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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신이 안배한 운명을 받아들이고 오직 신앙심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마다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원동력'은 모두 다를 것이다. 어떤이는 부를 쫓을 것이고, 다른이는 권세를 누리길 바랄 것이며, 대개는 행복한 삶을 꿈꾸며 소박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한 여자의 사랑만을 바라며 모든 것을 바친 순정남'이 있다. 바로 개츠비다. 이제부터 그가 왜 '위대한 개츠비'가 되었는지 말하려 한다.
때는 1920년대 미국 뉴욕발 대공황 직전이다. 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전세계, 특히 유럽이 심각한 물자난을 겪고 있었기에 미국은 이에 발맞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만든 물건은 전세계로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그렇게 판 물건값으로 또다시 공장을 만들어 물건을 만들었는데도 만드는 족족 팔려나가 경기는 '대호황'이었다. 그렇게 일자리는 넘쳐났고 미국인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그렇게 주머니가 두둑해지자 사람들은 돈을 감당할 수 없게 되고 돈을 쓸 곳을 찾아 흥청망청 쓰고자 했다.
하지만 집집마다 물건은 넘쳐났기 때문에 새로운 물건을 사는 것으로는 주머니를 탕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너나할 것 없이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또 대박이었다. 건드리는 사업마다 '대호황'을 누린 미국의 주가는 자고 나면 천정부지로 올랐기에 어제 산 100달러짜리 주식이 아침에는 10000달러로 치솟아 여기저기 '백만장자'가 속출하는 시대가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벼락부자들이 늘어나니 사람들은 날마다 파티가 열린 곳을 찾아다니며 흥청망청 탕진잼을 누리며 살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도 주머니가 빵빵해지는 '경제호황기'를 맞았으니 부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너나할 것 없이 부자들은 연일 파티를 주최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 많은 파티들 중에서도 최고가 있었으니 바로 '개츠비'가 연 파티였다. 이 파티에는 늘 춤과 음악이 흐르는 것으로도 모자라 술이 강처럼 흘러 사람들의 입속으로 들어갔고, 그렇게 모두들 미친듯한 광란의 파티를 즐기는 와중에 파티의 주인공 개츠비는 정계의 거물들과 만나느라 바쁠 정도로 매일매일 엄청 화려한 파티가 열리곤 했다. 바로 그때 개츠비의 옆집으로 이사온 사람이 있었으니, 닉이다.
닉은 증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부자들과도 친분이 많았다. 하긴 졸부들이 많던 시절이라 그닥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지만, 진짜 명문가 출신의 부유한 사람들과 같이 학창시절을 보냈기에 안면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닉은 부자집 친구였던 톰과 그의 아내인 데이지의 초대를 받아 친구집에 방문하였다. 하지만 닉은 부자집인데도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은 친구들의 모습에 의아해하면서 톰과 데이지의 사이가 서먹서먹하다는 것을 눈치챈다. 아니나 다를까 톰은 직장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고, 데이지는 그런 톰을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온 도시가 흥청망청 탕진잼의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데 모자랄 것 없이 다 가진 이들이 찾는 것은 '일탈'뿐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술에 쩌들어서 남녀가 엉겨붙으니 불륜이 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을 것이다. 그렇게 톰은 닉과 함께 놀러간 자리에서조차 대놓고 '몰래 숨겨둔 정부'와 불륜을 즐겼고, 닉도 분위기에 휩쓸려 거나하게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환락의 재미'를 느끼며 황홀한 나락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개츠비의 초대장'이 도착한다. 매일밤 파티를 열면서도 그 파티에 정식으로 초대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파티 손님들도 그저 무작정 늘 열리는 파티에 그냥 참석했던 것이다. 그런데 닉은 '정식 초대장'을 받았다. 뭐, 이것도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리고 그곳에서 진짜 환상의 파티를 두 눈으로 확인했고, 바로 그곳에서 '개츠비'를 처음 만났다. 모두가 술에 취해 광란과 관능의 축제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홀로 '깨어있는 듯'해 보이는 말쑥한 차림에 고귀한 혈통을 지닌 듯한 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개츠비와의 첫 만남은 닉에게 강렬했던 것이다. 그렇게 '대단해' 보이는 친구가 한 눈에 닉을 알아보더니 곧바로 '친한 척' 다가와 자신을 직접 소개했다.
그리고 둘은 언제부터인지 모를 정도로 친해졌으며 부자들만 드나드는 '비밀클럽'에도 같이 출입하곤 했다. 그리고 언제나 개츠비는 닉을 '대단한 친구'라면서 도시의 거물들에게 직접 소개해주곤 했다. 그렇게 닉도 덩달아 '상류사회'에 프리패스를 받은 듯한 기분이 들 즈음 개츠비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며 닉에게 부탁을 한다. 바로 닉의 친구인 '데이지'와 우연을 가장한 자연스런 만남을 만들어 달라고 말이다. 순간 닉은 의심한다. 개츠비라는 고귀한 사람도 어쩔 수 없이 그렇고 그런 '불륜'을 저지르는 저질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개츠비는 이미 데이지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고, 심지어 첫사랑이었다고 고백까지 한 것이다. 닉은 생각했다. 또 다른 친구인 톰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차피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나쁜 친구'였기에 '진짜(?) 친구'인 개츠비를 위해 데이지와 만날 수 있게 주선한 것이었다. 물론,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데이지를 위해서(?)도 개츠비와 만날 수 있게 햊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긴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옳았다. 개츠비와 데이지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던 것이다. 정말 예쁘고 착한 데이지에게 딱 어울리는 남자는 '한 여자밖에 모르는 순정남'이었지, '예쁜 아내를 두고서도 바람을 피우는 불륜남'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오랜만에 만난 개츠비와 데이지는 못다 이룬 사랑을 다시 이룰 것처럼 활활 타올랐다. 물론 정황상 두 사람도 '불륜'이 맞지만, 너무나도 로맨틱하고 순수한 사랑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인정했을 것이다.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말이다.
사실, 개츠비에겐 남모를 비밀이 있었다. 지금은 남부러울 것 없는 부를 쌓았고, 전쟁에도 참전했던 군인으로 명예로웠으며,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명문가 자제(?) 같은 품위를 보여주었기에 정말 반듯했지만, 데이지와 첫 만남을 가졌던 때에는 '데이지' 곁에 있을 수 없는 절박한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가난뱅이'였던 점이다. 하지만 둘의 첫 만남은 아름다웠고, 둘은 서로 첫 눈에 반해 사랑을 약속했던 것이다. 그러나 부자집 딸이었던 데이지의 부모님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없는 처지였기에 데이지에게 편지 하나 달랑 남겨놓고 전장터로 떠나버린 것이다. 그후 소식도 끊긴 채 5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데이지는 부모님에 의해 돈 많은 톰과 덜컥 결혼식을 올렸던 것이다. 그 사이에 개츠비는 엄청난 부자가 되어 나타날 수 있었지만, 데이지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개츠비는 가장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의 영혼'이라도 팔아버릴 각오로 부를 쌓았지만, 결국 놓쳐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개츠비는 포기하지 않았다. 데이지도 자신을 여전히 사랑할 것이라 믿었으며, 개츠비 자신은 절대로 '변치 않는 사랑'이었기에 당당했다. 그래서 데이지가 사는 저택의 '맞은 편'에 으리으리한 집을 짓고 날마다 환한 불빛을 휘황찬란하게 밝히며 파티를 열었던 것이다. 우연일지라도 데이지가 바라볼 것을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커다란 강이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개츠비는 언제 어디서라도 볼 수 있을 만큼 환한 빛을 뿜어내며 파티를 열었다. 마치 '등대'를 밝혀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어버린 배가 안심하고 찾아올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맞다. 개츠비는 데이지의 남편인 톰이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그렇게 둘이 서로 어긋나서 이혼이라도 하길 바랐던 것이다. 개츠비는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데이지가 사랑하는 남자는 오직 '자신'뿐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우연을 가장해서 '톰의 불륜현장'에 개츠비는 데이지와 함께 찾아갔고, 그 자리에서 개츠비는 데이지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며, 톰을 사랑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고백을 하길 꾸몄다. 개츠비의 시나리오는 완벽했다. 누가 보더라도 바람 핀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할 아내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배신감에 슬픔과 눈물을 쏟아낼 데이지를 품에 안고 사랑한다고 속삭일 만반의 준비를 마친 개츠비는 속된 말로 안달이 났다. 그리고 데이지의 한 마디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하지만 초조한 시간이 지나는데도 데이지는 톰에게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을 하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바로, 이 대목이 이 소설의 '하일라이트'다. 이른바 '데이지의 선택'인데, 여자들은 '이해'하고, 남자들은 '분노'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여자들은 '그래도 이혼까지는 아니지'라며 공감을 표하지만, 남자들은 '이건 아니잖아'라며 분노를 참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지고지순한 순정남'을 버리고 '불륜 피우는 바람둥이'를 선택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데이지를 어리석다고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여자의 직감'이랄까? 데이지는 개츠비도 '감추고 있는 비밀'이 있을 거라는 의심을 풀지 않았고, 무엇보다 '나이 든 여자'는 사랑이 전부가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지는 부모님의 강요에 못이여 '부자집 톰'과 원치 않는 결혼이었지만 식을 치르려 했다.하지만, 결혼식날 찾아온 '개츠비의 편지(5년만 기다려줘, 내 사랑)'를 받고 식장을 박차고 나가려 했지만, 끝내 그러지 못하고 톰과 결혼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부모님의 강요가 썩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한 톰과도 그닥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신혼생활은 꽤 달콤했던 것이다. 그런데 뒤늦게 찾아온 개츠비로 인해 '불 같았던 청춘의 추억'을 되살리며 권태로운 결혼생활에 새로운 활력이 되긴 했지만,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파탄낼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데이지는 '사랑'이 고팠던 것이고, 톰이 불륜을 멈추고 되돌아 와주기만 한다면 부유한 생활을 여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기에 '개츠비'라는 위험스런 모험을 포기했던 것이다. 이런 '데이지의 선택'을 무작정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법적 효력이 살아있는 부부사이인데 말이다. 자고로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런 '데이지의 선택'에 비난을 퍼부을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지고야 만다. 바로 '톰과의 사랑'을 끝낼 수 없는 데이지의 마음을 돌리려 '드라이브'를 떠났고, 자동차가 과속으로 질주를 하는 와중에 교통사고로 '한 여자'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바로 '톰의 정부'였던 것이다. 한낮에는 분명 톰이 타고 나갔던 차였는데, 사실 '그 차'는 개츠비의 차였던 것이다. 그 여자의 남편은 '톰 사장의 부하직원'이었는데, 자기 아내가 불륜을 피우는 것을 알고 추궁하던 중, 폭력을 휘둘렀고 매맞는 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마침맞게 '톰이 타고나간 차'가 지나가자 톰이 운전하는줄 알고 뛰어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차는 과속을 하고 있었고 미처 세우지 못한 사이에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여자는 즉사했던 것이다. 목격자도 수없이 많았지만 '개츠비의 차'는 그대로 뺑소니를 치고 말았다. 그렇게 교통사고의 범인은 '개츠비'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사고의 책임도 지지 않고 도망치는 '비열한 사람'으로 말이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은 달랐다. 그때 차를 몰고 내달렸던 사람은 개츠비가 아니라 '데이지'였다. 사랑했던 남자와는 헤어져야만 했고, 남편은 불륜을 피운 것이 확실했고, 그런데도 자신은 '순정남'이 아니라 '불륜남'을 선택했으니 오죽 착찹했을까. 더구나 지금 데이지 옆에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뿜어내는 '잘 생긴 직진남'이다. 이런 남자를 내치고 '바람 피운 남편'을 선택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수록 자동차의 엑셀을 밟아댔고, 결국 '교통사고'를 낸 살인자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진실조차 밝힐 용기가 없는 데이지는 끝내 '개츠비'로부터 멀리 도망가버리고 만다.
개츠비는 그 와중에도 '데이지'가 자신에게 돌아올 거란 확신을 버리지 않는다. 더구나 '데이지'가 저지른 살인죄까지 자신이 감수하지 않았느냐면서 '반드시' 돌아올거란 확신에 차서 데이지의 연락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완벽하게 뒤집어 씌울 수 있는 사람'을 버리지 않고 선택할 리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개츠비가 데이지의 연락을 기다리는 순간에 톰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데이지를 데리고 떠나버린다. 데이지도 '자신의 죄'가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개츠비를 버리고 톰을 따라가버린다.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던 개츠비는 '누군가'의 총에 맞고 죽고 만다. 그 '누군가'는 바로..누굴까? 스포, 다 해놓고 꼴랑 요거 하나 남겨두긴 했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마지막 즐거움(?)까지 차마 빼앗을 수 없기에 남겨둔다.
암튼, 개츠비는 죽었다. 하지만 초라한 죽음이었다. 살아서는 모든 이의 숭배를 한 몸에 받던 개츠비였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죄까지 뒤집어 쓰고나자 사람들은 빠르게 '손절'해버리고 만 것이다. 더구나 개츠비가 그토록 짧은 시간에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던 비밀이 두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밀주사업을 하던 갱단'과 비밀거래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경기호황은 '주식' 덕분이라고는 하지만 진짜 알짜배기 부를 쌓은 사람은 '금주법' 덕분에 엄청난 이익을 남길 수 있었던 '밀주사업'을 벌인 갱단(마피아)이었다. 알 카포네는 그 당시 갱단을 이끌던 대명사다. 바로 개츠비가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던 비법이 바로 이런 '불법'을 이용한 것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개츠비'를 비난할 수 없다. 사랑을 향해 직진밖에 모르는 남자라는 강렬한 이미지가 모든 죄를 사하여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법이라고는 하지만 '술'을 판 것이 전부다. 오늘날에도 '금주법'은 시대적 착오인 악법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오히려 그 법으로 인해 '범죄집단'만 돈을 버는 엉망진창인 법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런 불법적인 방법일지라도 '순정남'에게 이익이 돌아가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썼다는 것을 알고 나면 마냥 탓할 수도 없게 되어 버리고 만다. 오히려 비난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데이지'다. 사실 데이지도 '희생자'일 수 있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 '순정남'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도망가고 말았으니 스스로 속물임을 증명하고 만 셈이다. 이런 여자를 위해서 사랑밖에 모르던 남자는 모든 것을 감내하고 죽고 말았고 말이다.
이런 개츠비를 '위대하다' 하지 않는다면 뭐라 부를 수 있을까? 오직 사랑만을 위해서 살다 간 개츠비를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여자인데, 데이지를 '대신'할만 한 여자를 찾지 못하고 매달리는 순진함 탓할 수 있을까? 이는 마치 '종교인'에게 세상에 믿을 게 없어서 신을 믿어요? 라고 말하거나, '소방관'에게 불속이 얼마나 뜨거운데 거길 뛰어들어요?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조국을 사랑해서 목숨 받쳐 외적을 무찌르는 용감한 군인을 보고도 어리석다고 탓할 것인가? 그런 사람들은 '위대하다'고 말하면서. 왜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물불 안 가리고 직진하는 남자를 위대하다고 말하지 못한단 말인가?
물론, 결과적으로 불륜인 셈이고, 법적으로 보호받는 '남의 부인'에게 직진하는 점은 비판해 마땅하다. 하지만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첫 사랑'이었고, 원래 자신과 결혼해야 할 '아내'였으며, 평생을 함께 할 '운명적 사랑'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랑'을 안타깝게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분명히 개츠비 자신은 '자격'이 충분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데이지'는 자신과 행복하게 살아갈 운명이었는데, 무슨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개츠비는 사랑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사랑에 '타이밍'은 매우 중요한 선제 조건이다. 한 번 지나간 버스는 탈 수 없는 법이다. 기다리면 '다음 버스'가 오긴 하겠지만, 그 버스는 '다른 버스'일 뿐이다. 하지만 개츠비는 '놓친 버스'를 타려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심지어 지나간 지 5년도 넘었는데 말이다. 5분도 아니고 말이다.
우리는 사랑에 '직진'하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개츠비를 향해 씁쓸한 박수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찐 사랑'에 진한 낭만을 느끼고 열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랑을 할 수 있기에 한 번, 그런 사랑을 받는다는 설렘에 또 한 번 말이다. 나도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사랑에 직진하고 싶다. 내 사랑이 개츠비보다 더하면 더했지 모자른 것이 없었다고 생각하기에 말이다. 비록 가난했지만 내 사랑도 개츠비 못지 않았다고...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