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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외전 3 (무선 보급판) ㅣ 퇴마록 (반타)
이우혁 지음 / 반타 / 2025년 5월
평점 :
<퇴마록 : 외전 3> 이우혁 / 반타 (2025)
[My Review MMLV / 반타 4번째 리뷰] <퇴마록 : 말세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멈춘 지 20여 년이 흘렀다. '세기말 현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퇴마사들의 퇴마행이 21세기 초엽(2001년)에 마무리 되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팬들이 '종결'을 아쉬워했고, '뒷이야기'를 바랐다. 그러나 저자는 끝내 답을 주지 않았다. 나름 '열린 결말'이었기에 퇴마사들의 최후를 나름의 상상력으로 반추를 거듭했지만, 어느 것 하나 흡족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갈피를 잡지 못해 더욱 안달이 났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래서 또 다른 출판사에서 '개정판'이 나왔을 때도 큰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오탈자를 잡거나 미흡하거나 흡족하지 못했던 내용의 '줄거리 수정'만 있었을 뿐,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고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 적어도 '말세편의 외전'이라도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마저도 외면(?)해버린 저자에게 솔직히 실망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드디어, 드디어 <외전 3>가 나왔다. 그리고 '말세편의 뒷이야기'가 정리되었다. 솔직히 저자의 고심 따위(?)는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철저히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퇴마록이 쭈욱 이어지길 바랄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각설하고, <외전 3>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드디어 말세편의 진정한 결말 내용'이 확정(?)되었다는 것이다. 두루뭉술한 '열린 결말' 따위가 아니라, '닫힌 결말'이었고 진정한 '말세편의 종결'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준후가 '징벌자와 구원자의 탄생'을 확인하고, 세상을 종말로부터 구원했다는 사실을 전하고자 박신부와 현암, 그리고 승희가 벌이고 있는 '최후의 결전장'으로 서둘러 달려가는 것으로 끝맺음을 했었지만, <외전 3>에서 그 '뒷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그리고 준후가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박신부의 죽음, 그리고 현암과 승희가 손을 꼭 잡고서 놓지 않고 있던 '두 사람의 일부분'이었다. 그리고 오열했다. 결국 세상을 구원하길 바랐던 퇴마사들의 염원이 하늘에 가 닿았고, 그 바람이 이루어졌음을 모두가 알게 되었을 때, 3명의 퇴마사들은 끝내 죽음을 맞은 것이다. 물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말세의 예언'이었던 탓에 전세계의 능력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나름 저마다 말세의 도래를 막기 위해서 둘로 갈라져 싸웠으나, 끝내는 퇴마사들의 말이 옳았고, 그들의 행보가 가장 옳은 길이었음을 재확인한 셈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서로를 믿지 못하고 싸운 결과는 가장 '선하게 살았고', 가장 '옳은 일만 했던' 퇴마사들만의 죽음이었다. 그런 퇴마사들을 믿지 못해 막으려 하고, 방해하고, 심지어 공격했던 이들조차 살아남았는데, 세상의 말세를 막아내고 온세상 사람들을 구원하는데 큰 공을 세운 '3명의 퇴마사들'만이 죽고 말았던 것이다.
더욱 화가 나는 사실은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죄악을 미워하되 사람을 죽여선 안 된다'는 일념으로 저들의 목숨을 앗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악랄한 공격을 그저 묵묵히 막아내기만 할 뿐, 결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겠다면서 그 처절한 상황에서도 절대 끔찍한 살인행위를 하지 않다가 '생의 끝자락'에서 숨이 다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사그라들었을 뿐이다. 아무런 원망도 없이 말이다. 세상에 이런 고귀한 죽음이 있겠는가?
그러나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준후는 분노한다. 세상의 말세를 부추긴 '원흉(?)'들은 버젓이 살아 숨쉬는데 왜 말세를 막고 세상을 구원한 이들이 '대신' 죽음을 맞이해야 하느냔 말이다. 이건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저들은 살아서 숨쉴 '권리(?)'가 정말이지 요만큼도 있을 수 없었기에 준후는 분을 참을 수 없다. 그런데 고작 10대 소년 하나가 분노한다고 해서 두려울 것이 무엇일까?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만 비췰 것이겠으나, 준후는 고작 '소년' 하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온세상이 사라질 뻔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전력을 다했던 '퇴마사'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세상의 이치, 곧 '섭리'의 관점에서 봤을 때에도 그렇게나 위대한 일을 행했으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전지전능한 신의 관점에서 봤을 때에도 이런 일을 해낸 사람에게 마땅히 주어질 능력이라는 것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애초에 멸망했어야 마땅할 세상을 구해냈으니, '그 세상'을 멸할 수 있는 능력, 즉 '말세의 권능'을 장준후에게 준 것이다. 애초에 퇴마사 네 명에게 골고루(?) 노나 주었어야 하겠으나 생존자는 준후 한 사람이었으니 준후에게 그 권능이 몰빵(?)된 것도 있다. 그리고 준후는 그렇게 주어진 권능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써버린다. 퇴마사들을 되살리라고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로 살아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무리 <퇴마록>이 '판타지소설'이라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막가지는 않는다. 준후가 얻은 '그 권능'으로 세상을 멸할 각오를 했으나, 일단 살아남은 능력자들에게 '죽은 사람'을 되살릴 방도가 있는지 물었던 것이다. 만약 '없다면' 바로 그 즉시 세상을 멸할 각오였고, 반대로 '있다면' 그 방도를 서슴없이 시행할 각오였다. 허나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방도라는 것이 있을 턱이 만무하다. '부활'이 실제로 가능했다면 그간 있었던 싸움이 무색할 정도로 다시 되살려내었을 테니 말이다. 이 사실을 준후라고 모를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말세가 온 지경'에서도 저마다의 욕심을 놓지 않았던 저 어리석고 맹목적인 능력자들을 그냥 순순히 일상으로 되돌려보낼 생각이 전혀 없던 준후였다. 이젠 '퇴마사'들도 죽고 없는 마당인데, 또다시 저들이 서로의 능력을 사용하며 반목할 경우에, '말세'는 다시 돌아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권능'을 갖게 된 장준후도 이번 말세를 막기 위해 엄청난 주술적 힘을 낭비(!)한 덕분에 남은 생명이 고작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있었기에 더욱 독하게 나갔다.
그러자 저마다 나름의 방도를 내놓기 시작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퇴마사들의 영혼을 다시 불러온다고 해도 그들의 '육신'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되살릴 방법이 전혀 없다는데 있었다. 박신부는 자신의 기도력을 다 끌어모아서 대악마 아스타로트가 불러낸 악령들을 소멸하고서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고, 현암과 승희는 저들의 능력으로 충분히 '재래식 무기(총이나 폭탄 등)'를 사용하는 군인들을 상대할 수 있었고, '원소력'을 사용하는 아네스 수녀의 공격만 방어하면 그럭저럭 준후가 '징벌자와 구원자의 탄생'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버틸 수도 있었으나, 문제는 현암과 승희가 지닌 엄청난 능력으로 다가오는 군인들과 수녀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는데 있었다. 그저 잠시 기절시키고 무기를 쓰지 못하도록 망가뜨리는데 능력을 소모하다보니, 수없이 빗발치는 총알과 폭탄 세례를 감당하지 못하고 공력이 다하자 그만 지쳐쓰러지고 만 것이다. 더구나 현암은 빗맞은 총알과 파편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린 승희를 업고 있었고, 마지막 힘을 다해서 현암의 오른손을 꼭 쥔 승희의 손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그저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공격을 그저 막기만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나마 천정개혈대법으로 전신으로 공력을 보낼 수 있었기에 이처럼 버틸 수 있었을 뿐, 일반적인 능력자였다면 진작에 죽고 말았을 공격이었다. 그러다 공력이 다해서 쓰러진 현암과 승희을 향해 '확인사살'을 하기 위해서 아네스 수녀는 C4(고성능 폭약)를 던져놓으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온전한 시신이나 남기지 못하고 '두 사람의 꼭잡은 손목'만이 남아있을 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녕 퇴마사들을 되살릴 방법은 없는 것인가? 그때 쥐어짜듯 내놓은 방법이 바로 '시간역행'이었다. 쉽게 말해서 '시간'을 되돌려서 박신부와 현암, 그리고 승희가 죽지 않게 도와주면 된다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무엇'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겠느냔 물음이다. 그런데 그 '무엇'이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바로 준후가 세상을 구하고 얻은 '권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권능으로 퇴마사들을 구해내고 준후는 다시 원래의 시간으로 되돌아오면 되는 방법이 제안된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역행'은 물리적으로 실행불가한 이론이다. 물론 '양자역학 이론'으로 접근하면 불가능한 방법이 아니고, '팽행우주', '멀티버스'로 입각해서 계산(?)하면 완전 불가능한 방법도 아니었다. 더 안전한 방법으로 '육신'을 가지고 시간역행을 하지 않고 '영혼'만 시간을 되돌린다면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는데 큰 걸림돌도 없어 보였다. 물론 그런 능력이야 여기 모인 사람들에겐 얼마든지 가능한 능력이 아닌가 말이다. 그럼에도 '시간의 패러독스(인지 부조화)', 다시 말해, 얼핏 맞는 것 같지만 일부만 맞고 더 큰 문제점이 드러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이를 테면, 아무리 '질량'이 없는 영혼이라지만, 아주 적은 질량일지라도 시간역행과 같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을 일으키게 되면 우주적인 차원에서 볼때 결코 적지 않은 큰 차이를 불러올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없던 일'을 '있던 일'로 바꾸는데 들이는 에너지를 무엇으로 바로 잡을 것이냔 말이다. 이는 절대불변의 물리법칙을 깡그리 무시하는 일이라 그 파장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장준후는 시간역행을 해서라도 퇴마사들을 살리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부여된 '권능'을 그런 일에 쓰는 것이 옳다고 여긴다.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악을 물리치는데 그치지 않고 옳지 않은 일을 옳게 바로 잡는데 온 능력을 다할 뿐, 아무런 사욕을 부리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놓는 '퇴마사'들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서 장준후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부여된 권능으로 '시간역행'을 시작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한 곳은 '천기 수호자'가 있는 곳이었다. <왜란종결자>에서 다루었던 '우주 팔계(신성광생사유환마)'를 다스리는(?) 그런 분들 말이다. 여기서 왜 뜬금없이 <왜란종결자>가 등장하느냐고 의아해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솔직히 나도 그런 사람이다. 전혀 의아해 하실 필요가 없다. 바로 '뉴 퇴마록'이 새롭게 시작할 '분기점'이 되는 지점이니, 의아해 하기보다는 '그런갑다'하고 여기는 것이 더 속 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따지기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서 '작가의도'를 밝히자면, '뉴 퇴마록'을 새롭게 집필할 각오를 하면서 기존에 보였던 <왜란종결자>나 <파이로매니악> 등의 '세계관'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하는 것 같다. 물론 '흡족'해질 때가 아니면 여간해서 책을 내놓지 않는 고집불통 작가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쉽게 독자들이 원하는 소설을 홀랑홀랑 내놓을 것 같지는 않지만, 암튼 '뉴 퇴마록'을 내놓을 당위성(!)은 마련해놓았으니 독자들은 기다리기만 하면 될 듯 하다. 이제 '판'을 깔렸고 '시작'만을 기다리면 된다. 20년도 기다렸는데, 몇 년을 더 못 기다리겠는가. 내놓기만 해라. '읽을' 준비는 이미 마쳤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