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사랑한 나무들 - 명화 속 101가지 나무 이야기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김정연.주은정 옮김 / 오후의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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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가득하다.
대체로 차분한 가운데 쓸쓸한 그림이 많다.

몬드리안이 초창기에 나무를 많이 그렸고, 나무에 대한 거부감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도안 같은 추상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모네의 <Antibes>는 처음 봤는데, 정면 소나무 한 그루 뒤로 바다와 섬의 야트막한 산자락이 보여 남해안을 보는 듯했다.
책 표지에 그려진 작품은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가운데 뜬금없이 나왔다. 뭐지 했는데, 작가가 책 거의 끝에 나온다. Isaac Levitan. 체홉의 친구로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1894년에 권총 자살을 시도했고, 체홉이 1년 후 희곡 <갈매기>에 레비탄을 등장시켰다. 총소리 이후에 머리에 붕대를 감고 등장한다고. 그의 그림 두 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곁에 두고 볼 만한 그림이 많다.
그러나, 나무가 필요하다면 나는 숲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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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읽는 중국의 미술 Oxford History of Art 1
크레그 클루나스 지음, 임영애 외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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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방대한 시대를 다룬다. 중국의 신석기부터 1970년대 이후 현대미술까지. 그 흐름을 보고자 하는 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불교미술의 흐름을 보고자 한다면,
제1장 고분 미술의 남북조 부분과 제3장 종교 미술을 읽으면 된다.
시대를 잘못 적은 부분이 좀 있고,
도상의 소장처를 각주처럼 뒤에 몰아 놓아서 왔다갔다 해야 하는 점이 조금 아쉽고 불편하다.
틀린 지도 설명 하나를 이미지넣기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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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정희진의 글쓰기 4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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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궂다.
봄꽃의 차례 따위 엉클어진 지 오래되었으니
자본주의가 멈춤 없이 진보하고 있는 도중과 결과로
우동을 함께 먹고 있는 부녀의 미래가 날씨만큼 어둡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날은 곧 개었다 말다 할 테지 인간보다는 더 오래.

정희진 선생은 영화 <소셜포비아>를 얘기하면서 한국 사회를 이렇게 진단한다.

“이 영화의 주제를 압축하는 대사를 보자. ˝대한민국에 간첩이 몇 명이게? 5만 명이야. 5만 명. 걔들이 어떻게 안 걸리는 줄 알아? 진짜 좋은 방법이 있거든. 지들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빨갱이면서 빨갱이를 잡겠다고 설쳐대는 거지.˝ 이것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개인들이 각자 누구인 줄 모르고 좌충우돌하면서, 그라운드 제로에서 서로를 외면한 채 똑같은 제복을 입고 뫼비우스 띠의 선상(線上)을 헤매는 장면에 대한 묘사다. 우리는 자신이 ‘간첩’인 줄 모르는 간첩들이다. 모두 개성 있는 다름(distinction)을 주장하는 개인들이되 실은 똑같다. 개별적으로 자본에 포섭되어 자기가 누군지 모른다. 모두가 모두의 아바타다.” 182

그렇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너 자신을 알라. 생각을 하라. 죽도록 연습하고 표현하라.” 183

‘오프라인에서 글쓰기’를 ‘유일한 저항’으로 들었다.
‘기억과 연대’가 반드시 정의인 것은 아님도 요구하였다.(231-249)

원래 국가 내부의 차이가 국가 간의 차이보다 큰 법이고 격동기에는 더욱 그렇다. - P227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예술가들은 이제까지 근대의 주체가 아니었던 여자, 아이, 장애인, 자연을 기차 밖에 살게 하거나 생존자로 만든다. 그렇다면 이 타자들은 진정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여성과 아이, 동물은 오염되지 않았는가. 그렇지 않다. 이들도 순수하지 않다. 이들이 순수하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내게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감독 자신이, 예술가 자신이 스스로 타자가 될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 그들은 왜 항상 주체이고, 주체를 구원할 수 있는 대상조차 지정할 수 있는 조물주인가. 여성이고 아이들이라고 해서 ‘착하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새로운 주체는 기차 밖에 있다고 해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주체는 스스로 ‘꺼지면’ 안 되는가. 자리에서 내려오라. 인류와 지구를 해방하려 하지 말고 그냥 하방하라. 팬데믹 시대의 구원은 우리 모두 ‘섬싱(something)’이 되고자 했던 의지를 버리고, 자연의 일부인 ‘낫싱(nothing)’임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갈팡질팡하는 삶의 한가운데서, 글쓰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나의 의지가 부끄러울 뿐이다. - P221

그의 모든 작품이 내게 위로가 된다. 고레에다의 영화는 치열하지만 고요하다. 나만의 감상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영화에서 언제나 죽음의 그림자를 느낀다. 그 그림자가 내 삶의 번잡스러움과 욕심, 고통을 잊게 한다. 삶이란 죽음이라는 영원하고도 편안한 잠(永眠)이 기다리는 행복한 시간이다. 그러므로 죽음을 기대하지 않으면, 삶도 행복하지 않다. 죽음만이 희망이다. - P191

게임 중독이나 혐오 발화는 ‘인간성 타락’이 아니라 실업 문제다. - P174

글쓰기의 정의는 이견이 없다. 글은 ‘자기’ ‘생각’을 ‘표현(재현)’하는 ’노동‘이다. 자신을 아는 일은 일생에서 가장 어려운 법이고, 생각하기는 가장 외로운 작업이다. 글쓰기는 중노동이다. 글스기는 두렵고, 어렵고,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수입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그런 면에서 SNS에서 글쓰기는 자본의 입장에서 너무도 손쉽고 이익이 막대한 돈줄이자 중우(衆愚) 정치다. 키보드 사용자의 노동과 시간은 고스란히 ’구글‘이나 ’삼성‘이 가져가지만, 우리는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우리의 영혼을 바친다. 그 대가는 무엇인가?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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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를 위한 라틴어 수업 - 식물의 이름을 이해하는 법
리처드 버드 지음, 이선 옮김 / 궁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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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141쪽밖에 안 되니 길이가 짧은 책이다.
그러나, 식물 학명에 쓰이는 라틴어를 다양한 주제로 나누어 꽤 여럿 소개하고 있어서 쉽지 않다.
표지부터 본문에 그려진 식물 그림이 예쁘다.
하지만, 식물 전공자가 아니고서야 습득해야 할 내용은 아닌 듯하다. alba는 흰색으로 쓰이는 것을 어디서 본 적이 있지만, adulterinus[간통의, 잡종 생성이 쉬운]까지야 몰라도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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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좋아한 적 없어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체스터 브라운 지음, 김영준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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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서툰 애정 회고담이다.
“코니는 길 건너편에 살았다”라며 시작한다.
표지에 나오는 여자가 코니의 여동생 캐리
캐리의 친구 스카이.
캐리는 서술자 ‘체스터: 작가 이름 그대로‘를 어려서부터 좋아했으나, 체스터는 스카이에게 고백을 했다. 고백해 놓고는 데이트하지 못하거나 않는다.
망설이고 머뭇거리고 어긋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정신병을 앓다 죽는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한다는 것. 돌아가시자 눈물 한 방울 쥐어짤 뿐, 장례식에도 가지 않는다.
책 앞에 헌정사를 바친 ’이숙인‘씨도 그렇고,
자전적 이야기인 만큼 작가 주변 인물들은 등장 인물이 누구인지 금세 알아차릴 터인데
썩 유쾌하지 않을 듯하다.
감기 탓에 주루룩 흘러내린 콧물 맛일 듯.
찌질하고 찝찔하다.
대개의 10대가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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