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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그리고 가정 -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 2023 노벨경제학상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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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별 임금격차에 대한 뉴스가 매번 뜰 때마다 인터넷은 '후끈' 달아오른다. 한쪽에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고용과 승진에서 차별받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다른 직종을 선호하고 주로 남성이 선호하는 직종이 고연봉이기 때문에 (책에서는 이것을 '직종분리'라고 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이런 싸움을 자주 지켜보던 나에게 신기한 댓글 하나가 있었다. 미국의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성별 임금격차의 이유에 대해서 끝판왕같은 분석을 했는데 왜 아직도 한국은 그 이유에 대해서 싸우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적은 댓글이었다.


2. 그 이후 인터넷 서점을 확인하던 중 익숙한 이름ㅡ클라우디아 골딘ㅡ이 나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번역되자마자 바로 구입하게 되었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읽으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1장인 '또 하나의 이름없는 문제'부터 5장인 '베티 프리단이 틀린 것과 맞은 것'까지는 (더 넓게 잡으면 6장 '조용한 혁명'과 7장 '혁명을 보조하는 보조생식술'까지) 책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종의 여성사를 읽는 것 같았다. 각 시대별(출생연도로 5집단으로 나눠서)로 미국의여성들(주로 대졸 백인 여성들)이 어떻게 커리어와 가정을 추구했는지 다루었는데 옛날 역사책을 읽는 것 같아 어렵기도 했고 경제학책 답게 많은 표들과 그래프가 있어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3. 하지만 본격적으로 책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부분(임금격차를 다루기 시작한 8장 '사라지지 않는 격차'부터 10장 '온콜'까지)은 골딘의 책만이 제공하는 인사이트와 분석이 있어서 매우 재밌게 읽었다. 그리고 비로소 에필로그까지 다 읽었을 때 전반부의 여성사 부분과 후반부의 임금 분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부제로 있는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에서 나오듯이 현재 우리와 동세대인 집단5가 여정 중 마주친 큰 과제가 온콜로 인한 임금격차이며 이것을 집단4인 골딘이 선배세대로서 분석해놓은 책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느끼고 나서 전반부를 다시 읽어보니 책의 분량 50%를 넘게 쓰면서 왜 그렇게 집단을 세세하게 나누고 설명했는지 이해가 갔다. 


4.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자만의 유니크한 생각이 조리있게 잘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도서관에서도 책을 신청해 볼 수 있으나 직접 돈을 지불해 책을 사는 이유는 저자의 유니크한 생각을 내 페이스대로 소화시키기 위해서도 있지만 저자와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내 나름대로의 방식이다. 하지만 요즘 책중에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자신만의 생각을 담은 책을 보기는 어렵고 그마저도 제대로된 근거와 논리가 없는 책들이 많은데 <커리어 그리고 가정>은 저자의 분석과 생각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읽어볼 만하다. 

 둘째, 번역이 훌륭하다. 번역된 도서도 많이 읽는 편인데 번역투가 너무 심하고 이해가 되지 않아 도서관에서 영어원본을 보면 어려운 원본을 보는게 더 나을 정도의 책들도 많은데 본 책을 읽을 때는 번역된 책을 읽는 티가 너무 나지 않고 자연스러워 번역가의 노고가 느껴졌다. 

 셋째, 대중성과 전문성을 둘다 잡았다. 비록 p.394 ~ p.479에 걸쳐서 각종 부록과 주석이 있을 정도로 인용이 많은 학술적인 성격이 강한 글이지만 전혀 보지 않아도 책의 취지나 저자의 주장은 이해할 수 있게 서술되어있다.


5. 반면 아쉬웠던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편집이나 번역자의 안내가 없었다는 점이다. 보통 이러한 종류의 서적들은 원저자의 뜻을 헤칠 우려가 있지만 번역자 후기나 자체적인 서문으로 이 책이 갖는 위치나 한국에서 가지는 의미등을 서술하면서 독자에게 가이드를 주는 편인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이 없어서 (일부러일 수도 있지만) 아쉬웠다. 미국은 아무래도 직접적인 고용차별이나 승진누락이 힘들겠지만 한국은 몇몇 뉴스에서 나오듯이 대졸자에서도 고용차별 사례가 엄연히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골딘의 해석을 우리나라에 적용할 때 미국의 현황에 대해 조금 알 수 있는 안내문이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둘째, 골딘의 해결책이다. 물론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 책이라서 해결책은 조금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지만 남성 노동자들이 유연한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기업에 스스로 요구하거나 탐욕적인 일자리(온콜을 요구하는)를 제공하는 기업을 피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건 좀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책 곳곳에서 조용한 혁명인 경구피임약이나 생식보조술, 일시적으로 남성 노동자의 감소나 여성 노동력을 요구하는 기업의 탄생 등 비교적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이 커리어와 가정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장벽이 줄어들었다고 표현했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미온적인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특히나 AI가 발전하는 지금, 온콜을 요구하지 않은 업무에는 AI를 쓰고 온콜에 대한 부분만 사람을 쓴다면 과연 노동자들이 기업에 강력한 요구를 하거나 자발적인 백수가 될 수 있을까?


6. 성별 임금격차가 단순 고용차별이나 승진누락, 임금차별(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것) 등으로 설명되는 임금격차가 1/3 정도고 직종분리 등을 보정하고도 임금격차가 발생하며 젊은 시절에 온콜을 요구하는 탐욕적 일자리를 얼마나 수행했느냐에 따라서 주요한 격차가 나는 것이라는 분석만으로도 이 책은 22000원(10% 할인해서 19800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했지만 여성주의적인 시각때문에 불편해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하지만 맞벌이가 점점 많아지고 커리어와 가정이라는 저글링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되는 건 성별의 관계없이 현재의 우리 모두가 해야되는 일 아닐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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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단타로 매일매일 벌어봤어? - 주린이를 위한 실전 단타 입문서
양선호 지음 / 넥서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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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논의가 시작되면서 전체지수나 업종지수가 하루에도 몇퍼씩 급락하고 약간의 반등 후 다시 하락하는 약세장에 매일 패닉을 하고 있는 주린이입니다. 책에 소개된 여러 단타기법을 연마해 약세장 속에서도 변동을 내 수익으로 돌리는 비결을 익히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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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쇼핑하듯 ETF에 투자한다 - 손해는 적게 이익은 많이 보는 전 세계 ETF를 당신의 장바구니에 담아라
문남중 지음 / 위너스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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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이 망할 거라 생각해? 미국 증권 시장은 역사적으로 봐도 우상향이었어! 미국 인덱스 지수를 추종할 수 있다면 존버만 한다면 수익률은 보장된다. 얼른 SPY, QQQ 투자해!'라는 말을 상당히 자주 듣는다. 나 또한 SPY, QQQ 에 일정 부분 투자를 해놨고 연초에 투자해놓은 SPY, QQQ 수익률을 보면 든든하기도 하다. 또, 유투브에 증권 전문가들이 개별 종목에 투자하지 말고 ETF로 투자하면 보다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2차 전지 주식이 액면가가 너무 커서 ETF로 투자해 섭섭하지 않은 수익률(개별 종목에 비하면 택도 없겠지만)을 본 만큼 경험적으로도 맞는 것 같다.

 

2. <나는 쇼핑하듯 ETF에 투자한다>는 증권가 출신인 저자가 동학개미, 서학개미들을 보며 위험성이 큰 개별종목보다 안전하면서도 꾸준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국내와 해외 ETF 를 투자하라는 취지로 쓴 책이다. '쇼핑하듯'이라는 제목만큼 국내와 미국 인덱스 ETF 뿐만 아니라 국내와 미국의 각종 섹터별 ETF,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채권 및 원자재(금속, 농산물, 원유, 가스 등) ETF, 미국 외 선진국 및 이머징 마켓 국가 ETF 등을 소개한다. 아는 ETF보다 모르는 ETF도 많았고 이렇게 미국의 증권시장의 경우 세분화된 ETF가 있는 지 책을 접하기 전에 몰랐었다.

 

3. 책의 장점으로는 첫째, ETF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종류가 잘 설명되있다. 최근엔 투자지식이 많이 보급되며 펀드와 ETF의 차이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국내 ETF를 구매할 때는 거래량과 괴리율을 봐야한다는 기본적인 지식은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외국 ETF를 구매하면 환헷지에 대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데 모르는 경우가 많다. 둘째, 같은 대상을 추종하는 ETF의 레버리지/인버스 종류가 잘 나와있다는 점이다. SPY는 알아도 2배 레버리지인 SSO, 인버스인 SH는 잘 모를 것이다. 셋째, 지수 및 원자재의 기본 개념이 잘 설명되있다. S&P 500, NASDAQ, DOW 외에도 러셀2000지수, MSCI 지수, FTSE 지수, 금 은 및 구리, 원유 등의 기본적인 뜻과 추종하는 상품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VIX 같이 S&P 500의 옵션 지수의 가격을 보면서 미국 시장의 방향을 볼 수 있고,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의 개장시장 차이를 이용하여 MSCI south korea 지수를 통해 내일 한국 시장의 방향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4. 책의 아쉬운 점으로는 첫째, 국내에서 외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해외에서 외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차이점의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국내에서도 S&P 500, NASDAQ, DOW를 추종하는 ETF도 있는 만큼 SPY, QQQ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알아야하는데 그런 내용이 없어서 아쉬웠다. 둘째,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 끼리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S&P 500을 추종하는 ETF는 SPY 외에도 IVV, VOO 도 있다. 그럼 당연히 초보자 입장에서는 어느 것을 골라야되는지 고민이 될텐데 이 부분도 부족하게 서술되있어서 아쉽다. 마지막으로, 투자 전략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다. ETF가 개별 종목보다 같은 시간안에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정도가 적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ETF도 적절한 매도 전략이나 매수 전략이 없다면 고점에 물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여러 ETF 중 나의 투자 성향과 상황에 맞는 ETF와 전략을 구사해야되는데 전자에 대한 내용은 담겨있지만 후자의 내용은 부족해서 곧바로 활용하기엔 아쉬운 점이 있다.

 

5. 이 책을 통해 여러 ETF의 종류와 개념을 공부해 더 많은 전략이 떠오를 수 있다. WTI 추종하는 ETF의 가격을 보고 보고 엑손모빌, 쉐브론, S-oil 등의 주가를 예측한다든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가격을 보고 반도체 시장의 방향을 대략적으로 본다든지 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특히 금속 원자재 ETF 관련해서는 구입해볼 생각이 많이 든다.(단, 22%의 양도소득세는 각오해야된다. 아니면 KRX 현물을 이용해야됨)

 

6. 어떤 투자도 '안전한 것'은 없다. 자산 보유 없이 100% 현금을 보유하는 것 조차도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안전하지 않다'. 다만 투자를 하는 순간부터 물가 상승분보다 더 많은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해둬야한다. 그것이 우량주든, ETF든, 미국 ETF든, 채권이든, 펀드이든 말이다.

 

*본 서평은 위너스북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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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탐정이 된 의사, 역사 속 천재들을 진찰하다
이지환 지음 / 부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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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종이 고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해 당뇨병에 걸렸다는 것은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이다. 과거 기록에 당뇨와 비슷한 '소갈'이라는 말도 등장하고 왕의 생활을 봐도 활동량이 많지 않은 만큼 이 이야기는 일견 합리적이어 보인다.

2. 하지만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의 저자는 그러한 오해에 의문을 품었다. 다방면에 부지런하고 군사전략이나 훈련에도 관심이 많았던 세종이 과연 유독 운동에만 약했던 이유가 따로 있지 않을까?

3. 저자는 과거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 세종의 건강과 병 관련 기록을 수집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당뇨병의 특성과 비교를 한다. 특히 세종의 눈병 증상은 젊은 시기에 시작했다가 호전 악화를 반복하는데 호전과 악화시 차이가 컸다. 하지만 당뇨병으로 인한 안질환(망막손상)은 비가역적이며 호전되지 않는다. 저자는 그 다음 용의자들을 세워본다. 임질? 눈병? 모두 특성에 맞지 않는다. 뻣뻣한 허리 증상, 젊은 나이에 시작해서 심해지는 증상, 재발되는 포도막염. 강직성 척추염이 아닐까라는 가설로 보면 각종 증상의 설명이 과거의 설명보다 합리적으로 맞는다.

4. 그렇다면 세종은 병 때문에 운동을 싫어하고 각종 다른 병을 앓은 것 아닌가? 우리가 알고 있던 세종은 게으르고 비만하다는 이야기는 세종에게 억울한 이야기다.

5. 저저는 세종 외에 가우디, 니체, 모네 등 우리가 한번씩 들어본 인물들이 기존에 알려져있던 병을 앓았는지 다시 추적한다. 가우디는 특발성 소아 관절염, 니체는 매독으로 인한 신경증상이 뇌질환으로 인한 증상들이다. 심지어 인상주의 화가지만 추상주의에 까지 지평을 넓혔다는 모네에 대해 '백내장'으로 인해 색감을 잃어 추상주의처럼 그림을 그렸다는 불손한(?) 해석까지 한다.

6. 마치 탐정처럼 과거의 기록, 사진 등을 통해 병을 추적해 들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의학에 대한 쏠쏠한 지식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들의 업적 또한 한번 더 되새김질하게 된다.

7. 우리들도 살면서 아프고 다친다. 하지만 과거 위인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콜레라나 흑사병처럼 역병이 세계사를 바꾼 것 처럼 여러 위인들이 앓았던 병이나 증상 또한 그들의 인생과 활동을 바꿨을 것이다. 셜록 홈즈를 따랐던 조수처럼 우리도 저자가 파헤치는 '의학 수사'를 재밌게 따라가보자.

뱀발) 이런 주제로 논문이 나온 것도 몰랐다. 특히 세종같은 경우 한의사들이 자료 접근하기 보다 용이했을텐데 의사가 내서 아쉽다

*본 서평은 부키 출판사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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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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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대 로마에 살던 그리스인 출신 플루타르코스는 그리스와 로마의 인물들의 행적과 그들을 짝지어 평가한 역사서를 썼다. 바로 그것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다. 플루타르코스는 당시 페르시아부터 로마, 그리스, 카르타고 등 지중해에 있던 여러 나라 사람들이 왕래하던 델포이 신전에서 일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와 자료를 모을 수 있었고 고대 로마의 전성기였던 오현제 시대에 살면서 여러 왕의 명멸을 볼 수 있었다.

2. 일종의 인물 열전의 모음집인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본래 원제가 'Vitae paralleale(Parellel Lives)' 로 그리스와 로마의 인물들을 비슷한 주제로 묶어서 비교평가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찾아보니 학자들이 백미로 뽑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비교평가인데 여태까지 번역본들 중 많은 것들이 비교열전을 싣지 않거나 몇몇 인물들만 선별해서 싣는 등의 경우가 있었다는데 이번에 을유에서 나온 영웅전은 모든 편을 수록해 기대가 많이 되었다.

3. 1권에서 다룬 인물들을 사진과 같이 인물과 키워드 중심으로 분류해보았다. 창시자인 테세우스와 로물루스부터 각 나라의 민주정(공화정)의 터를 닦은 솔론과 푸블리콜라, 각 나라의 전쟁 영웅이었던 테이스토클레스와 카밀루스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4. 각 인물쌍이 주는 주제는 여러개를 뽑을 수 있지만 위와 같이 정리해보았는데 한 영웅이 여러면이 있고 종종 같은 나라에서 정적 관계 (테이스토클레스와 아리스티테스)로 묶이는 등 다른 책에서는 쉽게 다르게 분류했을 것 같기에 객관적인 키워드를 찾기 어려웠다.

5. 책을 읽으면서 제일 인상깊었던 점은 고대 로마에서도 신화나 근거가 부족한 이야기에 대해서 저자인 플루코타르스는 진위를 선별했으며 같은 이야기에 이견을 있는 경우 가감없이 붙였다는 점이다. 비록 현재의 사료와 비교분석만큼은 아니지만 당시에 저자의 위치만큼 여러 이야기를 듣고 대조할 수 있는 자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6. 각각의 인물들은 어떤 면에서는 뛰어난 만큼 분명한 단점과 제한점을 갖고 있었다. 로물루스는 동생을 죽였으며 솔론은 여성 관련 악법을 만들었고 테이스토클레스는 전쟁영웅이지만 개인적인 야심 때문에 인생 후반기에 불운을 겪게 됬다. 또한, 대 카토는 한니발과 겨룬 전쟁영웅인 스피키오를 질투해 견제했다.

7. 이런 점에서 저술 목적이 '영웅전'이라면 과연 바람직한 영웅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중점적으로 나와야하는데 내가 독해하기에는 플루타르코스는 그런 측면보다는 그리스와 로마인 사이에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술하며 비록 명확한 차이도 있지만 서로의 뛰어난 점이 비슷하고, 심지어는 서로 연계가 되있다는 취지로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로마가 그리스를 사상적으로 계승했고, 받아들일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8. 또한 이러한 점 외에 인간의 본질적인 한계에 대한 통찰 또한 큰 주제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세력과 운을 이기기는 어려우며, 대중들과 귀족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하며 다른 외국과의 관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뛰어난 사람조차도 개인적인 결함으로 인해서나 주변사람의 배신 등으로 허무하게 파멸을 맞는다.

9. 독해하며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고대 그리스 로마 지명과 나라들이 나와서 독해가 쉽지는 않았지만 여러 친절한 주석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리스와 로마의 정신을 잇는 작업을 생생히 본 것 같았다. 특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리스와 로마는 막연히 비슷한 나라라고 생각했지만 <영웅전>의 인물들로 보았을 때 비슷한 점도 많았지만 차이점도 적지 않았다.

10. 2권 이후에 기대되는 인물들은 특히 알키비아데스, 키케로이다. 개인적으로 철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소크라테스의 미남 제자이자 플라톤의 연작에도 나오는 인물인 <알키비아데스>, 그리고 플라톤의 철인 정치를 구현하 듯한 철인 정치인 <키케로>에게 플루타르코스가 어떤 평가를 내렸을 지 궁금하다.

* 본 서평은 을유문화사 출판사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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