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이 와인 - 40가지, 상황별 추천, 와인 가이드
이재형 지음 / 코코넛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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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요리, 반가운 사람, 기쁜 선물에 어울리는 최고의 와인리스트를 공개한 책!
 
 
  고등학교 삼 년을 홀로 강릉에서 보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부모를 떠나 멀리 지방에서 황금같은 학창시절을 보냈으니 떨어지는 성적만 빼고는 문제될 것이 없는 말 그대로 '화려한 인생' 그 자체였던 시였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니 그저 어머니가 정한 하숙집에서 머물러 있었지만, 입학한 후 3개월쯤 지나자 학교생활도 익숙해지고 도시도 익숙해졌고, 싸이클을 타고 10분 거리에서 통학을 했었는데, 한 20분 정도를 더 가면 경포대 해수욕장이 있다는 걸 반에서 친하게 된 구섭이한테 알게 된 때도 그 무렵이었다.
  한 학기를 보내고 뜻이 맞는 동기 두명과 자취를 하게 되었는데, 모대학 불문과 교수님이 아버지였던 구섭이가 주말에 집에 들렀다가 제자가 외국에서 가져온 와인을 몰래 가방에 숨켜왔다. 스크류를 알지도 못했던터라 젓가락으로 코르크를 파내어 구멍을 내려고 하다가 코르크와 부서진 조각들을 병속에 그만 빠뜨리고 말았다. 살짝 기울여서 '쪼르르륵~' 소리를 내며 떨어져야 할 향기나는 피빛 액체가 꺼꾸러질 만큼 세워도 '꿀럭'대며 코르크 가루와 함께 토해지는 것이 웃음도 나지 않지 않았다.  코르크 가루를 '퇴~퇴' 뱉어가며 마셨던 시큼털털하고 단 듯 쓴 듯 기묘한 맛은 어찌나 요상하던지. 셋이 10분도 채 안되 와인으로 세수한 듯 빨개진 얼굴을 하고선 방바닥에 누워 천정을 보며 낄낄거렸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가 처음으로 맛 본 와인이었다. 병에는 큼지막한 종이가 붙어있었는데, 대문자로 써진 MEDOC 이란 글씨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항상 웃는 얼굴이셨다. 평소에는 말씀도 없으시고 표현도 잘 안하시던 분인데 가끔 술을 드시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미소로 귀가하셨다. 누런 봉투에 군만두나 찐빵을 사오시거나, 군고구마나 귀하던 귤을 사오시기도 했다. 그리고 자던 아이들(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나의 삼촌,이모들)을 깨워서는 식을라 맛없어질라 한입 가득 먹이며 지갑이 빈털털이가 되도록 용돈을 주셨다. 머리를 쓰다듬고 뽀뽀를 하시고 '아끼시는 모습'이 어린 내가 봤을 때도 보기 좋았다. 다음 날 아침이면 '얘들아~~~'부르시고는 지갑이 빈 줄 알면 호랑이같은 아내에게 혼난다시며 평소때 용돈보다는 약간 많이 남기시고 전날 밤 주셨던 돈을 다시 빼았는다고 삼촌들은 투덜댔지만, 술드시고 귀가하시는 할아버지의 붉은 얼굴에 귀에 걸린 미소를 하신 술취한 외할아버지가 난 보기좋았다. 그래선가보다. 난 술을 마시면 즐거워진다. 아니 즐겁지 않으면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내 경우엔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술을 마시면 다음 날 열 배는 더 않좋아지는 듯 해서 몇 번 하다가 그만두었다. 하지만 즐거우면 술을 마신다. 비를 좋아해 비가 오면 즐거워지니까 술을 마시고, 영화를 좋아하니 영화를 보면서 혼자 술을 마신다. 대낮에 이런 경우를 만나면 술대신 커피로 대체되긴 하지만.
 
 
 
 
 
 
 
  술을 즐기면서도 실상은 술맛을 잘 모른다. 소주맛도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다는데, 난 잘 모르겠다. 누군가 그렇다고 하는 말을 듣고 마시면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만, 쓴 맛은 변함없더라. 맥주도 그렇고, 막걸리도 그렇다. 양주야 항상 거나하게 취해서 마셨기 때문에 게다가 한 두 잔만 빼고는 폭탄주로 마셔서 진정한 그 맛은 알 수가 없다. 와인이라고 별 다를까? 내게는 매 한가지다. 처음 맛본 화이트 와인은 시큼덜덜한 맛에 쪽 빠진 와인글라스가 예쁘다고 세 명이 일곱 병을 글라스에 가득 담아 원샷으로 비웠고, 우연히 알게된 두꺼비표 '진로 포도주'와 소주를 '오십세주'처럼 반반 섞어 삼겹살 구이와 돼지족발에 마시면 그 맛이 최고인 줄 안다. 그래서 항상 술자리를 생각하면 그 때마신 술에 대한 기억보다는 사람에 대한 기억만 남는다. 어디에서 어떤 술을 몇 병을 마셨고, 몇 잔째에 내가 취했더라 라고 정확하게 카운트해주는 친구도 있더라만 내게 만약 그짓(?)을 시킨다면 필기도구와 메모장을 잘 둬야 할테고 이것들을 내 바지춤에 묶어둬야 할거다. 취해서 웃고 즐기느라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최근들어 주변에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와인을 마시는 횟수도 늘어가는데, 직접 사오거나 추천하는 사람들의 품평을 들으며 와인을 마시면 한결 그 맛을 알기가 쉬웠다. 그리고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이라든가,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매치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의 숨겨진 매력을 엿보기도 한다. 시키는대로 주는대로 마시는 와인은 맛있다. 그들이 평하는 와인의 맛은 늘 새롭고 그들의 이야기처럼 술에 그 맛이 깃들여 있는 것 같아 좋았다. 문제는 내가 선물로 준비를 해 가거나 자리를 마련해야 할 때인데 이럴 때는 여간 난감한게 아니다. 잘 아는 척하는 것도 싫지만 그렇게 마셔놓고 모르겠다고 하는 고백하는 것도 창피한 일이기 때문이다. '알아야 면장도 한다'고 무턱대고 마시기만 할 것이 아니라 뭐라도 좀 알고 마셔야 기억이라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눈에 띈 책이 바로 [이럴 땐 이 와인]이다.
 
 
 
 

 
와인이나 맘껏 마시자고 떠난 여행이 유학이 되어버린 와인애호가이면서 와인수입회사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저자 이재형씨의 이 책은 나같은 와인 문외한  한사람을 위해 만든 책같았다. 제목도 정말 마음에 든다. [이럴 땐 이 와인]이 그것인데, 종종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내가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고 조외가 깊은 줄 알고 '이러저러한 상황에 처했는데 그 답을 찾아줄 책을 구한다'는 사연의 댓글을 보내오면 나름 고민하면서 책을 찾아보다가 [이럴 땐 이 책을 권합니다]같은 책을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와인에 관련되어 같은 생각 같은 이름의 책이 나와 반갑지 그지 없다. 내용 또한 제목에 걸맞다. 숯불구이, 스테이크, 오이스터(생굴), 양고기, 한식, 중국요리, 피자, 치즈 등 우리가 자주 접하는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권해주는가 하면 친구들을 함께 할 때, 외국인과 함께 할 때, 접대용으로, 멘토(스승)와 함께, 와인전문가와 함께, 여인들과 있을 때, 소개팅과 프로포즈를 할 때 등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와인도 소개해준다. 그 뿐 아니다. 성공 기원, 연인에게, 결혼선물, 집들이, 아기의 탄생, 생일선물, 명절, 입학과 졸업, 은퇴선물 등 선물이 필요할 때 적합한 와인도 알려준다. 와인과 함께 하는 무드있는 상황에서의 숨은 연출법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 밖에도 와인과 요리를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추천 레스토랑이나 바를 추천해주고, 어려운 와인의 이름을 간편하게 외우는 팁도 공개한다. 저자가 유학생활을 하면서 와인에 얽힌 이야기와 국내에서 소믈리에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들들 토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어 마치 영화 사이드웨이를 보는 듯 즐기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곤혹스러웠던 것은 소개하는 와인들에 대한 맛과 향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요리와 안주들에 대한 설명을 읽을 때였는데, 달려가 한 병을 사들고 오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한 잔의 와인을 옆에 두고 마시면서 읽는다면 읽는 맛은 두 배가 될 듯하다. 이 책의 압권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부록과 같은 것인데, [5만 원 미만대 최고의 와인들]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루마니아, 이스라엘,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등 적당한 가격대비 최고의 와인리스트들이 짧은 소개와 함께 공개된다. 고맙고, 반갑다 아니 할 수 없는 멋진 선물이다.
 
 

 
 
제 맛도 모르고 달달 외워 내뱉는 어설프니는 체질에 맞지 않고, 대단한 내공을 지니려면 수백 명의 와인을 마셔줘야 할 지경인 내게는 적재적소에 적당한 와인으로 요리와 함께 맛과 멋을 즐기기에 충분한 책인 것 같았다. 이 책을 통해 두 해전 출장선물로 받은 와인세트가 '동료들과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 asti와 아스티'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출처를 알 수 없이 내 방 책장 옆에 잠들어 있는 묵직한 와인이 타닌과 산도가 훌륭한 밸런스가 돋보이는 유기농 와인의 대명사 타라파카 나투라Vina Tarapaca Natura 란 것도 처음 알았다. 천천히 세계 와인리스트의 이름을 쫓아 사람과 사연의 기억들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어떤 맛일지, 어떤 사람일지, 어떤 기억들이 남겨질 지 벌써 설렌다. 전문적 지식을 갖춘 소믈리에가 되라는 듯 딱딱하고 어렵게 설명된 와인 관련서에 질렸거나,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와인지식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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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쇼핑 - "성형도 쇼핑이다!"
피현정 지음 / 아우름(Aurum)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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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권하는 사회'에서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매우 실용적인 책!  
 
  일찌기 공자께서는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회상 효지시야, , 즉,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효경]의 첫장인 [개종명의()]장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이 말씀의 시작은 선왕께서 온 백성이 화목하게 살도록 하여 위 아래가 원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신 방법중 하나로 대답하신 것인데 아울러 효의 끝은 '몸을 세워 도를 행하고 후세에 이름을 날림으로써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함께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따라 우리의 선조들은 댕기를 따고, 상투를 틀어 부모님이 물려주신 모발을 하나라도 온전히 지키려 노력했고, 일제강점의 시기에 내려진 단발령斷髮令에 대해 많은 선비들은 ‘손발은 자를지언정 두발()을 자를 수는 없다’고 분개하여 정부가 강행하려는 단발령에 완강하게 반대하였다. 우리에게 그런 때도 있었다. 세월은 흘러 시대는 많이 변했고, 하늘과 함께 부모가 만들어주신 몸뚱이를 일부러 보기 좋게 만드는 의술이 서양의 몇몇 나라에서 횡횡하더니 세계 제일의 유교儒敎 국가인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급기야 되려 서양에 그 기술을 파는 상황에 이르렀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앞세워 선남선녀를 즐겨하는 우리사회가 만들어낸 신풍조, '성형수술Plastic Surgery' 이 그것이다.
 
 


 
 '요즘 들어서 신종 전염병이 유행을 하지 모두가 빚을 내서라도 성형을 하려고 자기가 본래 본 바탕이 예뻤던 것처럼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거리를 활보하지만 어릴적 사진들은 모두 없애고 겉으론 당당하게 결혼하지만 2세가 태어나면 모두 놀라고...꼭 그렇게 까지라도 해서 모두가 미인이 되고플까 똑같은 얼굴 똑같은 성형미인만을 꿈꾸며...하늘이 주신 관상까지 돈으로 고쳐가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는 듯이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신에게 도전하지만 TV를 켜면 성형미인들 세상 더욱더 예뻐지려는 여자의 욕망 그런 미인을 즐기려는 남자들...' 이라며 남녀를 비웃던 당시 최고의 댄스그룹 노이즈의 노래 [성형미인]은 1996년에 최고의 히트를 했던 노래인데,  노래가 말하듯 그당시만 해도 성형 수술은 암암리에 시행되는 비밀스러운 수술이었는데, 수술을 받은 성형미인은 수술사실을 들킬까 두려워 했고, 의심을 받으면 극구 부인했었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거리낌없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무뎌져 명실공히 미녀들의 필수품이요, 입사필기시험을 능가하는 무기요, 있는자의 특권이요, 남보다 앞선 출세의 히든카드가 되어버렸다. '세상일은 정말 살고 볼 일'이란 말이 틀리지 않다.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없고, 수줍음없이 '직찍'을 하고, 얼굴을 보면서 전화를 하는 영상통화세상이 된 지금의 세상이다 보니 남자들도 색조화장을 하고, 대통령도 주름살 제거 수술을 받는 바야흐로 비주얼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보이는 그 자체'만으로 성형의 진위여부를 넘어 성형 수술한 사실을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노력'으로 보고 그것을 가상히 여기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원판불변의 법칙'이란 자연법칙은 '성형 수술'이라는 인간의 의술로 인해 무참히 깨어져 버렸다. 혹자는 '이젠 큰 키 만드는 기술만 남았다(불가능이 없다는 중국은 다리뼈를 자르고 붙여 키를 키우는 수술도 한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세태의 변화로 자연스레 '성형을 권장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대처해야 할 것은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수술받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성형수술에 관련된 뉴스들을 보면 값비싼 수술비와 무면허업자들의 시술행위, 그리고 성형수술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변화만을 추종해 '수술결과에만 관심을 두는 모순된 사회의 시선' 때문은 아닐까 싶다.
 
  자신의 외모에 100% 만족하다 할 사람 누가 있을까? 내 모습도 바꿀 수 있다면 장OO 못잖게 조각같이 바꾸고 싶다만 (물론 아프지 않아야 하고, 결과가 좋아야 하고, 후유증없이 좋은 결과를 보장한다면) 의사선생에게 모습을 드러내면 손 댈 곳이 넘쳐 견적조차 나오지 않는다 할 게 뻔해서 진작에 단념한 터. 이 모든 것이 남의 일로만 여겨왔었는데, 지난 달부터 남동생이 성형수술을 할 지도 모르겠다는 소식에 '올 것이 왔다'는 기분이 든다. 이유는 가뜩이나 작은 눈에 말려들어가는 긴 속눈썹때문에 눈동자를 찔러 시력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의사의 소견과 함께 '상꺼풀 수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하는 '성형 권하는 진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병원은 없는지, 수술을 피하는 처치방법은 없는지 여기저기 묻고 찾던 중 발견한 책이 소개하는 [시크릿 쇼핑]이고, 여기서 속시원한 대답을 찾았다.
 
  
 
  
 
 
 
이 책은 여성 잡지의 에디터와 편집장을 거쳐 스타일&뷰티 큐레이터로서 활약중인 피현정씨가 썼는데 그녀가  어느 케이블 방송에서 <시크릿 쇼핑 파일>이라는 성형수술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했는데 그 때 새로이 알게된 정보들과 일반인들의 정보부족을 깨닫게 되어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잡지사의 뷰티에디터였던 저자조차도 몰랐던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고 고백했을 만큼, 책에서 소개되는 내용들은 내가 전에 귀동냥으로 들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 많았고, 난생 처음 들어보는 시술들도 많았다. 특히 수술 전후의 이모저모한 지식들은 놀라운 것들 투성이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성형 수술을 계획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원칙과 잘못된 성형 수술을 피하기 위해 명심해야 할 지침들, 그리고 최소한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성형 수술의 방법과 수술 후 관리, 부작용에 대한 정보들을 성형 수술을 계획하고 있거나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썼다고 말한다. 유명 연예인의 수술사례들을 실명을 거론하며 평하거나, 실제 수술을 집도하는 성형외과 의사들과의 사적인 인터뷰, 그리고 방문에 앞서 주의해야 할 병원등 일반 잡지나 언론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생생하고 자세한 사실들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저자의 문장력인데 에디터 출신의 여성저자인 만큼 선후배 동료들에게 설명하듯, 조언하듯 편하게 이야기하며 풀어낸 그녀의 글솜씨가 자칫 성형이라는 의학분야의 딱딱함과 수술이라는 긴장감을 전혀 느낄 수 없게 했다.
 
 
  
 
  
 
 
 
 이 책의 내용은 우선 '성형 천국'인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조망하고, 성형 수술에 관련하여 제기되는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을 되짚어본다. 본격적으로 성형 수술의 설명에 들어가서는 수술을 하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이 설명된다. '황금비율 공식으로 완벽한 얼굴 찾기' , '실패한 수술 왜 생기는가?' , '비즈니스맨이 아닌 의사를 선택하라' , ' 병원 광고, 그대로 믿지 마라' 등 제목만 읽어봐도 성형 수술을 예찬하거나, 성형외과 의사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독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노력한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된다. 
 
가장 중요하고 궁금한 부분은 바로 ' 내게 맞는 수술은 무엇인가 ?' 일테다. 이 책의 후반에 소개되는 이 부분은 성형 수술의 종류와 수술방법 그리고 수술 후 관리법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수술의 종류로는 눈 성형, 코 성형, 입술 확대, 주름 제거, 가슴 성형, 복부 지방 제거, 힙 업, 날씬한 다리 성형과 그 밖의 팔, 등, 배꼽, 쇄골, 귓불, 무릎, 보조개등 잘 알려지지 않은 성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최근 수술 없이 주사를 이용한 간단한 주입만으로 원하는 부위의 볼륨을 줄이거나 늘리는 '쁘띠 성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보톡스, 필러, 미세 지방 이식 등이 주로 소개되고, 고주파 사각턱 축소술, 런치 타임 리포, 이지 리프트, 성형화장품등도 언급된다.
그 밖에 독자들이 성형 수술에 관해 거의 공통적으로 궁금해하는 99가지 궁금증과 그 해답을 모았고, 뷰티 에디터 100명이 추천하는 스타일별 성형외과도 부록으로 실었다. 성형외과 의사와 직접 인터뷰하고 방대한 사실과 자료들을 가지고 있는 매체와 잡지사의 에디터들에게 앙케이트를 받아 그 사실에 근거해 준비한 내용들이어서 그런지 전문의 한 명이 집필한 책보다 훨씬 더 객관적이고 사실적이라는 느낌이 든 것 같다. 무엇보다 여성으로서 스스로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필한 저자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성공적인 성형수술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성형 수술을 왜 해야만 하는지, 해야만 한다면 나에게 정말 필요한 수술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단지 돈만 있으면 원하는 신체부위를 마음껏 바꿀 수 있다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깨우치기 위해 다소 충격적이고, 무섭지까지 하지만 엄연한 사실들을 내용으로하여 성형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이 책은 마치 유행처럼 따라하기식 성형 수술이 만연한 요즘 세태에 경종을 울릴 만하다. 예전엔 이렇게 책으로 소개가 된 적이 없었기에 내가 [시크릿 쇼핑]이라는 제목과 소개글을 을 접했을 때 받은 첫 느낌은  '이젠 성형 수술까지 쇼핑하냐?'라는 냉소적인 시선을 던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족중에 누가 수술을 해야 하는 당장 닥친 현실에서 이 책을 대했을 때 한낱 '편견'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젠 더이상 '성형 수술'이라는 말도 채 끝나기 전에 '하지 말라'고 손사레를 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성형 수술에 대해 생각을 두고 있거나 그런 가족이 있는 사람, 수술을 앞두고 병원이나 시술등 궁금증으로 인해 해야할 지 그만 두어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꼭 한 번은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미국의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맥스웰 몰츠는 그의 책 성공의 법칙 에서 자신을 찾아와 성형 수술을 하려는 환자의 70%는 실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매력있고 개성있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었다면서, '멋진 삶을 살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외모를 뜯어고치는 외과적 수술 따위가 아니라 ‘정신적인 성형수술’ 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올바른 성형 수술을 권장함'을 주제로 하는 이 책이 나올 만큼 성형 수술이 사회의 주목과 각광을 한몸에 받는 것은 절대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비단 성형 수술 뿐만 아니다. ' 전시展示 행정, 실적중시 외교, 학력위조, 물질만능세태 등' 정치,경제,문화,교육 전반에 걸쳐 비주얼Visual 을 중시하는 우리사회가 추구해야 할 것은 '속이 꽉찬 내실'이다. 그리고 보여야 하는 이들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작태들의 이면에는 보는 자들이 '빨리 보여주기를 바라는 닥달'과 ' 섯부른 판단'이 숨어 있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할 것이다. 외모에 의한 순간적인 판단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는 '매력적인 제품'을 보고 '충동구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스스로가 '내실을 기하고, 성숙해지기를 기다리는 은근함'이 요구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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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
틱낫한 지음, 오다 마유미 그림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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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의 하늘 색을 기억하나요? 하늘을 보긴 했나요? 
 
지난 해 성탄즈음 이었다. 새로 산 노트북 덕분에 침대 위에서 워드 작업과 인터넷 서핑이 가능하게 되면서 밤을 잊은 채 그것에 매달린 덕에 자세가 틀어졌다. 척추에 이상이 생겨 왼쪽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유를 모른 채 '곧 사라지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더 심해져 통증을 동반했다. 그 후부터 일반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한쪽 다리가 불편하니 걷기도 힘들었고, 그 좋아하던 산책도 싫어졌다. 다리쪽 통증에 온 신경이 가서 두통이 생기고 덕분에 인상은 쭈그러진 걸레처럼 구겨진 채 펴지지를 못했다. 생전 특별히 아픈 적이 없다가 당한 것이라 '황망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어이가 없었다. 편히 잠도 자지 못하고, 일도 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총체적 난국', 연말부터 석 달간 내 상황이 그랬다.
 
다행히 침술에 능하다는 한의사를 만나게 되었고, 꾸준히 침술과 약을 복용하면서 운동을 겸해 조금씩 나아지더니 이젠 자세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 거의 모를 만큼 낫게 되었다. 신체의 일부가 고통을 당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데, 잃었거나 상해거든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은 것은 거의 다 나아가서였다. 그리고 건강한 육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감사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모두 나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팠을 때 못했던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아~ 마음껏 보폭을 넓히고 절뚝거리지 않고 걷는 것이 큰 복이구나'. 아프고 난 후 이를 깨우치게 된 것이다. 세상에 모든 것이 당연當然 한 것은 없다.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있음이다. 술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스트레스를 부르니 몸에 병이 생긴다. 짜증을 내니 리액션이 좋을리 없고, 화를 내니 다투게 되는 것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나에게서 비롯함인 것이다.  
 
베트남의 선승이자 시인이며 전 세계인의 정신적 지도자로 여겨지는 틱낫한 스님이 저술하신 이 책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은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게송偈頌 즉, 일상새활에서 암송할 수 있는 짧은 싯귀를 모아놓은 책이다. 선불교 전통의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한 이 게송은 명상 훈련임과 동시에 시적 훈련이기도 하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면서 행하는 모든 동작들과 음식을 먹을 때, 그리고 일상적 활동을 하면서 하는 게송등 모두 53 개의 짧은 싯구와 해설이 담겨 있다. 읽기 편하게 쓰여진 게송들을 읽다가 보면 나의 하루를 더듬게 된다. '하루에 몇 번 하늘을 봤는가? 그리고 얼마나 숨을 쉬었을까? 얼마나 땅을 내딛고 걸었으며, 얼마나 많은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몇 번 갔었는가?' 모두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다. 하루동안 살면서 스스로가 했던 행동을 몰랐던 것이다. 모든 것이 무의식적으로, 생존의 습관적으로 행했던 것인데 이것들을 의식하면서 그 속에 자연의 섭리와 베풂이 담겨 있음을 깨닫고 그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임을 알 게 된다.
 
이 책은 종교에 상관없이 명상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시도하고 외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의식적으로 그것을 외우기는 명상에 참여하는 것만큼 쉽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팠을 때를 생각하면서 읽음으로써 그 싯구와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 보건데 일상생활에 지쳤거나, 병중이거나, 스스로를 달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지 싶다. 게송 아래 틱낫한 스님의 해설은 작지만 큰 깨달음을 전달해 줄 것이다. 잠시의 순간이지만 평온해진 마음이 말해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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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명상 - 내 안의 1%를 바꾼다
대안 지음 / 오래된미래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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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의 대안은 [절집음식]에 있다!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먹거리'에 온 국민의 관심이 몰려 있다.
예로부터 '소고기음식'을 취했던 우리 민족은 많이 먹었다기보다는 '소牛'라는 존재 자체가 '노동력'이었고, 재산이어서 자주 즐기지 못하는 '귀하게 여긴 먹거리'였다. 우리의 가장 숭고한 의식인 제사상에서 절대로 빠지면 안되는 식재료가 '소고기'인지라 그 가치를 더욱 높이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동네 개도 '소고기'라면 손사레를 칠 만큼 흔하디 흔하다면야 무엇이 문제겠나? 좁은 땅에 가축은 적고, 먹고자 하는 인구는 많은 것이 우리의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부족하니 돈주고 사려는 것이고 마땅히 온전한 물건 구하면 해결된다. 문제는 제 나라 백성은 온전히 먹이려고 사료법까지 바꾸면서 하자있는 물건을 팔려고 한다는 데 있다. 그것참 기가 막혀 말도 안나온다.
'밤손님이 제 집 단속한다'고 했던가? 술장수가 '술좀 작작 먹으라'고 손님 면전에서 가족에게 타박을 주면 빈정이 상하듯, 저희 고기가 문제가 생기면 팔던 것도 거두어야 할 판에, 헐값에 덤으로 덧대어 사달라 사정을 해도 '살까 말까' 할 진대 저들은 24개월 미만된 소만 골라먹으며 당당히 '맨날 먹는 우리가 괜찮은데 뭐가 문제냐?'고 으름장을 놓는다.
 
 같은 사람일지라도 동양인과 서양인이 체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바, 육고기를 즐기는 서양인은 육식동물에 가까워 장길이는 동양인에 비해 약 80cm가 짧다고 한다. 이는 육류는 내장에서 영양이 넘치는 대신 쉬이 부패되기 때문에 얼른 배출하지 않으면 먹지 않은 만 못하기 때문이다. 수 백년을 지나면서 제나라 음식에 길들여지는 제나름의 진화한 서양인의 장구조일테다. 초식동물에 가까운 동양인은 상대적으로 장의 길이가 긴데, 이는 많지 않은 영양분을 충분히 소화하기 위해 장길이가 길어져 굽이굽이 굽어진 나름의 진화란다. 
비단 내장구조뿐 만 아니다. 치아의 구조도 달라 저작[먹이를 씹어 부수는 일 - , mastication]이 쉬우라고 초식동물처럼 어금니가 발달된 동양인과는 달리, 서양인은 고기를 뜯어먹기 편하도록 송곳니가 동양인보다 발달되었다. 이렇듯 서로 다르기에 서양으로 이민을 간 동양인들이 그곳 식성에 길들여져 너나 할 것 없이 몇 년이 안되어 비만체질로 바뀌는 경우가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렇듯 몸뚱이가 다르고 식습관이 다른데 저들이 괜찮다고 우리도 괜찮다 말하는 것은 우리가 되려 '과학을 좀 더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소리해야 할 판이다.
 
  세간살이를 모두 갖추고 없는 게 없으니 남는 것은 즐기는 것만 남은 오늘날, 일상의 피로를 먹어서 해소하고자 원없이 먹기만을 추구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에 모든 원인이 있다. 시인 김춘수님은 이름만 불러도 꽃이 된다고 했던가? 우리가 관심을 두는 먹거리가 생길라치면 이들은 삽시간에 부족해져서 그 물량이 부족한 만큼 가격이 오른다. 그러니 생산자는 온전하고 보기좋게 그리고  많이 만들어내려 온갖 농약과 항생제을 덧대어 수요를 충족시키려 한다. 관심을 옮길수록 먹거리는 이렇게 오염되어 가는 것이다. 동의보감이 말하고, 조상이 말씀하셨던 좋은 식재료들은 '농약과 항생제가 쳐지지 않은 온전한 상태의 재료'일 때 라는 것을 우리는 착각하고 살아가는 듯 하다. 이렇듯 '도대체 뭘 먹고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푸념이 늘어가는 이때 소개하는 책 [식탁 위의 명상]이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겠다.
 
 지리산 금수암에 암자를 열고 금당사찰 음식차문화원을 운영하시는 대안大安스님께서 쓴 이 책은 음식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마음가짐에 대하여, 그리고 몸과 마음이 풍성해지는 식탁에 대하여 말씀하신다. 대학원에서 식품영양에 대해 연구를 하고 계시는 저자인 만큼 음식과 영양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이 함께 녹아들어 이해도와 신뢰도를 높인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먹는 시간만큼은 마음을 다해 음식을 살피고, 맛을 음미하고, 몸에 잘 녹아들도록 천천히 소화시키면서 여유롭게 밥을 먹는 것, 이런 것에서부터 [식탁위의 명상]이 시작된다고 말문은 연 저자는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몸이 욕구하는 것만을 충족하려 하는 것에 있다고 지적한다. 즉, 맛있는 것만 취하려 하면서 맛없는 것은 먹지 않는 편견과 집착으로 자신을 해치고 있는데, 이는 바깥의 환경이 자신을 불편하게도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가진 생각의 잣대로 인해 불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한 숟갈의 밥알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에 우주의 기운이 스며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식탁문화가 바로 [절집음식]에 있다며 그것을 배우고, 우리의 식탁도 그것을 닮으라고 충고한다. 불교를 숭배하는 [절집음식]이라고해서 종교적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살아야 성불을 이루고, 복음을 전파할 수 있듯 '절집'이 산에 있어, 산속 음식을 더 잘 알고 있으므로 그것을 배워 쫓고자 함이다. 물론 그 속에 담긴 깨달음은 덤으로 느끼겠지만.
 
특히 저자는 웰빙에 대해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기쁨을 누리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웰빙이라고 말하며, 진정한 의미의 웰빙은 일어버린 우리의 정신건강을 회복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땅과 더불어 호흡하는 바른 삶이라고 말한다. 일상을 살면서 원하는대로 살아지지 않는 괴로움과 자기 존재에 대한 불만족을 집에 돌아와 한 끼를 떼우는 밥상에서 즐기는 기쁨과 만족으로 그것들을 해소할 수 있을 때 '참의미의 웰빙'을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단 맛과 쓴 맛, 짠 맛과 신 맛이 담긴 한 상 가득한 식탁이 우리 인생의 참맛을 알려주는 축소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되었다.
 
또한 저자는 소식, 절식, 단식 즉 비우고 버리기의 미학에 대해 힘주어 설명한다. 현대의 병은 너무 많이 먹어서 비롯되는 병들이므로 소식과 절식 그리고 단식을 통해 욕망을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어 삶을 더욱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차를 즐기는 방법'과 '소울푸드'가 무엇인지를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준다. 후반부에는 본격적인 식재료와 요리로 꾸며진 [식탁위의 명상]들이 소개되는데, 절집의 향기를 담은 양념과 다양한 소스에 대해 그리고 향긋한 저장음식인 장아찌의 모든 것과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계절마다 그에 어울리는 절집음식들을 소개하는데, "건강의 비결은 음양오행의 균형과 조화에 있다. 또한 자연의 순리에 따른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데 있다. 음양오행 음식의 가장 중요한 비법은 제철음식을 먹는 것이다"라고 말한 [사미율의]의 말씀에 맞게 제철의 절집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면 무병장수할 것 같은 마음이 가득 들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부모는 아이들을 남겨두고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기가 쉽지 않고, 모처럼의 기회를 갖게 되면 '누가 무엇으로 만든지 모를' 외식으로 떼우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엄마 아빠는 돈버느라 바쁘니까, 몸에 좋고 맛있는 것 사먹어라"하며 돈을 주고 저마다 따로 식사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 웰빙이 아니라, 가장 안전하고 좋은 재료를 찾아내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고 정성을 가득 담은 '사랑하는 가족이 만들어주는 음식'이야말로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천하제일의 음식인 것이고, 그것을 온 가족이 함께 나누고 즐기며 감사하는 것이 '진정한 웰빙'이고 참다운 '식탁위의 명상'이라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가족의 행복과 웰빙은 식탁위에 있고, 어머니의 손맛에 있더라는 것이다.
 
요리에 대한 소개도 첨부된 만큼 절집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화보가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없잖지만, 단순히 절집음식에 대한 '자화자찬격'의 예찬이 아니라 그 깊은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나아가 삶을 더욱 풍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음식을 통해 이야기해준 좋은 책이었다. 가족의 건강에 관심을 둔 독자들이라면 한번은 읽어봐야 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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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
폴커 알부스 외 지음, 조원호 외 옮김 / 미술문화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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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보다 더 훌륭한 멋진 디자인들이 100년 전부터 있었다?!
 
 세상은 완전히 변해 버렸다. 전화 한 대를 얻기 위해 100만원의 예치금을 넣고 백색전화 하나를 구입하려고 수 백 명의 순번을 기다리며 '제발 내 차례까지는 물량이 오게 해 주세요.' 라며 제품을 만들기가 무섭게 소화하려고 줄을 선 소비자를 경험했던 '제조업자 전성시대'인 20세기는 이제 안녕을 고하고,  기고만장했던 제조업자들은 '어디 나를 한 번 감동시켜 봐! 그럼 한 번 생각해 보지'라며 두꺼운 지갑을 쥔 채 팔짱끼고 아래로 내려다 보고있는 소비자의 눈치를 살피며 수십 가지의 신제품을 선보여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가지고 있어 더이상 '부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를 만나야 하는 제조업자에게는 요즘같은 '소비자 절대 우위의 시대'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십인십색十人十色 이라고 했던가? 제조업자의 입장에서는 저마다 다른 소비자의 기호에 발맞추어 제품을 만들어내자니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밖에 없고, 금새 바뀌어 버리는 취향과 유행을 따르다 보니 넘쳐나는 재고에 치어 '앞에서 남고, 뒤로 밑지는 웃지 못할 상황' 연출된다. 그런 시대의 흐름도 모르고 과거의 영광만을 생각하며 소비자를 우습게 여겼던 기업들은 보기좋게 퇴출되었고, 몇 몇 살아남은 기업들은 이젠 쉬이 변해버리는 소비자를 따르기보다는 그들보다 앞서 늘 꿈꾸고 갈망하던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 다시 말해 소비자의 상상을 실현시켜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만이 살 길임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이른바 '감성마케팅'이 그것이다.
 
  오늘 하루동안 이 세상에 쏟아진 신제품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숫자를 가늠하기는 바닷가 모래알 세는 격일 만큼 자고 나면 바뀌는 신제품의 물결은 놀람을 넘어 경악하는 수준에 이를 지경이다. 이렇게 많은 신제품들 중에서도 몇 명도 안되는 주인을 만나고는 다시 창고로 들어가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20세기의 그때처럼 수 만의 대기자를 세울 만큼 사랑을 받는 대박제품도 나타난다. 게다가 하루 이틀 반짝유행이 아니라 수 년동안 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면 그 제품은 소비자의 감성을 제대로 건드린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다. 
 
과연 아이콘으로 불리는 대박상품들의 무엇이 소비자를 그토록 광분시킨 걸까? 
나는 그 답은 과거로부터 아이콘으로 기억되는 제품들에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지금 소개하는 이 책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책은 우선 '아이콘이란 무엇인가?' 를 우선 소개했다.
 컴퓨터에서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담고 있는 정보의 내용이나 기능을 함축하고 있는 작은 그림이란 뜻의 컴퓨터 용어로 먼저 알려진 아이콘Icon 은 그리스어인 'eikoon'에서 시작되었다. AD초기 비잔틴제국 시기의 황제는 자기의 존재를 잊지 않게 하기위해 제국의 변방에 자신의 초상화를 보냈는데, 이는 초상화의 개념을 넘어 그를 대신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인들에게 제국의 초상화는 성화(聖畵 : Icon)로 받아들여져서 이를 발전시켜 신비로운 의미를 담아 글자를 모르는 종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데, 이는 이미지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이상을 상징하는 이데아가 포함되어 아이콘은 심오하고 신비로운 진실의 거울로 여겨지게 된다.  그런 기원에 걸맞게 최근에 들어서는 어느 제품이 소비자들이 꿈꾸는 이미지와 이상을 고스란히 담아 표현되고, 그것이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을 때 우리는 그 제품에 대해 '아이콘이 되었다'고 부르게 되었다. 종교적 이미지와 이상으로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듯, 프로그램의 전체는 아이콘이라는 작은 그림으로 대표되었고, 이는 다시 시대적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소비자들의 필요와 욕구(이상)을 하나의 제품으로 충족시켜 그것을 아이콘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세계 유수의 디자인 이론가들이 예리한 통찰력으로 현재로 재정립된 개념의 아이콘의 의미를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 190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한 세기 동안 세상을 놀라게 하고 사랑받았던, 몇 몇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아이콘이라고 부르는 83개의 제품을 찾아내고, 그 기원과 시대적 배경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당대의 문화와 정서를 상징적으로 반영했으며 소비자들로부터 그토록 사랑받을 수 밖에 없었는지를 한데 엮은 책이다. 그 시대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으로 무장된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이 무수하게 쏟아졌는데, 그 중에서도 산업별로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제품들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 점에서 전면 올컬러의 화보를 채택하고 있는 이 책은 디자인 서적임에도 지난 백년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아이콘들의 탄생 스토리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거의 모든 작품에 이것들을 만든 디자이너가 소개되는데 관념적인 소비자들의 수요와 욕구를 잘 받아들여 이들은 예술작품으로서의 제품을 만듦으로써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은 제품디자인의 원류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1900 년대 초반부의 아이콘들을 살펴보면 디자이너로서의 기초교육이 전혀 되지않은 상황에서 도제로부터 디자인에 참여하거나, 혹은 현장경험을 하던 중에 다시 미술아카데미나 학원등에서 수련을 거쳐 다시 현장에 뛰어든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장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세련된 디자인이 통합된 제품들은 예술성과 실용성을 겸비했고 결국 시대의 아이콘이 되는데 이것은 소비자에게 구매욕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것은 요즘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아이콘을 소유한다는 것은 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었고, 디자이너의 이상과 시대적 흐름에 발을 맞춰간다는 뜻이기도 했다.
 
 [찰스 레니 매킨토시의 힐 하우스 체어]나 홀쭉한 모양을 한 [코카콜라병], 그리고 [롤렉스 오이스터 손목시계]등은 1900년대 초기에 만들어졌는데도 지금도 여전히 소비자들로 애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예술과 실용을 겸비한 산업디자인의 힘의 유구성을 짐작하게 한다. 한편 21세기인 지금 쏟아지는 수많은 디자인아이콘들이 100년 후에도 여전히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있다면 과연 얼마나 되고,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민해 보게 된다.
 
뛰어난 감각들로 만들어진 1900년대 초기의 아이콘들은 현재와 같은 '감성의 시대'가 느끼기에는 후반부의 그것들보다 예술적인 감성을 더욱 자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사랑받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역시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커오면서 함께 했던 역사와 스토리를 오롯이 담고 있어 제품을 떠올리면 과거가 생각나고, 사람이 생각나며, 이야기를 생각나게 하기 때문에 즉 자기체험적 기억때문에 더욱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이 책에서 소개된 [지포 라이터]를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으로 가지고 있던 지포라이터를 한 번 더 켜보며 그 시절을 추억했던 것처럼 말이다. 오늘날의 디자이너들이 신제품의 디자인에 앞서 항상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걸작들을 우리글로 된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는 것은 참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디자이너 뿐 아니라, 제조업에 관여하고 있는 비즈니스맨, 특히 디자인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경험을 안겨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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