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
신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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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전 꼭 한번 찾아가고 싶은 풍수지리 최고의 명당 33곳 이야기!
 
 
  "어디 공기 맑고, 물 좋은데서 살다가 가면 좋겠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의 선배들이 틈만 나면 하는 말이 우스웠다. 게다가 토지의 경제적 효용을 이유로 싼 땅을 사들여서는 담배갑같은 아파트를 지어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터라 쓴 웃음마저 들었다. '개발'이라는 이름의 '국토훼손'은 이대로 가다가는 '국립,도립,시립 공원'을 빼고는 산지는 찾아볼 수 없어 개인소유의 임야를 '공원'으로 지어서 입장료를 받아야 할 판이다. 하기는 10여 년전 서울 서초구에서 실제로 철조망을 치고 입장료를 받아 지역주민들의 원성을 산 사례가 있기도 했으니, 정말 그럴 날이 멀지 않았다.
 
 

















 
  있는 돈, 없는 돈 모으고 억대의 대출까지 받아 값비싼 아파트를 사놓고는 주말이면 휘발유 펑펑 흘려가며 산이며, 들을 찾아 남으로 북으로 오르내리는 도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그런 아이러니가 없다. 한 예를 들어 강남의 수십 억하는 아파트는 현시세의 이자와 일년동안 내는 세금을 하루로 나누었을 때 특급호텔의 숙박료보다 많은 '수십 만원'이나 한다고 하는데, 하루에 수십 만원하는 제 집을 놔두고, 펜션이나 호텔등 남의 집을 또 하루 세를 놓고 찾아가는 형국이니 아이러니가 아니고 뭐겠는가? 그 이유는 뭘까? 바로 '산 좋고 물 좋아서'가 아닐까?
인간의 궁극의 노스텔지어는 바다라고 하지만, 땅을 딛고 살았던 만큼 육지에서 찾아야 할테고, 그렇다면 저마다 나고 자랐던 '고향'이 오늘날의 '노스텔지어'일 터, 주말마다 사람들이 남으로 북으로 찾아다니는 것은 이젠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는 '고향'이 그리워서일테다.  
"몸을 해치고 마음이 병든다면,
어찌 그곳을 사람이 살 만한 땅이라 하겠는가?"
 
  이렇게 일갈하며 사람 살만 한 곳을 짚어준 책이 있다. 신정일씨가 만든 책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이 그것이다.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저자 신정일씨에 있다. '대한민국의 땅을 제대로 알려면 우선 '이중환의 [택리지]'를 읽고, 그 다음 오늘날의 그것을 알려면 '신정일의 [다시 쓰는 택리지]'를 읽어라'라는 것이 부동산 고수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조언 중 하나다. 서구문명의 영향을 받기 이전의 시대를 살았던 이중환이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과 지리관을 바탕으로 저술한 한국적 인문지리서인 [택리지]와 대화하며 신정일이 다시 쓴 책으로 평가되는 [다시 쓰는 택리지]는 이 땅 구석구석을 누구보다도 많이 걸었던 저자가 발로 쓴 국토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 다섯 권으로 무려 2,000 페이지에 걸친 그의 기록을 본다면(베스트셀러를 노린 것도 아니고, 온전히 저자의 의지로 제 흥에 겨워 쓴 것임을 확인한다면) 그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저자가 새로이 쓴 우리강산의 이야기이니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20,000여 권의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저자이니 만큼 그의 문재文才 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저자가 사람이 살기에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곳은 이중환선생의 말씀을 빌어 대신했다.
 
"십리 밖이나 반나절쯤 되는 거리에 경치가 아름다운 산수가 있어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그곳에 가서 시름을 풀고, 혹은 하룻밤쯤 자고 올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둔다면 이것은 자손 대대로 이어가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제 집 베란다 창너머로 산자락 끄트머리가 보인다고, 푸르스름한 물줄기가 비친다고 다른 집보다 수천만원에서 수 억 비싼 프리미엄을 붙이는 일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아래로 내려다 보고 살고 싶어 위로 위로 치솟은 아파트에는 중력을 거슬러 식물이 생장을 멈추고 사람이 생기를 잃는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전면에 한강이 보인다는 이유로 수억의 웃돈을 주고 입주했지만, 쳐다보고 있자니 우울해지기만 해 아예 커튼을 치고 사는 사람도 있다. 지척을 두고 살면 오히려 눈에 익어 제 맛을 모르는 법. 이것은 다름아닌 싫증내기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리라.
 
   책에 수록된 곳들은 땅값의 높낮이와 아무런 상관없이 오로지 스스로 집을 짓고 오래도록 살고 싶은 곳들을 소개했다. 산천이 수려하고 아름다우며, 역사 속에 자취를 남긴 인물들이 삶터를 영위했던 스토리가 있는 곳, 어느 때 가도 마치 고향에 돌아온 사람을 감싸 안아 주듯 포근하고 아늑한 곳이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이고, 살아야 할 곳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일까? 한 장 너머 마다 그려지는 풍광은 바람소리 새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산내음 들내음이 풍기는 듯 하다. 언젠가 가본 듯한 낯익음도 보이고, '우와~~~' 하는 감탄을 자아내는 곳들이 넘쳐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글자보다 그림에 먼저 눈이 가 오래도록 멈추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크게 네 가지 이름으로 나누어진다.
 
'시선이 멈추는 곳, 마음이 머무는 자리 - 10 곳'
'천하의 기운을 품은 길지 - 10 곳'
'마음과 몸이 살아나는 땅 - 8곳'
'완벽한 휴식을 주는 마을 - 5곳'
 
이렇게 예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난 33곳의 길지와 명당을 이야기해 준다. 그곳에 담긴 민간전승과 역사적 유래 그리고 그 땅에서 태어난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친절하게도 독자의 입맛에 따라 찾아갈 수 있도록 구분까지 해 주었다. 생소하기 그지없는 지역이지만, 저자의 지역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 그리고 풍광에 대한 설명을 읽고 나면 찾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 없다. 조만간 꼭 한 번 찾아가고 싶었던 곳 '조선 최고의 명당'(경기도 남양주군 조안면 능내리)를 살펴보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태어나고 말년을 보낸 곳으로도 뜻 깊은 이곳을 찾아가려니 저자가 일러준다. 찾아가는 길- "덕소에서 6번 국도를 따라가다 팔당대료를 만나고 그곳에서 한강을 따라가면 팔당댐에 이른다. 팔당댐에서 2.9킬로미터를 가면 중앙선 철교 밑에 이르고 그곳에서 우회전하여 1.3킬로미터를 가면 정약용 생가 앞 주차장이 나온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했다.
이제는 차마다 네이게이션이 있으니 책이 일러준 주소만 찍어준다면 알아서 가줄테고, 책을 읽고 가보고 싶은 곳 점찍어 놨다가 시름이 생기거나, 한가할 때 틈만 나면 찾아볼 요량이다. 책 속의 그 장소에 앉아 그곳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고 찾아다니면 그 맛도 쏠쏠하겠다. 이 책은 '놀러갈 곳, 맛난 곳'을 이야기해 주는 책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살 만한 곳을 알려주는' 공부하는 책이다.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내 고향을 이 책에서 찾아보고 싶다. 멋지고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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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방, 똑똑한 병원 이용 - 치료는 빠르게, 비용은 저렴하게, 권리는 당당하게! 똑똑한 헬스북 2
백태선 지음 / 전나무숲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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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위한 '내몸 A/S 이용 설명서'
 
 
 시대는 바뀌어 이제는 소비자가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 소비자는 제품에 불만이 생기면 더이상 '소비자보호센터'에 연락해 처분이 내려질 때까지 2-3달을 기다리지 않는다. 자신의 홈피나 블로그에 그 불만사항을 온 세계에 알리고, 의견을 나누어 피해고객끼리 힘을 합쳐 '개선'과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 큰 소비자'의 시대가 온 것이다. 단 한가지 '의료서비스'만 빼고.
 
  같은 '서비스'인데도 좀처럼 소비자가 기를 펴지 못하는 곳이 '병원과 약국'이다. 그곳에 들어가는 순간 '소비자, 고객'에서 '환자患者' 즉 근심을 가지고 있는 아픈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을 갖게 되면서 소비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약해지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세상의 시시비비는 죄다 알고 있는 사람들도 '흰가운의 그들'을 찾아가게 되면 '개장수를 만난 황구黃狗 꼴'이 되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들이 관장하는 것이 다름아닌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인간의 두려움을 감싸주고, 대신처리해주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자세 또한 꼿꼿하기 그지없다. 그 이유를 거듭 생각해보니 의사들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환자'들이 많다는데 있다. 제 몸을 보석처럼 여겨야 한다는 웰빙의 시대인 탓도 있지만 당당히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입는 국민이다 보니 기침만 세번을 연이어 하고 방귀소리만 이상해도 병원을 찾을 판이다. 한정된 병원에 찾아드는 환자가 늘다 보니 병목현상으로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죽어나가는 현상마저 일어나게 된다. 제 목숨이 달린 일을 맡겨야 하고, 누구보다 빨리 진료를 받으려 하니 '의사의 손'은 '신神의 손' 못지 않고, 고평가를 받는 의사의 지위에 반비례해 '환자의 권리'는 저평가되어 가기만 한다. 
 
  두 해 전 어깨를 다쳐 수술을 한 후 병원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병원의료 서비스' 문제에 대해 불만과 걱정을 했었는데, 그런 중에 우연히 만난 책이 있다. [양,한방 똑똑한 병원 이용] 이다. '의료 소비자의 당당한 권리 찾기'라는 매력적인 부제가 마음에 들었다. 보통 의사들이 낸 책이라고 하면 [질병]을 설명하고, 그 치료법과 예방책을 주로 다루고 있고, 마지막엔 자신의 치료법으로 시술하고 있는 병원을 알리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부제는 일종의 '양심선언'같은 뉘앙스를 띠고 있어 흥미로웠고, 특히 의사이자 한의사인 저자의 이력이 돋보였다.
 
  저자는 병원에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지시와 순종, 또는 단순히 치료하는 자와 치료받는 자의 수직적 관계로만 인식되고 있는데, 이러한 의료 소비자의 권리의식 부족과 주체성 결여가 결국 병원을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의료 소비자가 되기 위해 지식과 정보를 갖춘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병원의 의료 정보 독점은 유니크한 지식을 가진 권력자가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가하는 횡포나 다름이 없는데, 지식의 벽이 상당히 높은 의료계에서 이렇듯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의료 소비자들을 위해 [치료에 대한 정보]를 모아서 제공했다는 점에서 반가움이 앞섰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우선 환자들이 질병에 닥쳤을 때 제일 먼저 고민하는 문제 '병원(양방)을 갈까, 한의원(한방)을 갈까?'하는 문제에 대해 양방 진료와 한방의 진료의 특성과 장단점을 알리고, 저마다 찾아야 할 질병의 경우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주류의학을 보완 대체하는 치료법인 대체의학에 대해 설명하고 주의할 점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두번 째는 양,한방 병원을 똑똑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크기와 단계별로 차이가 큰, 양방 병원에 큰 비중을 두었다. 우선 병원의 규모에 따라 보건소, 의원, 종합병원, 대학병원으로 나누고 병원에 따라 소비자에게 장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부분에서는 '보건소'에 대한 설명이 유익했는데 영유아, 임산부, 성인대상 혜택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특히 보건소에 따라서는 각종 물리치료와 한의 치료와 치과 치료도 받을 수 있다는 데 놀랐다. 조금만 아파도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그 질병의 정도에 따라 보건소나 의원에서도 치료가 가능하겠다고 느꼈다. 똑똑한 환자의 좋은 병원 찾기, 좋은 의사 찾기, 양방 병원의 현명한 이용법, 그리고 진료 부분별 실속 가이드는 현명한 병원의 선택방법에서부터 입원과 수술 그리고 응급상황시 소비자와 그 가족들이 병원을 대상으로 유의해야 할 사항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가장 주목된 부분은 바로 '의료비를 줄이는 실속 전략'. 부르는게 값인 것이 병원의 '진료비'인데 의료 소비자로서 꼼꼼하게 짚고 넘어간다면 의료비를 줄일 수 있고, 그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 놓은 부분이다. 이 부분만 읽고 기억해도 책값은 톡톡히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목된 부분은 진료에 앞서서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 인지를 확인하는 방법과, 비보험 진료는 병원마다 비용에 큰 차이가 있으니 그것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 고액이나 중증 질환은 특별 지원도 받을 수 있으며, 종합검진 대신 증상별로 검사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것 등이 소개된다. 또한 진료비가 과다하게 청구된 것 같다면 진료비 세부 명세서를 받아 건강보험 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확인요청을 하라고 말하며 그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또한 병원의 불만과 불편에 대해서도 이들 기관에 당당하게 신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려주고, 그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해 두었다. 특히 있어서는 안될 '의료사고'에 대해 사전 방지법과 그 대처법에 대해 언급한 마지막 부분은 '당하지 않으면 모르는' 특별한 노하우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의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노라. 나는 인류,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至上)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 전문

 의사가 되었음을 확인하는 마지막 부분에 이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양심과 위엄으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는 의사들로 가득한 세상이면 좋겠다. 하지만 환자 역시도 자신의 질병을 잘 알고, 그 질병에 맞는 병원과 의사를 찾아 자신을 내맡길 수 있는 현명한 환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를 비롯한 그런 잠재적인 의료 소비자들에게 있어 이 책은 참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우선 한 번 읽어 본 후 병원을 찾게 될 경우 다시 한 번 살펴본다면 더욱 현명한 병원이용이 가능할 것 같다. 집안에 가정상비약을 항상 준비해 두듯이 한 권쯤 가지고 있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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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즐거움 -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120편의 철학 앤솔러지
왕징 엮음, 유수경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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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
 
 
  세상에 태어나 아기가 처음 하는 것이 우는 것인데 그것이 안전하기만 했던 모태에서 떨어졌기 때문이고, 그 순간부터 끝이 없는 인생人生이라는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두려워서 일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차츰 커가면서 눈이 트여 세상의 빛과 색을 알게 되고, 막연했던 감각들이 살아나면서 부드럽고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닌 걸 알게 된다. 말문이 터지면서 "이게 뭐야?" 연신 물으며 그동안 궁금했던 모든 것을 묻게 된다. 아니, 내 입 속에서 뱉어낸 소리가 더이상 '옹알이'가 아니라 '대답'이라는 메아리가 되돌아옴이 신기해서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걷고 뛰게 되면서 '보살핌'은 귀찮아지고, 잠시라도 들리지 않으면 무섭기만 했던 엄마의 목소리는 '잔소리'로 들린다. 참 간사하다, 인간이란.
성인이 되고 정신적 독립을 외칠 때 즈음이 되면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아직 부족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인생이라는 끝이 없는 길을 걸으면서 내딛는 한 걸음마다 장애물을 만나고, 갈라진 길의 한 가운데 서게 되고, 여기 저기에서 훼방꾼이 나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삶의 길찾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한 마디의 조언'임을 알게 되었지만, 이젠 진심어린 충고를 던지는 이도 없거니와 그들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 인간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고독해져만 간다.
 
  이 책 [철학의 즐거운 The Pleasure of Philosophical Life]삶이라는 길에서 멈춰있거나, 나아가기를 망설이고있는 나그네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힘든 삶과 고달픈 생활에 지쳐있는 이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120편의 위인들의 글을 모아두었다. 주제를 크게 [참과 진리] , [생명의 존귀함] , [고귀한 덕] , [인간의 본성] , [우정] , [사랑] , [삶의 즐거움] 으로 일곱 개로 나누고, 큰 주제마다 작은 제목을 만들어 수많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볼테르, 칼릴 지브란, 나폴레옹 힐, 쇼펜 하우어, 프랑수아 피용, 네루다 등 익히 귀에 익은 위인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들도 만나게 되는데, 하나의 이야기마다 소중한 가르침이 들어 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깨달음을 만나게 된다. 특히 위인들의 이야기 끝에는 저자의 친절한 부연해설을 만나게 되고, 마지막으로 꼭 새겨야 할 강조구문을 만나게 된다.
 
  어느 쪽을 먼저 읽던 상관이 없었는데, 가장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우정], [사랑], 그리고 [삶의 즐거움] 편이었다. 작은 제목 하나 하나는 큰 느낌과 배움으로 다가와 책장을 감히 넘길 수가 없었다. 중국의 비수민은 말하길 우정은 한 권의 책과 같아서 끝까지 다 읽어야만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고, 친구는 나의 그림자와 같아서 햇빛이 있으면 나를 따를테지만, 더움으로 사라지면 친구도 역시 나를 떠난다고 말한다. [사랑]편의 '아내를 그리워하다'에서는 이 세상을 등진 아내를 생각하며 독일의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수많은 사람중에 당신과 만난 그 사람은 단 한 걸음도 빠르거나 늦지 않게 정확한 순간에 내 앞에서 나타난 사람이 바로 아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천 년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이 소중한 인연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으며,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되묻는다. [삶의 즐거움] 편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서는 오늘의 청춘을 걱정이라는 부질없는 짓에 내일을 위한 노름 밑천으로 바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말하며 "내일 일 때문에 미리 걱정하지 마라.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지금은 결코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법을 배워라 그러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는 [성경] 말씀으로 대신한다.
 
 "어제는 히스토리History 였고, 내일은 미스터리Mistery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무엇인가? 최고의 기프트Gift 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현재를 Present (현재, 선물)이라 부른다"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에서 용의 전사가 될 지 두려워하는 팬더에게 시푸(사부)는 이렇게 말하며 미래를 위해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한다. 그 길만이 용의 전사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행복하게 살다 죽는 것'이 생의 목표하면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면 그 합은 자연히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래에 원하는 무엇인가가 목표하면 하루 하루를 그것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거창한 제목에 긴장을 하게 했지만, 이 책 [철학의 즐거움]은 평이하다. 오히려 너무 평이해서 '과연 철학을 말한 것인가?' 의문을 품게 만든다. 하지만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고민하고,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한 고민이 철학이라면 그 방법을 가장 편하고 이하하기 쉽게 알려준 책이 아닐까 싶다. 절대로 빨리 읽어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는 책이다. 작은 제목 하나 하나마다 소중한 뜻과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스스로가 생각을 던지고 내게 맞는 답을 찾아가도록 만든다. 소위 말하는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는다면 어울리는 책일 듯 싶다. 두고 두고 옆에 두고 만나야할 친구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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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2 - 대인관계 편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2
막시무스 지음 / 갤리온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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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글, 가장 긴 여운을 주는 책!
막시무스의 두 번 째 이야기
 
 
  다시 집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며칠 전 막시무스의 책을 처음 들고 순식간에 모두 읽어버리고는 덮은 뒤 바로 주문을 했드랬습니다. 한 장 한 장 곱씹어 읽기를 더 하다 보니 도착을 했더군요. 그래서 폭식(?)을 했습니다. 이제 다시 넉넉한 마음으로 되새김질을 해야 합니다. 짧은 글, 긴여운. 이 책이 주는 맛이 아닐까 싶네요. 이번에는 대인관계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인생에 대한 현명한 답을 알수록 인생이 유쾌해진다'고 믿는 지구인. 그래서 세상에 있는 인생고수들의 삶에서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20만여 개의 격언을 모은 지구인. 삶에 본보기가 될 만한 내용을 담은 격언이라는 뜻의 maxim과 사람을 뜻하는 us를 더해 막시무스Maximus 라는 필명을 쓴 이 사람의 두 번째 책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2]이 그것입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절대로 살 수 없나 봅니다.
혼자 살 수 있다고 해도 사람답게는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 제대로 살다 가는 것, 그것이 이 세상에 태어난 나의 사명이라고 한다면 사람들과 만나서 영향을 미치고, 받으며 살아가야 합니다. 관계라는 것이 항상 좋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쁘더라도 덜 나쁘게 그리고 두 번의 나쁜 결과를 얻는 관계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수정하고, 보완해 나간다면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더 편해지지 않을까요? 조금 더 유쾌하게 살아간다면 나도 좋고, 그런 나를 보는 사람도 덩달아 유쾌해지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사람을 만나면 사람을 온전하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에 속해 있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 무엇을 뒤에 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온전하게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또 나를 먼저 보여야 참다운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웃더라도 가슴이 확 터지는 밝은 웃음을 지을 수 있고, 기쁘면 마음껏 기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의 말을 온전히 듣고 진심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답게 사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가 가져야 할 하루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막시무스는 이 책에서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30가지'와 '절대로 하면 안되는 일 30가지'를 이야기해 줍니다. 그리고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에티켓에 대해 그것을 지키면서 '내가 괴롭다'면 하지 말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 만나는 상대를 평가하기에 앞서서 스스로를 진단하라고 조언합니다. 한 장 한 장 속 시원하고 유쾌해서 다음 페이지를 얼른 보고 싶기도 하고, 계속 되새기며 머리속에 넣고 싶어서 한참을 멈추고 싶게도 만듭니다. 그래서 묘한 책이기도 합니다.
 
  혼자서 알기엔 너무나 좋은 말, 소중한 말들이 많아서 블로그나 홈피에 마구 적어두고 싶은 충동도 생깁니다. 책을 읽던 중 한밤중에 지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에 있었던 오해로 인한 말다툼에 대해 사과를 했고, 용서받았습니다. 또 나도 사과를 받고 용서를 주었습니다. 뭔가 답답했던 가슴의 절반은 박하사탕을 물은 것처럼 시원해 졌습니다. 한 통의 전화로 이 책의 1만원이 채 안되는 책값은 다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은 언제든 펼쳐만 본다면 더 값을 치루겠다고 하네요. 세계적인 명사들의 말로 가득하고, 막시무스의 해설로 곱이 됩니다. 여름휴가길에 곁에 두고 읽는다면 늘 유쾌하게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약장수가 되었네요. 여전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야바위꾼'으로 불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책, 곁에 두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서 읽어보시고 실망했다면 제게 말씀하세요. 제가 사서 아끼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제대로 책장수가 된 Richboy...물러갑니다. 즐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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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웃기는 코메디언의 유쾌한 '야고보 길 순례기' !
 
  올해 봄 즈음인가보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시간에 맞춰 TV를 본 적이 없는 나는 어느 케이블방송으로 [야고보 길 순례]를 본 적이 있다. 우연히 리모컨을 좌지우지하다가 만나는 제대로운 프로그램은 항상 끝에서 5분을 보는 것이 다반사인데, [야고보 길 순례]는 이제 막 시작한 터라 '나보고 꼭 보라는 이야기인가보다' 하고 엉덩이를 고추 앉아 브라운관에 눈을 맡겼다. 구성진 나레이터의 목소리와 해설은 마치 자신이 다녀온 듯 자신감이 있었고, 펼쳐지는 광활한 대지에 칼로 그은 듯한 조그만 길로 더 작은 사람이 걷고 있었다. 첫화면에 보인 것이 목표는 없는 것처럼 시선은 고정된 채 한아름의 짐을 짊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들을을 보며 난 '고종 황제'를 떠올렸다. 밝은 태양볕 여름의 어느날 그물진 막대기 하나 들고 조그만 공을 맞춰 상대에게 넘기려고 애쓰는 언더우드 목사의 행동(그는 이를 운동이라 했고, 이름은 정구Tennis 라 불렀다)을 보고 고종황제는 말씀하셨다. "아니 이 뙤약볕에 뭐하는 짓이냐? 아랫 것들 시키지 않고..." 내 마음이 그랬다. 
 
'왜 멀리 외국까지 가서 저러고 걷고 있지?'
 
 옛날에야 '순례'라 해서 태어나 가진 원죄와 현재까지 지은 죄를 벗고자 순례자들이 있었다지만, 제각각의 국적과 말을 가진 오만 가지 복장으로 걷고 있는 그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조금 더 몰입하고자 모가지를 늘여뜨린다. 그리고 어느샌가 '내가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해 보고 싶은 일'이 되어있었다. 내가 살던 곳 반대편으로 넘어와 상상하지 못한 낯선 곳에 떨어져 알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길을 찾아 걸어가는 어행.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것이 이 '야고보 길 순례'가 아니던가? 그 후로 며칠동안 '야고보 길'은 내 뇌리의 넓은 자리에 세를 얻고 있었다. 이 책,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를 만나게 된 것도 바로 그 이유다.
 
  독일에서 코메디언으로 잘 알려진 저자는 휴식없는 업무의 연속, 어리석음으로 비롯된 쓸 데 없는 좌절과 분노로 인해 담낭이 터져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되어 어쩔 수 없는 휴식을 갖게 되고, 그 '작전 타임'의 시간에 우연히 만난 책 [기쁨의 야고보 길]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자신도 그 길을 걷는 여정에 뛰어들게 된다. 2001년 6월 9일부터 7월 20까지 42일, 생장피드포르에서 출발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600 킬로미터의 도보로 여행하며 매일 매일의 여정을 기록했는데, 그것이 이 책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Ich bin dann mal weg]이다. 독일 아마존 7위에 오르고, 2백 만부가 팔렸을 만큼 인기가 있었다고 소개가 되었는데, 책을 펴기 전 처음엔 유명 연예인의 수고로운 여행기여서 그 유명세가 한 몫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의 여행기간 동안 펼쳐진 실시간의 중계일기는 생생하기 그지없고, 위트와 농담이 함께 어울어져 그 힘이 독자들로 하여금 빠지게 한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의 글은 솔직하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
처음 여행을 마음먹은 것도 단순히 [책]에 빠져 함께 경험해 보고 싶었고, 그는 그곳에서 '구도자들의 순례길'인 만큼 어행중에 '신'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내 자신이 누구인지 나조차도 한 번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고 한 가지 질문을 찾아 여정을 시작한다. 그 질문은 바로 '나는 누구인가?' 였다. 하지만 여행의 둘째 날부터 그는 비오는 날 경사진 산길의 강행군을 포기하고 프랑스인의 '차'를 얻어탄다. 순례자의 여정에 '자동차'라니...스페인 사람이었으면 절대로 태우지 않았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말 그대로 고생을 사서 하는 여정에서 '안락을 추구'했으니,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합리주의를 추구하는 서양인의 그것은 가능했나 보다. 오히려 '삶의 어느 순간을 기록한 개인자서전'인 만큼 적당히 숨기고 포장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의 솔직한 생각과 행동의 기록이 이 책을 끝까지 사로잡는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야고보 순례길은 '오롯이' 혼자서 갈 수 밖에 없는 여정이란다. 다시 말해 동행이 있게 되면 그에 맞게 보폭을 맞춰야 하고, 그의 사정과 형편을 고려하다 보면 자신이 계획한 걸음을 온전히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이를 보면서 '우리가 사는 사회와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상대를 배려하고, 그와 함께 발맞출 때 우리는 그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단한 사람, 훌륭한 사람'은 남에게 구애받지 않고, 순전히 자신의 길만을 걸어온 사람이 아니던가? 자신을 찾아 떠난 여행인 만큼 '나를 챙기기도 벅찬 여정'에 남과 함께 가기 위해 수고로움을 자처한다는 것은 그들의 '합리주의'에 맞지 않을 뿐더러 여행의 의미에도 어긋난 것일지도 모른다. 중도에 아프거나 사정이 생겨 뒤쳐지거나,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신을 지키지 못한 일이기에 아직 순례를 마칠 내공이 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끝이 없는 길을 홀로 걸어가는 것과 같다'고 말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언과 같단 말인가? 정말 혼자여만 하는 것인가? 왠지 모를 '팍팍함'에 나마저 갈증이 생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야고보 순례'의 여정을 함께 하며 든 생각은 순수하게 혼자서 걷는 시간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는 구도자의 모습이 되지만, 순간 누군가 '인기척'만 느끼게 되어도 '사회 속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인간(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순례길의 목적은 사람마다 달랐다. 저자처럼 책을 통해 그것을 답습하려 했던 사람도 있었고, 남미의 처녀들처럼 되돌아가는 길엔 유럽의 신랑감을 데려오라는 부모의 명령으로 막중한 임무를 띠고온 사람들도 있다. 병으로 먼저 떠나 보낸 자식과 함께 왔던 어머니는 자식이 포기한 그 길에서부터 순례를 시작해 끝마침을 하늘에서나마 지켜보게 하려고 했고, 순례의 길에서 동냥으로 생활을 연명하는 치들도 있다. 그랬던 만큼 그는 자신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솔직하다. '순례를 한다고 해서 냄새나고, 시끄럽고, 지저분한 순례자의 숙소에서 꼭 자야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꼭 그렇게 뭉쳐서 꿍싯거리고 복닥거려야 제대로운 순례가 되란 법은 없잖은가?'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순례자의 숙소를 박차고 나와 길건너편에서 호텔에서 편한 잠을 잔다.  그의 덩치와 인상때문에 동성연애자이면서도 영국인 순례자 앤으로부터는 '추근덕대는 놈' 취급을 받기도 한다. 자연에 순응하고, 갈증을 참아가며 아픈 발로 걷기보다 사람들과 부딛는 시간들이 그에게는 더 어려운 시간이고 많은 생각을 던지는 지도 모른다.
 
  "순례길은 나의 인생 여정을 보여준다. 시작은 실제의 내 삶처럼 난산이었다. 어행 초창기와 어린 시절의 나는 내 속도를 찾기 힘들었다. 인생의 길 중간까지는 그때까지 쌓아온 긍정적인 경험과 함께 오류와 혼돈이 공존했고 가끔 길 밖에 나앉기도 했다. 그러나 반쯤 왔을 때부터는 목적지까지 기쁜 마음으로 행진했다. 이 순례길이 친절하게도 내 미래에 대한 전망을 조심스럽게 펼쳐 보여주는 듯하다. 담담함을 지닐 것, 무관심과 냉담함이 아닌 긍정적인 의미의 담담함. 그러면서 유쾌함을 견지할 것. 이름 붙이자면 '유쾌한 담담함'이 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순례를 하는 매일매일도 전체의 순례길과 똑같이 구성된다. 세부적인 것이 전체의 복사본이다. 하나가 전체에, 전체가 하나에 있다."(p 360)
 
  그의 여정의 시작은 거창한 '구도求道'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여정을 모두 마칠때 즈음 태어나 지금껏 자신이 누구였음을 알게 되고, 앞으로 인생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지를 알게 된다. 그에게 그것은 '유쾌한 담담함' 이었다. 저자는 이제부터 '얼마의 부를 이루고, 얼마의 명예를, 얼마의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 목표가 된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자세가 진정한 인생의 목표라는 것을 배웠고, 이제부터 그의 하루 하루의 인생은 그것을 지켰는지 아닌지를 반성하는 시간들이 될 것이다. " 지금부터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을 오늘 밤에 죽을 사람인 것처럼 대하라. 당신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라는 어느 책에 읽은 말이 생각난다. 혹자는 '오늘밤에 곧 죽을 사람으로 보고' 상대를 대하라 했고, 저자는 '유쾌하고 담담하게' 미래에 대하라고 이야기한다. 나의 길, 나만의 길에서 만날 인생의 목표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정말 궁금하다. 나도 찾을 수 있을까? 이 길을 꼭 떠나보고 싶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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