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쫌 아는 10대 - 우주론 카페 빅뱅에 온 걸 환영합니다 과학 쫌 아는 십대 4
이지유 지음 / 풀빛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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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학문에 그런 면이 있지만 '천문학'은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왜냐면 '연구대상'이 거의 대부분 '가볼 수 없는 곳'이면서, 동시에 '바라볼 수만 있는 것'인 탓이다. 그것도 다양한 시선이 아닌 '오직 한 방향'으로만 바라보는 편향된 연구를 하면서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야 겨우 알아낼 수 있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과학'이기 때문에 상상에 그쳐서는 안 된다. 관찰된 결과를 토대로 세운 '가설'을 수학적인 방법으로 정확하게 증명하여야 인정받는 학문이기도 하다. 그런 탓에 '천문학'에는 유독 천재적인 면과 어린아이의 순수한 면을 동시에 가진 과학자들이 많다. 물론, 대표적인 천문학자는 '칼 세이건'이다.

 

  하지만 이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는 결이 다른 '우주의 탄생과 신비'를 다룬 '빅뱅 이론'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우리에게 '별똥별 아줌마'로 기억되는 이지유 작가의 책이기에 어린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긴 하지만, 책 내용은 '일반독자'에게도 조금은 어려운 내용이 가득하다. 특히나 '천문학'이 생소한 독자라면 더욱 그럴 것인데, 그건 '천문학'이 유독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아직 '인류가 알고 있는 우주'가 고작 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천재적인 천문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우주의 비밀을 전체의 4%를 알아냈고, 나머지 96%는 앞으로 밝혀내야 할 연구과제인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류는 아직도 '기술적'으로 지구밖을 나가기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그동안 쏘아올린 우주선과 탐사선, 그리고 인공위성이 '우주쓰레기'가 되어 골치를 썪이고 있을지경인데도 고작 위성인 '달'에 딱 한 번 착륙해본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태양계 내에서 지구에 가장 가까운 행성인 금성은 너무 뜨거워서 갈 엄두도 못내고 있고, 그 다음 화성은 아무리 빠른 우주선을 보내도 가는데만 몇 달, 오는데는 몇 년이 걸린 탓에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탐사'를 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이니 태양계를 품고 있는 '우리은하'는 물론이거니와, '다른은하'를 가볼 생각은 꿈에서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물론 미래라고 해서 그닥 달라질 것도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 인류가 '우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은 '우주의 신비'를 알아내는 일이 '인류의 미래'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연관성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분명해지고 깊어지고 있는 까닭에, 이제는 없던 관심도 가져야만 한다. 단순히 '제2의 지구'를 찾으려는 노력이나, '외계지적생명체'를 찾는 일 뿐 아니라, 지구의 미래 경제분야에 '우주관련상품'이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헬륨-3'라는 자원이 달에 많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세계 각국은 이런 '우주자원'에 속속 관심을 나타내면서 노골적인 과학기술력을 자랑으로 삼기에 바쁘다. 이렇게 미래 우주자원을 선점한 나라가 '신대륙'을 발견하여 엄청난 국력신장을 이끌어냈던 '대항해시대'처럼 미래에는 '대우주시대'를 열 것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떠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도 바로 그 '대우주시대'에 당당한 첫 발을 내딛었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런 시점에 '우주'에 관한 공부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게 되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베이컨의 명언은 다가올 우주시대에 가장 바람직한 명언일 것이다. 더구나 모르는 것 투성이인 '우주'는 그만큼 관심을 받기에 딱 맞는 학문이기도 하고, 공부하는 보람도 느낄 수 있는 학문이란 얘기다. 그런데 '빅뱅' 이야기는 언제 할 거냐고? 우리가 알아야 할 '빅뱅 이론'은 지금의 우주가 이렇게 만들어진 까닭을 밝혀낼 수 있는 현재까지 가장 적절한 가설이라는 사실이다. 고작 4%를 알아낸 현재로써는 최선인 '이론'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나머지 96%에 해당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관한 비밀을 풀어내면 또 달라질 이론이란 말이다. 그런데 왜 알아야 하냐고? '천문학의 발자취'를 담고 있는 인류의 오랜 역사를 공부하면서 얻는 지식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토인비가 말했던 '도전와 응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그런 지식 말이다.

 

  웬만한 '천문학' 책의 내용이 너무나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탓에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다. 이 책은 10대를 위한 책인데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읽어야 할까? 읽어도 이해하지 못할 내용으로 가득한 책인데 말이다. 심지어 '천문학' 따위를 몰라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 없는데도 말이다. 결론은 읽어야 한다. '막장 드라마'를 보듯 천문학 책을 읽어야만 하는 시대다. 뭐..'막장 드라마'도 뭔 내용인지 모르고 보기는 마찬가지니, '천문학'과도 통하는 면이 없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천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고작 4%만을 밝혀냈을 뿐이지만, 고작 4%를 밝혀내기 위해 평생을 연구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감동 스토리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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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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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에서 유명한 두 대사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니라"다. 난, 첫 번째 대사를 '복수'로 파악했고, 두 번째 대사를 '욕망'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햄릿>은 인간이 가진 여러 성격 가운데 '복수와 욕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랄 수 있겠다.

하지만 <햄릿>에서는 복수와 욕망의 끝은 '비극'이라는 결말로 끝맺음을 하고 있다. 왜 복수를 하고도 행복할 수 없고, 욕망을 추구하고도 행복할 수 없는가? 그렇다면 인간에게 복수와 욕망이란 과연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게 된다. 바로 이런 맛이 '문학'을 읽는 맛일 것이다.

암튼, 우리의 주인공 햄릿은 죽은 아버지를 위한 복수를 결심하지만 좀처럼 실행에 옮기질 못한다. 과연 '완벽한 복수'를 하기 위한 장치였을까? 설령 완벽한 복수를 했더라도 결코 행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어머니의 욕망(?)'이 햄릿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오~ 약한 자여, 그대는 왜 여자입니까?

과연 햄릿의 어머니는 '욕망덩어리'였을까? 그건 아니다. 셰익스피어는 어머니가 욕망을 추구하게 된 계기나 원인을 밝히지 않았다. 그저 '욕망했다'고 전할 뿐이다. 햄릿에게는 번뇌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에 반해, 어머니가 왜 결혼을 두 번이나 했는지? 그것도 전 남편의 동생과 했는지 밝히질 않고 있다. 그저 '여자'란 으레 남자를 밝히기 마련이라는 뉘앙스만 풀풀 풍기면서 맹비난을 쏟아 붓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400여 년 전,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가 '남자들의 전성시대'라고 할지라도 여성을 맹목적인 비난의 대상으로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쨌든, 햄릿을 비롯해서 주변 등장인물이 거의 대부분 죽음에 이르고서야 이야기가 끝맺는다. 과연 누가 성공했을까? 복수와 욕망을 추구한 결과가 '비극'적이라는 결론만 남겨 두었다. 그런 까닭에 복수도, 욕망도 '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작품인걸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두고두고 읽으면서, 이런 궁금증들을 풀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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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모자이크 - 뇌는 남녀로 나눌 수 없다
다프나 조엘.루바 비칸스키 지음, 김혜림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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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혹 음식점에서 공깃밥을 주문하면 남자는 가득 담아주고 여자는 덜 담아주는 경우가 있다. 같은 가격을 받으면서 말이다. 분명 '차별'이다. 하지만 이유는 있다. 밥 한 공기로 양이 차지 않는 건장한 남성이 배부르게 먹으려면 가득 담아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부분의 여성은 의도적으로(?) 공깃밥의 반을 남기면서 덜 먹으려 한다. 한 공기를 다 먹으면 배가 부르는 여성도 많지만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일부러 남기는 여성도 많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그런가보다 할 수 있다. 근데 남자들 중에도 밥 한 공기를 다 못 먹는 소식가들이 있다. 물론 여자들 중에도 밥 한 공기로는 허기를 채울 수 없는 대식가가 있고 말이다. 그런데 식당 아줌마가 재량껏(!) 빼빼 마른 남성에게는 살 좀 찌라며 더 많은 밥을 퍼주고 덩치 큰 여성에게는 그만 좀 먹으라며 밥을 더 달라는 여성의 요청을 묵살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곤 한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과연 식당 아줌마는 왜 '차별'을 했을까? 같은 가격을 받는 '밥 한 공기'에는 어떤 사연이 담긴 걸까?

 

  <젠더 모자이크>는 남자와 여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애써 남녀로 '구분'을 했을 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예로 들기도 한다. 이를 테면, 복용약 가운데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따로 판매하는 약이 있다. 성분은 똑같지만 복용하는 양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임상실험결과를 근거로 남자는 1알 전부를, 여자는 1알의 반만 복용하도록 따로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남성용', '여성용'으로 알맞게(?) 복용했을 때 효과가 미약하거나 때론 심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그 까닭은 잘못된 구분법으로 판매한 탓이다. 애초에 남자와 여자로 구분하지 않았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예를 들어, 수면제의 경우, 건장한 남성이 1알을 먹으면 푹 잠을 잘 수 있다. 대부분의 여성은 '반알'을 먹으면 역시 푹 잘 수 있다. 하지만 저체중의 남성이 1알을 먹으면 아침이 되어도 잠을 깨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곤 한다. 반대로 과체중의 여성이 반알을 먹으면 아침이 되어도 개운하지 못한 느낌을 받곤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단다. 분명히 '남성용'과 '여성용'을 제대로 복용했는데 말이다. 이는 수면제의 약효가 '근육량'이나 '신진대사'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애초에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나눈 것도 바로 평균적인 남성과 여성의 '근육량'을 기준으로 삼아 만들었던 것이다. 만약, 남녀로 구분하는 기준이 아니라 '체중별'로 몇 알씩 복용하라는 기준을 삼았으면 전혀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각각 남자와 여자의 고유의 특성이 아닌 '보편적인 특성'에 남녀의 명칭만 갖다 붙였을 뿐이다. 이를 테면, '힘이 세다'는 특성은 보편적으로 남성에 해당하는 것이고, '화장을 하다'는 특성은 보편적으로 여성이 더 많이, 더 잘 할 뿐이다. 그런데 힘이 센 여성도 있고, 화장을 잘 하는 남성도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를 '젠더(사회적인 성)'의 문제점이라고 지칭했다.

 

  우리는 종종 '생리적인 성별(섹스)'의 차이를 '젠더의 문제'로 심화시키곤 한다. 오늘날의 한남충이니 메갈리안이니 하는 '페미니즘 문제'도 바로 이러한 오해와 편견에서 시작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애써 '남녀를 구분하려 들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책이 패미니즘의 문제점을 지적한 책은 아니지만,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이 그닥 없다'는 사실을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심오하고 세심하게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리고 결론은 '남녀는 구분할 수 없는 모자이크의 성향을 띤다'라고 내렸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남성성과 여성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100% 남성성을 지닌 남성과 100% 여성성만 갖춘 여성은 절대로 없다는 사실을 뇌과학적으로 증명하면서, 각각의 영역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을 각각 파랑과 분홍으로(중간은 하얀색으로) 나누어서 '뇌지도'를 그려보았더니, 다양한 모자이크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각각의 남성과 여성의 뇌지도를 펼쳐보이면서 '구분'해보라고 했더니 대다수는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더라는 사실도 함께 발표했다.

 

  이는 우리의 상식과 매우 다른 결론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전형적인 남성과 여성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뇌영역을 그린 지도를 보았을 때, 파랑색이 우세한 뇌지도는 '남성의 뇌', 분홍색이 우세하면 '여성의 뇌'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서로 다른 다양한 색색의 모자이크만 발견했을 뿐,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로 따로 구분할 수 있는 뇌지도는 없었던 셈이다.

 

  이런 결론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만끽하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런 '다름(차이)'로 인해서 보여지는 다양성을 무시하고 천편일률적인 남성과 여성의 '기준'을 억지로 정하고 애써 '구분'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전형적인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지으려 들면 생기지 말아야 할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분명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다. 서로 다르기에 더욱 아름답다. 우리가 남자다운 남자와 여자다운 여자에게 큰 매력을 느끼는 것도 바로 '다름의 아름다움'에 끌린 탓이다. 그러나 그런 매력을 '고정관념'으로 삼아서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고 애써 '구분'짓게 되면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남자와 여자는 이래저래 피곤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회는 남녀의 갈등이 복잡해지고 심화되면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잃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패니미즘 갈등이 전혀 아름답지 못한 까닭이다. 이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의 아름다움'을 만끽해야 하지 않을까?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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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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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등장하는 '회색신사'는 참 인상적이다. 분명히 악당과 같은 존재인데도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하고 심지어 끌릴 정도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아닌 것 같다고? 회색신사가 하는 말을 곰곰히 곱씹어보면 <자기계발서>에서 한 번쯤 들어본 말일 것이다. 또, 어릴 적부터 신물나게 들어본 말이기도 할 것이다. '시간은 금이다', '시간을 아껴라', '시간을 관리하라'...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을 살면 '성공'에 다다를 수 있다는 환상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너무나도 익숙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상한 아이가 등장했다. 모모라는 아이는 옷도 허름하고 집도 없으며 먹는 것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소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소녀를 너무도 사랑한다. 왜냐면 모모와 함께 있으면 세상의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고, 누군가에게는 예술적 영감을 떠올리게 해주며, 동네 아이들에게는 값비싼 장난감이 아니어도 저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뱃사람이 되어 모험을 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는 멋진 친구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돈 한 푼 없이도 할 수 있는 것이며 누구나 바라는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소녀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동화책에는 현대인들이 바라마지 않는 두 가지 소망을 '양 끝단'에 달아놓고 저울질하게 만든다. 바로 '성공'과 '행복' 말이다. 회색신사가 성공을 이야기한다면, 모모는 행복을 꿈꾸게 한다. 그럼 '성공'하면 '행복'해질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인간의 욕심을 끝이 없어서 두 마리 토끼 가운데 한 가지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성공을 이루면 당연히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일단, '회색신사'처럼 시간을 쪼개고,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모든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면서 성공에 다다르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게 될 것이다. 모든 시간을 '성공'을 위해서 투자해버리고 나면 성공에 다다랐을 때 내 주위에는 누가 남아 있을까? 가족도 나몰라라하고, 친구도 내버리고, 오직 성공을 위해서 시간을 아껴 최선을 다한 뒤에 '성공의 문턱'을 넘게 되면 엄청난 부와 명예는 건질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회색신사'가 가져다 준 성공은 진짜 성공과는 거리가 먼 부질없는 성공이었지만, 실제의 삶에서 그렇게 성공을 가지고 온 이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흔히 앞만 보고 걸어간 사람들 말이다. 그렇게 성공을 이룬 뒤에 가족도 챙기고, 친구도 만나며 행복한 시간을 나누면 삶이 풍요로워질 것 같은데, 막상 성공한 뒤에는 모두 잃어버린 뒤가 되고 만다.

 

  한편, 모모처럼 사는 것도 현대인들은 바라마지 않는다. 늘 부족하지만 언제나 행복한 삶을 사는 모모는 여유와 만족을 만끽하며 가슴 따뜻하게 살아가고 있다. 늘 가족과 함께하고, 언제라도 친구와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을 꿈꾸지 않느냔 말이다. 여기에 딱 한 가지만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바로 '돈' 말이다. 현대인들에게 돈은 '욕망'이다. 하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 돈이 부족해지지 않는 삶을 꿈꾼단 말이다. 그래서 현대인은 '행복'을 꿈꾸면서 동시에 '성공'을 꿈꾼다.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 부단히 '시간관리'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곤 한다. 과연 현대인들은 무엇을 꿈꾸는가? 회색신사처럼 성공을 꿈꾸는가? 모모처럼 행복을 바라는가?

 

  성공과 행복은 '같은 말'인줄 알았는데, 살다보니 전혀 다른 말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성공하고 적절히 행복해지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야기속에서는 모모가 회색신사들을 물리치고 사람들의 가슴속에 행복을 심어주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맞았지만, 과연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이런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속에 언제라도 '회색신사'가 다시 나타나게 될 거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결코 모모처럼 살 수는 없다. 딴에는 모모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게으름'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모모의 모습이 그닥 행복해 보이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하긴 사람이 '직업'을 가지게 되는 근원도 '보람'을 얻기 위해서다. 더 나아가 '자아실현'을 통한 쾌감과 뿌듯함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이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면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시간에 쫓겨가며 허덕이며 일하는 것이 아닌, 시간을 쪼개며 성공의 문턱을 넘기 위해 아둥바둥거리는 것이 아닌,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사는 삶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사는 삶'이 아닐까 싶다. 물론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정말로 꿈 같은 일일테지만 말이다.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며 살 수 있는 삶이 말처럼 쉽다면 고민거리도 아예 생기지 않을 테고 말이다.

 

  결국 <모모>는 '시간'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행동하며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얘기고 말이다. '회색신사'의 꾐에 빠져서 거짓된 성공을 꿈꾸며 살아가면 어떻게 되는지, '모모'에게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원천을 우리 가슴속에 새기며 살면 돈 따위가 부족해도 얼마든지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가슴 따뜻한 동화책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떤 삶을 살라고 권해줘야 할까? 명문고, 명문대,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서 학습하고 또 학습하며 친구 따위는 '성공'을 한 뒤에 사귀어도 늦지 않다고 권해야 할까? 이거 어째 '회색신사'처럼 말하고 말았다. 그러면 모모처럼 살라고 권해야 할까? 공부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하루종일 유유자적하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여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나누며 살라고 말이다.

 

  심각한 고민 끝에 '성공'과 '행복'을 모두 놓치지 않고 진실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도 아이들에게는 '회색신사'처럼 말하고 말았다. '모모'처럼 살면 안 된다면서 말이다. 성공과 행복은 같은 말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으면서도 아이들에게는 성공한 다음에 행복을 꿈꾸라고 하는 나를 발견하고 만다. 참내...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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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루션 SOULUTION - 정신질환 치유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다
노영범.김지영 지음 / 미다스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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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들은 온갖 병을 달고 산다. 육체적인 고통부터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듯 끊임없이 새로운 병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대의학은 매우 발달한 덕분에 팔다리가 부러지고 신경이 손상되어도 곧잘 고쳐내곤 한다. 심지어 장기가 손상되어도 '인공장기'로 갈아끼우는(!) 방식까지 서슴지 않으며 회복치료에 적극적이다.

 

  그런데 마음이 아프면 어쩔 줄 모른다. 이른바 '정신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온 사회에 퍼져있다. 일부 연예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공황장애', '조울증', '우울증', '조현병' 등과 같은 정신질환의 명칭은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누가 알아채기라고 할까봐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 편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래서는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런 식의 '사회분위기'가 [정신병=범죄자]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이를 테면, '조현병'을 앓고 있던 환자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뉴스기사는 '사실'은 맞지만 '접근법'은 매우 잘못된 경우다. 조현병은 환각과 환청을 불러오는 무서운 병이고, 적절한 약을 처방함으로써 환각과 환청 증세를 치유할 수 있는 현대병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족 가운데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쉬쉬하는 분위기이다보니 '적절한 치유시기'를 놓치고 방관을 일삼다 끝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 안타까운 사연인 셈이다.

 

  따라서 '정신병'을 감추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정신병원'에 들락거린다는 걸 숨길 필요도 없다. 또한, 지인이 정신병(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조현병)을 앓고 있어서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휠체어에 타고 있는 사람이 계단을 오를 때, 또는 앞 못 보는 사람이 횡단보도에 서 있을 때 아무런 거리낌없이 도와주는 것처럼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을 도와주면 그뿐이다. 실제로 시도때도 없이 욕설을 내뱉는 환자에게 "괜찮아, 괜찮아, 속에 있는 말을 참지 말고 마음껏 해. 나는 아무런 편견없이 들어줄 수 있으니까"라고 말을 건내주는 것만으로도 욕설을 단박에 멈추게 하는 기적(?)을 선보여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신질환자들이 더는 숨지 말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우리의 시선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그러나 병이 심하면 치유도 힘든 법이다. 정신질환을 고치기 위한 의료진들의 노력이 절실한 까닭이다. 이 책도 그동안 고치기 힘들거나 다양한 치유방법으로도 효과를 볼 수 없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유법을 소개하였다. 하지만 이 책의 치유사례가 절대적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의사는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의사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멈추고 엄마가 아이의 배를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다 나은 것 같은 기적을 만나는 것은 '신뢰의 영역'이지 '믿음(종교)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먼 옛날부터 전해오는 책 한 권에 '만병통치의 비법'이 담겨 있을 거라는 생각도 그닥 좋은 접근법은 아니다. 더구나 '심리학'이 정신병의 근원을 뿌리부터 찾아내서 완치를 해줄 것이라는 생각도 그닥 추천하고 싶은 치유법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정신분석학의 권위자'가 한 명이면 충분하지 여러 명일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딱 맞는 치유법은 저마다 다른 법이다. 이 책의 치유법으로 고통에 벗어날 수 있었다는 사례는 맹신이 아닌 참고 정도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상한론>과 칼 융의 정신분석학이 큰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더 많은 정신질환자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명약이 되길 바란단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인들의 병은 증상만큼이나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환영받아야 한다. 100번의 시도 끝에 단 한 번의 성공을 얻었다면 또 다른 성공과 더 많은 성공을 위해서 더욱 정진해야 하는 것이 학문하는 사람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정신질환의 아픔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벗어나는 기쁨을 만끽하길 바란다.

 

책드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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