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더십 - 아이의 인생을 빛나게 하는 힘
강헌구.강봉국 지음 / 북클라우드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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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아빠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늦은 밤 야근 후 집에 돌아와 곤히 잠든 아이 머리맡에 앉아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다가 갑자기 든 생각, ‘나는 저놈에게 뭘까? 무슨 존재일까?’ 아빠인 나는 늘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지만 아내에게는 남편노릇을, 아이에게는 아빠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만다. 하지만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남자들이 아빠 역할과 리더십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에 좋은 아빠가 되고 싶지만 정작 방법을 모르고 있다.

 

   이 책은 일종의 ‘아빠학 개론’이다. 베스트셀러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의 저자 강헌구는 이 시대의 아빠들에게 파더십(fathership)이 필요하다며 아빠공부를 주문한다. 뉴욕타임스는 얼마전 ‘21세기 알파남의 새로움 패러다임은 대외적인 능력을 갖추면서도 엄마의 역할까지 해 줄 수 있는 가정적인 아빠‘라며 전설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을 돈과 명예는 기본이고 부성애까지 갖춘 슈퍼 대드(super dad)로 꼽았다.

   가족구조가 핵가족화 되고, 생계를 부부가 책임지면서 가정에서의 아빠 역할을 더욱 커졌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아빠라면 가정은 숨 막히는 공간이 된다. 저자는 동서고금의 파더십 사례들을 통해 아빠다움은 그가 내면에 품고 있는 가치 체계가 얼마나 확고하며 일관성 있게 삶의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가에 결정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녀경영연구소장 최효찬은 자신의 책 <아버지로 성공하라>에서 “당신은 단순히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어른이 될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아이에게 하는 모든 행동이 먼 훗날 어른이 된 아이의 모습을 결정한다. 당신이 바로 아이의 미래다.”라고 말했다. 갑자기 아빠의 두 어깨에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부담 가질 것 없다. 아빠가 필요할 때 아이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것, 단순한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아빠의 절반은 이룬 셈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한마디는 세상에 완벽한 아빠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평범한 아버지도, 부족한 아버지도 자식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들은 커 가면서 자기 부모와 비슷한 많은 태도와 행동 패턴을 습득한다. 걸음걸이, 말투, 표정 등의 외적인 특징부터 부모의 가치관, 도덕관, 세계관, 인간관 등 여러 가지를 닮게 된다. 아버지가 앞서 걷는 모습은 매우 중요하다. 그 뒷모습이 바로 자녀들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빠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 책을 통해 가족의 모든 행복은 아빠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한전사보 KEPCO(71호) 북섹션에 소개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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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더쇼크 - '잊혀진 양육자'에서 '친구 같은 아빠'까지, 부성탐구 특별기획
EBS 파더쇼크 제작팀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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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아빠'가 버려야할 딱 한 가지

 

“엄마가 있어서 좋다 나를 이해해 줘서. 냉장고가 있어서 좋다 먹을 걸 줘서. 강아지가 있어서 좋다 나랑 놀아줘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한낱 우스개소리가 아니다. 어느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쓴 진짜 글이다. 냉장고, 강아지보다 못한 요즘 아빠.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아빠는 힘들다. ‘아빠‘라서 정말 힘들다.

 

   오늘날의 아빠들은 혼란스럽다. 우리의 아버지는 집에서는 왕이었다. 저녁은 항상 가족이 함께 먹었다. 아빠가 늦으면 오실 때까지 굶으면서 기다려야 했다. 식사할 때 소리를 내면 ‘상놈 같은 짓을 한다’며 아빠한테 혼이 났다. 아빠의 말은 곧 법이었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명령이었다. 언제나 아빠는 우리집의 가장 어른이요, 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오늘의 아빠들은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느라 시달리고 집에 와서도 일을 해야 한다. 자녀들과 놀아줘야 하고, 아이들 숙제를 살펴야 한다. 저녁 설거지도 해야 하고 쓰레기도 버려야 한다. 끝이 없는 아빠의 일, 요즘 아빠는 고달프다. 엄한 아빠는 언감생심, 프랜디frendy,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주란다.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아이들도 잘 돌봐야 한다는 요구 앞에 아빠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밖에서도 집에서도 능력 있는 아버지가 될 수 있는가?

 

 

 

 

   <파더쇼크>는 이 시대에 맞는 올바른 아빠의 양육방향과 그 역할을 상세하게 제시하고, 요즘 엄마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아빠 역할에 대한 편견을 깨부순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심리실험을 통해 부성의 여러 측면과 우리 시대 부성의 슬픈 자화상을 전해 호평을 받은 바 있는 EBS<다큐프라임 - 파더쇼크>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내용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내 아버지 같은 구식 아빠’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아버지는 자녀에게 생존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사랑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아빠는 사랑으로 자식에게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들려줬다는 거다. 예전엔 통했을지 모르지만 요즘 자녀들에게 이야기하면 참견이고 잔소리가 된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좋은 남편이 되어야 한다. 흥미로운 한 실험에서는 자신을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경우보다 남편이라고 여길 때 오히려 아이들을 열심히 돌본다는 결과가 나왔다.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는 생각보다 아내를 아끼고 아내의 고충을 덜겠다고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양육에 참여할 때 비로소 아빠 역할을 잘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은 “아이가 행복하려면 내가 행복해야 하고, 관계가 행복해야 하고, 집단이 행복해야 한다.”이다. 아빠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길 때 자녀의 인지정서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빠가 정신적, 육체적, 관계적으로 건강해서 여유로울 때 가족의 행복과 자녀교육이 원만해진다는 결론은 당연한 듯 새삼스럽다. 아빠들이 지금껏 힘들었던 이유는 ‘가족들에게 희생한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진짜 아빠’가 되고 싶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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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뚜벅뚜벅 - 익숙한 일상에서의 성찰을 담은 포토힐링에세이
최남수 지음 / 에이원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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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이 담긴 디지털 산수화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 사전에서 말하는 풍류風流의 의미다. 성인 특히, 남성들의 로망이 풍류를 즐기며 사는 삶이다. 고래로 우리 민족을 일컬어 풍류를 아는 민족이라 불렀다. 온 겨레가 춤과 노래를 즐겨서다. 그렇다고 오늘날 밤거리에 횡횡하는 음주가무飮酒歌舞처럼 배 띄우고 기생을 옆에 두고 농짓거리 하는 일을 풍류라 아는데, 큰 착각이다. 언행에 제약이 많은 대부분의 양반들은 글로 그림으로 풍류를 즐겼다. 자연이 선사하는 풍광을 벗 삼아 글과 그림으로 고단한 몸과 어지러운 심경을 털어냈다.

 

   불혹을 넘기면서 인생의 맛은, 진정 사는 재미는 풍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행복은 요란뻑쩍지근하고 화려한 이벤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 속에서 소회(所懷)를 나눔에 있더란 말이다. 하루 중 어느 순간 풍류를 느낀다면 그게 행복한 하루이고, 행복한 삶인 셈이다. <그래도 뚜벅뚜벅>을 읽으면서 줄곧 떠오른 단어가 바로 풍류(風流)였다. 내가 오늘을 살며 바라본 이 세상을 닮은 자연과 우리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리고 여백에는 렌즈 속에 풍광을 담은 순간의 생각이, 소회가 기록되었다. 페이지마다 멋진 그림과 생각이 그득한 그런 풍류스러운 책이다.

 

 

 

 

   저자 최남수는 전문 사진작가도 글쟁이도 아니다. 24시간 경제이야기에 유독 귀가 밝은 방송, ‘머니투데이의 보도본부장’이 그의 일이다. 직장인이 구두와 넥타이를 맸다면, 뭔가를 배우는 학생은 운동화를 신는다. 저자의 출퇴근 길은 운동화를 신은 학생이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중에 그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렸다. 문득 바라 본 풍경에 생각이 뜨면, 렌즈에 담았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낯설고 멋들어진 풍경이 페이지마다 그득하다. 그런 그에게 주말은 마음껏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온전한 하루이다. 운동화와 구두 사이를 오가는 직장인, 그런 점에서 그는 슈퍼맨의 다른 모습 ‘클락 켄트’를 닮았다(그에겐 하늘을 나는 망토 대신 쌩쌩 자전거가 있다).

 

   만추(晩秋)에 흩뿌려진 낙엽에서 ‘버림의 미학’이 담겼고, 안개가 자욱한 어느 한 날 속에서 ‘보이지 않을 때 마음의 눈이 열린다’는 글을 남겼다. 선유도를 가로지르는 보트 두 대를 보면서 그는 과도한 경쟁의식 탓으로 타인을 의식하고 남을 따라하기가 지나치게 심한 편인 우리사회를 생각했고, 하늘에 매달린 감 하나를 보고 생의 유효기간을 고민했다.

 

 

   “우리 말 중 ‘뚜벅뚜벅’ 이란 말을 제일 좋아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발자국 소리를 뚜렷이 내며 잇따라 걸어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다. ‘허겁지겁’, ‘비실비실’, ‘비틀비틀’ 같은 허약한 말보다 멋지지 않은가. 상황이 어찌되더라도 기도하며 우직하게 자신의 삶을 완주해내는 모습. ‘태어날 때는 자신은 울고 주변은 웃는다. 세상을 떠날 때는 주변은 울고 자신은 웃자’는 말이 있다. 병마와 시달리며 웃는 것까지는 힘들더라도 뒤돌아볼 때, ‘잘 살 것 같다’는 마음으로 삶을 종료할 수 있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삶 아니겠는가.”

 

 

   글쓰기를 강의 때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는 학생을 보면 열에 아홉은 아직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제사보다 젯밥이‘라고 글쓰기를 빌미로 여행을 많이 다녀보고 싶어 하는 말인데 여행작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했던 말처럼 진정한 여행의 맛은 행장을 꾸린 여행 출발의 전날 밤일지도 모른다. 여정동안 겪어야 하는 숱한 고생을 만나다 보면 ’내가 이 짓을 왜 하지?‘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들어 여행온 것을 후회하게 되기 때문이란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행이 아니라 ’생각할 시간‘, ’마음껏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온전한 내 시간‘인지도 모른다. 다음에 ‘여행작가’ 운운하는 학생을 또 다시 만난다면 이 책을 건내줘야겠다. 이 책이야말로 삶이라는 여정의 순간을 눈과 마음으로 담은 ‘진짜’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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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세트 - 전6권 - 돈, 일, 섹스, 시간, 세상, 정신 인생학교
알랭 드 보통 외 지음, 정미나 외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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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인생에서 뺄 수 없는 화두 6교시

 

 

“남을 때리지 말라,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놓으라, 내 것이 아니면 가져가지 말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라, 음식을 먹기 전에는 손을 씻으라, 변기를 사용한 뒤에는 물을 내리라, 따뜻한 과자와 찬 우유는 몸에 좋다, 밖에 나가서는 차를 조심하고 옆사람과 손을 잡고 같이 움직이라, 금붕어와 햄스터와 흰쥐와 스티로폼컵 속의 작은 씨앗마저 모두 죽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로버트 풀검은 정말 재미있는 책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에서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꼭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이 속에 담겨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는 유치원에서 배웠다. 지혜는 대학원의 상아탑 꼭대기에 있지 않았다.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은 대학을 나와도 아직도, 여전히 고민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괜찮은 학교 한 곳을 추천할까 한다.

 

2008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문을 연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는 작가 알랭 드 보통과 그의 지인들이 만든 프로젝트 학교다.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를 모토로 삼고, 일상의 크고 작은 문제들부터 삶의 의미까지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인생학교는 ‘어른들을 위한 학교’ ‘학교에서 굳이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을 가르치는 학교’라고 불리기도 한다. 책 <인생학교> 시리즈는 인생학교 강의 중 가장 핵심적이고, 또한 청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6가지 주제, 곧 시간·세상·정신·일·돈·섹스를 뽑아 단행본으로 엮었다. 주제들 모두 어른의 인생에서 뺄 수 없는 화두이자 고민거리다. 학교가 별건가? 이 중 가장 맘에 내키는 한 권을 뽑아 함께 공감하고 생각하면 그게 공부고, 그곳이 학교일 것이다. 6권 한 세트를 완독하면 인생학교 졸업인 셈이니 인생의 스펙 하나 쌓아봄은 어떨지. 학비 걱정일랑 마시라. 대학 등록금에 비하면 ‘새발의 피‘요, 고맙게도 지금 30% 세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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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5
우타노 쇼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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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반전소설이다!

 

 

오랜만에 집어든 소설, <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출판평론가 한기호 선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내가 만난 최대 반전의 소설”이라는 평에 혹해 덜컥 주문을 했고, 주말에 도착한 책을 일요일에, 엄밀하게 말해서 세 시간 만에 읽었다.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잔잔함을 훔쳐보듯 느끼듯 읽었고, 결말의 70여 페이지는 숨 쉴 틈 없이 훑어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뭐냐, 이 미친 반전은!”

 

 

 

 

여기 한 사내가 있다. 좋을 일도 없고, 굳이 찾지도 않을 것 같은 사내, 그래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아무런 표정이 없을 것 같은 무미건조한 사내, 하지만 알고 보면 복이라곤 지지리도 없는 우울한 사내다.

 

 

“대학에서 마케팅 동아리에 든 것은 십 년쯤 시대를 앞선 것이었지만, 졸업 후 창업할 만한 재능과 배짱이 없어 대부분 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마차를 끄는 말처럼 일하는 것이 당시 일본의 평범한 샐러리맨의 모습이었다. 열렬한 연애는 아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적령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가정보다 일을 우선하는 아버지와 집안일을 야무지게 돌보며 취미생활에 바쁜 엄마, 엄마와는 나이차 있는 자매 같지만 아빠는 다소 무시하는 딸, 홈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전형적인 가정이었다. 히라타는 평범하게 나이를 먹어갔다. 그런데 딸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아내는 자살했다. 자신은 암 선고를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평범과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186-187쪽)

 

 

주인공 히라타 마코토는 지방 대형마트의 보안책임자로서 특별할 것 없이 일상을 보내는 한 50대 남성이다. 그는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까지 잃은 기구한 운명의 사내, 한마디로 홀아비다. 근무 중 음식을 훔치다 들킨 20대 여성 스에나가 마스미를 취조하다 그녀가 9년 전 교통사고로 죽은 딸과 같은 나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평소 같았으면 경찰을 불렀을텐데, 그녀를 놓아준다. 죽은 딸과 같은 나이라는 이유만으로...이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우연히 그리고 일부러 만나게 되고 서로를 알아간다. 하지만 사람 속이란 게 한 길 아니, 한 치라 할지라도 전부 알 수는 없는 법이다. 두 사람이 서로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결말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난다.”는 말이 있다. 살다보면 거짓말 같고 소설 같은 뜻밖의 조우(遭遇)를 경험을 하게 되는데, 말 그래도 ‘운명 같은 만남’이다. 읽는 내내 복 없는 사내 히라타 마코토의 심경을 추측했다. 그리고 끝내 그에게 공감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뺑소니사고, 공소시효, 자살, 가족해체, 데이트폭력 등의 일본의 사회문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미래의 내 모습 같아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작가 우타노 쇼고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게 만든 작품이었다. 최고의 반전 소설, 맞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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