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아닌 것 없다 시작시인선 237
복효근 지음 / 천년의시작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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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특유의 따뜻함, 구수함, 웃음이 가득하다.
특별히 모두 10줄 이하의 시들을 모아서 그런지 간결하여 상쾌하다.

“마을 어귀 시멘트 포장길에
개 발자국 몇 개 깊숙이 찍혀 있다
/개는 덜 마른 시멘트 반죽 위를
무심코 지나갔겠으나 오래도록
‘개새끼‘ 소리에 귀가 가려웠겠다
/선승이나 개나 발자국 함부로 남길 일 아니다” 족적 69

웃기지만, 관조가 있고.

“먼지였던,
/아직 먼지가 아닐 뿐인,
/조만간 먼지일,
먼지” 생生 52

깊고 서늘한 통찰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소심함과 그것을 감추지 않는 솔직담백함이다.

“서먹하니 마주한 식탁
명이나물 한 잎 젓가락으로 집어 드는데
끝이 붙어 있어 또 한 잎이 따라온다
아내의 젓가락이 다가와 떼어준다
저도 무심코 그리했겠지
싸운 것도 잊고
나도 무심코 훈훈해져서
밥 먹고 영화나 한 편 볼까 말할 뻔했다“ 무심코 22

몸통


밥통
술통
똥통
편두통
고집불통
꼴통

그 온통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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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으로 가는 길 - 우리나라 전탑(塼塔)과 모전석탑(模塼石塔)에 대한 생생한 탐방기 탑으로 가는 길 1
김호경 지음 / 휴앤스토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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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아마추어 답사가’의 ‘전탑과 모전석탑을 찾으가는 즐거운 여행수필이며 답사기일 뿐이다.’
아마추어 답사가 가운데도 깊이 있는 공부, 아름다운 사진 실력, 유려한 글솜씨를 갖고 있는 분이 많다. 그런 분들의 블로그나 카페 또한 차고 넘친다.
이 책의 내용 중 특히 사진이 어지간한 정도에도 못 미친다.
도서관에서 읽었으니 다행이다.

문화재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학술적 바탕과 이해도가 떨어지면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표현해 봐야 느낌이 떨어져 한계가 있다. 한편으로는 너무 과학적 지식에 입각해서 객관성만 따진다면 그건 일종의 학술 논문과 같아 우리 같은 여행자가 읽기에는 숨이 막혀 버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절충형식으로 하나의 여행수필에 탑에 대한 기술적 해설을 더하여 써 놓았다. 그러다 보니 또 어정쩡해서 읽는 재미도 없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론에 대해 배울 것도 없는 책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서글프다. 솔직히 말하면 한편으로는 지식과 학문이 부족하고, 한편으로는 멋진 수필을 쓰기에는 감성과 정서도 부족한 결과로밖에 볼 수 없어 부끄럽다. 비유가 되는지 모르지만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고 해야 하나. 바탕(내용)은 풍성하나 문채가 부족하면 문장은 조야(粗野)하고, 또 바탕(내용)은 없이 언사(言辭)만 화려하고 요란하면 이 또한 좋은 문장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나름 중용을 지켜보려고 노력한 결과가 이렇게 되어 버렸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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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라는 우주
더글라스 탈라미 지음, 김숲 옮김 / 가지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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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재미있다.
제목 그대로 ‘참나무라는 우주’를 다룬다. 나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깃든 뭇 생명과 그들의 관계와 세상, 결국 우주를 다룬다.
저자가 곤충학자라서 나올 수 있는, 나무에서 그치지 않고 거기서 비롯된, 많은 것을 듣고 배울 수 있다.
편집도 또한 기발하고 뛰어나다. 10월에서 출발하는데 그 이유는 읽어 보시고. 소위 월령체 구성이다. 그러면서 갖은 관찰과 지식과 통찰이 담겨 있다.
흥미진진!
참나무가 다른 나무에 비해 훨씬 큰 우주를 지녔다는 것을 그는 이렇게 증명한다. 자기 집 마당에 사는 곤충 중 나방의 애벌레를 센다. 총 923종이 살고, 그들이 깃들어 사는 식물을 찾아냈다. 그중 245종이 참나무를 선호했다. 필자의 집에는 59종의 나무가 있는데, 참나무는 한 그루다. 식물 다양성은 2퍼센트에 불과한데, 나방 종 다양성은 30퍼센트를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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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압력 - 불멸의 인물 탐구
샤리쥔 지음, 홍상훈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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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설가 샤리쥔이 흠모하는 중국사의 인물 몇을 다룬 글이다. 그 인물들은 오로지 한족이다. 대단히 과잉되고 격앙된 어조로 글이 이어져 불편할 사람이 많을 듯하다.
명말청초에 청나라에 저항하다가 17살에 죽은, 천재 하완순이 가장 마지막에 자리한다.

“서양에서…하완순과 같은 위대한 소년을 찾는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런 위대한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문명의 생명력이 설마 갑자기 사라질 수 있겠는가? 그 결함이 설마 치명적이겠는가?” 504

이것이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소위 국뽕에 기반한 자기 문화 우월론은 뜨악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마천이 궁형을 당하게 만든 사건의 주인공. 이릉. 그를 다루며 언급한

“종전의 이릉은 흉노에게 원한을 품었고, 지금의 이릉은 한나라를 원수로 여긴다. 내 손에 죽은 모든 이는 나의 적이었으니, 이것이 바로 전쟁의 논리다.“ 432

통찰이 매우 인상적이다. 고민하게 되는 보편적인 문제다.
언제나 그렇듯 취사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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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부도 마애탑 - 우리나라 마애부도 마애탑 최초의 답사기록
임병기 지음 / 홍익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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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포항에서 출발해 돌아가는 기차 안
갖고 있는 책이 저자에게 사인 받고 챙긴 이 책뿐
또 읽는다.
마침 오늘 설악산 계조굴 아래에서 ‘감실형 마애부도’를 한 기 새로 발견했으니
더욱 새롭다.
태어나면서 자꾸 갱신해야 할 운명을 지닌 책
언제든 어디든 헤매고 다녀도 즐거운 저자
감동할 준비 감탄의 대비
그렇게 삶은 생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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