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집사
배영준 지음 / 델피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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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믿을 수 없는 능력이었다. / p.129

사우디아라비아를 처음 딱 들으면 석유 부자 나라라는 인식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특유의 보편적인 생김새가 스치고 지나간다. 사실 근처에 간 적도, 배운 적도, 알아 본 적도 없어서 크게 관심이 없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휘발유에 대한 이슈를 뉴스에서 볼 때 익숙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배영준 작가님의 사우디를 배경으로 한 장편 소설이다. 사우디를 연상시키는 제목과 그림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일본 소설은 너무 익숙하게 보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 작가의 소설도 보고 있지만 배경이 사우디아라비아인 작품은 처음 보았다. 소설에서 풍기는 이국적인 느낌이 새로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기에 궁금증이 생겨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피터이다. 프랑스 국립 집사 학교에 입학한 최초 한국인이자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이다. 수석 졸업생의 경우에는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으며, 세 군데의 스카웃 기회를 받게 되었다. 그 중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직 노동자의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생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를 선택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로 들어온 피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림 살바토르 문디의 믿을 수 없는 능력에 대해 알게 된다. 그러면서 살바토르 문디의 주인,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비밀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종교를 비롯해 전반적인 내용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살바토르 문디의 비밀은 읽는 내내 의심했었다. 소설이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비밀들이 나오는 게 어떻게 보면 익숙하겠지만 말이다. 꼭 이것이 살바토르 문디의 능력으로 나온 결과일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등장하는 인물의 능력치가 아닌 살바토르 문디의 비밀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세뇌시키는 느낌이라고 할까. 분명히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딸에게는 위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누가 봐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살바토르 문디의 힘을 빌려 해결하는 부분들이 개인적으로는 답답하기도 했었다.

또한, 그동안 몰랐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종교를 배우기도 했었다. 종교에 대해 관심이 없다 보니 수니파와 시아파를 뉴스로만 들었는데 생각보다 자세하게 설명이 되었다. 분명 생소한 개념이어서 이해하는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덕분에 소설의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었다. 종교에 대한 갈등은 마음이 아팠다. 인간을 사랑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종교 이념으로 서로를 죽고 죽인다는 사실이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선한 지도자가 배출되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올 날을 그렸으면 좋겠다는 소망에 큰 공감이 되었다.

아프면서 답답한 마음으로 읽었지만 흥미롭게 느껴진 이유는 기대했던 이국적인 풍경들이 한몫했다. 주요 배경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프랑스이다. 저자의 이름을 보지 못했다면 아마 다른 나라의 작가로 오해했을 정도로 현실감 있는 분위기들이 소설의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소설을 읽고 중간에 눈을 감으면 에펠탑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가 그대로 펼쳐지는 듯했다.

소설의 내용과 문체로 감동을 받은 적은 많지만 피부에 와닿는 배경으로 감탄한 적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색다른 경험을 주었다. 마치 사우디아라비아와 프랑스를 여행한 듯이 말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을 갈 일이 없었는데 이 소설을 통해 대리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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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로라 데이브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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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제 나도 잃어버린 거야. / p.12

누군가에게 나의 정보나 감정을 말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 본의 아니게 숨기게 되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와 굳이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나의 짐을 주고 싶지 않은 느낌. 전자는 정보일 때, 후자는 나의 부정적인 감정일 때 주로 그렇다. 그러나 부부 사이는 예외이다. 아직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부부 사이에는 비밀이 적으면 좋다고 생각이다. 물론, 비상금에 관한 문제는 또 다르다.

이 책은 로라 데이브의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갑자기 믿고 의지하던 남편이 사라졌다는 설정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하다못해 친구가 사라져도 오만 감정이 들 텐데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남편이 없다는 게 상상되지 않았다. 부인이 어떻게 남편을 찾아 나설지, 그리고 남편이 부인에게 숨기고 있는 사실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해나는 할아버지의 직업을 따라 선반공으로 일하고 있으며, 결혼한 지 갓 일 년 정도 된 신혼이다. 남편인 오언 마이클스와 오언의 딸인 베일리라는 열여섯 살 여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오언과 해나 사이는 좋은 듯하나, 베일리는 해나를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해나는 베일리와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단란한 가정이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늘 연락을 주던 시간에 남편의 연락이 없다. 확인해 보니 베일리를 잘 부탁한다는 메모지 한 장만 발견되었다. 베일리도 알 수 없는 가방을 받게 되었고, 뉴스에서는 오언이 일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안 좋은 보도가 나온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한 남자가 찾아오고, 남편의 행적을 쫓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의 흔적을 따라 다른 도시로 떠난다.

해나의 심리 상태를 따라 읽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만큼 소설의 몰입감이 대단했다. 400 페이지가 넘는 책을 그렇게 단숨에 읽게 된 것은 또 오랜만이다. 그동안 봐왔던 추리 스릴러 소설에서 약간 잔인하다고 느낄 모습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것보다는 심리 위주로 긴장하게 만드는 맛이 있어서 더욱 읽기 수월했던 것 같다. (다른 독자들에 비해 잔인의 수위를 다소 낮게 보는 편이다.)

해나에 몰입해서 읽으니 내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남편이 쪽지 하나 남기고 사라졌기에 찾기에도 벅찰 텐데 딸인 베일리를 챙겨야 한다. 거기에 자신이 알지 못했던 남편에 대한 사실들, 남편이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다는 생각, 그 와중에 피어나는 의심 등 여러모로 참 아비규환의 상태이다.

남편의 새로운 사실은 충격이었다. 사실 절망감까지 느꼈다. 그야말로 멘탈이 나간 상태였다고 해야 할까. 단순히 제목처럼 오언이 해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만 초점에 맞추어서 보다가 예상에 벗어났다. 그 와중에 해나는 더욱 이성적으로 베일리의 협조를 얻어 남편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정신을 놓지 않고 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나라면 불안에 떨면서 일을 그르치지 않았을까.

더불어, 딸을 지키고자 했던 오언과 지키고 있는 해나의 시선도 인상이 깊었다. 사실 오언의 선택 자체만 놓고 보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말이다. 과연 오언의 방법이 딸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을까. 차라리 해나가 더욱 적극적으로 베일리를 지키는 듯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딜을 하고자 하는 내용에서는 모성애라는 것이 꼭 핏줄로만 형성이 되는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새삼스럽게 들었다.

보통의 불안감과 어수선함이 아닌 차분한 긴장감을 주었던 이 소설이 내 취향에는 딱 맞았다. 더불어, 재혼 가족들에게서 나타나는 자녀와 부모의 애착 관계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자신을 생각하는 해나의 진정성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같이 오언을 찾는 베일리의 모습들이 기억에 남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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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세계
안수혜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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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 뭐든 할래. / p.19

원래 잘 울지 않는다고 말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눈물이 없는 편은 아니다. 아니,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감수성이 올라오기도 한다. 예전과 다르게 마음을 울리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훌쩍이는 일도 생각보다 많다. 어렸을 때에는 아예 눈물은커녕 별 감정도 안 들었을 장면이었을 텐데 말이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여러 포인트 중에서 엄마는 치트키이자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뭘 하더라도 엄마라는 단어 하나면 알아서 반응할 정도이다.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들지만 눈물 하나면 무엇으로도 나타낼 수 없는 감정을 보여주는 듯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안수혜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요즈음 여러 경조사를 다니면서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실감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느끼는 생각과 감정의 종착역이 부모님이었다. 그만큼 부모님의 연세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엄마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시선이 멈추게 된다. 그런 의식의 흐름으로 보게 된 책이 이 소설이다. 무엇보다 줄거리가 가장 관심이 갔다.

소설의 주인공은 열두 살의 수훈이라는 아이이다. 작별인사도 채 나누지 못할 정도로 갑자기 엄마를 잃었고, 그것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 어색한 아버지보다는 친구 주은이의 할머니와 더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듯처럼 보이는 아이이기도 하다. 옆에 있는 친구 주은이는 무엇보다 수훈이에게는 든든한 편이다.

엄마를 그리워하던 수훈이는 주은이를 통해 막다른 세계를 알게 되고, 막다른 세계에서는 위험한 곳이며, 가게 된다면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경고와 조건을 들었다. 엄마와 만나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할머니께 부탁해 6일간 막다른 세계를 찾아갈 기회를 받는다. 그곳에서 세 명의 친구를 만나 엄마를 찾는 여정에 떠난다.

예고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그 순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 그런데 엄마를 떠나 보낸다는 감정을 아직까지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시간이 기다려 주지 않겠지만 말이다. 성인에게도 이기기 힘든 이 감정을 열두 살의 소년에게는 더욱 버거웠을 것이다.

읽는 내내 수훈이의 마음이 와닿았다. 엄마를 보고 싶어 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지 못해 막다른 세계를 건너고자 하는 그 마음. 아마 그동안 엄마의 말씀을 듣지 않았던 과거의 후회가 주된 감정이었다면 아마 마음에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열두 살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정도로 성숙한 나이가 아닌 그저 철이 없었던 초등학생이다. 학원 결석과 뽑기 기계에서 용돈을 탕진하고도 엄마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성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감정을 느끼는 그런 나이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수훈이는 후회보다는 그리움을 느꼈다.

수훈이는 엄마를 보내고도 내색하지 않는 아버지를 보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막다른 세계에서 느낀 어려움과 위험을 헤쳐나가면서도 아버지를 향한 감정을 보고 있으면 영락없는 초등학생으로 보였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감정을 숨기는 법을 터득한 성인의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수훈이가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운 느낌으로 내내 읽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어른으로서 감정과 아이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어린 아이들과 함께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아마 아이들도 내용 자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엄마를 잃은 수훈이의 감정은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조금 더 수훈이의 입장에 가깝게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부분이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과연 수훈이었다면 할머니의 경고에 막다른 세계에 내려갈 수 있을까. 아마 크게 망설였을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보고 싶고, 또 마지막 인사를 건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위험한 세상에서 막연하게 엄마를 찾아 나설 수 있으냐고 묻는다면 꿈에서 엄마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수훈이의 선택은 대단하다고 느꼈다. 물론, 이것 또한 내일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초등학생의 설정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소설로나마 생각하기 힘들었던 엄마의 부재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아직까지 철없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수훈이와 같은 이인 것 같다. 그래서 수훈이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모로 표현할 수 없는 먹먹함을 주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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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기특한 불행 - 카피라이터 오지윤 산문집
오지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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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위에 새겨진 득주와 함께. / p.43

실패에서 느끼는 불행을 이기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므로 이러한 불행 또한 나중에 큰 행복으로 돌아온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장 느껴지는 패배감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실패했다는 감정뿐 아니라 불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왜 나에게 이런 불행이 오는 거지.

행복을 크게 바라지도 않지만 불행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는 그저 평온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꿈이다. 바다도 파도가 오듯이 살아가는 인생의 바다도 언젠가는 파도가 온다. 너무 잔잔한 물결만 치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파도가 지난 다음 성장할 필요성도 느낀다. 그러나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잔잔한 물결이 더욱 좋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 오지윤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제목부터가 흥미로웠다. 작가님의 작고 기특한 불행은 무엇일까. 일상생활에서 불행은 작게 오기도 하니까 그럴 수 있고, 성장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기특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로는 그렇게 상상하지만 막상 불행을 맞이한다면 부정적인 감정의 회오리에서 정체할 때마다 이것 또한 작고 기특한 불행이라는 생각으로 이겨내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불행에 대한 저자의 생각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삶에 대한 태도와 생각이 드러나 있는 글이었다. 그 중에서도 <너에게는 없는 복>과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너에게 없는 복>는 에세이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이다. 전 남자 친구의 권유로 키우게 된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알레르기까지 있는 저자는 그렇게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지만, 일주일만에 전 남자 친구와 이별하게 되었다. 고양이 오복이를 안으면서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고, 고양이 언어 해석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무지의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기도 한다. 저자의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과 무지에 대한 생각이 큰 공감이 되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다. 물론, 그것이 인간관계라고 해도 말이다.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는 신입 시절 6개월 선배로부터 들었던 조언으로부터 시작된다. 상사로부터 들은 대답을 보고 표정을 살피면서 본래의 뜻을 찾고자 하는 것. 저자는 동기와 술자리에서 이를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다 평온한 표정의 선배에게 이러한 문제를 털어놓자 선배는 "우리는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건넸다는 것이다. 마치 내 일인 것처럼 전부 짊어졌던 것이 책임감이라고 느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선배의 말처럼 나 역시도 회사에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이러한 생각이었다면 내 자신을 지키면서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회를 살아가면서 이러한 방패막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 외에도 코로나 시대에 만남 애플리케이션을 보면서 공감했고, SNS의 행복한 모습들을 보면서 이 사람도 불행할 것이라고 애써 위로했던 이야기를 보면서 동지애가 들었고, 과거 아이돌이 언급된 에피소드를 보면서 추억 여행을 떠나기도 했었다. 또한, 생각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던 글도 있었다. 할머니와 부추에 대한 추억과 엄마의 실명을 거론한 예찬이 그랬다.

책을 덮으면서 정지음 작가님의 추천사가 더욱 눈에 들어왔다. 불행을 조금이나마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면서 매일 작고 소소한 불행들이 찾아온다. 거리 두기로 사람의 향기를 맡지 못한 것이 그랬고, 면접장에서 무례한 질문으로 자존심의 스크래치가 그랬다. 아마 오늘도 불행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세이의 제목처럼 작은 불행들을 조금이나마 기특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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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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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 집에서 살고 싶어요. / p.46

연쇄살인범과 함께 살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매일 죽음의 두려움을 가지게 될지,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낄지, 그것도 아니라면 순수한 궁금증이 들지 모르겠다. 평생 일어날 일도, 겪기 쉬운 일도 아니겠지만 막상 상상하면 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경험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김남윤 작가님의 스릴러 소설이다. 분명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 호기심이 들어서 읽게 된 책이다. 연쇄살인범과 같이 사는 기분과 이야기가 궁금했다. 거기에 어떻게 하다 그런 소름 끼치는 일을 겪게 되었는지도 말이다. 아무래도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주인공인 강력계 형사인 두일이다. 두일은 자녀 둘을 둔 가장으로 아내와 자녀는 다른 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기러기 아빠이기도 하다. 경찰 소득으로 자녀 교육 뒷바라지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점점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빚까지 지고 있다. 그와중에 10년 전 연쇄살인 사건과 비슷한 수법의 사채업자 시신이 발견된다. 그리고 두일이 일하는 강력계로 그 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히면서 위험한 제안을 건네는 한 남자의 연락이 온다.

그는 철수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로 두일의 약점까지 쥐고 있어 제안을 거절할 수도 없게 만든다. 결국 두일과 철수는 같은 집에서 동거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일은 철수를 의심하면서 강력계 형사로서의 일을 하고, 철수는 수상한 행동으로 두일에게 의심할 거리를 준다. 과연 10년 전 연쇄살인사건은 어떻게 풀 것인가. 사채업자의 시신은 진짜 그 범인, 철수가 죽인 것인가.

두일의 사정이 너무 딱했다. 의지할 가족도 없고, 직장에서 인정을 받지도 못하고, 거기에 연쇄살인범에게 당할 정도로 약한 존재. 유학에 필요한 자금을 대면서도 가족으로부터도 외면을 당한다. 아들은 아버지와 전화 통화 자체도 하지 않고, 용돈 닦달을 하는 아내와 아버지에게 짜증 내는 딸까지. 과연 두일은 어떤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 어려움들을 토로할 수 있을까. 빚을 내면서까지 그렇게 발버둥치는 것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겠지만 말이다.

거기에 두일에게 딜을 하고 있는 뻔뻔한 철수의 모습을 보니 더욱 화가 났다. 마치 두일의 집을 자신의 집처럼 이용하는 모습. 애초에 갑은 두일이었고, 을은 철수다. 거래가 아니라 요청을 해야 맞다. 그러나 철수는 두일에게 미안함이라고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두일의 약점을 이용해 집에 눌러 앉는 것도 모자라 두일의 가족들에게 신뢰를 얻고 가족으로서의 위치까지 넘보는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두일에게 하숙비를 내는 게 그나마 조금 낫다 싶었다.

중간에 낯선 남자를 집으로 들이는 두일의 모습을 보고 의심하는 딸의 태도가 재미있었다. 소설이라는 텍스트로 봤을 때에는 그렇게 오해할 수 있는 일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딸이라면 착각했을 수도 있겠다는 나름의 이해가 되었다. 그것이 장난이 아니라 진지하게 두일의 취향을 의심해 여기저기 묻고 다니는 게 안쓰러우면서도 유머 포인트였던 것 같다. 아마 다른 독자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코드이겠지만 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덕후이기에 소설을 그런 맥락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조금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그것 또한 연결시키는 것이 또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의문을 가졌던 부분이 그렇게까지 재미를 반감하거나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추리 스릴러 소설을 즐기는 독자라면 가볍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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