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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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오페라의 유령에 관한 실화이다. / p.530

뮤지컬과 연극을 본 적이 손에 꼽힌다. 아무래도 수도권과 거리가 먼 지역에 거주하다 보니 문화생활이 기회가 제한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관심이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거리를 두게 되었다. 나에게는 첫 연극이 고등학교 수능 끝난 이후였고, 뮤지컬도 대학교 때 처음 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은 유명한 뮤지컬의 원작 소설이다. 이름만 들은 정도일 뿐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원래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 소설을 찾아 보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 책도 궁금했다. 어떤 내용이기에 뮤지컬로 큰 성공을 거두었는지 호기심과 관심이 들었다. 소설로 감동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한 오페라 극장에서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문 이후로 극장의 직원이 죽기도 하고, 신임 오페라 감독들로부터 편지가 날라오기도 한다. 5번 박스석을 비우고,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라고 하며, 심지어 직원 인사에 관여도 한다. 신임 오페라 감독들은 이를 무시했다. 그러자 오페라의 유령이 무대를 지배하거나 사건을 만들어 극장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또 다른 주인공인 크리스틴과 샤니 자작이 있다. 크리스틴은 주연 배우의 건강상의 문제로 대타를 서면서 사람들에게 눈에 띈다. 샤니 자작인 라울 역시도 크리스틴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공연 이후 크리스틴을 몰래 쫓아가게 되는데 거기에서 알 수 없는 남자의 소리와 크리스틴의 대화를 듣는다. 라울은 대화를 듣고 오해할 뿐만 아니라 질투라는 감정에 휩싸여서 크리스틴에게 더욱 집착한다. 크리스틴은 마음이 있기는 하나,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한다.

처음 접한 뮤지컬 명작은 추리 소설 같기도, 공포 소설 같기도, 로맨스 소설 같기도 한 어느 중간의 애매한 느낌을 주었다. 오페라의 유령의 정체를 추측하면서 읽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전환되어 스릴러와 공포를 느꼈다. 그러면서 크리스틴과 라울의 관계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이렇게 다양한 장르가 펼쳐지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재미있으면서도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배경적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서양 소설 특유의 헷갈리는 인물 이름들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읽어온 소설들에 비해서는 주요 인물들이 단순한 편이어서 크게 헷갈리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 부분에서 소설의 상황과 내용에 온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머리로는 오페라의 유령의 정체를, 감정선은 크리스틴과 라울의 이야기에 더 몰입이 되었다. 뻔뻔하게 돈을 요구하고, 인사권에 관여하고, 비싼 자리를 비우라고 하고, 무대를 지배하는 등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저지르는 일들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오페라의 유령이 극장을 관리하는 고위직도 아니지 않은가. 능력이 있으니 마음대로 극장을 휘두르겠다는 것 자체가 나의 생각과 결이 다르다고 느꼈다.

반면, 크리스틴과 라울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입장으로서 내 취향에 너무 맞는 내용이었다. 물론, 라울의 말도 안 되는 집착과 크리스틴의 우유부단함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크리스틴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이었기에 라울부터 오페라의 유령까지 남자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을까. 매력에 대해 상상하면서 읽었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부터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들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외모적인 문제로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았다.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크리스틴의 마음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에게 내재된 결핍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기도 했다.

아무래도 뮤지컬로 유명한 작품이기에 읽는 내내 뮤지컬의 무대라는 생각으로 읽었다. 장면을 상상할 때도 배우가 연기를 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마치 내가 뮤지컬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극장에서의 두 감독이 이야기 나누는 내용들은 마치 콩트처럼 느껴졌다. 한 줄기의 유머였다.

이 소설을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본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의 한계로 놓친 부분들, 원작을 토대로 해석되는 이야기들을 시각으로 다시 느끼고 싶다. 아마 글로서 느끼는 감정보다 더욱 배가 되어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소설을 읽었으니 뮤지컬과 다른 부분을 비교하는 재미도 놓칠 수 없을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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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갈증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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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럽고 이기적이고 따뜻해. / p.134

이 책은 최미래 작가님의 단편 소설이다. 프롤로그와 세 편의 연작 소설, 에세이,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트리플 시리즈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문장 자체가 눈을 사로잡았지만 시차 없이 당도하는 불안에 대비한다는 말에 가장 큰 이끌림을 받았던 것 같다.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세상을 대변하는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글을 쓰고 있다. 또한, 외로운 인물이다. 믿을만한 사람과 의지할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외로운 인물이다. 그 누구보다 소통의 부재를 확실히 그려진 인물. 그런 주인공에게는 윤조라는 인물이 있다. 윤조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혼자 집에서 살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윤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주인공을 걱정하기도 했었다. 윤조가 있을 때에만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꼈고, 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윤조가 없는 세상에서 주인공은 모텔에서 근무하면서 애인과 같이 지냈다. 그러나 애인과 이별한 이후 결국은 가족이 살던 집으로 들어와 지낸다. 가족은 그야말로 콩가루이다. 언니는 퇴사 이후 방에서 비즈 공예만 하는 등 갇혀 있고, 어머니는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매일 우는 등 문제가 있었다. 주인공은 언니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대화를 시도해 보기도 했고, 어머니와 남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이러한 소통들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주인공은 이러한 환경을 전환시키고자 판도라의 상자 안의 윤조를 다시 데리고 왔고, 이후 가족들과 함께 산행을 가는 등 좋은 관계가 생성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윤조가 분명 가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주인공 가족을 바꾼다거나 인간인 주인공이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 그렇다.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가상 인물로서의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넘나드는 이야기에 처음에는 윤조의 정체가 혼란스럽기도 했었다. 과연 가상의 인물이 실물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그렇게까지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인가.

개인적으로 특유의 분위기와 주인공의 심리가 인상 깊었다. 단절된 분위기에서 물을 마시지만 갈증이 사라지지 않는 주인공의 느낌이나 잔뇨감이 느껴진다는 표현들, 설탕으로 만든 사람이라는 이야기에 비유한 본인의 생각이 그렇다. 누구나 숨 막히는 분위기에 물을 마시는 경험을 했을 수도 있을 텐데 그것을 떠나 사막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삭막한 집에서의 결핍이 갈증이라는 현상으로, 소통의 부재에 대한 주인공의 욕구 억제가 잔뇨감이라는 증상으로 나온 것처럼 느껴졌다.

녹색 갈증이라는 단어의 뜻은 뒤에 실린 내용으로 알게 되었다. 알게 된 이후 든 생각은 주인공이 윤조라는 인물을 통해 소통 부재를 해결하고 싶었고, 더 나아가 가족과 연결하고 싶은 욕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보니 딱 적절한 제목이었다. 답답하면서도 무엇보다 주인공의 심정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진 것과 별개로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 나 역시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비단 소설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상황 자체가 머리가 그려지면서도 묘하게 어렵게 느껴졌다. 이해는 되지 않지만 공감은 할 수 있다는 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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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으로 - 로켓 발사 앤솔러지
곽재식 외 지음 / 요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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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재시작 버튼을 향해. / p.117

로켓에 대해 하나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학창시절부터 익숙한 편이다. 과학경진대회에서 색연필과 물감으로 그리는 도화지보다는 직접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가졌기에 친구들이 만든 사이다 페트병으로 만든 물로켓을 많이 봤었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도 자연과학계열로 지구과학을 배웠던 탓이다. 비록, 물로켓보다는 고무동력기나 글라이더를 더 많이 만들었고, 지구과학에서도 로켓 등장 횟수가 적기는 하지만 말이다.

졸업 이후로 로켓을 보고 들을 일이 많지 않았지만 누리호 발사의 성공을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랐다. 첫 번째 실패는 누구보다 안타깝기도 했었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애국심으로 기도했었던 것 같다. 결국 얼마 전에 누리호 발사를 성공했었고, 대한민국에 속한 사람이라는 자체에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이 책은 로켓 발사에 관련된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고전 설화를 주제로 한 앤솔로지 소설집으로 익숙한 박애진 작가님과 이야기꾼으로 유명하신 곽재식 작가님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SF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누리호 로켓 발사 기념으로 만들어진 앤솔로지 소설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곽재식 작가님, 박애진 작가님, 전혜진 작가님의 소설이 공감이 되었고, 와닿는 부분이 있어서 인상 깊었다. 곽재식 작가님의 <돌덩이일까, 외계인의 로켓일까>는 우주에서 온 물체 '오우무아무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로켓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물체의 정체를 밝히는 것보다 전 정권의 흔적을 남기지 않겠다고 어이없는 이유를 들면서 큰 계획을 엎어버리는 모습들이 현실과 맞물려 답답하게 느껴졌다. 정부가 바뀌면서 영웅이 되었다 역적이 되는 로켓 개발자들은 대체 무슨 죄일까.

박애진 작가님의 <4퍼센트>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잘못된 기사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길을 따라가고자 노력하는 딸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우주도약항법사로 항상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 공간도약을 위해 오디세이 호에 탑승했으나 사고로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원인을 어머니에게 묻는다. 주인공은 우주식물학을 전공해 꿈을 키우고 있었으나 현실의 벽과 동료의 배신으로 포기했다. 그러던 중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전혜진 작가님의 <잘 가요 은숙 씨>는 우주로 가고 싶었던 한 여성의 꿈을 그린 작품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은숙 씨는 학교 선생님이었으나, 양아치 같은 남편으로 고생한다. 이혼 후 남편의 여동생이자 아가씨의 도움으로 함께 살게 되었다. 그렇게 기구한 운명을 살았던 은숙 씨에게 병이 찾아오고, 결국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다. 남은 가족인 딸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은숙 씨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아가씨와 딸, 딸의 친구들은 방법을 찾는다.

<4퍼센트>와 <잘 가요 은숙 씨>는 먹먹함을 느꼈다. 내용은 확실하게 다르지만 아무래도 어머니를 주제로 다룬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기사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어머니의 길을 따라가고자 하는 딸과 우주를 가고 싶은 어머니의 꿈을 이뤄 주고 싶은 딸. 염치라고는 없는 인간들의 등장에 화가 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모녀들의 이야기 자체가 애틋하면서도 큰 공감이 되었다.

달에 가서 소금을 채취하기 위해 다른 공간으로 가고자 했던 사람들의 <천장 우주>, 우주선 반복 추락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재시작 버튼>, 한계와 상황에 부딪혀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했었던 <나의 탈출이 우리의 순간들로 미분하면> 등 작가님들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상상력의 한계로, 그리고 로켓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편이어서 이해가 힘든 소설들도 있었지만 로켓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것도 누리호 발사가 성공된 이후에 이렇게 읽을 수 있어서 기억에 남을 듯하다. 누리호 발사로 대한민국의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이렇게 대단한 작가님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자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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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청년, 호러 안전가옥 FIC-PICK 3
이시우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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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는 사라진 지 오래다. / p.132

영화부터 드라마까지 선호하는 장르 역시도 독서만큼 호불호가 명확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호보다는 불호가 확실한 편이다. 로맨스부터 코미디 장르는 호에 가깝고, 액션과 멜로는 그저 그렇다. 가장 싫어하는 장르는 역시 호러와 스릴러 장르의 영상물이다. 심장을 부여잡는 재미로 본다고는 하지만 그런 느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너무 싫다 보니 천년의 사랑이 보자고 해도 거절할 정도로 싫어하는 편이다.

이 책은 호러 장르의 앤솔로지 소설이다. 호러라고 하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는 편이지만 조예은 작가님과 남유하 작가님이 가장 먼저 보여서 읽게 되었다. 조예은 작가님의 디스토피아 장편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기도 했고, 최근에 앤솔로지 소설로 남유하 작가님의 작품을 흥미롭게 읽었다. 또한, 도시와 청년에 속하는 독자로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지 기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김동식 작가님의 <복층 집>과 조예은 작가님의 <보증금 돌려받기>, 남유하 작가님의 <화면 공포증>, 전건우 작가님의 <Not Alone>이 인상 깊었다. <복층 집>은 복층을 가진 곳으로 자취를 하고 싶어하는 주인공은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중개인의 추천으로 나름 합리적인 가격의 복층 집에서 독립하게 된다. 친구를 초대해 파티하면서 놀던 중 이상한 눈빛과 마주한다. 이후 미묘한 분위기로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낀 주인공은 친구에게 이러한 사실을 털어놓고 친구 역시도 복층 집에서의 이상한 부분을 말해 준다.

<보증금 돌려받기>는 술집이 몰려 있는 곳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주인공은 주위의 소음과 집 앞에 세운 건물로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전세의 만기가 다가올 시기에 보증금을 요청하자 집주인은 이런저런 이유로 집이 나가기 전까지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한다. 거기에 집주인은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다. 주인공은 이사와 다양한 이유로 보증금을 받아야 하지만 답이 없는 집주인의 태도로 점점 초조함을 느낀다.

이 두 소설은 하나로 카테고리에 묶어서 봤다. 주인공의 처지와 내용 자체가 다르기는 하지만 아마 자취를 하고 있는 청년층이라면, 그것도 여성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공포다. 뉴스만 보더라도 비슷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고, 가족과 같이 살고 있더라도 혼자 있을 때에는 혹시나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또한, 얼마 전 전세 사기 웹툰 작가님이 나온 프로그램을 봤던 적이 있는데 이 내용이 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증금을 받는 일조차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취를 한 경험이 없는 내가 체험을 한 것처럼 소름 돋는 이야기들이었다.

남유하 작가님의 <화면 공포증>은 영화관에서 갑자기 어떤 남자가 스크린을 머리로 박으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니터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더욱 걸리기 쉬운 화면 공포증은 단계에 따라 증상을 보이며, 결국 화면에 머리를 박는 질병이다. 주인공은 영화관과 직장에서 화면 공포증에 걸린 사람들을 봤고, 이후 조금씩 화면 공포증의 증상들을 경험하면서 화면 공포증을 부정하면서도 두려움을 느낀다.

화면 공포증이라는 소재 자체가 나에게는 신기하면서도 독특했다. 스마트폰부터 시작해서 모니터, 네온사인 등 넓은 차원에서 보면 화면을 많이 보면서도 이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다. 이 소설을 보면서 '아, 그러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예전에 외국 사람들이 보기에 대한민국은 사이버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는 어떤 공포증일까? 하는 물음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공포의 원인들을 생각해 봤는데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깊게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전건우 작가님의 <Not Alone>은 피칠갑을 한 주인공이 경찰서에 찾아와 살인에 대한 자수를 한다. 자신이 살해를 당할 뻔했는데 정당방위로 살인했다는 이야기이다. 경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다 취업이 되면서 서울에 오게 되었고, 사람들이 자신을 피하기 시작해 많은 외로움을 느꼈다. 그러던 중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Not Alone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람과 가까워졌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그만큼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에 대한 공포가 더욱 와닿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폭력에 대한 공포인 줄 알았다. 주인공이 왜 살인을 하게 되었는지에 몰입해서 읽었는데 중반 이후로부터 당황스럽기도, 놀라기도 했다. 작가의 말에서 기댈 곳이 없는 청년들의 이야기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쩌면 사람을 그리워하는 주인공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면서 인간적인 연민이 들었던 것 같다.

이외에도 이시우 작가님의 <아래쪽>은 맨홀 뚜껑 아래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청년, 허정 작가님의 <분실>로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청년의 이야기를 보면서 뭔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특히, 소설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공시생, 비정규직, 상경한 직장인 등 너무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우울과 절망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듯해서 읽는 내내 힘들기도 했었다. 도시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몸으로 느끼는 공포이자 현실이었다. 이 소설을 덮으면서 희망이자 꿈이었던 도시가 어느 순간부터 절망으로 바뀐 듯하다. 내 집이 없는 서러움,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 없는 외로움, 모든 것이 낯선 두려움, 화려한 어지러움. 머리가 아팠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 그리고 사람이 모인 도시는 두려움이자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귀신과 좀비가 나오는 공포는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현실감이 있었기에 서늘함과 공감이 공존했던 호러는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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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테일 안전가옥 FIC-PICK 2
서미애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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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현대 이야기로 재구성된 이야기들이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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