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개정판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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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자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었다. / p.164

시리즈를 보면 참지 못한다. 강박이라고 하면 그럴 수 있겠지만 하나를 사면 다른 시리즈까지 같이 다 모아야 한다. 그게 책에서도 해당된다. 2021년에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보게 된 이후로 올해도 구매를 하게 되었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다. 그야말로 수집 욕구라고 해야 정확할 듯하다.

이 책은 소설 단편 소설 여섯 편이 실린 책이다. 내 수집 욕구 중 하나로 구입했는데 낯이 익은 작가님들의 이름이 있어 가장 먼저 읽게 된 책이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님인 장류진 작가님, 김초엽 작가님, 최은영 작가님까지 거의 전작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여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이현석 작가님과 강화길 작가님, 장희원 작가님 역시도 이름은 너무 많이 들었던 터라 기대가 되었다.

강화길 작가님의 <음복>과 장류진 작가님의 <연수>가 떠오른다. 전자는 너무 강렬했고, 후자는 너무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음복>은 결혼한 지 세 달 된 화자가 시댁의 제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고모는 악역이다. 주변 친척들에게 악담을 퍼붓는 캐릭터이지만 남편은 오히려 고모를 좋게 생각하고 있다. 화자는 남편의 말만 믿고 참석한 제사에서 남편을 비꼬는 고모를 보면서 혼란에 빠진다. 이를 본 시어머니는 넉살 좋게 커버하기도 한다. 그러한 자존심 상한 이야기를 듣고도 남편은 세상 편하게 있는다. 거기에서 화자는 가족들의 비밀과 새로운 사실, 이러한 구도의 원인을 알게 된다. 또한, 자신의 친정을 떠올린다.

사실 남편의 입장처럼 보다 뒷통수를 맞았다고모라는 캐릭터를 가진 사람은 일반 가정들에서도 한 명 정도는 있을 법하다. 몇 명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 소설을 보면서 다르게 생각하기도 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조련사가 받는다는 게 딱 맞아 떨어지는 그런 느낌. 제사라는 게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 조금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인데 나의 생각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었다.

<연수>는 장롱면허인 화자가 직장 때문에 운전연수를 받게 되는 이야기이다. 맘카페를 통해 운전강사를 알게 되고, 그 사람에게 연수를 받게 된다. 초반에는 연수 강사에게 안 좋은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연수를 하면서 묘한 느낌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되었던 작품이다. 면허를 따고 한 8 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연수를 받을 때의 느낌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특히, 연수하는 강사의 태도나 말들이 너무 비슷했다. 초반에 반말을 한다거나 조금 예의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그때도 화자처럼 화가 났었던 기억이 있다. 나의 추억과 더불어 결혼을 요구하는 엄마와 비혼 화자 사이의 갈등, 화자 감정의 아이러니 등을 느낄 수 있었다.

대상이었던 음복부터 마지막 우리의 환대까지 너무 기억에 생생할 정도로 인상 깊었다. 또한, 모든 소설이 단순하게 감정이 끝나는 게 아니라 현대 사회와 연결이 되어 있어서 좋았다. 시간 강사의 삶을 느끼게 해 준 최은영 작가님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낙태법과 윤리적인 딜레마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던 이현석 작가님의 <다른 세계에서도>, 늘 장애에 대한 인식을 깨는 김초엽 작가님의 <인지 공간>, 기성 세대와 정상적인 가족에 대해 고찰할 수 있었던 장희원 작가님의 <우리의 환대>까지 여섯 편 중 하나도 아쉬운 작품이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 단편선을 읽으면 하나 정도는 아쉬운 소설이 있기 마련인데 말이다. 나에게는 만족감을 주었던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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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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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사람은 모두 톱니바퀴다. / p.250

뉴스에 등장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보고 들을 때마다 단전에서 화가 솟구친다. 아무리 기업이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책임을 돌리는 모습들을 보면 답답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디까지나 잘못은 인정해야 된다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직장에서도 미련할 정도로 행동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잘못을 회피하려는 일련의 사건들에 더욱 분노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이케이도 준의 사회 고발 소설이다. 사실 표지나 느낌에 맡기는 편인데 줄거리를 보고 가장 관심이 갔던 몇 안 되는 소설이다. 아무래도 현실적인 소설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거기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이야기라고 하니 일본 작가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아카마쓰운송의 트레일러의 타이어가 빠져 한 아이의 어머니가 사망한 사건이 생겼다. 트레일러를 만든 호프자동차는 아카마쓰운송의 정비 불량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카마쓰운송의 사장인 하카마쓰는 호프자동차의 결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변의 사람들과 이해관계에 있는 은행, 거래처들은 아키마쓰에게 비겁하다는 생각을 한다. 심지어 희생자의 가족들마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거래처가 끊기고, 은행의 융자가 막히고, 아키마쓰의 아이가 학교에서 어려운 일을 겪기 시작하면서 점점 궁지에 몰린다. 아카마쓰는 무엇보다 이 잘못을 무조건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호프자동차의 결함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읽는 내내 아카마쓰를 응원했었다. 또한, 호프자동차의 뻔뻔함에 부아가 치밀어오르기도 했다. 기업을 살리고자 중소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누구보다 비겁한 방법으로 궁지에 몰고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났었다. 특히, 아카마쓰의 응답에 회신조차 하지 않는, 중소기업이라고 무시하는 그들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인류애가 사라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무엇보다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인간애조차도 없는 것일까. 인간 위에 기업이 있을까.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점은 호프자동차에서 옳고 그름을 따질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결과는 개인적인 감정과 의도였겠지만 호프자동차의 비리를 파헤쳤던 직원들과 아카마쓰를 이해해 주었던 이들. 적어도 호프자동차의 미끼에도 윤리와 꿈 사이에서 고민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완독할 수 있었다. 소설 세계이기는 했지만 적어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가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 소설이 딱 그 예시가 될 것 같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작은 회사여도 잘못을 회피하고자 하는 사건들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너무 와닿았다. 아마도 이는 작가의 이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촘촘한 짜임새를 가진 서사 덕분에 800 페이지 분량의 긴 소설이었음에도 하루만에 읽을 정도로 몰입되었다. 이케이도 준 작가의 전작들을 하나하나 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나에게는 최고의 취향이었다.

흔히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싸움, 개인 피해자와 대기업의 싸움은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미 승부가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그저 소설로 남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한 책이었다.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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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존엄보장센터 함께 읽는 소설
남유하 외 지음, 김애연 외 엮음 / 서해문집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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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존엄을 유지하며. / p.39

인간뿐 아니라 살아 있다면 무조건 존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생물의 존엄을 위해 노력을 하는지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아무리 내가 조심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나와 주변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기에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대로 실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책의 제목을 보면서 존엄을 보장해 주는 국가 기관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정부 관계 부처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시키고자 복지 제도와 인권에 대한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있지만 존엄만 따지고 보면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연관성을 찾는다면 국가인권위원회 정도일까.

이 책은 SF 작가들의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제목 자체가 눈에 들어왔다. '국립존엄보장센터'라는 기관에서는 대체 무슨 일을 할까. 이것 또한 상상속에서 존재하는 다른 세계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겠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존엄 이외에 다른 의미들이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존엄이라는 단어를 깊이 생각해 보고 싶었다. 구입하려고 장바구니에 두었던 책이었는데 좋은 기회에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다.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국립존엄보장센터>는 국립존엄보장센터에 들어온 한 노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노인이 되면 생존세를 내야 하는데 세금을 낼 수 없는 저소득층의 노인의 경우에는 국립존엄보장센터에서 하루를 보내고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주인공인 노인 역시도 폐지를 줍는 등 어려운 생계를 이어가지만 생존세를 체납해 국립존엄보장센터에 들어온다. 그곳에서는 유니폼으로 환복 후 여러 문화 시설을 원하는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24 시간 타이머가 돌아가는 시계를 채워준다. 주인공은 그 안에서 다양한 노인들을 보게 된다.

두 번째 소설인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불노불사의 약인 이터너티에 대한 이야기를 한 노인이 아이에게 들려주는 형식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술을 마시고 공원 벤치에서 잠이 들던 중 애나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를 만난다. 애나는 아직 나이가 어려 이터너티를 맞지 않았고, 주인공은 나이가 들어 이터너티를 맞는 의미가 없어 맞지 않았다. 주인공은 애나에게 이터너티의 부작용과 진실을 말해 준다.

세 번째 소설인 <친절한 존>은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선동은 존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말동무는 물론이고, 일정을 알려 주는 등 항상 선동의 옆에는 존이 있다. 존은 늘 친절하게 선동을 대했으며, 선동은 존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른다. 존과 함께 나간 공원에서 어떠한 사건을 겪게 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그러면서 존에 대한 신뢰감을 더욱 더 깊이 느끼는 계기가 된다.

네 번째 소설인 <인간의 이름으로>는 인공지능 로봇을 반대하는 학생과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차녹주는 로봇 파괴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 로봇을 파괴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배우기는 하지만 로봇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애완 로봇까지 망가트리는 문제아이며, 상담 시간을 받았다. 어느 날 학교에 교무부장 선생님이 부임해 상담을 받으면서 생각의 전환을 맞이한다.

다섯 번째 소설인 <유일비>는 동영상 매체를 보다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효성은 유일비 사이트에서 라이브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이다. 거기에서 매일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 높은 첨탑을 안전 도구도 없이 오르는 사람 등 다양한 스트리머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이가 자고 있는 영상을 자주 보는 편이다. 다른 영상들과 달리 구독자가 별로 없는 영상인데 어느 날 한 사람이 들어오고 효성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효성에게 부탁 하나를 한다.

얇은 두께에 청소년을 위한 SF 소설집이어서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작품을 읽으니 인간의 존엄이나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 등 조금은 깊은 주제의 소설이어서 문체와 별개로 생각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죽을 권리마저도 박탈당한 저소득층 노인에 대한 문제, 인공지능에 지배되는 인간, 인간의 죽음이 과연 축복인지에 대한 내용들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래도 내용 자체는 청소년 시각에 맞춰져 있어서 그런지 상상이나 읽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내용들도 좋았지만 마지막에 실린 대담에 대한 내용들이 참 인상 깊었다. 단순하게 사람들이 왜 SF를 좋아하는지뿐만 아니라 왜 청소년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렸는데 공감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SF 하면 우주를 포함한 이야기들을 봤는데 사실 현실감이 없다는 이유로 그동안 등한시했었다. 이렇게 리뷰를 남기기 시작하면서부터 SF 소설을 읽게 된 입장으로서 SF가 공상 소설이 아닌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소설이라는 말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마 짧은 시간에 SF 소설의 매력을 알게 되었나, 생각이 들었다.

SF를 즐겁게 읽는 법이라는 주제의 내용도 흥미로웠다. SF에 관한 책 내용을 언급하면서 낯선 과학 용어에 집착하지 말고, 세계관이나 구조에 무게를 두어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르라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SF 소설을 읽으면 거의 내용의 절반은 날린다는 우스갯소리를 많이 한다. 특히, 예전에 읽었던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경우에도 과학적 지식들은 전부 다 날리고, 순수하게 주인공의 서사 위주로만 이해를 했었다. 그래도 결국에는 큰 감동을 느꼈는데 이 내용을 보면서 부족한 과학적 지식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요즈음 청소년들은 책을 등한시해서 독해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부모님께서 크게 간섭을 하는 일은 없었고, 오히려 책 읽는 것을 독려하셨다. 주변 친구들만 봐도 그랬다. 그런데 최근 부모님들께서는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성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가져다 버린다는 내용도 봤다. 나의 과거만 보더라도 언어 영역만큼은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늘 중상위권을 달릴 수 있었던 이유가 독서라는 취미 때문이었는데 말이다.

내가 느낄 수 없는 세계를 경험하면서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독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성적에만 집착해 교과서와 문제집만 보는 현대 시대가 답답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이렇게 함께 읽는 소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독서의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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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밤의 애도 - 고인을 온전히 품고 내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살 사별자들의 여섯 번의 애도 모임
고선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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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크닉을 떠난다. / p.42

뉴스에서 죽음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거나 나의 동년배인 사람들의 죽음일 경우에 더욱 감정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며칠 정도는 묘하게 우울감이 자리 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더욱 공감이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임상심리학자이신 고선규 작가님과 다섯 명의 자살 사별자들의 대한 도서이다. 자살의 심각성을 많이 느낀다. 아무래도 미디어를 통해 한국이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보니 더욱 경각심을 가지는데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연히 책을 알게 되어 관심을 가지고 구매했었다. 기회를 보다 여행을 동행할 책으로 골라서 읽게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분들은 신청과 개별 상담 등을 통해 다섯 명을 선정되었고,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이다. 애도 모임의 리더인 원이는 2018년에 남동생을 잃었다. 민이는 2019년에 오빠를 잃었고, 과중한 업무로 자살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선이는 2015년에 여동생을 잃었으며, 여동생을 자살로 이끈 우울증을 알고 싶었다. 영이는 2019년에 아버지를 잃었고, 몸이 안 좋으신 어머니의 간병으로 지쳤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 경이는 2019년에 언니를 잃었으며, 유일하게 자살한 이후의 모습을 봤다.

자살 사별자라는 용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남은 가족들의 심리부검면담을 한다는 사실도 새로웠다. 흔히 죽음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시체를 부검을 한다는 것은 너무 익숙하게 알고 있었지만 심리부검면담은 처음 들어서 생소했다. 고인을 기억하거나 보내는 방법뿐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차원에서 주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인에 대한 감정들을 다루는 면담을 하는 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다섯 명의 사람들이 담담하게 어떤 상황에서 가족의 죽음을 알게 되었는지 서술된 부분에서 참 마음이 아팠다. 산에 오르다 내려오는 길에, 학교에서 공부하다, 엄마와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새벽에 잠을 자고 있다가 등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고 있던 그 시간에 들었다고 한다. 과연 나라면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그저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은 느낌으로 표현이 가능할까. 마치 내가 겪은 것처럼 눈앞이 아득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우리나라 사회가 자살 사별자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다. 여기에 나오는 자살 사별자들 중에서도 아직 주변 사람들에게 죽음의 원인이 자살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자살이라고 하면 뒷말이 나오기 때문이겠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든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텐데 말이다. 사실 이유가 그렇게 중요할까. 이러한 부분은 인식이 조금 바뀌어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다르게 보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가족의 옷을 전부 없애거나 흔적을 지우려고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볼 때마다 떠오르기 때문에 조금은 멀리하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가족의 옷을 입고 다니고, 누군가는 흔적이 없다는 사실이 후회스럽다고도 했다. 각자 사람에 따라 애도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일괄적으로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중간에 샤이니에 대한 임상심리학자의 개인적인 생각이 나오는데 큰 공감이 되었다. 저자는 샤이니의 활동이 무엇보다 반가웠다고 한다. 상처와 슬픔을 안고도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고, 고인을 잊거나 지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느꼈다는 것인데 이는 샤이니의 팬뿐만 아니라 수많은 자살 사별자들에게도 희망과 위로를 주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샤이니의 팬은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타격이 있었다. 아무래도 비슷한 동년배이기도 하고, 데뷔 때부터 매체를 통해 봤던 아이돌 그룹이었기 때문에 내적인 친밀감이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도 충격을 많이 받았고 한동안 우울했었다. 더이상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못 듣는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샤이니의 컴백이 반가웠고, 노래 자체에서 희망을 느껴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플레이리스트에서 자주 듣는데 이러한 감정이지 않았을까.

사실 처음에는 자살 사별자들의 이야기에 울컥할 때가 많아서 이 책을 가져온 것을 후회했었다. 여행지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울 수는 없지 않은가. 꾸역꾸역 눈물을 참으면서 읽었는데 점점 페이지를 넘길수록 지금 읽게 된 게 다행이었다. 마음이 무겁고 슬프기는 했지만 마냥 우울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책이었다. 다섯 명의 자살 사별자들의 이야기가 주는 힘과 용기가 느껴졌다. 큰 아픔을 겪었지만 세상 밖으로 나와 일상을 잘 살고 있다고, 고인을 지우지 않아도 오롯이 기억하면서 이겨내고 있다는 말이 나에게까지 전달이 되었다.

꼭 가족과 친구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응원했던 연예인들 역시도 어떻게 보면 소중한 존재이기에 아마 우리 모두 자살 사별자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나에게는 하나의 큰 방패막이 되어 주었다. 사람이 떠나고 난 자리에 남은 이들을 위한 이야기들이 인상 깊게 남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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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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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답이 있다고 믿게 하는 것. / p.598

내 또래의 주변 사람들은 어렸을 때 여름 캠프의 추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제복의 로망을 주었던 아람단과 걸스카우트 등의 활동이, 종교를 독실하게 믿는 주변인들에게는 여름성경학교가 그랬다. 나는 여름 캠프를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게 체험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동아리 여름 캠프가 처음이었다. 넓은 범위에서 여름 캠프였지만 사실은 농촌 봉사 활동 중 하나로 1박 2일로 떠났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츠지무라 미즈키의 장편 소설이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몽환적인 표지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는 구절이었다. 백골 시체의 주인공을 파헤치는 스릴러적인 요소와 더불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 줄 이야기가 기대가 되었고, 삼십 년이라는 시간을 둔 우정의 이야기가 궁금해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미카와 노리코라는 두 아이이다. 미카라는 목차가 있어서 처음에는 미카의 시점으로 전개가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읽다 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미카의 과거를 독자에게 알려 주기 위함으로 구성되어 있는 부분이었다. 전체적으로 미카보다는 노리코의 시선과 감정 위주로 묘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랬기 때문에 나 역시 미카보다는 노리코 시점으로 이해하면서 읽었다.

노리코는 학교에서 조금은 아웃사이더 부류의 4학년의 여자 아이이다. 외로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던 중 친구인 유이의 제의에 미래학교 여름 캠프에 함께 참여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유이의 주변 친구들과 새로 만난 친구들까지 같이 어울리면서 학교와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오히려 친구들을 사귈 수 있고, 자신을 인정해 주는 지도 선생님들을 보면서 미래학교 여름 캠프에 큰 호감을 느낀다.

거기에서 미카를 만난다. 미카는 미래학교에 합숙하고 있는 아이로, 노리코와 동갑이다. 노리코가 어려운 일을 겪고 있을 때 일을 도와 주고, 여러 이야기들을 같이 나누면서 둘은 친해진다. 미카는 어른스러운 면이 있기는 했지만 묘하게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는 아이인 듯하다. 그러면서 노리코에게 친구가 되어 달라는 말을 건네고, 노리코는 이를 수락하며 두 번의 미래학교 여름 캠프에 참여한다. 이후 삼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노리코는 변호사가 되었다. 뉴스에서 나온 미래학교에 관한 보도와 발견된 백골 사체의 존재를 알고, 노리코에게 의뢰된 사건을 통해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백골 사체가 미카가 아니기를 바란다.

읽으면서 백골 사체의 주인공을 찾는 스릴러적인 요소보다는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생각보다 자주 등장하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고발적인 요소를 더욱 느꼈다.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가족과 갈등을 유발하는, 또는 가족과 연을 끊게 만드는 류의 보도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는데 아마 내가 생각하고 있던 문제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내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미카와 노리코의 우정보다는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인류애를 상실하게 만드는 이야기여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면서 즐기는 게 성장에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또한,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으면서 같이 즐길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도시의 아이들은 자연에서 자유를 느낄 시기에 학원이라는 감옥에 갇혀서 공부에만 열중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데 이게 어른들의 어떠한 목적과 만나면 말이 달라진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아닌 일부 어른들의 사상이나 관념 등을 아이들에게 주입시키기 위해 교육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이 소설이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분명 노리코는 미래학교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성인이 된 후 미래학교에 대한 안 좋은 보도가 나오면서도 가족에게 미래학교 여름 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었으며, 이러한 일은 없었다고 대변한다. 의도는 어찌 되었든 미래학교에 근무했었던 선생님들은 겉으로 보기에 누구보다 친절하게 아이들을 생각하는 듯했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책임감을 아이들에게 회피하면서 이중적으로 행동한다. 이러한 부분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조금 세게 생각하면 이것이 아동 학대인가, 라는 생각까지 닿았다.

노리코의 시선에 따라 백골의 시체가 부디 미카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과 백골 시체가 누구일지 궁금해지는 마음이 모였던 소설이다. 염원과 호기심이 뒤섞인, 조금은 애매모호한 느낌이었다. 또한,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미래학교의 아이들도, 어른의 잘못된 사상과 관념에 세뇌가 되어 사회에서 낙오된 아이들도, 어른들의 비겁함에 책임감을 가지게 된 아이도 안타까움이 들기도 했다.

내가 예상하고 있었던 마음 졸이는 스릴러도, 마음을 녹이는 진한 우정도 한몫 차지했지만 그것보다는 조금은 무겁고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이어서 660 페이지의 두꺼운 분량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없었다. 단지 어른들의 그 이기적인 마음이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빛 좋은 개살구 격의 미래학교를 통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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