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 기생충에게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 아우름 25
서민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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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샘터에 기고한 글들을 묶어 탄생하게 되었다.

기생충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사실 시작전부터 징그러울꺼라 편견을 가졌었다. 하지만 차례를 넘어 첫 페이지를 펼쳐보니 그건 괜한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시작부터 기생충을 사람에 빗대어 표현했을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실험실에서 표본으로 봐온, 혐오스럽기만 했던 기생충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기생충이 귀엽게 보여질 수도 있구나 하고 말이다.

​외모가 혐오스러워서 그렇지, 기생충도 알고보면 썩 괜찮다는 저자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은 기생충을 가지고 있다. 그 기생충 중에는 해로운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우리가 소나 돼지를 구워 먹게 된 것도 그 동물들을 날로 먹다가 기생충에 감염돼 심한 증상을 겪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생충은 그 양이 많아지지 않는 이상에야 우리에게 큰 해를 입히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개미에 있는 창형흡충이란 기생충은 소가 종숙주라 어떻게든 소의 몸 안으로 들어가야 어른이 되어 알을 낳을 수 있다. 그런데 소는 개미를 먹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위해 창형흡충은 개미의 뇌로 들어가 개미의 행동을 조종해 소가 먹는 풀위에 올라 소가 먹어 주기만을 기다린다고 한다. 숙주를 조종하는 또 다른 기생충에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도 있다. 주로 쥐에 사는 이 기생충의 숙주는 고양이인데, 톡소포자충은 쥐로 하여금 고양이를 덜 무서워하게 만듦으로써 종숙주로 가려는 자기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한다. 한가지 신기한 것은 톡소포자충이 사람도 조종한다는 사실이다. 플레그르라는 체코 학자가 자신이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연구를 하던 중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뇌를 조종하는 기생충이라니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가 쉽게 풀어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징그럽게 여겨지던 기생충이 마냥 귀엽게 느껴진다. 약 한 알에 사라지고 마는 나약한 그들이지만 책을 통해 들여다본 그들의 모습은 참 단순하고 순박했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신비한 생명체이다.

그간 기생충이라 함은 다른 동물에 빌붙어서 영양분을 빼앗아 먹고 사는 생물체라 무조건 나쁘고 없애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얻어먹긴 하지만 기껏해야 하루 밥풀 한 톨 정도로 소식하는 생물체고 앞서 말했듯이 사람을 죽이는 일도 웬만해서는 없다. 또한 인간의 몸에 살면서 알레르기를 비롯한 각종 면역 질환을 막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항생제에 금방 내성을 발휘해 쓸 약이 없게 만들어 버리는 세균과는 달리 기생충은 약 한 알이면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안에 있던 기생충들은 몽땅 죽은 채 대변으로 나온다.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면 알수록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들이 무너지고,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

저자가 비양심적인 인간을 양심적인 기생충과 비교해가며 그들의 행동을 꼬집는 말들은 논점을 가로질러 문제점들을 정확히 나열하여 듣는 사람의 가슴을 시원하게 뻥뚫어준다.

 

​욕망이 충족되고 나면 더 큰 욕망을 찾아 떠나는 사람과 달리 회충의 욕구는 매슬로우의 2단계에 멈춰 있다. 편안한 잠자리가 있고 먹고사는 문제와 짝짓기 욕구를 충족시키고 나니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는 애기다.

남보다 더 많이 먹는 회충도 없고 미래를 대비해 식량을 숨겨 놓는 회충도 없다. 매 끼니 들어오는 밥을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피곤하면 잔다. 더 많이 먹으려는 다툼 같은 건 벌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수백 마리에 달하는 회충도 사람 몸속에서 평온하게 살아간다. 등심 한 점을 놓고 서로 싸우다 몸에 상처가 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회충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인다. (p.110) 

이 정도면 저자의 기생충 예찬에 수긍이 되지 않을까. 미개한 생물체이지만 욕심 없이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적지 않은 배움을 얻는다. 욕심에 눈이 멀어 때로는 친구들을 이용하고 등지는 우리 인간과는 다르다. 평화를 사랑하고 작은 것 하나에도 만족할 줄 알며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욕심을 채우기에만 급급해 보이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게 여겨진다.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 교수님의 책을 읽으며 알게 모르게 생겨버린 고정관념이 그 동안의 잘못된 생각이었구나 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 동안 품어왔던 편견을 가차없이 깨부순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은 착한 생명체를 두고 당연시하며 무시하고 차별했던 기생충에 대해 한 수 배워가는 유쾌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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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
이해인 지음, 해그린달 그림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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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관한 관심, 따스한 말 한마디가 그립고 절실한 일상에서 종교를 초월해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로 다가온다. 2008년 여름부터 암 투병을 시작하였지만 이를 극복해내며 강연과 집필 활동을 이어온 이해인 수녀가 6년 만에 펴내는 산문집 《기다리는 행복》에는 메마른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향기로운 이야기들을 담았다.

 

 

1부에서 5부까지의 글들은 지난 6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것들을 중심으로 모은 것이고, 6부의 글들은 첫 서원하고 나서 일년의 일기들을 단편적으로 뽑아 실은 것이다. 수녀님은 너무 오래전의 기록이고 영혼의 맨살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러운 망설임이 없지 않았으나 20대의 젊은 수녀의 순수한 풋풋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 같아 수도서원 50주년을 기념하는 뜻으로 오랜 세월 충실한 애인이 되어준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고 하셨다. <6부 처음의 마음으로 _ 기도 일기>가 바로 수녀님이 첫 서원을 하고 일 년간 적어둔 일기를 추려서 정리해놓은 부분인데 수녀님은 부끄러워 하셨지만 오히려 나는 고뇌하며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젊은 수녀님의 모습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고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수녀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기차 여행을 한 번씩 할 적마다 나는 내면으로 더욱 풍요로워지고 거듭나는 체험을 한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일상의 여행길’을 지혜롭고 인내롭게 달려갈 수 있는 은총을 구한다. 기차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면 운행을 잘해준 기관사에게도 마음으로나마 감사를 전한다. 기차에서 내려 각자 길을 가는 승객들에겐 따뜻하고 정겨운 눈길로 인사를 보낸다.

‘같은 기차에 타서 반가웠어요, 부디 안녕히 가세요!’라고 빙긋이 웃으면서. (p.29)

글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스쳐가는 이들에게도​ 보이지 않게 사랑과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보는 내가 숙연해질만큼 수녀님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어쩌면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기차 여행이지만, 수녀님은 이마저도 기차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하며 기도 여행으로, 좋은 책을 읽으며 독서 여행으로,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감상하며 자연 여행으로, 동행자와 조용히 속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 여행으로, 방법을 다양하게 바꾸어 얌전히 앉아 목적지를 향해가는 여정도 수녀님에게는 뜻깊은 여행이 된다.



​너도나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남을 위한 따뜻한 배려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많이 말하지만 진정 하루를 사랑으로 채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삶이란 사랑하기 위해 주어진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라고 표현한 아베 피에르 신부님의 말씀을 자주 기억하면서 나는 나름의 지향을 지니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랑과 배려의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날마다 새롭게 내가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몇 가지를 여기에 적어본다.

첫째는 언제나 고운 말을 쓰는 사랑의 노력이다. 우리는 말로써 실망을 주고 마음을 상하게 하지만 말로써 희망을 주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 내가 정한 열 가지 기본 수칙을 지키려고 애쓰다 보면 스스로 조금씩 사랑으로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

둘째는 누구에게나 밝은 표정으로 다가가는 사랑의 노력이다. 살다보면 힘들고 아프고 우울한 순간도 있어 웃음이 안 나올 때도 있지만 자신의 어둠을 상대에게 전하지 않는 것 또한 사랑이라 여겨진다.

셋째는 다른 이에게서 부탁받은 일들을 짜증 내지 않고 좋은 마음으로 심부름하는 사랑의 노력이다.

넷째는 그날그날 일어나는 좋은 일도 궂은일도 다 고맙게 받아 안으려는 사랑의 노력이다. 좋은 일은 좋아서 감사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궂은일은 그 안에 숨어 있는 뜻을 헤아리며 일단 감사하려는 마음을 지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p.74-76)

많이도 말고 아주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 다른 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은 수녀님의 말대로 훨씬 더 행복하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남이 변화되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변할 수 있어야만 참 평화가 찾아온다.


책을 읽으면서 평소 궁금했던 이해인 수녀님의 일상생활을 잠시나마 엿보기도 하고 수녀님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로 마음이 풍족해지는 시간들이었다. 어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힘을 북돋아주는 글들만 골라서 써주시는지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이해인 수녀님이 들려주는 글과 시들은 따뜻함이 묻어난다.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담아 보이지 않음에도 상대를 배려하고, 지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말을 건넨다. 그렇게 진심 어린 말들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 고단했던 오늘 하루가 글의 온기에 이내 풀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만 읽고 책장 속에 묻혀두긴 아까운 책이다. 늘 곁에 두고 수시로 꺼내어 곱씹으며 읽어야 될 것 같다.


서 얘기했지만 2018년 5월 23일은 수녀님이 수도자로 첫 서원을 한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뜻깊은 날을 미리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우리들 곁에 건강하게 오래 머무르시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와 글을 아낌없이 들려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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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사람들 - 미스 페레그린이 이상한 아이들을 만나기 전
랜섬 릭스 지음, 조동섭 옮김 / 윌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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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 들고 계신 이 책은 기묘한 눈을 가진 사람만을 위한 것입니다. 이례적인 사람의 대열에 속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깜박 잊어버리고 몸을 매트리스에 묶지 않아서 한밤중에 침대 위로 떠오르는 일이 없다면, 적절하지 않은 때에 손바닥에서 불을 내뿜는 일이 없다면, 뒤통수에 달린 입으로 음식을 씹지 않는다면 이 책을 처음 발견한 곳에 당장 돌려놓고 책을 집어 들었던 일을 아예 잊어버리십시오. 그래도 아무것도 아쉬울 게 없을 테니 걱정 마세요. 그런 분이라면 여기 담긴 이야기들이 괴상하고 짜증나며, 취향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만 알게 될 겁니다. 어쨌든 이 이야기들은 그런 분들과 아무 상관없습니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빛나는 작가 랜섬 릭스.

어려서부터 기묘한 사진 수집과 괴담과 코미디에 탐닉한 결과, 미친 상상력의 소유자라는 평가와 함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케니언 대학에서 문학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영상을 공부한 그는 서른 즈음 발표한 <미스 페레그린> 시리즈로 하루아침에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한다. 이 시리즈는 40개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판타지의 마술사 팀 버튼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해리포터가 막을 내리고 상심에 젖어 있던 사람들에게 또 다른 판타지의 세계를 알리며 전 세계 팬들을 열광에 빠트렸다.

이 책 <기묘한 사람들>은 <미스페레그린> 시리즈 이전의 세상을 담은 이야기들로,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 으스스한 유머 감각이 시작부터 끝까지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는 고딕풍의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로 아름다운 식인종, 칼퀴 혀 공주, 첫 임브린, 유령과 친구가 된 여자, 코코볼로, 성 바오로의 비둘기들, 악몽을 다스리는 소녀, 메뚜기, 바다를 멈추게 하는 소년, 커스버트 이야기 등 10편으로 꾸며져 있다.

책 속에서는 인육을 먹고 사는 교양 있는 식인종,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능력 외에 시간을 되풀이되게 만들 수 있는 임브린, 입 속에는 칼퀴 모양의 긴 혀가 숨어있고 등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반짝이는 비늘로 덮인 공주, 악몽을 다스리는 소녀 등 기묘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처럼 기묘한 능력을 지닌 여러 사람들이 등장한다.


우리와는 달랐지만, 기묘한 사람이라 해도 결국 그들도 인간이었다. 그랬기에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나 행동에 당연히 상처받았다. ‘바다를 멈추게 하는 소년’ 같은 경우 그저 그는 단지 사람들을 돕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소년의 능력을 알게 된 사람들은 필요할 때면 소년을 도구로 여겼고, 필요하지 않으면 내팽개쳤다. 기묘한 사람들이 필요하면 그들을 협박해 강제로 그들의 능력을 이용하면서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해가 되거나 하면 자신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헐뜯고 비난하고 멸시한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은 체 혼자 살아 갈 수밖에 없다. ‘메뚜기’에서 기묘한 능력을 지닌 아들은 그저 가족의 사랑을 바랬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타인과 비교하며 다르다는 이유로 그를 다그치며 인정하지 않았고, 사랑을 받지 못한 그는 결국 자신이 가장 크게 결속력을 느끼는 생물의 형태로 변해 떠나버렸다.

​‘아름다운 식인종’은 남들과는 다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얼마나 추악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욕망이라는 늪에 깊숙히 빠져 버린 사람들은 끝없이 욕심을 부리다 스스로 삶을 고통스럽고도 황폐하게 만들어 버린다. 많은 걸 가졌음에도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그들보다 더 좋은 것을 가지려 결국은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을 식인종에게 내어주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면 알 수 있을텐데 이미 그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작가의 상상력은 앞서 말했듯이 기발하다 못해 정말 미친 것 같다. 책을 계속해서 읽다보면 정말 기묘한 사람들이 우리들 곁에서 자신의 능력을 숨기며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어디에서 이런 글이 나오는건지 정말 혀를 두를 정도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글을 읽는 독자들은 속절없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누구라도 한 번 책을 펼치면 책을 도중에 덮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중독성이 있다. 온갖 상상력을 총망라해서 한 곳에 모아 놓은 것 같다. 과연 그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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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바라보기
이철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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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삶과 세상과 사람을 더 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여드린 판다가족의 우화는 이후로 전개될 ‘마음으로 바라보는 여덟 가지 이야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판다가족의 이야기는 단지 판다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판다가족의 이야기는 사납고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나무 위에서 쓸쓸히 죽어간 어미판다가 어쩌면 우리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어미판다의 사정도 모르면서 먼발치에 서서 어미판다를 조롱하기만 했던 숲속 친구들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펭귄의 날개를 함부로 폄하했던 물개의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주변의 아픔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만, 그리고 자신의 가능성 확장을 위해서만 노력했던 펭귄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악랄한 사냥꾼에게 잡혀간 어린판다가 어쩌면 우리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가슴을 가진 고슴도치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이토록 사납고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어떻게든 우리는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p.246-7)

 

 

 

 

 

 

 

 

어느 날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다가 제 영혼을 흔드는 문장을 만난 저자.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단지 껍데기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올바르게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마음으로 볼 때이다.” 이 세 문장을 만난 이후로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저자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중요한 것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두고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보는 법을 하나씩 정리해보았더니 모두 여덟 개의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었다.


마음으로 바라보는 법을 보기에 앞서 책의 절반 아니,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판다 가족의 이야기는 글만이 아닌 그림으로도 따뜻함, 행복함, 기쁨, 쓸쓸함, 외로움, 슬픔 등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전해준다.

눈이 많이 내리는, 아름다운 산 정상에 있는 고래바위 동굴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어미판다와 새끼 두마리.

어느 날 판다가족이 살고 있는 고래바위 동굴 밖에 일주일 동안 함박눈이 내렸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새끼판다들은 배고파 울고 있는데 어미판다는 슬픈 표정으로 새끼들을 바라볼 뿐 먹이를 구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던 동물 친구들은 가짜엄마가 새끼를 다 죽이겠다며 하나같이 어미판다의 흉을 본다.

어린 새끼들이 배고파 여러 날 동안 울고 있는데 어미판다는 왜 먹이를 구하러 나가지 않는걸까. 사실 어미판다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미판다가 새끼들에게 줄 먹이를 구하려고 동굴 밖으로 나가는 순간 자신과 새끼판다를 노리는 사냥꾼이 눈에 찍힌 발자국을 보고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붉은 늑대, 파란 토끼, 강아지와 사막여우는 눈 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어미판다를 비난하기에 바쁘다. 열흘이 넘도록 눈은 그치지 않았고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던 어미판다는 함박눈이 눈 위에 찍힌 자신의 발자국을 덮어줄 거라고 믿으며 동굴 밖으로 걸어 나간다. 산을 오르던 중 어린 새끼들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동굴로 미친듯이 달려갔지만 새끼들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어미판다의 속마음은 외면한채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어미판다를 판단하고 비아냥거리며 험담을 해대는 동물 친구들.

그들이 마음을 담아 한번만이라도 어미판다의 속마음을 물어봤다면 어미판다가 나무 위에서 그렇게 쓸쓸하게 죽어가지는 않았을텐데 보는 내내 마음이 짠했다. 괴롭고 아프고 슬펐지만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쓰던 어미판다는 결국 주변의 무관심한 동물 친구들로 인해 홀로 외로워하며 배고픔과 추위속에서 견디다 못해 죽어버렸다. 저자의 말대로 판다가족의 이야기는 단지 판다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판다가족의 이야기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거의 모두가 하나씩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다. 언제부터 감기처럼 흔한 병이 되어버린건지. 아프고 피가 나면 겉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단번에 사람들이 알아채고 다독여주거나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는 등 치료해 줄 수 있지만, 마음은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타인이 보고 달래주거나 위로해 줄 수 없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이 눈치채어주길 기다리다 그 마음이 닳고 닳아서 없어지기 전에 스스로 내 자신과 마주하고 진심을 다해 다독거리며 아껴주고 사랑해주어야 한다. 타인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진심은 들여다보지도 않은채 보여지는 상황과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멋대로 판단하고 그렇게 믿어버린다면 판다가족과 같은 이야기는 무수히 반복될 것이다.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생각이 맞을 때도 많지만 지금 내가 하는 생각이 매번 옳을 수만은 없다.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생각을 의심하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가시를 나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또한 내가 가진 가시를 긍정할 수 있을 때 상대방의 가시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라고.

타인과 대화함에 있어서 나의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나의 눈과 마음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라는 그런  뜻이 아닐까. 고정관념이나 편견없이.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말이다. 내 마음과 마주하듯 상대방의 입장도 헤아려가며 눈과 귀가 아닌 마음으로 바라보기. 그제서야 비로소 우리는 삶과 세상과 사람을 더 정확히, 더 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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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 - 오늘이 행복해지는 여행 안내서 자기만의 방
최재원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 휴머니스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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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 있는 휴가만 기다리며 버티지 마세요.

이번 주말에, 아니 오늘 퇴근 후에 바로, 작은 여행을 떠나보는 거예요.”

​꼭 멀리 가야 여행인가요?


일상에서 즐기는 5가지 여행의 기술

 

 

 

 

 

 

 

 

 

 

 

 

 

‘작은 여행’이란,

여행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매일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법입니다.


긴 휴가를 낼 필요도 없고,

큰돈이 들지도 않습니다.


지금 여기로 여행을 왔다고

‘관점’을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다면,

스트레스 때문에 뒷목이 뻐근하다면,
관계에 지쳐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면,

그래서 여행이 간절하다면,

하지만 떠날 수 없어 먼 휴가만 기다리고 있다면···

지금 우리에겐 ‘작은 여행’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 동안 삶의 쳇바퀴에서 숨통을 틔우기 위해 시도했던 작은 여행의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바로 떠날 수 있고, 짧은 시간에도 다녀올 수 있고, 우리집, 우리 동네에서도 할 수 있는 여행이다. 입문부터 고급 과정까지 단계별로 정리한 5가지 코스.

COURSE 1 - 작은 여행의 시작, 퇴근 후 여행

COURSE 2 - 작은 여행의 본격, 옆 동네 여행

COURSE 3 - 작은 여행의 확장, 사교육 여행

COURSE 4 - 더 깊은 작은 여행, 일상에 초대하기

COURSE 5 - 더 넓은 작은 여행, 에어비앤비 호스트 되기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왔다고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며, 익숙한 우리 동네를 혼자 거닐고 탐험하는 퇴근 후 여행.

떠나야 할 곳이 반드시 멀 필요는 없다, 퇴근 후 여행보다 적극적으로 일상 속에서 여행을 하는 방법인 옆 동네 여행.

배움을 자기 계발로만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여행이라고 관점을 바꾸어 좋아 보이지만 ‘내가 뭘’이라는 생각으로 마음 한구석에 접어두었던 것들을 여행자의 마음으로 배워보는 사교육 여행.

내가 어딘가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지인들, 평소 얼굴만 알고 지내던 사람들, 예전에는 친했지만 뜸해진 지인들 등 타인을 내가 살고 있는 세계로 초대하는 여행법인 일상에 초대하기.

멀리 떠나고 싶은데 당장 그럴 수 없어 답답하다면, 남는 방 하나를 치우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배냥 여행객을 손님으로 받아보는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되기.


저자가 말하는 작은 여행이란 관점을 바꾸어 일상을 간편하고도 부담 없는 여행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돈이 많이 들지도 그렇다고 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꼭 주말이 아니어도 되고 평일에도 가능한, 비행기나 기차가 아니라 지하철, 버스, 심지어 자전거로도 갈 수 있는 여행이다. 말이 통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 그리고 생각의 변화면 충분하다. 저자가 알려주는 다양한 여행 방법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활력소가 되어준다. 이 여행은 간편하고 돈이 들지 않고 휴가를 낼 필요도 없다. 언제 어디서든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짧지만 그 여행으로 휴식을 누릴 수 있다. 관점을 바꾸어 일상에서 멀어지는 순간, 많은 것들에서 벗어나 편안해 질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쁜 일상속 타인과의 관계에는 신경쓰고 살면서도 정작 무심했던 나를 챙기며 잃어버렸던 자신을 회복시켜준다.  


이제껏 여행은 가방 가득 짐을 담아서 집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라 생각했던 나였기에 이 책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생각한 대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어디로 떠날 것인지 장소를 정해야하고, 다음으로는 어디서 잘 것인지 숙박할 곳을 정해야하고, 그곳을 중심으로 어느 곳을 돌아다녀야할지 시간과 자고 먹고 돌아다니는데 드는 경비까지 일하는 시간 외 잠자는 시간과 휴식 시간을 소비하며 어느 곳으로 할지 며칠간은 시달려야한다.

물론 여행이라는 두 단어는 우리를 벌써부터 설레고 기분이 날아오르게 만들지만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하여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오랜 시간과 먼 거리는 우리를 하염없이 지치게 또 피곤하게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저자가 알려주는 작은 여행은 그런 수고와 시간 그리고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여행의 본질에만 집중하면 된다.


1년에 한 번 있는 휴가만 기다리며 버티지 말고 이번 주말 아니 시간이 나면 지금 당장이라도 작은 여행을 떠나보는건 어떨까.

하루동안 쌓인 수많은 생각들과 스트레스. 복잡한 일이나 마음을 어지럽히는 관계의 문제는 잠시 내려놓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왔다고 관점을 바꾸는 순간 색다른 여행이 펼쳐진다. 내가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필요한 준비물은 딱 한가지 내 발이 좋아하는 편한 운동화?!

남의 시선 따위 의식하지 말고 오롯지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떠나는 여행, 그렇게 생각 한 순간 나만의 모험이 시작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늘 다니던 익숙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걷는 것도 내겐 하나의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동네도 마찬가지 내 시선 하나가 달라지니 내가 여행할 곳이 정말 무궁무진하게 많아져버렸다.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그저 내 발이 이끄는대로 나아가 보는것도 색다른 여행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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