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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ㅣ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평점 :
지정학적 위치에 놓은 우리 나라는 '지리의 힘'을 눈여겨 보아야만 한다. 자연환경이 인문환경을 만들 뿐 아니라 문명을 만들고, 문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거기다 '전략적 요충지'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쟁의 승패까지 가늠할 수도, 가름할 수도 있는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곤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오늘날에도 국제적인 정치, 경제, 사회 문제들이 여전히 '지리적인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 만으로도 '지리의 힘'은 절대로 좌시할 수 없는 국가적인 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각설하고, 이처럼 중대한 힘인데도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크나 큰 결함은 '서구인의 눈'으로 서술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밀접한(?) 근동과 중동 아시아까지는 그럭저럭 서술하고 있지만, 반만년의 역사동안 이어져온 '극동 아시아의 힘'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듯한 서술이 아쉬울 따름이다. 다시 말해, 서구인의 눈으로 본 '극동 아시아'의 문제점과 해결점을 그저 '명치유신 이후에 보여준 일본의 힘'을 근거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한반도의 오늘날의 문제'를 과거에는 거대한 두 나라인 중국과 일본의 침략에서, 그리고 근대 이후에는 러시아와 미국까지 포함해서 해석하고 있다. 이는 '분단된 한반도'를 설명하는데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 듯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의 한일관계와 한중관계, 그리고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한 사이의 관계를 해석하는데 오판하기 십상이다. 다시 말해, 서구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힘'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아예 없었던 듯 무시하며 '주변국들의 흥망성쇠'에 한반도의 국가들이 이리저리 부대끼는 '약소국의 비애'로 전락해버리곤 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우리 나라가 '대륙 국가의 일원'으로 '반도 국가의 특징'을 살리며 대륙과 해양을 호령했던 시절도 있었다는 점, 이로 인해 중국과 일본이 크나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머지 않은 미래의 대한민국이 그 영광을 다시 찾을 거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긴, 이 책이 2015년에 쓰여졌으니 그렇게나 우습게 보였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암튼, 다시 '지리의 힘'으로 시선을 되돌리면, 인류의 터전인 '땅의 법칙'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그 무엇도 섣불리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그 때문에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러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땅의 상식'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꽤나 날카로운 분석이기도 하다. 특히 '오늘날의 국경선'이라는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논거를 조목조목 들고 있는 점에서 고개가 절로 주억거릴 수밖에 없을 정도다.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천하의 중심에서 '대륙의 바깥'으로 나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이 오늘날에는 왜 '해양강국'으로 거듭 나려고 애를 쓰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넘어 태평양과 인도양까지 모두 '중국의 앞마당'이라고 그토록 우겨대는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지리의 혜택'을 누리며 사상 초유의 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세계를 주름 잡을 수 있게 된 발자취, 역시 '지리의 힘'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 러시아는 어떤가?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넓이에 비해 초라한(?) 인구를 갖춘 탓에 영토의 대부분이 '불모지'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더구나 영토의 대부분이 '평지'인 탓에 주변국의 침략을 자주 받는 저주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험준한 지형'으로 방어막을 두르지 못한 탓에 침략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었어도, 이는 침략한 쪽에게도 엄청난 재앙이 되곤 했다.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이를 간과하고 섣불리 러시아를 공격했다가 쫄딱 망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러시아는 '지리의 힘'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나라인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동항(얼지 않는 항구)'을 아직 얻지 못한 이유로 여전히 '영토확장'을 꿈꾸는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푸틴의 장기집권을 우리가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물론, 이 또한 '러시아의 팽창'을 몹시 경계하는 '서구인의 편견'에서 기인한 점을 부정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이를 감안하면서 읽으면 '색다른 해석'도 가능해지면서 매우 흥미로워질 것이다.
또한, '유럽연합'에 관한 이야기도 색달랐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이 오랜 앙숙이면서도 유럽연합을 버티게 만드는 두 기둥이라는 사실이 솔깃했다. 사실, 유럽연합은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로 갈라서기 일보직전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는 서유럽과 남유럽의 불균형으로 잘 보여주고 있어서 문제 이해가 정말 쉽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와중에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연합의 핵심으로 다른 회원국들을 떠받치고 있으며,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두 나라의 파트너십으로 원만히 해결하고 있다는 해석이 눈여겨 볼만 했다. 따라서 향후의 유럽연합의 흥망성쇠는 '프랑스와 독일'의 오랜 경쟁의식과 절대적인 공동협력의 조화에 달려 있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 했다.
이처럼 저자는 '지리'라는 렌즈를 통해서 세계사를 통찰하려는 결실을 선보였다. 물론, 이 책의 '사실'이 명백한 '진리'에 가깝다는 오판은 고이 접어두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서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계 정세와 국제정치, 경제, 사회 등에 관련된 모든 것이 '지리'에서부터 시작한다는 해석은 매우 흥미롭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형적인 제약이 덜한 오늘날에도 '지리'는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지식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주를 항해할지도 모르는 미래에도 여전히 '지리'는 중요할까? 여전히 중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류가 '땅'에 머물며 살아가는 한에는 중요도가 절대로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