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될지 말지는 이제 하늘이 알죠. 비를 내리고, 햇별을 주는 건 인간의 일이 아니니까요." - P220

하지만 나는 누스바움의 해석처럼 통제권의 상실에서 오는 치욕을 따뜻한 보살핌으로도 보상받지 못하는 늙은 왕의 정신적인 혼란을 들여다보게 된다. 한때 그는 한 국가를 통치하던 오만한 왕이었고, 세 딸과 사위에게 받을 존경과 사랑은 그저 당연하다 여겼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을 잃은 순간, 어느 누구라도 정신을 잃고 광야를 헤매지 않을까. 리어왕의 불행은 바로 육체의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정신적인 상실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데서 온 것이 아닐까.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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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누스바움의 해석처럼 통제권의 상실에서 오는 치욕을 따뜻한 보살핌으로도 보상받지 못하는 늙은 왕의 정신적인 혼란을 들여다보게 된다. 한때 그는 한 국가를 통치하던 오만한 왕이었고, 세 딸과 사위에게 받을 존경과 사랑은 그저 당연하다 여겼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을 잃은 순간, 어느 누구라도 정신을 잃고 광야를 헤매지 않을까. 리어왕의 불행은 바로 육체의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정신적인 상실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데서 온 것이 아닐까.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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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엄마가 피워 올리던 담배 연기와 한숨을 이해했다. 엄마는 침묵 속에서, 엄마가 할 수 있는 만큼, 힘껏, 나를 사랑했다. 때론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자책감으로, 때론 꿈을 포기한 아쉬움으로 그 모든 감정이 그리는 그림자를 이해하게 되었다. 모성애란 산업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 모든 것을 다 바치는 희생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아이를 각자 자기 방식대로 사랑하는 세상 모든 엄마들의 고백이다. 그래서 모성애는 환상이다.
엄마 괜찮아, 엄마도 엄마는 처음 하는 거였어. - P114

결혼이란 시소를 함께 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올라가고 나면 내가 올라가고, 그다음엔 또 네가 그렇게 차례차례 오르락내리락 마주보며 웃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무게만큼 서로의 다리에 힘을 분산하여 균형을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무게 중심은 언제든 시소에서 일어나 떠나 버리는 사람 마음대로 깨져 버릴 수 있음을, 그토록 아슬아슬한 것이었음을, 난 한참이나 지나서야 알았다. 그가 떠난 겨울, 아무도 없는 텅 빈 놀이터에 아무도 올라타지 않은 시소는 기울어져 있었다. 발이 닿지 않는 허공에 혼자 남아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시소란 그렇게 기울어져 있었다. 난 그걸 한참이나 뒤늦게깨달았다. - P134

그 관계 속에서 의미 없는 사랑의 말을 하고, 의식적으로 당신을 보듬는 건 가식이 아니라 안간힘일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사랑의 권태로움과 사랑의 종말을 너무나 잘 구별할 수 있으니까. 사랑의 모습이라는 것도 처음엔 총천연색 같다가 서서히 흐려지는 파스텔 톤으로 바뀌니까. 그것도 사랑이니까. 이미 끝난 사랑을 지속하는 것이 가식이고 허위다. 이별이 두려워서 이미 끝난 사랑을 붙잡고 있기도 했다. 그저 누구라도 곁에 있으면 되었다. 두렵지만 끝난 사랑은 놓아두자. 다행인 건 영원한 이별이란 없다는 것. 삶이란 만나고 헤어지고, 또 누군가를 만나는 기적의 순환. 그래서 우리는 이 외로운 별에서 살아간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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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자전거 렌트 요금

몇 년째 마주치지 않았지만
혹시 마주칠까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었다

10년 전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아직도 두려워하거나
그리워하는 마음도 싫었다

여기는 미국이고
그 안에 오리건 주
그 안에 포틀랜드
그 안에 아파트
12층
G호

문열고
나에게 나타날 리가 없는데

나의 뇌 안에서 머무르는 그가
나의 생각도 다 듣고있을것 같아서

생각을 뱉어내고 싶고
달려나가고 싶었다

2017년 4월 7일
자전거 렌트 요금
7.00$
Nike BIKETOWN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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