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축가의 도시 - 공간의 쓸모와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이규빈 지음 / 샘터사 / 2021년 6월
평점 :





건축과 전시는 모두 공간을 다루는 것이기에 닮은 점이 참 많다. 공간, 빛, 동선, 재료 따위를 세밀하게 다루고 조정하는 일이며 도면이라는 도구를 통해 설계되고 누군가에 의해 시공되어야만 비로소 세상 앞에 내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도 있는데 바로 ‘호흡’이다. (p.82)
건축은 단단하고 도시는 거대하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건축과 도시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고 쉽게 착각한다. 인간의 일생이 건축과 도시의 시간보다 터무니없이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변하면 시대가 변하듯 건축과 도시 또한 늘 변화한다. _____ 물건은 쓰다가 질리면 새로 바꾸면 그만이지만 건축은 쉽게 그리 될 수 없다. 다만 건축은 여러 시대와 사람을 거치며 오래도록 쓰이고 읽힐 따름이다. 고치고 덧대어질수록 예측하지 못했던 수많은 새로움으로 우리의 도시 공간을 재편할 것이다. (p.105)
일본, 중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들려주는 설명에 이끌려 바라본 건물과 도시의 모습은 꽤나 이색적이다. 제각각 독특하고 남다른 모습에 두 눈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건물이 보이고, 또 하나의 도시가 보이고···. 이 다섯 개 나라의 건축과 도시에 대한 그의 글은 간결하고 명료하다. 재미없을 것(?) 같지만 전혀! 재미있다. 그리고 또 어찌나 다정하고 친절한지! 초심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자세하게 설명을 곁들어주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츠타야 서점의 독특한 외벽, 예술의 대지로 다시 태어난 중국 베이징의 군수공장지대, 9·11테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 맨해튼의 9·11 추모공원 및 기념관 등 분명 평소의 나라면 스윽 지나치고 말았을 테지만, 저자와 함께 움직이다 보니 하나라도 더 귀담아듣게 되고, 이전과는 다른 시선과 생각으로 건물과 도시를 바라보게 된다. 좁디좁았던 시야가 조금 넓어진 느낌이랄까. 건물과 도시 그 공간이 지닌 역사적 배경과 의미, 그리고 그곳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저자는 단순히 건축물에 대한 감상만이 아니라 다양한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제목 그대로 건축가가 바라본 도시 이야기. 입담이 어찌나 좋던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