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리터의 피 - 피에 얽힌 의학, 신화, 역사 그리고 돈
로즈 조지 지음, 김정아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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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공 특성상 학부 때부터 혈액과 인체에 대해 배우고 나가서도 접할 상황들이 많았다. 특히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Lab를 보면서 수혈(pRBC 인지 등)을 하는 상황들도 적지 않게 봤었다. 때문에 책을 보기 전에는 거의 아는 내용이겠지 싶었지만, 그런 것은 착각이었다. 피에 관한 의학적, 생물학적 사실 뿐만 아니라 혈액 매매 시장, 각 나라의 혈액 공여 제도, 거머리(히루딘이라는 항응고 성분이 있음)의 의학적 활용사, 바이러스와 혈우병, 여성의 월경사 등 사회, 제도,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었다.

2. 특히 저자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경험한 것들과 조사한 것들을 토대로 쓰였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있어서 딱딱하지 않아 읽기는 어렵지 않으나 한 장당 들어간 내용이 많아 중간에 헤맬 수도 있고 상당한 분량이기 때문에 읽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읽으면서 골수에서 피가 생성되거나 혈액을 통해 호르몬 등이 전달되고 골수 자극 호르몬 EPO나 거머리에 대한 내용은 전공상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으나 특히 6장, 7장, 9장에서 여성의 월경혈에 대한 기묘한 에피소드와 역사들을 다룬 내용들은 특히 신기하였고 1장, 3장에서 헌혈과 혈액 공여 제도, 그리고 일종의 암시장인 혈액 매매 시장 등 어떤 사람이 어떤 종류의 수혈을 받아야되는지만 포커싱이 되있었던 나에게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수혈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3.다소 아쉬운 점은 한 장, 한 장이 분량과 내용이 많다보니 중간에 방향을 헤맬 뿐 아니라 각 장당 일관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각 장마다 작은 챕터로 구분하였다면 좀 더 읽는데 수월했을 텐데 조금 아쉽다. 그리고 저자가 직접 겪은 에피소드들도 적혀있어서 원서로 본다면 보다 더욱 이야기로서 실감이 났을텐데 역서로 접해서 아쉬웠다.

4. 과거 미신적인 측면에서 생기(Vital energy)의 상징이었던 피가 실제적으로 현재까지 사람을 살리고 있고 최근에는 노화와 관련되서 연구도 되는 등 피의 다사다난한 역사를 책을 통해 살펴보면 인간의 피에 대한 욕심은 과거나 현재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앞으로는 기술이 더욱 발전해 인슐린처럼 쉽게 혈액을 맞춤형으로 합성해 수혈을 받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나 암시장에서 혈액 노예로 팔리는 사람들이 없으면 좋겠다.


* 본 서평은 한빛비즈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히게 안정된 혈액 공급 체계가 이렇게 고군분투한다면, 다른 나라들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 P45

며칠 뒤 어떻게 그렇게 차분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브로히는 겉보기에만 침착할 뿐이라고 답했다. 차분해 보였던 대응은 사실 군대를 제외하면 어디에도 비길 데 없이 적극적인 외상 치료였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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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선진국 -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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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유엔 산하에 개도국에 대한 기술 지원해주는 기구인 UNCTAD 에서 대한민국의 지위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됬다는 뉴스가 나왔다. UNCTAD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2019년도에도 세계무역기구인 WTO에서 대한민국의 개도국 지위가 상실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비록 둘다 글로벌 경제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한민국이 사실상 선진국이지만 개도국의 혜택을 체리피킹한다는 비판에서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진 감이 있지만 GDP 등 외적인 지표에서 앞으로 따라가야할 나라보다 우리를 쫓아오는 나라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2. 본 책은 IT 분야에서 경력을 갖고 현재는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박태웅 씨가 여태까지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해 저자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제시한 책으로, 책띠에서 보여주는 불안한 문구(김어준 다스뵈이다가 인정한 IT 현자)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문제점 및 해결방안도 납득이 가는 책이었다. 아내 분이 저번에 내가 서평을 썼던 <상식의 재구성>의 저자였는데 부부가 모두 자신의 관점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사를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상식의 재구성>은 문제점 지적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해결방안 제시, 특히 IT와 R&D 쪽의 개선책 제시에 집중했다.

3. 책의 1부 <선진국의 조건>에서는 저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선진국의 조건을 제시하는데 단순히 GDP의 성장이 아니라 중산층의 증가, 신뢰자본의 축적(특히 저자가 IT계열에서 일했기 때문에 정부과제에서 불필요하게 점검하고 긴 허가기간이 필요해 연구주제가 구려지는 문제점을 지적함), 상명하복식 정책 진행이 아닌 바텀업식 정책(예를 들어 백서가 아닌 녹서의 제작. 일방적으로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각계각층에서 새로운 정책이나 기술에 대한 논의 후 가이드라인 제작) 등을 제시했다. 2부 <고장난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에게 주는 잘못된 신호들로 인해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깊이있는 보도보다는 클릭수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포털 뉴스 알고리즘, 입시가 끝나면 교육과 지식에 무관심해지는 교육, 자본과 긴밀하게 결탁한 언론, 소수의 재벌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착취하고 버리는 기업생태계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해결책으로 서울 외 충청권, 경남권 메가시티 구축, 소부장 기업을 위한 법제시스템 구축, 5G 인프라망 구축 등을 주장했다. 3부 <AI 의 시대>에서는 제대로된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 데이터 포멧의 표준화(공공데이터로 아래아 한글이나 pdf를 제공하지 않고 csv 포맷으로 제공), 설명가능한 AI 도입, AI가 일으킬 차별과 사회적 문제점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부문에서 AI가 만들 혁신을 제대로 맞기 위한 대응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4.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저자가 보기에 현재 한국은 선진국이지만 실상은 상하청의 갑을관계, 소득/자산 양극화, 토론 문화의 부재, 입시 외 지식에 대한 무관심, 관료주의의 폐해로 인한 R&D 효율성 부족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는 나라다. 앞으로 AI 등 첨단 기술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 것인데 그걸 위한 다양한 조건들인 서울 및 거점메가시티 구축, 5G 통신 인프라 구축, 데이터 친화적 환경 구축 등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5.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정부에 CIO(최고정보책임자)와 CDO(최고데이터책임자)를 두자는 것이다. 발전된 한국 IT 인프라와 맞지 않게 아직도 정부관련 문서들은 아래아 양식을 쓰는 경우가 많고 각종 공공사이트는 트래픽이 몰리면 쉽게 서버가 터지는 등 공적 영역에서 IT 강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심이 가는 부분이 많다. 이번에 정부에서 자체 구축한 백신 접종 사이트도 문제가 많아 결국 민간이랑 협력을 해서 개발을 한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주변에 대학원생이 많아 정부 관련 과제를 따고 관리할 때 행정적인 절차가 너무 많고 당대 핫한 키워드(ex AI, 3D 프린터 등)을 끼지 않으면 수주확률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익히 들었던 이야기가 책에서 시원하게 해당 부분을 지적해줘서 좋았다. 특히 3D 프린터 기술 등 실제적인 상용화는 어렵지만 전시용으로 내세우기 좋은 기술들이 오로지 문서상 성과를 위해서 다양한 정부부처와 기관 사업에서 쓰지도 않을 3D 프린터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책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6. 반면에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일단 레퍼런스가 충실하지 않다. 일부 각주로 인터넷 기사나 주소를 제시하고 있을 뿐 좀 더 심도깊은 문헌에 대한 레퍼런스가 부족하다. 또한, 제시된 표의 일부는 x축이 생략되있는 등 저자가 나아가야된다고 하는 데이터 강국과의 방향과 다소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그리고 IT 전공자임에도 책에서 정치, 경제, 사회, 언론,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전문성이 다소 부족해보이는 파트도 있어서 아쉬웠다.

7. <상식의 재구성> 저자가 영화 및 언론 쪽에 경력이 있어서 해당 부분을 자세하게 풀어주고 대책 또한 현실적이었다면 이번 책은 IT 전공자가 쓴 만큼 IT와 데이터, R&D에 대한 부분이 현실적으로 적혀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력을 가진 분들이 대한민국을 다방면으로 점검하고 다양한 방안을 내줬으면 좋겠다.

8. 한국전쟁, 경제발전, 민주화, IMF 및 신자유주의 정책, GDP 3만 달러 등 힘들지만 성공적인 사춘기를 보낸 대한민국은 앞으로 다가올 글로벌 경쟁 사회에서 더욱 힘든 청장년기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입시 공부에만 몰두해 다양한 것을 보지 못하던 소년이 성인이 되어 다양한 경험과 견문을 쌓아 지혜가 넓어지듯 대한민국 또한 다양한 사람과 생각을 포용할 수 있는 지혜로운 나라가 되길 기대한다.

* 해당 서평은 한빛비즈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돈을 많이 떼먹을 수록, 지위가 높을수록 벌을 주지 않는다. - P64

이선호 씨가 300kg 철판에 깔려 죽었다. 원청과 하청 간에 책임소재를 미루고 있다.119 신고도 깔린 지 10분이 지나서야 했다. 안전관리자도, 신호수도 없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같은 이야기를 거듭 거듭 듣고 있는지 모른다. - P65

‘제대로 듣는‘ 사람을 만나기가 정말 어렵다. ‘듣기‘가 사라지면 자연스레 대화와 토론도 함계 사라진다. 혼자서 대화를 할 순 없기 때문이다. - P81

법원의 판결문 미공개도 있다. 한국 사회에선 사실상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율이 0.3%쯤 된다. - P94

K씨가 "쉬라고 해서 쉬었는데 왜 등급을 떨어뜨렸느냐"고 항의하자, 요기요는 인공지능이 하는 일이라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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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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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나에게 SF소설은 아서 C. 클라크, 윌리엄 깁슨, 아이작 아시모프로 대표되는 작가들이 미래 과학기술에 대한 상상력, 그 속에서도 인간의 삶과 고뇌를 담은 일종의 문학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어릴 때는 <유년기의 끝>,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뉴로맨서> 등 다양한 소설을 읽었지만 삶에 쫓기다보니 소설 등 문학보다는 비문학쪽 책을 많이 읽게됬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SF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2. 출판사 황금가지는 이영도의 <피를 마시는 새>, 프랭크 허버트의 <듄>, 스티븐 킹의 <샤이닝> 등 판타지와 SF소설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 번씩은 들어봤을 만한 소설들을 내가 중학교 다닐 때부터 냈던 곳이라 소설의 재미와 깊이는 보장됬다고 생각했다. 또한 SF소설계에서 휴고상과 네뷸러상은 밖에서 견주자면 노벨상에 가까운 것으로 동시 수상한 대표적인 소설들의 예는 <듄> <라마와의 랑데부> 등으로 SF소설 장르를 넘어선 문학미까지 갖추고 있는 작품들로 읽기 전 기대감이 매우 넘쳤다.

3. 소설은 시간 전쟁 속에서 대립하는 세력인 에이전시와 가든(정원) 속에 각각 속한 레드와 블루라는 여자 요원들이 서로를 추격자처럼 뒤쫓으면서 호기심에 편지를 교환하기 시작하면서 사랑에 빠지고 자신의 동료를 배반하면서 시간 전쟁 속에서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이야기로 큰 줄거리 자체는 전형적인 틀을 따르고 있다. 이 소설의 매력은 디테일들에 있는데, 첫째 편지라는 아날로그적 소재를 SF적인 분위기에서 잘 풀어낸 점이다. 초반에는 디지털이 많이 발달된 지금 시점에서도 편지를 잘 안 쓰는데 하물며 미래시대가 배경이며 각종 시간대를 넘나드는 소설에서 편지, 그것도 연애편지가 어울릴까 싶었는데 적대하는 세력의 요원끼리 비밀스럽게 연락하는 수단이라는 개연성이 있었고 때로는 조류의 모습, 때로는 화산 속 끓어오르는 화염의 모습, 진동하는 물 분자의 모습 등 SF다운 모습의 편지로 편지라는 소재를 어색하지 않게 하였다. 둘째 책 전체에 색을 잘 활용한 점이다. 각 장의 시작마다 빨간색이면 레드가 화자고, 파란색이면 블루가 화자를 표시해주고, 책 표지나 목차 등에도 파란색과 빨간색의 나선이 서로 꼬여 약간의 보랏빛을 나타내는 것은 전체적인 스토리를 함축하고 있다. 또한 편지에서 레드와 블루가 서로를 센스있게 지칭하는 말들 (무드 인디고, 블루디바디, 0000FF 등 모두 파란색을 지칭) 작품의 재미를 더해준다. 마지막으로, 각종 역사적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의외로 동양에 관한 것도 많다는 점이다. 때로는 소크라테스와 같이 전쟁을 치르고, 스탈린과 같이 독일군과 싸우지만 징기스칸과 우정을 나누고 굴원과 이백의 시를 이야기하는 장면도 있다.

4. 반면에 조금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다. 첫째, 시간 전쟁에 대한 묘사가 복잡해 초반에 스토리를 따라가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예전에 <나인폭스갬빗>을 읽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현대 SF소설은 설정을 미리 알고 읽는게 아니면 초반부에 막히기 쉬운 것 같다. 시간선을 왔다갔다하며 작은 변화로 목적하고자 하는 미래의 사건의 변화를 일으키거나 요원들의 전쟁 장면들에 대한 묘사가 이해가 안 가는 장면도 있었다. 둘째, 레드와 블루가 서로 사랑에 빠진 것의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다. 가정이나 인간적인 온정을 빼앗긴 채로 자란 둘이 호기심으로 시작된 편지를 통해 친해질 수는 있겠지만 서로 목숨의 위협을 느껴가면서 극도의 사랑의 감정을 느낄 만한 사건이 많이 부족해 감정선을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중단편(novella)으로 쓰여져 분량이 짧아서 그런지 몰라도 급전개인 감이 있어서 아쉬웠다.

5.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작가 두 명이서 편지 형태로 단시간 내에 이런 스토리를 구상하고 시간 전쟁이라는 SF적인 소재와 아날로그적인 편지를 엮고 스토리 전체에 색감과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한 점이 이 소설의 특유의 매력인 것 같았다. <듄>이나 아서 C. 클라크의 소설과 같은 중후한 느낌은 없었으나 현대 SF소설에 대한 흥미를 다시 붙여준 책이다.

* 본 서평은 황금가지 출판사의 협찬에 의해 제공되었습니다

너와 나, 우리 둘은 어쩌면 그렇게도 이 전쟁이라는 커다란 전체의 축소판일까 하는 생각을. (중략) 우리 목적이 반드시 우리가 쓰는 수단을 닮는게 아니야 - P55

아무리 생각해도 난 읽음 표시 메세지가 더 마음에 들어. 그건 우리가 전파를 통해 느린 텔레파시로 나누는 인스턴트 악수 같은 거니까. 하지만 이 편지라는 것도 그 나름의 한계 안에서 멋진 기술이야. - P64

전투가 끝나면 나는 거의 불사신이 된 기분이 들 정도야. 어찌 보면 아킬레우스와 비슷하지. 발이 빠르고, 맞아도 별로 다치질 않으니까. 난 오로지 우리의 편지가 자아낸 이 실재하지 않는 공간에서만 약해지는 느낌이 들어.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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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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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푸른 얼굴, 나사못이 박힌 머리, 큰 덩치의 좀비같은 모습의 프랑켄슈타인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하지만 그 원전이 되는 멜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다가 현대지성에서 서평 협찬을 받아 읽게되었다.


2. 읽으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만든 박사(사실은 학사 ㅋㅋ)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의외였던 점은 작품이 굉장히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철학적이라는 것이다. 읽기 전까지는 단순히 프랑켄슈타인은 유명한 서양 괴물이 나오는 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과연 고전명작이긴 하구나 싶었다.


3. 내용은 상식과 크게는 다르지 않았다. 주인공인 프랑켄슈타인이 죽음을 초월하고자 인조인간을 만들었으나 그 인조인간이 제어되지 않고 폭주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디테일이 새로웠다. 자신이 만든 생명체가 흉측하고 악행을 하는 생물이었기 때문에 창조한 입장으로 책임을 느끼는 프랑켄슈타인(창조주)과 처음에는 창조주에게 애정과 보살핌을 갈구하고 인간사회에 속하려 했으나 지속되는 혐오와 멸시로 인해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고뇌를 하며 타락해가는 괴물(피조물)의 모습을 잘 나타냈기 때문이다.


4. 작품에 대한 해석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생명을 창조해내고 자신만만하던 주인공이 결국 피조물을 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친지를 모두 잃어버리고 인생이 파괴되는 것을 보고 발전된 과학기술을 통제하지 못한 인간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또, 프랑켄슈타인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의 흉측한 외모나 기괴한 음성때문에 그 속에 있는 따뜻하고 여린 성품을 세상과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고 차별했다는 점에서 소수자 차별로 해석하는 관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가 더욱 공감이 갔다. 읽으면서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출생 후 가정환경이 나빠져 아이의 탄생과 성장에 부모가 기뻐하지 않고 냉대와 무시를 해 결국 아이는 범죄자가 되는 이야기가 상상이 된다.


5. 부제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인 것을 보면 전자의 해석이 타당하겠지만, 그 해석으로는 피조물의 고뇌가 반영되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창조주와 피조물의 고뇌와 고민이 잘 느껴진다. 창조주는 창조주 나름대로 프랑켄슈타인의 첫 탄생때부터 흉측한 외모에 놀라 도망가 상처를 입힌 잘못이 있지만, 주변 친지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무릅쓰고도 악행을 저질렀고 앞으로도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피조물에 대한 책임감으로 그에게 행복보다는 죽음을 선사해야되는 입장이 이해가 간다. 반면에 피조물은 피조물 나름대로 각종 선행을 하고 인간 지성에 대한 공부를 했으나 반복되는 멸시와 목숨을 위협하는 공격을 받고 결국 인간과 사회에 대한 분노로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입장도 이해가 간다.


6.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제일 고민이 됬던 지점은 결국 '누가 괴물을 만들었는가?' 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외모는 흉측했으나 처음부터 괴물이라고 보긴 어려울 정도의 심성을 갖추고 선행을 베풀었다. 반면에 창조주를 포함한 인간들은 외면만 보고 피조물을 이해하려하지 않고 해하고 공격하려 들어 결국 피조물이 진짜 괴물이 되게 만들었다. 물론 살인자가 불우한 과거를 갖고 있다고 해서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 것처럼 좋지 않은 배경이 피조물의 악행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책 속의 피조물도 인정함) 하지만 누구 한명이라도 피조물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면 그는 진짜 괴물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마지막 브레이크가 풀리기 전에만 해도 피조물이 원했던 것은 복수가 아닌 자신과 같은 종족의 배우자였다)


7. 만약 해석을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이해한다면 일반적인 사람들의 악의 없는 오해와 편견이야말로 소수자들이 괴물로 돌변하게 되는 원천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여러가지 의미로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8. 또한, 작가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남편의 이름으로 출간됬다가 남편 사후 개정판을 내면서 본인의 이름으로 냈다가 각종 악평에 시달렸다는 배경이 있다. 메리 셸리는 그러한 차별 속에도 불구하고 작품활동을 꾸준히 했고 괴물이 아닌 문학의 지평을 넓힌 여성작가로 우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는 건은 의미심장하다.


* 본 서평은 현대지성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창조주여, 제가 부탁했습니까? 진흙에서 나를 빚어 사람으로 만들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절 끌어내달라고?

이것이 내가 베푼 일에 대한 보상이었소! 한 인간을 죽음에서 구했는데 보답으로 나는 이제 살과 뼈가 으스러지는 끔찍한 고통으로 몸부림쳐야 했던 것이오. 조금 전까지 품고 있던 호의와 온정이라는 감정은 사라지고 이가 갈리는 지옥같은 분노만 남았소. - P180

내 이익을 위하려고 영원히 이어질 후세대에 이런 저주를 남길 권리가 내게 있는가? (중략) 미래 세대가 나를 인류의 역병 같은 자로, 즉 제 한 몸을 건사하려고 전 인류의 생존을 주저 없이 희생양으로 삼은 이기적인 존재로 저주할 것이라는 생각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 P216

"인간은 누구나 가슴에 품을 동반자를 찾고 짐승조차 짝을 찾는데
나만 혼자여야 한단 말이냐? 내게도 사랑의 감정이 있었지만, 돌아온 건 혐오와 경멸뿐이었어. 너라는 인간, 날 증오해도 좋다. 하지만 조심해! 앞으로 너는 공포와 불행으로 시간을 보내게 될 거고, 곧 벼락이 떨어져 네 행복을 영영 앗아갈 것이다. 나는 참담한 불행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네놈은 행복할 것 같으냐? 다른 열정은 다 짓밟혀도 복수심은 남는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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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식시오 - 주식 중독에 빠진 정신과 의사가 10번의 좌절 끝에 찾아낸 주식투자 심리의 법칙
박종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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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 2020년 한 해는 주식은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던 대부분의 사람들도 주식계좌를 만들고 시간이 날 때마다 모바일 MTS를 확인하게 만드는 해였다. 재테크에 대해 언젠가는 해야된다고 생각했으나 주변에서 주식으로 크게 실패한 케이스를 많이 본 나였지만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이야기에 낄 수 없는 분위기에 밀려 12월 말에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



2. 주식 시작 전에도 '코스닥은 위험하다' '테마주/제약바이오는 위험하다' 정도는 알고 있었고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큰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증권앱을 깐 뒤 '공부한 다음에 사야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약 3주간 아무 것도 매수하지 않았으나 주변에서 역대급 수익을 인증하는 덕분에 FOMO 증후군에 걸려 처음 산 주식은 삼성전자였다. 지금도 차트나 재무제표를 잘 볼 줄 모르는데 당시에는 그냥 삼성전자는 무조건 좋은 주식이고 떨어지더라도 언젠가는 오른다는 생각에 9만원이 약간 넘어간 시점에 매수했다. 운 좋게도 별 생각없이 신고가를 찍었을 때(약 6개월 지난 지금에도 전고점이 깨지지 않았다) 그냥 모두 팔아버렸다.



3. 기가막히게 판 다음부터 주가가 서서히 비실거리기 시작하더니 9만원 선을 두고 영화 <고지전>을 방불케하듯 왔다갔다하다가 결국은 8만전자로 추락하는 것을 보면서 아무 근거 없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부 안 해도 수익이 날 수 있구나' '내가 그래도 아주 못하지는 않나보네?'. 또, '내가 당시 100주를 샀더라면? 1000주를 샀더라면?' 이런 생각에 배가 아프기까지도 했다. 한참 주변에서 실시간으로 미국 레딧 밈주였던 게임스탑이나 AMC 등으로 순식간에 30%, 50%를 먹는 모습을 보니 눈이 돌아가기 시작해 급등주를 사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수-매도 버튼도 익숙하지 않아 지정가 거래를 할 수가 없어 시장가로 던지던 주제에 스캘핑 흉내를 내고 있었으니 나 자신도 기가 막힌다.


 

4. 며칠 반복하니 크게 얻을 때도 있고 크게 잃을 때도 있었는데 결국 일과 병행하다보니 까먹고 한번 매도타이밍을 놓쳐서 강제로 존버하게 되었는데 그 때 기준으로 나에게 투자했던 원금 백만원단위 돈은 매우 큰 것이어서 (지금도 적은 돈은 아니다) 매일매일 시세창을 바라보면서 '본전만 건지면 털겠다'라는 생각으로 불안에 떨었었다. 이제 안전하게 투자하겠다는 생각은 온데간데 없고 주변에서 들은 고오급 기술인 물타기(..)를 해서 더 상황을 악화시켰다가 운좋게 -5%까지 반등했을 때 바로 손절했다. 당시 나는 남는 시간마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그랬는데 주식을 시작하고 특히 테마주에 물린 다음부터는 혼자 있으면 주식 생각이 많이 나서 괴로웠기 때문에 손절한 뒤 다시는 주식을 하지 않겠노라하고 주식앱을 지워버렸다.



5. 그렇지만 놀랍게 며칠 뒤에 주변에서 단타로 수익을 먹는 것을 보고 배가 너무 아파 다시 깔고 LG 디스플레이를 꽤 많이 매수했는데 테마주에 물린 것보다 더 많이 물렸었다. LG디스플레이도 어찌저찌 반등이 올 때 팔아버렸다. 여러분은 이러한 바보같은 경험이 없었는가?



6. 나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주식 투자자의 심리가 이 책에는 잘 담겨있다. 저자는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스스로 소개하기에 내성적인 편이고 안전지향적인 사람임에도 첫투자로 얻은 수익의 달콤함에 빠져 아무 분석없이 더 큰 액수의 투자를 진행해 작전주, 우량주 등 다양한 종목에서 물렸으며 큰 손실을 입었음에도 빨리 손절하거나 물타지 않고 버티다가 손해만 더 커진 뒤 결국 복구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 팔아버린 후 다시 올린 종목을 보면서 배앓이를 했다.



7. 본 책은 저자가 이러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정신의학적 분석과 당시 느낀 심경을 적나라하게 적어둔 책으로 문장들이 굉장히 공감이 많이 갔다. 저자가 겪은 실수들을 모두 해봤으니 말이다. 저자와 나의 차이점은 저자가 나보다 더 큰 액수를 투자했고 때문에 크게 물렸다는 것이다. 또한 나는 본업에 예전보다는 소홀해졌었지만 매도타이밍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일을 우선시했지만 저자는 직장에서 짤릴 정도로 일상생활의 리듬이 파괴됬다는 점이다.



8. 놀랍게도 직장에 잘리고 반성한 뒤 주식앱 비번을 5번 틀려서 지점을 방문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만들거나 매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게임부터 한시간 하기 등의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또 다시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나 또한 급등주에 물린 기억을 잊고 LG디스플레이에 물렸었다. 주식뿐만 아니라 마약, 흡연 등에 중독된 사람들이 한두번 크게 후회한 뒤에도 다시 그 행동을 반복한다고 한다.



9. 이렇게 저자는 잦은 후회와 실수를 했고 수업료를 지불할 때마다 재무제표와 차트, 다양한 금융지식을 강제로 쌓게 되었으며 반복되는 실수들의 공통점을 분석해 주식 투자 전에 마인드 조절을 하는 등 여러번의 노력을 통해 결국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10.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내용이 공감이 많이 간다는 점이다. MTS 사용법도 잘 모르지만 매수랑 매도를 어떻게 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MTS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기업의 실적과 일봉, 주봉도 보지 않고 그냥 매수했던 모습은 나를 포함한 주린이들의 어리석지만 공통된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좋았던 점들이 있다. 첫째, 각 챕터마다 저자가 하고 싶은 핵심 문장에 줄이 쳐져있다는 점이다. 가독성이 좋은 책이지만 이렇게 밑줄을 통해 쉽게 요약할 수 있어 매우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둘째, 주식 중독을 대처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되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인 만큼 정신과 이론과 주식 중독에 빠져봤던 경험을 종합해 주식으로 인해 불안하거나 충동적으로 종목을 매수하고 싶어지면 게임을 한다든지 아침에 일어나서 주식앱을 키지 않고 운동부터 한다든지 등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이 실려있어서 좋았다. (구체적인 것은 파트 6을 참조할 것) 셋째, 뒷부분에 주린이들을 위해 PBR, PER, 영업이익률 등 기초 개념과 초보자가 반드시 피해야될 주식의 조건(공매도잔량, 전환사채 등)과 같이 최소한의 주식 개념이 실려있던 점이다. 나는 이전에 기본개념서들을 읽었지만 정말 100페이지도 읽지 않고 투자를 하고 싶다는 친한 친구가 있어서 내가 읽었던 내용을 요약한다면 저자와 같을 것 같다. 넷째, MBTI별 투자성향, 도파민형 투자자와 세로토닌형 투자자 등 저자가 만든 고유의 개념들이 흥미로웠다는 점이다. 저자도 사람의 유형이 명확하게 구분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읽다보면 주변 친구들의 다양한 투자 성향이 떠오르는 등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11. 아쉬웠던 점들도 있었는데 첫째, 내용의 중복이 다소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자신이 느꼈던 실패와 후회를 반복해서 강조하다보니 같은 내용이 중복되어 읽는 도중 텐션을 다소 떨어뜨리게 하는 부분이었다. 둘째, 저자가 겪었던 최악의 상황에 대해 공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는 저자의 경험과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공감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 역시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만 저자가 정신과 의사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대출도 많이 받을 수 있으며, 투자를 신경쓸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진 직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굉장히 특수한 경험을 적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책의 집필의도 중 큰 것이 주식중독자의 마인드에 대한 분석인 만큼 주식중독 체크리스트 등의 내용이 전반부에 배치됬으면 더 좋았겠다는 점이다.



12. 주식을 이미 입문한 사람에게는 과거에 경험했던 실패(혹은 현재도 멘탈을 관리하지 못해 벌인 실수)를 제 3자의 시선에서 객관화할 수 있고 아직 주식을 하지 않은 사람에겐 일종의 경고서이자 최소한의 지침서로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 책 파트4, 파트 6에서 나온 주식 개념은 약 100페이지도 되지 않지만 주식 개념서나 유투브도 보기 싫은 사람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줄 수 있다. 책에서 밝혔듯 전쟁 나가는 군인에게 총은 못줘도 막대기는 쥐어줘야하지 않을까?


 

*본 서평은 협찬으로 제공되었음을 밝힙니다.



따라서 도파민에 취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조언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중독을 쉬어갈 수 밖에 없는 강제력, 이른바 ‘욕망의 휴게소‘다. - P91

정리하자면 공감 능력이 부족한 나르시스트들이 특히나 더 주식투자에 큰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 P128

초보자 주변에는 반드시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PER, PBR 그런 거 몰라도 주식 잘할 수 있어. 주가랑 관련없어," 투자에 있어선 부디 그런 친구들을 가급적 멀리하기를 권유한다. 인내와 배움은 쓰고 게으름의 유혹은 언제나 달콤한 법이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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