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말이 아닐까.엄마.아빠.부르고 불러도 부르고 싶을,영원히 가슴이 뭉클할것 같은 두글자.아빠라는 사람의 일대기가 넷째딸 작가 헌이의 눈을 통해 그려진다.전염병으로 이틀새 본인의 엄마아빠를 잃은 아버지.서른이 되기전 아들을 셋이나 낳고 농부아닌 농부로서 살며 부족한 와중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가정을 일구어 온 아버지.여느집의 아버지와 다를것 없는 넉넉치않은 형편의 가장으로의 아버지의 일생이 담담히 녹아있어 읽으며 마음한켠이 쨍 아려왔다.장성한 자식이 6명이나 되어 아픈엄마는 서울로 모시고 수면장애와 우울증을 앓는 j시에 혼자 남겨진 아버지를 돌아가며 찾아뵌다.각각의 자녀가 아버지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아버지와의 과거로 여행하듯.책을 읽으며 나는 나대로 우리아빠와의 과거로 여행하는 기분이었다.그도그럴것이 나역시 넷째딸 헌이가 그랬듯.아빠가 태워주는 자전거 뒤에 많이 탔던 기억이 난다.겁많은 내가 무섭다고 하면 세심한 아빠는 얼른 내려 나를 태운 커다란 자전거를 손으로 끌어주셨다.그런,그때는 어려서 잘몰랐던 것들을 커서 아기낳고 엄마가되고 나이가 이정도 되고보니 그때 우리 아빠는 그래서 그랬겠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것들이 참 많다.출산이후 어린두아이 돌볼때 막내딸인 내가 안스러워 나를 위해 우리집에 와주셔서 집안일도 도와주시고 애들도 돌봐주시던 아빠와 함께 보낼 수 있던 시간들.둘째 만삭때 아빠의 부축을 받으며 뒷산에 올라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했던 그 뜨겁던 여름날.나에게는 그 시간들이 행복이었다.헌이가 보고싶었지만 딸 잃은 아픔을 헤아려 꾹참고 그저 기다리신 헌이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아빠와 어릴적 이야기를 나누며 나도 아빠의 젊은 날들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그렇게 아빠와 더 가까워진 감사한 시간들이 나에게도 있다.어른이되기전에는 어쩌면 엄마아빠는 공기처럼 당연히 늘 내곁에 있는 그런 존재라고, 그리고 내가 인생의 중심이라 부모님에 대해 깊게 생각해서 어떠한 깨달음의 끝에 가본적이 없던것 같다.장남인 큰오빠는 아버지가 주는 집안의 맏이라는 부담이 싫어 결혼과 동시 동생들 학비에 도우라고 집안에 소7마리를 사주고 떠난다. 아버지는 그 부담스런 맏이의 마음을 알고 절대 소를 한마리도 잃지않겠다는 심경으로 열심히 돌본다.그 아들이 외국으로 해외근무를 나가게되자 잘 모르는 맞춤법이 다 틀린 한글로 아들과 주고 받은 편지는 마음이 아플정도로 서로만을 위한다.넷째딸 헌이가 작가가 되었을 때도 글씨쓰는사람이라고 말은 무뚝뚝하게 그리했지만 내심 뿌듯했던 아버지였다.간첩이라고 오인받아 잡혀간 셋째아들을 무심하게 데리고 나왔던 아버지였고 고단했지만 자식들덕에 용케 힘든 세상을 살아낸 이 시대의 아버지였다.아버지는 그렇게 있는듯 없는듯 여섯자식 각각에게 특별한 추억이었다. 나는 비록 엄마이지만.헌이의 아버지처럼 우리애들에게 어른이되어도 각각 가슴따뜻해지는 추억이 떠오르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너무 우리 아빠를 보는것같은 느낌이 들어 우리 아버지를 열번도 더 생각해보게 된 시간이었다.아버지에게 갔었어.그 이상 무슨말이 필요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