 즐겼다. 그 정도가 심해 낮보다는 밤이 편하다는 기분을 느낄 정도였다. 친구녀석이 “넌 오후 다섯 시만 되면 어깨죽지에서 날개가 펴지는 것처럼 활기있어 보인다”고 말할 정도 였으니...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아버지와 충돌을 일으켜 급기야 집을 쫓겨나 의도하지 않은 독립을 맞았다. 옷가지 몇 개 달랑 들고 집을 나와 살고 있었는데, 졸업한 대학의 학과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네 아버지가 네 짐을 학교로 보냈더라.” 화가 나시면 배고픈 가을 호랭이 같아 어머니와 함께 추호秋虎라 부르긴 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하셨다. 부끄러운 낯으로 짐을 찾으러 작은 트럭을 몰고 가니 내 방에 있던 책과 책장을 모조리 부치셨다. “그 놈한테 짐은 그것 뿐이다”는 한 말씀과 함께...당신이 보기에 내게 필요한 것 책 밖에 없었나보다. 짐을 챙겨 돌아와 책을 챙기고 생각해 보니 “그 놈한테 짐은 그것 뿐이다”란 말씀은 한편 “다른 건 몰라도 책은 있어야 안되겠냐?”는 말씀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런가? 그런가보다 싶어 다시 책을 들었다. 그리고 읽었다, 아주 열심히. 아버지가 돌아신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태어나서 지금껏 수많은 결정을 내렸지만, 책을 새로 잡기로 내린 결정은 아마 세 번째로 잘 내린 결정 같다.

 

 



 

 

  내가 온라인에서 리뷰를 쓰면서 얻은 기쁨 중 하나는 많은 다독가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 서평(감히 책을 평할 주제가 되지 않는다 싶어 난 리뷰라는 말을 즐겨 쓴다)지난 해 가수 호란이 책을 읽은 리뷰를 모아 책을 내는 소감에 “세상에 존재하는 강호의 고수들에게 부끄러워 뒤통수가 뜨겁다”고 말한 것처럼 강호의 고수들이 얼마나 많고, 그들의 내공이 대단한 줄을 알게 되었다. 이른바 온라인 서평쟁이들의 리뷰를 읽노라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든다. 도대체 얼마나 읽었더나? 도대체 어떤 책을 읽은게냐? 묻고 싶고 그들의 서재를 훔쳐보고 싶을 정도다. 한편 그들의 리뷰를 읽으면 힘이 솟는다. 책읽기라는 것이 몸은 가만있어도 눈과 머리는 바쁜 정중동靜中動의 일이거늘, 그래서 그저 멍청하게 눈으로 쫓기만 하는 ‘신선놀음’이 아니거늘, 외로이 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더라 싶고,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들을 만나니, 내 그들을 따라잡으리라 싶어 치기어린 힘이 불끈 솟는다. 오랜 만에 이런 분기탱천憤氣撐天의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 다독가 박민영의 <책읽는 책>을 읽고 나서다. 저자는 <행복한 중용>, <즐거움의 가치사전>, <논어는 진보다>, <공자 속의 붓다, 붓다 속의 공자>, <이즘>을 쓴 바 있고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월간 '인물과 사상'에 문화 비평을 쓰고 있다. 책을 읽고 느낀 소감이라면 그는 고수가 아니었다. 고고수高高手였다. 

 


“책은 독자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여백을 제공한다. 책을 읽다가 의문 나는 것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 나오면, 독자는 잠시 책을 덮어 둔 채 생각에 빠질 수 있다. 책은 인간의 생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촉진한다는 점에서 어떠한 매체보다 우월하다.” (23 쪽)

 

  이 책은 크게 책 읽는 즐거움과 책 읽는 생활, 그리고 책 고르는 지혜와 책 읽는 지혜로 나누어 책읽기에 대한 총 51개의 단편의 글로 묶여졌다. 책읽기를 20여 년 동안 저자는 한 달에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2천여 권에 달하는 책을 가진 책벌레다. 게다가 시중에 존재하는 <도덕경>을 여러 권 읽었지만, 번역이 잘못되어 서로 다른 내용으로 서술되자 직접 한문으로 된 원문을 해석해 읽어내기까지 한 열혈 책벌레다. 어디 그 뿐인가? 그가 쓴 책들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하고, 세간에는 한 해동안 주목할 책으로 인정받는 TV 책을 말하다에도 선정도서가 되기도 하였으니 훌륭한 저술가기도 하다. 이 정도의 책읽기 고수가 ‘책 읽는 책’을 썼으니 반가운 일이다. 또한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도 여간 반가운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책을 이제야 읽었단 말인가 싶어 애석할 따름이다. 머릿속에 담고, 가슴속에 새겨야 할 좋은 글들이 그득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를 따로 염두해 두었다. 

 


● 책을 읽어도 좀처럼 자신의 지적 능력이 발전하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사람

● 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

● 독서를 통해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폭넓은 교양과 깊이 있는 지적 역량을 갖추고 싶은 사람

● 지성인으로서 사회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싶은 사람

 

  약장수가 약을 팔면서 그 효능에 앞서 환자들을 콕콕 짚어내듯 일반적인 ‘책환자’들이 겪고 있는 증상들을 짚어냈고, 그 용도에 맞게 처방 또한 잘 했다. 저자가 말한 이 책을 쓴 의도 세가지중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두 번째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독서 방법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책읽기 책들이 주로 번역서들이 많고, 실용서에 편중되어 있다면 이 책은 문학과 함께 주로 인문서를 위주로 한 효과적인 책읽기를 말하고 있다. 특히 번역서를 잘 고르는 방법과 인문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양서를 고르는 법을 알려주는 제 3장 책 고르는 지혜 편은 내게 참으로 유용했다. 다독多讀과 다상량多商量을 거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대목들이었다.  

 


“책을 쓴 저자나 책을 읽는 독자나 영원한 진리 앞에서는 본질적으로 같은 출발선상에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앞서 탐구했고 우리는 이후에 탐구하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 275 쪽)

 

  간혹 블로그(http://blog.daum.net/tobfreeman)에 들러 ‘책을 많이 읽는다’며 부러워하는 방문객들의 댓글을 발견하곤 한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 무척이나 부끄럽다. 늙어감을 감지하면 남겨진 시간이 소중함을 더욱 깨닫는다.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좀 더 일찍 글을 썼더라면...’하는 아쉬움에 그를 보상이라도 하는 듯 씨름하는 내 모습이 보이는 듯 해 부끄럽다. 또한 리뷰를 쓰는 것은 읽었노라 자랑하려는 듯 쓰는 것이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내가 무엇을 읽었더라’ 정리하여 되새김질 하고픈 욕심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내가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이 책은 읽어보니 이렇더라, 저렇더라’하고 나중에 읽을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다. 저자는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책을 어떻게 읽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십분 공감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은 책은 초라해 보이고, 읽어야 할 책이 커보이니 이는 ‘책 보는 눈이 트이는’ 때문인가 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고개를 드니 좋은 책이 열 권이 보여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부럽다 말하는 방문객에게 ‘부러워말고 좋은 책 찾아 지금 당장 읽어라’ 권하고 싶다.

 

  버트런트 러셀은 양서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내가 좀 더 빨리 양서를 고르는 법을 알았더라면, 지금까지 숱한 세월을 시행착오하며 책읽지 않았을 것이다.” 시행착오와 경험이 자신에게는 뼈와 살이 되는 소중한 자산이 되는 법이지만, 책읽기만은 그런 수고를 덜 했으면 한다. 죽음을 앞둔 괴테가 말한 것처럼 세월은 짧은 반면 읽어야 할 책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설프니나 책상물림들(책읽는 이들도 모습은 그럴테지만)이 세상에 없는 방법을 새로 만든 듯 자랑하는 ‘독서법’을 적은 책이 아니라, 제대롭고 멋진 다독가들이 전하는 ‘나는 책을 이렇게 읽는다’, 혹은 ‘이런 저런 책이 좋더라’ 말하는 책을 좀 더 만나고 싶다. 다독가들에게는 이런 책을 쓰는 것은 배움과 익힘을 행동으로 전할 수 있는 의로운 행동이요, 후학에게는 시간을 줄이면서 좋은 책을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후배는 항상 선배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A 오말리는 “서평을 쓰는 사람들, 그들은 출판사가 개최한 서커스 공연에서 일하는 호객꾼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호적인 리뷰를 써서 출판사 관계자라고, 책장수라고 욕을 먹든, 호객꾼이라 불리든 상관없다. 좋은 책은 좋아서 널리 알려야겠고, 나쁜 책은 나빠서 널리 알려야겠다. 그것이 책읽으며 리뷰쓰는 내 숙제라 생각한다. 또한 기왕 판을 벌린 참이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읽게끔 그림넣고, 설레발쳐서 큰 판을 벌이고 싶다. 세계 10대 출판 대국이지만 국민 평균 한 권의 책 밖에 읽지 않는 이땅의 서평쟁이니 더욱 더 그럴 수 밖에. 이런 책을 만나면 반가운 임을 만난 듯 흥이 나고,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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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첫 책쓰기 - 인생 반전을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
오병곤.홍승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다큐멘터리처럼 상세하고 친절한 두 남자의 내 책쓰기 대작전!

  매일 서점에는 수백 권의 새로운 책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출판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다지만, 출간되는 책의 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기는 산업혁명기의 1년 동안 벌어지는 변화보다 21세기의 오늘 하루의 변화가 훨씬 더 크니 그만큼 세상의 이야기는 많아질 터, 쏟아지는 책 종류가 점점 많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 일어나는 출판계의 한 가지 특징은 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뉴 페이스new-face'의 저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판기술의 발달로 책 한 권을 내는데 필요한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줄어든 이유도 있을테지만,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들 뉴 페이스들의 공통점은 이른 바 ’전문가들‘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라 해서 특별하게 학위를 땄거나,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능력면에서는 오히려 그들을 능가할 수 있는 진짜 전문가들,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기술이나, 직업에 능한 이런 사람들의 책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지식정보화 시대의 도래는 출판시장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 

  오병곤과 홍승완의 <내 인생의 첫 책쓰기>는 이런 ‘전문화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뉴 페이스’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최근 일본에서 한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한 직장인들이 책을 출간하는 ‘직장인의 책쓰기 열풍’과 글을 쓰는 이른바 샐러라이터salawriter(전문직에 종사하면서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대중적인 자기계발서를 쓰는 사람들)들이 국내에도 나타나는 경향을 목격하고,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대중적인 책쓰기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만들어진 책이다. 저자들 역시 샐러라이터들이고, 그들이 말하는 책쓰기 방법론에 의해 쓰여진 책이 바로 이 책이라는 점이 영화로 본다면 ‘메이킹 필름’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줘서 신선하다. 저자들은 전문가 1.0 시대가 학위나 자격증에 의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면, 전문가 2.0 시대에는 책쓰기에 의해 판별된다며, 오늘날 전문가가 되려면 자신의 책을 써야 한다고 이 책에서 강조했다.



 

   책을 펼치면서 저자들의 이력이 주목되었다. 저자들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들이다. 이곳 연구원들의 주목적은 구본형씨의 변화경영을 배우기 위해 참여한 사람들인데, 이들은 1년 동안 특별한 엄격한 글쓰기 과정을 이수한다. 나는 구본형씨를 경영의 멘토로 삼고 있는 있어서 꾸준히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있고, 연구원제도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데, 연구원들의 글쓰기 과정은 지정된 도서를 일정기간 동안 읽고 일종의 서평을써야 하고 서로 피드백을 통해 ‘변화경영 작가’로서 수련을 하는 제도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의 저자들은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으로서 꾸준한 수련을 통해 전문가 수준의 습작내공을 쌓은 베테랑들인 셈이다. 그래서 일까? 빈틈없이 짜여진 구성과 알찬 내용, 그리고 글맛나는 필력은 일반인들이 썼다고 볼 수 없었다(저자들은 이미 공저한 몇 권의 책도 있다). 

  기존에 나와 있는 ‘책쓰기’ 책들이 소위 ‘책쓰기 도사’, 즉 이미 전문가의 위치에 선 사람들이 후학(?)들을 위해 책을 위한 글쓰기의 요령을 안내한 책이라면, 이 책은 부제를 ‘나의 책쓰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라고 붙여도 좋을 만큼 ‘자신을 완전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을 읽으며 실제로 체험하는 느낌을 들게 했다. 부록에 실린 [출간일기]는 두 공저자들이 이 책을 쓰면서 느꼈던 소감들을 일기형식으로 꾸미기도 했다. 샐러리맨인 저자들이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이제껏 배우고 공부한 내용들을 실습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낸 셈인데, 그 주제가 [책쓰기]라니 한편 아이러니 하면서도 독특한 기획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책을 왜 써야 하는가?’하는 화두에 이제껏 전문가로 거듭난 사람들의 케이스와 스스로 경험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답을 제시했다. [제 2장 원칙 세우기], ‘책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서는 책을 쓰기 위해 공부해야 할 내용들과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갖게 되는 부담감을 떨어내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이 부분은 블로그나 홈피에 서평을 쓰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두고 읽어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공저자들이 ‘구본형변화경영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체험하고 공부한 내용들이 상세히 기록되고 있는데(현재도 기수별로 연구원들이 수련을 하고 있는데,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홈페이지( http://www.bhgoo.com/zbxe/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종의 글쓰기 아카데미 수업을 받는 느낌을 준다. 

  그들이 만드는 독서노트는 블로거들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대락 살펴보면, 독서노트가 단순히 책을 읽고 느낌을 적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읽는 책은 나의 책을 위한 재료’라는 생각으로 독서하고 있다. 그래서 우선 꼼꼼히 정독한 후 독서노트를 쓸 때에는 저자에 대해 연구하고, 감명을 주는 글귀들을 모두 적는다. 그런 후 전체적인 책의 내용과 느낌이 서술되는데, 마지막 [내가 만약 이 책의 저자였다면]하는 란을 두어 책 속에서 발견되는 아쉬운 점이나 논지등 자신의 의견을 적극 적어두는 형식이다(연구원들의 독서노트를 읽으면 말 그대로 ‘한 권’을 모두 읽는 느낌을 얻는다). 

  후반부에는 책쓰기를 위해 수립해야 할 기획등 전략과, 집필하는 동안 참고해야 할 사항들, 그리고 출판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저자들이 직접 해당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거나 취재한 내용들이 수록되었다. 생생한 다큐멘터리를 본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언젠가는 한 권쯤...하고 ‘작은 소원’쯤으로 늘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 책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고, 책을 모두 읽은 후에는 ‘책 한 권 내고 싶다’는 조금은 과감해진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의 원고를 출판사에 출간의뢰를 하면서 제작한 ‘출간계획서’의 내용중 이 책의 콘셉트(다른 책쓰기 책과의 차별화 포인트)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첫 책’과 ‘직장인’에 초점을 맞춘다

-책을 ‘어떻게’쓰는지, 그리고 ‘왜’써야 하는지를 강조한다.

-정보 외에도 감동과 통찰을 준다.

-책을 만드는 현장의 목소리(첫 책의 저자들과 편집자 인터뷰)를 담는다.

-독자들이 ‘나도 이이런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디자인과 편집이 좋은 책을 만든다.

  공저자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콘셉트대로 만들어졌다고 보면 되겠다. 이 책을 통해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지도 알게 되었고, 내가 그동안 읽은 책들에서 발견했던 딱히 아쉬운 점을 꼽을 수 없을 만큼 내용과 편집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그들의 기획과 노력 그리고 알찬 내용에 ‘잘 만든 첫 책’이라고 박수를 주고 싶다.

 언젠가 읽는 어느 멋진 책의 추천사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내가 가진 이 책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불태우고 싶다. 불가능하기에 이 책에 커버를 씌울 것이다. 남에게 알리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추천사를 쓴 이를 두고 욕심이 하늘에 닿는 사람이라고, 능력은 없이 책만 탐하는 탐서貪書주의자라고 말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멋진 책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나도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잠깐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쓴 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웬만한 블로거들이나 이른바 서평쟁이들은 모두 갖고 있을게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간접체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내 책 한 권‘을 꼭 가지라고 응원하고 싶다. 물론 내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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