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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산다 - 가장 거대하고 매혹적인 진화와 멸종의 역사 ㅣ 서가명강 시리즈 31
이융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평점 :
[My Review MDCCCXV / 21세기북스 27번째 리뷰] 전세계 어린이들이 가장 사랑하고 크게 관심을 보이는 대상 가운데 1위는 단언컨대 '공룡'일 것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도 '공룡'을 좋아하면 바보 취급하기 일쑤다. 왜냐면 공룡은 유치하고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좋은 직업(돈벌이)'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긴 대한민국에서 커다란 공룡이 발굴되거나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 '관심밖'인 것은 이해가 된다. 더구나 웬만한 선진국에는 다 있는 '자연사박물관'도 대한민국에만 없다. 반만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인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박물관의 수가 적은 것도 아닌데 왜 하필 '자연사박물관'만 없는 것일까? 그 대답으로 대한민국 공룡박사 이융남 교수가 내놓은 답변이 명쾌했다. "우리 나라가 '기록 역사'는 소중히 다룬 반면에 '과학과 기술, 특히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라는 답변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수천 년 동안 땅속에 잠들어 있는 '공룡화석'을 발견하고도 그냥 내버려두었고,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공룡화석의 소중함'을 깨닫고 부랴부랴 그것들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수가 턱없이 모자른 상황이고, 그렇게 적은 수의 공룡화석과 그 흔적으로 '자연사박물관'을 만들기에는 태부족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자연사박물관인데 '외국의 공룡'으로 빈공간을 채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는 보충설명에 아차 싶었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공룡화석'과 '그 흔적'이 많이 발굴되고 있는 편인가? 궁금증이 이는 와중에 "그렇다!"는 답변을 이융남 교수가 내놓았다. 대한민국이 속해 있는 한반도 지형은 선캄브리아시대부터 신생대까지 다양한 지층으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고생물의 화석과 그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발굴한 것이 미미한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한민국의 지형이 매우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탓에 발굴이 쉽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발굴됐거나 지표면에 드러났는데도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방치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나라의 공룡화석을 본격적으로 탐사한 것은 '일제강점기 일본학자들'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일제시대에 수많은 공룡화석을 우리 나라에서 찾아냈고, 거의 대부분 일본으로 가지고 가서 현재는 '일본 자연사박물관'에 버젓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것을 우리가 소중히 여기지 않은 탓에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현재는 대한민국에서 발굴된 '공룡화석'은 천연기념물로 등재되어 '문화재급'으로 대접 받는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소중히 다뤄서 새로운 'K-공룡'으로 세계적인 유행을 선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K-공룡이라니...허투루 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이융남 공룡박사를 비롯해서 해마다 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는 대한민국 박사들이 혁혁한 공로를 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룡발자국 화석'은 전세계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공룡박사들이 찾아오고 있고, 몇 년 전에는 '익룡의 발자국 화석'이 고스란히 발굴되어 익룡이 지상에서 '4족 보행'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더구나 '공룡알 화석'과 '공룡알 둥지화석'이 발굴되면서 공룡도 새처럼 둥지를 만들고 알을 품은 '고등생물'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바다거북이나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는 알을 낳고 난 뒤에 돌보지 않기 때문에, 둥지를 만들고 알을 품었다는 '사실'은 공룡이 파충류보다 조류에 더 가깝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는 일대 사건이 일어난 셈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우리 나라에서 '티라노사우르스'와 같은 힘 쎄고 덩치 큰 공룡화석이 발굴된 적은 없다. 으레 공룡하면 떠오르는 가장 상징적인 것인데 말이다. 사실 티라노사우르스가 살았던 백악기 말의 지층이 우리 나라에 있긴 하지만 절대로 발굴할 수는 없다. 왜냐면 티라노사우르스는 '북미대륙'에 서식하던 대표적인 백악기 공룡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것은 없다. 티라노사우르스의 조상에 해당하는 '타르보사우르스'가 아시아를 대표해서 몽골과 중국 등지에서 발굴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티라노사우르스도 베링해협을 건너고 난 뒤에 '대형화'된 것이지 처음부터 큰 공룡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조상에 해당하는 '타르보사우르스'가 몽골과 중국 등지에서 서식했던 것이다. 그러니 한반도에서도 '티라노사우르스의 조상'에 해당하는 공룡이 발굴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왜냐면 공룡이 살던 시대에는 '국경이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몽골과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서식했다면 한반도에서 활동하지 않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한반도에서 수두룩하게 발견되고 발굴되는 '공룡발자국 화석'이다. 그 발자국 흔적들은 육식공룡, 초식공룡, 익룡, 그리고 포유류까지 다채롭게 발굴되고 있다. 그러니 그 발자국들의 주인공인 '공룡화석'이 온전히 발굴되기만 한다면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을 되살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굴된 공룡화석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 나라 건설현장에서 '공룡화석'이 발굴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골재로 사용하기 위해서 채굴한 바위조각에 고생물의 화석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일부 화석으로 복원한 공룡이 바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다. 이름부터 '코리아'가 들어가지 않은가. 이름에서 짐작한 것이 맞다. 커다란 뿔 세개가 달린 '트리케라톱스의 조상'에 해당하는 원시 뿔공룡의 화석이다. 이렇게 유명한 공룡화석의 조상에 해당하는 '원시공룡의 화석'이 아시아에서 많이 발굴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도 공룡박물관을 세우고 유명관광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우리의 관심이 커져야 '관련 연구자'도 많아지고, '예산 지원'도 넉넉하게 될텐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니 말이다.
대한민국 공룡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그 방법의 일환으로 '지금은 공룡시대'라는 주위환기가 필요할 듯 싶다. 사실 우리가 공룡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첫번째 까닭은 바로 '공룡은 멸종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살아 있는 생물을 살리는 것도 벅찬 마당에 멸종해서 '죽어버린 생물'까지 관심을 둬야 하느냐는 빈정거림이 공룡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룡이 아직도 멸종되지 않고 현시대에 우리 인간과 '공존'하고 있다면 어떨까? 큰 관심까지는 아니어도 '공룡복원'에 대한 일말의 관심이 조금쯤은 생기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시조새'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시조새'는 과거의 공룡과 현재의 새를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했다. 거대한 공룡은 멸종했지만 '시조새'를 기점으로 날개 달린 공룡은 새로 진화에 성공해서 오늘날까지 이어졌다고 말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였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었지만, 사실과는 다르다. 왜냐면 진화는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룡이 시조새를 거쳐 새로 진화한다는 것이 잘못된 상식인 까닭은 원시영장류에서 침팬지를 거쳐 인간으로 진화되었다는 것이 틀린 말인 것처럼 명백하다. 한마디로 침팬지는 결코 인간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침팬지와 인간은 같은 포유류이고, 같은 영장류에 속해 있기 때문에 '공통 조상'이 있을 순 있다. 그리고 그 공통 조상에서 '어느 순간' 돌연한 환경변화로 인해 '서로 다르게' 적응해야 했고, 달라진 환경에 '제대로 적응'한 개체만이 살아남아 후손을 남기게 되면서 '종의 분화'가 나타나게 되었고, 그렇게 '서로 갈라진 종'으로 세대를 이어 나가다보니 현시점에 이르러서 '침팬지종'과 '인간종'으로 서로 다른 종이 된 것이다. 실로 오랜 시간이 흘러야 '진화의 매커니즘'이 작동하게 되고 '눈에 띄게' 보여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조새'의 경우는 뭐란 말인가? 공룡과 새를 연결해주는 '고리'가 맞긴 한가? 그렇다면 시조새는 공룡인가? 새인가? 숱한 논란 끝에 오늘날에는 종지부를 찍었다. 그 까닭은 바로 '깃털' 때문이었다. 사실 '동물의 털'과 '조류의 깃털'은 유전적으로 동일하다. 그러니 털이 깃털로 변한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면에 털은 '체온조절'이 뛰어나고 깃털은 '날 수 있게' 하는 기능에 차이를 둔다. 그런 까닭에 공룡의 피부에 '털'이 있는지 '깃털'이 있는지 확인만 할 수 있다면 공룡과 조류의 상관관계를 정립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공룡에게서 '털'도 발견되었고, '깃털'도 발견할 수 있는 화석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일부 공룡에게 '털'이나 '깃털'이 이미 있었고, 그것을 가지고 있던 공룡 가운데 일부는 '시조새'처럼 초보적인 비행이 가능한 종으로 분화하였으며, 백악기 말 커다란 운석이 지구를 강타한 이후에는 '육상공룡'들 대부분이 멸종하였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종'들이 일부 살아남아 오늘날 새로 다시 번성하게 되었다는 가설이다. 그렇기에 어느 시대에는 공룡과 시조새, 그리고 새가 '공존'하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생명의 신비는 이처럼 다양한 종으로 분화하여 번성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흔히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게 되면 인류 또한 멸종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곧잘 하는데, 공룡의 멸종이 그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가 '공룡전성시대'라고 부르던 시대가 있다가 사라진 것처럼 '인간전성시대'인 지금 정점을 찍었고, '서서히'일지 '급속히'일지는 알 수 없으나 인류도 언젠간 절멸의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 틀림 없다는 것을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꾸준히 경고하고 있다는 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가 공룡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교훈 가운데 하나이고 말이다.
다시 돌아와서, 우리는 '공룡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왜냐면 공룡의 한 갈래인 '새'가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은 종으로 번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는 '일부'이긴 하지만 공룡의 후예에 대해 심각한 의존(?)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바로 하루라도 먹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다는 '치킨(닭요리)'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공룡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세계의 치킨집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치킨집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니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1인 1닭'을 한다는 기준으로 단순계산을 해도 일주일에 한 번 치킨을 시켜먹으면 일주일에 5000만 마리의 공룡을 요리한 셈이다. 그렇게 한 달이면 2억 마리, 1년이면 24억 마리의 공룡뼈를 발골하며 먹어치운 셈이다. 정녕 '공룡의 나라'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우리가 공룡연구를 깊이 해야 하는 까닭은 '고생물학'을 다루는 분야가 지질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이 어째서 '지구과학'의 분야인 '지질학'과 연관이 있냐면 '고생물학 연구'는 주로 '화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석연구는 '지질시대의 시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증거이며, 그렇게 '땅의 시간'을 연구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과학발전에 중요한 지표가 되며, 그렇게 축적된 과학기술이 수없이 많은 '응용과학'으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생물학 연구'는 기초과학에 해당한다. 우리가 그토록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분야인 '기초과학의 핵심'이 바로 고생물학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초과학'에 등한시 하게 되면 모처럼 선진국 대열에 끼어든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를 이끌어가는 '선도국가'가 될 수 없다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공룡에 대한 관심을 높여 '기초과학 분야'에도 꾸준하게 투자를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물론 요원한 이야기다. 기초과학이 하루 아침에 쑥쑥 클 리도 없고 말이다. 그렇기에 꾸준해야 한다. 그 시작을 '공룡에 대한 관심'으로 할 수 있다니 할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