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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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마을 폭력배와 연관되어 있는 건가요? 마을은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기에 폐쇄적인 요소가 많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를 소설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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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오신다 안전가옥 쇼-트 16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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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재미있다. / p.31

이 책은 김혜영 작가님의 단편집이다. 그동안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연작으로 이렇게 이어서 나온 경우는 처음 보는 듯하다. 전작으로 김혜영 작가님의 소설을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우물이라는 작품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작가님의 작품이기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총 두 편이 실려 있다. 첫 번째 작품은 <런>이라는 소설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지우는 술을 마시고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귀가하던 중 좀비를 만난다.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멈추었고, 좀비는 오해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지우를 안심시킨다. 좀비 소동이 일어난 이후 지우의 이상한 낌새를 느꼈던 친구는 지우의 안위를 걱정한다. 그리고 집 근처에 와서 자신이 끼우고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친구는 말렸지만 지우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면서 이어폰을 찾는다.

짧은 분량의 소설인데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면서도 묘하게 느껴졌다. 특히, 블루투스 이어폰을 분실해 인터넷 중고 애플리케이션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구매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단판 가위바위보로 몰아서 주는 게임도 있다고 들었는데 잃어버린 상황에서 비용을 생각하는 지우의 태도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또한, 길거리에서 좀비를 만나는 게 상식적으로 경험할 일이 없기는 하지만 상상하니 섬뜩했다. 소설에서는 친구와의 벽이라든지 조금 더 깊은 차원에서 느낄 수 있는 장치나 지우의 감정이 표현되기는 했지만 블루투스 분실과 좀비를 만난 일이 개인적으로는 더욱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작품은 표제작인 <그분이 오신다>이다. 주인공은 유튜버로 결혼 정보 회사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 상대를 찾으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밀이 보장된 탑 시크릿 회원으로서 가입해 소개를 받기로 한 주인공인데 외모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어렸을 때 주인공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운 여자 짝꿍을 때렸으며, 이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그 여자 짝꿍이 아이돌로 데뷔하는 모습을 본 주인공을 이를 이용해 여자 짝꿍에 대한 영상을 만들었고, 유명 유튜버의 길을 걷는다. 그렇게 승승장구의 길을 걷던 주인공이 운전하던 중 보이던 이상한 모습으로 조금씩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책의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작품이었다. 다른 단편집에 비하면 조금은 적은 페이지 수일 수 있겠지만 사회적인 메시지가 많이 담겼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 폭력과 왕따, 외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사이버 폭력에 대한 문제가 등장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전에 실린 작품에 대해 더욱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와닿은 부분도 있었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기에 주인공에게 연민이 들기는 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튜버로서 했던 행동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물론, 아이돌들의 학교 폭력 가해나 범법 행위로 이슈가 되는 것을 많이 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이 과거에 겪었던 일을 공론화시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공적인 의미로 끝났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학교 폭력 피해에 대한 내용 한정이어야 했지만 주인공은 그밖에도 연예인의 가십을 아무렇지 않게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 나름 사실에 근거한다고 다양한 기사를 더블 체크를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애먼 사람들이 주인공의 영상 하나에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다. 실제적으로 그렇게 억울한 경우를 기사나 SNS를 통해 많이 접했기에 좋은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중반에 이르기 전까지는 연작 소설의 의미를 잘 느끼지 못했다. 전에 읽었던 작품들과 크게 연결고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전개가 어느 정도 되고 나니 반가운 인물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전작에서 인상 깊에 보았던 인물이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부정적인 내용으로 기억에 남는 인물이기는 했다. 전작의 우물과 관련된 내용이 연결되었다는 점 하나는 기대했던 바이기에 반가웠다.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이 되었고, 프로듀서의 말을 보면서 읽는 재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읽는 순서를 알려 주었던 부분이 재미있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다음 전작을 읽었더라면 재미가 더 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추천한 방법대로 다시 재독을 할까 생각 중이다. 기억하는 최초의 연작 소설 형태가 나름 찾는 재미가 있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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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레터 - 좋은 이별을 위해 보내는 편지
이와이 슌지 지음, 권남희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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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눈이 내린 듯한 느낌도 든다. / p.186

직접 보지는 않지만 머릿속에 영상이 자연스럽게 재생되는 영화들이 생각보다 많다. 크게 두 가지의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나 영화 서적에서 본 경우이다. 자주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 관련 프로그램을 유튜브나 재방송으로 가끔 시청하다 보니 보지 않았더라도 줄거리를 알게 된다. 천만 영화 대부분 그렇다. 나름 확실한 장르 호불호가 정해진 편이어서 아무리 유명한 영화라고 해도 불호 영역에 들어가면 안 보는데 이미 줄거리와 결말을 알고 있는 경우가 꽤 많다.

두 번째 경우는 프로그램에서 많이 회자가 되었을 때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오마주가 많이 되었거나 자료 화면으로 과거의 영화 화면을 보게 될 때가 많다. 태어나기도 전에 상영했거나 기억하지 못할 어린 시절에 나온 영화가 대부분 그렇다. 스스로 돈을 지불해 영화를 보았을 때가 거의 중학교 시점 정도 되었을 텐데 이전에 나올 경우에는 굳이 찾아서 보지 않는 이상 볼 기회가 없다. 그러나 익숙하게 봐온 배경의 영화라면 보지 않아도 어떻게 끝나는지 다 알게 된다.

이 소설의 이와이 슌지의 장편 소설이다. 서두에 말한 케이스 중 두 번째 경우에 속한 이야기이다. 아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눈이 쌓인 어느 공간에서 "오겡끼 데스까"라고 외치는 여자를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어렸을 때부터 프로그램에서 이 장면을 너무 많이 보았다. 실제로 영화는 본 적이 없지만 그 풍경이 너무 좋아서 친한 지인과 함께 일본 오타루를 방문했을 정도이다. 영상으로는 보지 못했지만 원작 소설이라는 문구에 끌려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와타나베 히로코로 고베에서 살고 있는 이십 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녀에게는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가 있었는데 등산을 하던 중 조난 당해 세상을 떠났다. 어느 날, 약혼자의 집에서 본 학창 시절 앨범을 보게 된다. 약혼자의 학창 시절 주소는 이미 국도로 변한 곳이었기에 앨범 뒷면에 적힌 주소로 돌아오지 않을 편지를 보냈는데 그 이름으로 답장이 왔다. 놀란 히로코는 다시 답장을 보내면서 서로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편지를 통해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의 학창 시절 추억 이야기를 듣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반에 설정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국도로 변한 집에 보낸 편지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다. 개인적으로 몇 가지 상황을 추려서 상상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도로에 사는 자연인이나 도로가 보내지 않는 이상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답장을 받는다는 게 아무리 봐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아마 와타나베 히로코는 이러한 부분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리워하는 옛 연인에 대한 편지면 아마도 궁금증보다 설렘이 더욱 큰 상황이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내용 자체에 의문을 가지면서 읽다 보니 후지이 이츠키의 감정에 공감이 되었다. 특히, 소설에 나오는 와타나베 히로코의 답장이 후지이 이츠키로 하여금 기분이 나빴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인물로부터 누구냐는 편지를 받았을 때의 기분은 뭔가 싶었을 것이다. 장난 편지인 듯하면서도 답답한 상황이 너무 이해가 되었다. 

설정의 의문이 풀렸던 것은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부터이다. 이해조차 되지 않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이 될지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했는데 나름 납득이 갈 수 있게 전개가 되어서 그때부터는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상황 자체가 완전히 자연스럽다고 하기에는 우연의 일치가 너무 많았다는 점은 조금 답답했지만 이 역시 넓게 포용하면 수용이 가능했다. 현실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한 여자의 그리움에 초점을 맞춰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라고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와타나베 히로코의 전 연인이었던 후지이 이츠키가 준 선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선물을 통해 전 연인의 학창 시절과 추억을 듣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한 사람을 주제로 서로 과거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점도 좋을 것이다. 

학창 시절에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동년배의 친구들 또는 펜팔 관련 내용이 실린 잡지에서 보게 된 친구와 짧은 기간 펜팔을 주고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편지를 보낼 때의 두근두근 긴장감과 편지를 기다릴 때의 설렘이 참 좋았는데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로맨스의 설렘뿐만 아니라 과거 추억까지 소환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소설이었다. 거기에 이 책을 읽었던 순간의 바깥 풍경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이 쌓여 있기에 새로운 추억 창고에 저장이 될 것 같다. 더불어, 지금까지 겨울 하면 떠오르는 소설이 딱 하나 있었는데 이제 또 하나가 추가될 정도로 인상 깊게 남았다. 이제는 영화의 그 장면이 더욱 선명하게 그려질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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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 -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는 연습
매트 헤이그 지음, 최재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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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만병통치약이나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 p.68

학창 시절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인기 있는 도서들의 취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실감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에는 필수 도서로 자기계발서가 참 많았다. 어느 베스트 셀러의 제목은 유행어로 소비가 될 정도로 인기가 끌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필수 도서를 읽기만 했었던 것 같다. 성공한 사람들의 일대기를 듣는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한 삶을 살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백종원 선생님께서 알려 주신 레시피로 요리한다고 해서 무조건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위로해 주는 내용을 가진 책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세이는 물론이고, 소설도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공감해 준다거나 하고 있는 고민을 같이 나누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소설에서도 생각보다 큰 위로를 받았다. 사람에 따라 선호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거의 유행보다는 지금의 유행의 훨씬 더 반갑다.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는 않지만 혼자만 사는 세상은 아니라는 사실을 소설과 에세이를 통해 알려 준다는 점에서 큰 연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매트 헤이그의 에세이이다. 아마 작가의 이름은 꽤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초에 인기를 끌었던 책이었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소설의 작가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다가 선물을 받아 읽었는데 좋아하는 도서관이 무대가 되었다는 점과 극단적인 생각을 했던 주인공의 모습에 참 많은 공감을 느꼈다. 아마 올해 가장 먼저 읽었던 소설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작가님의 사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거기다 제목 역시도 불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공감을 받고 싶었기에 이 책을 골라 읽게 되었다.

저자는 SNS와 알코올 등 불안을 이기기 위해 했던 행동에 대한 중독 증세를 가지고 있으며, 공황 증상도 보인다. 책은 간단하게 표현하면 가지고 있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겨내는 내용도 담고 있는데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인 듯하다. 불안이라는 것이 약을 먹는다고 해서 금방 사라질 것은 아닐 테니 불안에 대한 고군분투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정의를 내리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읽으면서 많은 페이지에 인덱스를 붙일 정도로 많은 공감이 되었다. 특히, 저자가 가지고 있는 불안의 이야기가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저자는 자살, 뉴스, 외모, 핵무기 등 세상 많은 것에 걱정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건강 염려증, 죄책감, 존재의 불충분함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큰 공감이 되었다. 건강 염려증은 단순하게 자신이 아플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일찍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는 듯했다. 또한, 죄책감과 존재의 불충분함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선상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모자란 점으로 보이는 빈 공간과 부족한 존재라는 사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요즈음 가장 크게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 중 하나가 무지로 벌어지는 일에서 오는 자책감과 죄책감이었다. 진행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고 실수를 하게 되는 등 사이클이 생기면서 불안을 느끼고 있기에 저자의 마음 또한 이해가 되었다.

불안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뉴스를 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특히, 저자는 세계의 핵 위협과 대중교통에서 벌어지는 사건 등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기사나 보도가 등장하면서 당장 자신에게 벌어지지 않은 일까지도 과하게 걱정하면서 불안감을 가진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기 위해 뉴스를 꼭 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오히려 긴장을 부추긴다는 측면에서 볼 때에는 뉴스와 거리를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 중에서도 뉴스를 보는 게 부끄럽지 않다는 문장이 등장하는데 마치 자신에게 주는 주문인 것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도 뉴스를 보면서 세상에 대한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아 요즈음 뉴스와 거리를 두는 편이기에 이 역시도 인상적이면서도 공감이 되었다.

두 번째는 SNS에 대한 견해이다. 보통 SNS는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나 역시도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모 축구 감독의 이야기처럼 책 관련 리뷰를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제외한 다른 SNS 계정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상대적 박탈감이 때로는 불안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도 그런 면을 느끼는 듯한데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변화되었다. 댓글로 SNS에 대한 생각을 받았고, 이 중 몇 가지 댓글을 소개해 주었다. 생각과 마찬가지로 불안을 야기한다는 내용이 있는 반면,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보였다. 생각하고 보니 책과 아이돌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난 친구들 역시도 과거 SNS를 통해 만났을 텐데 그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었다. 가장 인상적인 댓글은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자기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공간, 트위터는 사람들이 낯선 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공간.'이라는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단순하게 저자의 이야기를 나열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정보의 범람으로 불안을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 대한 내용이 너무나 잘 정리되어 있었다. SNS와 뉴스 등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비교적 깔끔하고도 현실적으로 나열해 주었다. 예를 들면 세상의 욕망을 욕망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방법으로 불완점함과 결점을 사랑하는 것, 남이 당신을 보는 부정적인 관점이 당신을 보는 관점이 되지 않게 하는 것 등이 제시되어 있다. 물론, 이는 행동할 수 있는 내용보다는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마음 먹기가 더욱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불안에 관한 에세이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거나 의학적 지식에 기반한 내용 중 하나였다. 나름의 인상적인 포인트는 있었지만 전자는 너무 가볍게, 후자는 너무 무겁게 표현이 되었다는 점에서 중간 지점을 찾을 수 있는 책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보면 솔직히 전자에 가까울 수는 있겠지만 묵직함이 느껴지는 책이어서 원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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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칼리 월리스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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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지고 있어도 여전히 지구를 느낄 수 있다. / p.15

지구 멸망을 다룬 디스토피아 소설과 영화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지구가 소멸하거나 멸망해 인류가 사라진다는 게 아직까지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 부분인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져서 몰입이 깨질 때가 많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불편해진다. 

현실성이 없기에 몰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또 다른 이유로 공감으로 든다는 게 조금은 모순이 있기는 하지만 상황 자체에 대한 몰입은 되지 않으나 처한 인물에 대한 공감은 너무나 잘 이루어진다는 게 문제다. 내일이 없을 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진짜 더 나을 곳도 없이 막다른 골목에 갇힌 인물이라면 말이 다르다. 그야말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 모습들을 보면 마치 내가 경험하는 것처럼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런 감정을 느끼기 부담스럽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진 감이 있다.

이 책은 칼리 윌리스의 SF 장편 소설이다. 사실 표지만 보고 벌레가 원인이 되었던 전염병 이야기를 다룬 한국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그런 디스토피아 영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머릿속에는 전염병이나 지구 멸망을 다룬 이야기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그 영화가 연상이 되는데 이 소설 또한 그랬다. 누가 봐도 무서운 표지에서부터 줄거리까지 취향과 거리가 멀었지만 출판사에서 나온 소설 중 하나를 참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에도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불호 취향의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씩 넓혀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테러로 많은 사람이 사망한 하우스오브위즈덤 호에 자흐라와 자스가 다가오면서 시작된다. 자흐라는 바이러스 테러를 일으킨 용의자로 지목된 박사의 딸이며, 아버지의 명예를 다시 세우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자스는 바이러스 테러의 유일한 생존자이지만 자흐라 일당의 인질이 되었다. 테러가 일어난 지 십 년이 지난 이후 이들을 포함해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십 년만에 하우스위즈덤 호에 발을 딛게 되었다.

주인공인 자흐라와 자스라는 인물의 시점으로 전개가 되고 있으며, 목차 역시도 간단하게 자흐라와 자스로 나누어져 있다. 두 사람은 연관이 있지만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보여진다. 특히, 단순하게 두 사람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더 거슬러 올라 부모님과의 어떠한 인연을 가지고 있으며, 목적부터 많은 것이 다른 사람이다. 단지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그리고 같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가진다.

표지에서부터 디스토피아 세계에 대한 향기가 풍겼지만 바이러스 테러라는 소재 측면에서 보았을 때 언급했던 한국 영화가 더욱 강하게 떠올랐다. 그러나 이 소설은 지구가 아닌 우주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웅장하고 크게 느껴졌다. 또한, 영화와 다르게 정부 기관과 각자 개인의 이야기 등 그물처럼 너무나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많다 보니 초반에는 각자의 인물과 상황을 이해하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자스의 입장에서 소설을 공감했고 또 이해했다. 자흐라도 중요한 인물이지만 테러의 용의자인 아버지를 두둔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기에 조금은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게 사실이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기에 가족으로서의 생각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아버지가 테러를 일으킨 범인이라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죄책감은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는 나중에 비밀이 풀리기는 하지만 초반만 놓고 보면 자스의 감정에 더욱 큰 공감이 되었다.

반면, 자스는 유일한 생존자로 하우스오브위즈덤 호에서 부모님을 잃은 인물이어서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자스였다면 자흐라에게 악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 같은데 소설에서는 그런 부분은 묘사되지 않았다. 자스가 자흐라의 아버지께서 테러 용의자로 의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에 그럴 수 있겠지만 충분히 독백이나 무언가 혼자의 감정으로 부모를 잃은 것에 대한 억울함이 표출되었을 법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에서 그려진 자스는 생각보다 단단하고 또 차분했기에 그러한 이야기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보통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현실감을 느낀 적이 별로 없는데 소설은 읽으면서 지금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특히, 애덤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강한 분노를 느꼈다. 애덤은 자흐라의 쌍둥이 동생들을 데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자흐라가 하우스오브위즈덤 호에 도착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애덤의 의견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스라이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해 하우스오브위즈덤 호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지만 결론적으로 애덤은 자신의 이익과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자흐라를 다그쳤다. 심적으로 약할 때에 내리는 채찍은 약이 될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하우스오브위즈덤 호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내용이었기에 다수의 생명을 위해 자흐라의 말을 들었어야 되는 일이었다. 더 나아가 가족을 빌미로 협박까지 했었는데 인간의 본성과 이기심을 다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자흐라와 자스, 어떻게 보면 반대에 속해 있던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 등 정의를 실천하고자 했던 다수의 사람들 덕분에 애덤이라는 인물이 더욱 악역으로 보였던 점도 있었다. 늘 선과 악이 대립되어 있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인간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기에 그 부분은 참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중반을 넘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필사적으로 하우스오브위즈덤 호로 오는 사람들을 막고자 했던 이들의 희생은 더욱 인상 깊었다.

꽤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진 소설이었음에도 평균 시간보다 빨리 완독할 정도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물론, SF 소설이라는 특성상 우주나 우주선 등에 대한 지식이 등장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참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SF 소설 앞에 호러 스릴러 장르라는 단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우주선이라는 막힌 공간적 배경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인물의 시간, 바이러스에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들었다는 측면에서 공포가 고스란히 와닿았다. 솟아날 구멍이라도 있는 막다른 골목에 갇힌 듯했다. 호러, 스릴러, SF라는 조금은 다르게 보이는 세 장르를 느낄 수 있어서 그것 또한 만족스러웠다. 

소설을 깨달은 점은 디스토피아 이야기를 싫어하는 이유를 다르게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현실 감각이 아닌 몰입감의 문제이지 않았나 싶다. 이 정도로 현실과 막연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소설이라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과 현실감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좋은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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