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버만과 그의 아내 엘프리데 자신에게 집을 계약하러 온 핀들러에게 위와 같은 소리를 듣는다. 필자가 읽자마자 경악했던 부분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됐다.
누구나 타인의 아픔에는 무관심한 법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래도 되는가?
유대인 박해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그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고 구금해버리는 '그들'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해도 되는가?
이 책은 <여행자>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행자라고 하면 우린 무엇을 떠올릴까?
신난 발걸음, 활기찬 미소, 밝고 당찬 분위기...
그러나 책 속에서 질버만은 도통 여행자처럼 묘사되지 않는다.
그는 지쳐있고, 불안에 떨며,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행동한다.(실제로 이게 맞기도 하고)
과연 이런 그를 우리는 여행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