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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시즌2 : 18 ㅣ 미생 (리커버 에디션) 18
윤태호 지음 / 더오리진 / 2023년 8월
평점 :
[My Review MDCCCXXII / 더오리진 5번째 리뷰] 지난 줄거리에 이어 '원 인터의 천 과장 일행'과 '온길 인터 장그래 일행' 들의 사활이 달려 있는 출장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출장규모는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천 과장 일행은 '철강 온라인 플랫폼 사업'라는 판을 짜기 위해서 전무와 부사장까지 대동하고 사업규모를 크게 키웠다. 그래서 천 과장 일행은 오히려 '자기 사업(CIC: 사내독립기업)'을 시작하려다 부사장의 욕심(부하직원의 아이디어를 강탈해서 자기 실적으로 빼앗음)만 챙겨줄 위험부담까지 안게 되었다. 그래서 부사장을 모시고 '강 대리와 장백기 사원'이 수행하고 있는 와중에 '천 과장(전무쪽 사람)'까지 부랴부랴 파견되어 부사장의 행동을 '감시 아닌 감시'를 하러 합류하게 되었다. 한편, 온길 인터의 장그래 일행은 '오 부장, 김 과장'과 함께 '중동지역 중고차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러 출장을 떠났는데, 바이어들과 여러 차례 만남(미팅)을 주선 받았지만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만 확인하게 된다. 중고차 사업을 하면 좋지만 안 해도 좋다는 느낌만 받은 것이다. 그렇게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뜻밖의 인물과 조우하게 된다. 바로 '요르단 중고차 시장'에서 비리를 저지르고 원 인터에서 퇴출 당한 '박종식 과장'을 말이다. 그는 요르단 암만의 중고차상과 거래를 먼저 했었고, 끝내 '사기'를 쳐서 폐차를 할 수밖에 없는 중고차를 넘기고 거액의 계약금을 챙겨 사라져버리는 수법을 실행한 것이다. 그로 인해 중동지역의 중고차 거래상들에게 '한국 바이어'는 기피 대상이 되었고, 온길 인터는 뒷북을 친 셈이라 수출계약에 미온적인 반응만 받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장백기와 장그래는 '사업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인재 중의 인재들이다. 장백기는 '부사장의 딴 속셈'을 일찌감치 간파하고서 '영업3팀의 사업'을 부사장에게 홀랑 빼앗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천 과장에게 소식을 전했고, 천 과장은 '전무'를 움직여서 '부사장'을 견제하도록 운을 떼며 '실속'을 챙기는 선택을 했다. 어찌 보면 '천 과장의 선택'은 영업3팀의 사업아이템을 '부사장'에게 빼앗기느냐, '전무'에게 빼앗기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쪽에 빼앗기든 천 과장과 영업3팀은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을 '숟가락'만 얹은 윗전에게 빼앗기고 들러리가 될 판이다. 하지만 천 과장의 선택에서도 잇점은 있다. 대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줄(라인) 타기' 신공을 펼치는 방법이다. 어느 쪽 '라인'을 타야 콩고물을 확실히 얻어먹고 '자기 사람(부하직원, 여기선 '영업3팀 직원')'에게도 그 콩고물을 확실히 건내줄 수 있느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정치술'이며 결정적으로 '내'가 살아야 '자기 식구'도 챙길 수 있다는 절실한 동아줄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천 과장은 '그런 선택'보다 훨씬 고단수일 것으로 짐작한다. 애초에 CIC까지 고려하며 선택한 사업아이템인데, 그걸 홀랑 빼앗기고 남 좋은 일만 할 수는 없지 않느냔 말이다. 또 그렇게 해서는 '자기 식구들' 앞에서 면이 서지도 않을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천 과장의 선택'은 궁극적으로 부사장보다 전무쪽 라인을 탈 것이며, 그렇다고해서 부사장을 면박 주고 망신살이 뻗치게 만드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천 과장의 선택은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선택'이랄 수 있다. 그럼 당연히 '처남'인 자신도 끝내는 득을 볼 것이고, 잘 하면 '양쪽에서 이득을 챙겨주느랴' 기대보다 더 많은 잇속을 챙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장그래는 특유의 '번뜩이는 성실함'으로 요르단 암만의 중고차 거래상이 당한 '사기로 인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과거 박종식 과장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간파하고서 끝내 피할 수 없는 외통수로 박 과장을 꼼짝 못하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정의구현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사업을 하다보면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법이고, '속는 사람'이 더 잘못이라는 관례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거래 사기'를 하면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지사이고, 그에 대한 손실이 발생했으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절차'를 밟기 위해선 거래 사기를 친 '장본인'을 확실히 붙들고 있어야 하며, 사기 피해자가 '소송'을 걸겠다는 굳은 의지가 먼저 요구된다. 왜냐면 이러한 '소송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많고 많으며 길고 긴 '서류 전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 지난한 시간동안 청구되는 '법률비용'은 엄청나게 불어나고 말이다. 그렇기에 말도, 글도 서로 통하지 않는 '외국과의 거래'에서 이런 법률소송전이 벌어진다면 회사가 크거나 법조인을 맘대로 부릴 수 있는 '여유자금'이 없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인 법이다. 그래서 장그래도 박종식 과장의 사기행각이 괘씸하긴 하지만 일개 '중소기업 대리'가 소송을 걸어 해결해준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김부련 온길 사장은 다르다. 회사의 명운이 걸려 있을지도 모르는 법정소송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박종식 과장의 비리 때문에 김부련은 원 인터에서 '책임'을 지고 퇴사해야만 했다. 그것만으로도 개인적인 원한은 충분하지만, 문제는 '비용문제'다. 그런데 이번 요르단 중고차 사기사건에 대해 해결을 '한국계 회사측'에서 시도했다는 소문이라도 퍼지게 되면, 향후 '요르단' 뿐만 아니라 '중동지역' 전체에서 온길과 중고차 거래를 트려고 몰려들 것이라는 판단이 선 것 같다. 이는 19권이나 20권, 아니 '최종화'에서 결판이 날 것이겠지만 말이다. 암튼 그런 기대를 품으며 대미를 장식할 <미생>을 맞이하려고 한다.
<미생>은 정말 멋진 인생드라마를 보여주었다. 정말이지 곱씹고 또 곱씹어 봐도 '재미'가 끝없이 우러나온다. 이것 하나만으로 '소장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되어 '시즌1'은 단박에 구매까지 했더랬다. 그런데 그런 기대가 '윤태호 작가의 부상'으로 인한 연재중단으로 살짝 시들해져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시즌2' 구매를 미뤄왔었다. 그렇게 연재가 중단된 상태에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완결'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일단 '연재가 멈췄던 부분'부터 말이다. 하지만 읽다보니 '시즌1'의 내용이 다시 등장하며 '시즌2'의 줄거리 전개는 마치 '수미쌍관 구조'처럼 앞뒤가 매칭이 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시즌1'을 다시 읽어볼 작정이다. 물론 리뷰도 함께 말이다. 그렇게 '시즌1과 시즌2의 리뷰'를 동시에 쓰지 않을까 싶다.
암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출장이야기'로 마무리 하련다. 출장은 사업을 하면서 꼭 필요한 것일까? 요즘처럼 '온라인'으로 못할 것이 없는 세상인데 말이다. 결재나 송금까지 '온라인'으로 뚝딱 해결되는 시대에 굳이 '오프라인'격인 출장이 웬말이냔 말이다. 허나 견실한 사업을 하고 싶거나 '거래 사기'를 당하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실물 확인'은 필수인 법이다. 실물 거래가 아닌 단순한 '사업 아이템' 확인차라고하더라도 '현장 확인'은 꼭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필수적인 '계약서 작성'도 직접 만나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면 계약서에서 중요한 것은 '사인'이겠지만, 계약하는 당사자와 '눈빛 교환'이라도 하고 '악수'라도 건네다보면 실제로 얻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 '원 인터'와 '온길 인터'의 출장길이 바로 그런 의미다. 원 인터처럼 거대한 대기업 부사장도 '계약성사'가 아닌 '단순한 만남(미팅)'을 위해서 직접 발로 움직인 것이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신용'이 생명이기 때문에 더욱더 '직접대면'이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대기업 부사장조차 자신이 '믿을만한 사업파트너'라는 것을 찜콩하기 위해서 어렵사리 만남을 주선하고 '한사람 한사람' 다 만나려 하는 것이다. 그래야 견실하고 확실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온길 인터처럼 작은 중소기업은 '출장'이 더 어려운 법이다. 현장답사할 '사람'도 부족하고, '비용'은 부담되고, '준비'는 죄다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출장이라면 '전담부서'가 따로 있어서 '출장비용과 출장준비'를 대신해주기 마련이다. 거기다 회사사람도 많으니 부서에서 몇 명이 빠지더라도 '대체할 인원'이나 '보강할 인원'은 차고 넘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대기업 출장은 여유로운 편이지만, 중소기업의 출장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스스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서포터'가 절대부족이다.
그렇기에 출장을 떠날 땐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하다 못해 '이쑤시개'나 '비상용 응급약품'까지 다 준비해가야 한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일어날지 아무런 예측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임기응변'도 능수능란하게 부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장그래가 펼쳐보인 '임기응변'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모두가 '한국사람'과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미적지근한 분위기에 '거래사기 정황'을 상세히 들려달라 하고, 그 정황을 바탕으로 '작전'을 짜져 사기 친 장본인을 찾아냈겠는가. 거기다 한국회사와 두 번 다시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민함마저 대단해 보일 정도다. 아무리 웹툰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지만, 실제 상황이라고해도 '감동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진솔함이 묻어나서 또다시 반해버릴 수밖에 없지 않느냔 말이다.
암튼, 이번 장그래의 활약을 보고서 <미생>을 다시 '정주행'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