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무음에 한하여 아르테 미스터리 14
오리가미 교야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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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죽은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윤곽만 남은 형체 또는 아지랑이처럼 보이며, 생김새도 성별도 모호하다. 그리고 대개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목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그냥 거기 있다는 것만 보인다. 아마도 영혼일 테지만, 누구의 영혼인지까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장소에 있으니 이 형체는 기리쓰구의 영혼일 것이다. 내게 보이는 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인간의 영혼뿐이다. 사라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저마다 다른듯하지만, 요 몇 년 사이에 이 집에서 죽은 사람은 기리쓰구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p.35)



하루치카는 추리소설의 명탐정을 동경해 탐정 사무소를 열었지만, 대부분이 불륜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뿐이다. 그런 아마노 하루치카 탐정 사무소에도 가끔은 구치키 변호사의 소개로 탐정 일에 걸맞는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다만 그 의뢰는 영혼의 기억을 읽어내는 하루치카의 특이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자산가의 뒷이야기와 빚만 남기고 행방불명된 실종자의 수색까지. 하루치카는 영혼을 보기는 하지만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끼면서도 점점 사건의 실마리에 다가가는데······.


“정말 죽은 사람의 영혼이 보여요?” “응, 희미한 형태로.” “대화도 나눌 수 있어요?” “아니, 하지만 기억을 읽어낼 수는 있어.” 영혼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소리는 들을 수 없는 조금은 부족한 영능력의 소유자 탐정 아마노 하루치카. 그러한 까닭에 눈앞으로 보여지는 영혼의 존재로 사람이 죽은 것은 알 수 있지만, 대체 왜 죽었는지는 모른다. 아니 알 수가 없다. 그게 바로 그의 한계니까. 대개 탐정은 각자 의뢰받은 일을 알아서 척척 잘만 해결하던데···. 우리의 주인공은 어떻게 하는 일마다 그리 어설픈지···. 게다가 중학생 소년에게 의지하는 탐정이라니 정말 기가 막힌다. 그런데도 눈을 떼지 못하겠다. 영 미덥지 못하지만 그런 게 또 나름 그의 매력이랄까. 자꾸만 눈이 가는 걸 어떡해~! 매끄럽게 이어지는 스토리와 가에데와의 남다른 케미, 탐정으로써 아주 많이 부족해 보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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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쓰는 날들 - 어느 에세이스트의 기록: 애정, 글, 시간, 힘을 쓰다
유수진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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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에세이를 써오면서 느낀 게 있다면 어떤 대상에 대한 애정 없이는 글을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대상은 때에 따라 ‘나’가 될 수도 있고, ‘너’와 ‘우리’가 될 수도 있다. 글에는 어떤 식으로든 글 쓰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쓰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또 그 안에서 일상의 의미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p.79)


각자의 힘든 일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물론 인생에 힘든 일이 아예 없으면 좋겠지만, 초콜릿이 맛있다고 초콜릿만 먹고 살 수는 없다. 잘 먹고 잘 사는 이야기만큼이나 잘 못 먹고, 잘 못 살고 있는 이야기도 있어야 어려움이 지나고 나면 또 좋은 일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또한, 그렇게라도 겪고 있는 어려움을 말해줘야 주변 사람들도 내가 동굴에서 나올 때까지 먼발치에서나마 기다려 주든, 적절한 위로나 격려를 보내주든, 할 수 있다. (p.124)


사람은 누구나 양면의 모습을 갖고 있어서 중요한 건 ‘정도’와 ‘빈도’이다. 정도는 ‘선’이다. 사람 사이엔 선이 있다. 그 선을 자꾸 넘어오는데도 자신에게 잘해주었던 모습만 기억하며 참는 건, 신용 불량자가 씀씀이를 줄이지 않고 카드 돌려막기로 회피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악순환이다. 당장은 큰 분란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자기 자신에게 더 큰 해를 가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선을 느슨하게 내어주다보면 어느새 그 경계는 사라지고 없다. 언제든 선을 넘어도 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빈도는 ‘습관’이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삶의 형태를 지닌다. 몇십 년 동안 살면서 가져온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상대방과 천천히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p.144)



“내 인생, 내가 살기 나름!” 주춤거리지 않고 나답게, 당신답게 쓰는 날들을 위하여~! 나만의 시간으로 차곡차곡 채워가는 일상의 기록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정말 별거 아닌 일에 함께 공감하고 감동을 받게 되고 그게 또 위안이 되어 차곡차곡 마음 속으로 따뜻하게 스며든다. 그래서 이번엔 평소보다 좀 더 조용한 시간대를 골라 차분한 마음으로 천천히 저자의 일상을 함께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정성을 쏟아 붓고 아낌없이 힘쓰는 일이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내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 저자는 이를 통해 각자 스스로 살아온 삶을, 또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날들을 의미있게 만들어 준다. 중요한 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이라도 해도 뭐든 한 번 시작했으면 최선을 다해 나를 써보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한 번에 되지 않는 인생의 원리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 보는 것이다. 그녀는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는 법이 없다. 이왕 한 번 사는 인생 나답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 하나 없다. 내 배가 고프니까 일단 밥부터 먹고, 졸리니까 일단 낮잠부터 자고, 변기가 막혔으니까 일단 변기부터 뚫는 것이다. 그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모습! 이렇게 하루하루 기록하다보면 내가 살아온 삶이 보인다. 남들과 비교하며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차곡차곡 채워가는 하루하루. 그래서 편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지금이 좋다. 굳이 뭘하려고 꿈틀대지 않는 지금의 내가 더 좋아보인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이런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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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하고 밀당 중입니다 - 사춘기 딸과 함께한 날들의 기록
지모 지음 / 샘터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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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의심이 들고 수없이 되돌아보고 고민하지만 정해진 답은 언제나 없다. 엄마가 처음이라 서투른 것투성이지만 그저 아이를 위해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 (p.41)


눈 앞에 털실이 잔뜩 꼬여 있는 털실을 풀고 풀고, 풀리면 또 꼬여 있는 부분이 생겨 또 풀고 풀고 푸는 걸 무한 반복한다. 잔뜩 꼬여 있는 문제들이 아이 앞에 끊임없이 생기고 엄마는 아이가 편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꼬이는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일으켜 세워 아이를 이끌어주려고 애쓴다. 엄마로 산다는 것, 참 버겁지만 그래서 때론 다 놓아버리고 싶지만 절대 지치면 안 되는 그런 삶을 사는 것 같다. (p.60)



이 책은 하루하루 곁에서 딸의 사춘기를 함께하며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엄마의 일기장이다. 밀고 당기고 하루종일 투닥투닥.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그 이름 사춘기! 딸 아이와 엄마의 극심한 온도 차이. 조금씩 벌어진 틈은 더이상 좁혀질지 모르고 서로에게 가시 돋친 말들을 쏟아내며 하루하루 혼돈의 연속이다. 이에 감정이 상하는 것은 기본, 딸은 엄마에게, 또 엄마는 딸에게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서운하고 또 속상하고, 이걸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이렇게 매일 같이 벌어지는 불편한 상황을 그 감정들을 하나둘 적다보니 엄마는 딸과 자신의 일상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이내 딸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딸과 함께 한 매 순간이, 그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싸웠다가 화해했다가 평화로웠다가 전쟁 같았다가를 무한 반복하며 이제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성은 다르지만 현재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나. 그래서일까. 공감가는 내용이 제법 많다. 우리집도 이 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싸웠다가 화해했다가 또 다시 으르렁 으르렁 쿵쿵쿵! 어떤 날은 지금 내가 벽과 대화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육아에는 정말 답이 없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다보면 답답한 부분이, 적잖이 애로사항이 많다.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 혹시 지금 내 이기심과 욕심으로 내 아이를 힘들게 만든 것은 아닌지, 도대체 여기서는 어디까지? 어느 정도까지 내려놓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그런 마음을 이 책을 통해 참 많이 위로 받았다. 내려놓을 때는 가감하게 내려놓기, 거리가 필요할 때는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하기, 나에게서 조금씩 멀어지더라도 속상하더라도 이렇게 크는 거구나 이해해주기, 그렇게 매일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 나를 보며 쫓아오던 아이는 어느새 나보다 훌쩍 자라 이제는 나를 앞서서 달려간다. 이런 모습이 한편으로 대견하고 또 섭섭하긴 하지만 이제는 뒤에서 바라보고 응원해주어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좀처럼 그 생각을 마음이 따라가질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나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마음을 다잡아본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감사하다. 지금의 너로 엄마는 만족하련다.’ 엄마란,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이 행복하기를 바라니까.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 입학! 새로운 챕터의 시작~! 오늘도 전쟁 같았던 우리의 하루, 아마 내일도 그럴 테지만 참을 인을 마음 속으로 되새기며! 아들도 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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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자라는 방 : 제7회 CJ도너스캠프 꿈키움 문예공모 작품집
강수진 외 133명 지음, 꿈이 자라는 방을 만드는 사람들 엮음 / 샘터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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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CJ도너스캠프가 해마다 개최하고 있는 “꿈키움 문예공모” <꿈이 자라는 방>은 전국의 공부방(지역아동센터, 그룹홈 등) 아동 ·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꿈키움 문예공모 작품집이다. 책은 공부방 아동 · 청소년의 창작물과 성장 스토리를 담은 책으로, 쓸쓸하게 나 홀로 외롭게 꿈꾸는 방이 아닌 함께 꿈을 키워가는 방을 지향한다. 이번 제7회 꿈키움 문예공모에는 꿈, 사랑, 용기를 주제로 전국 315곳에서 2,133작품이 응모되어 그중 본상 수상작 23편(개인, 단체)과 가작인 문화꿈키움상 100작품을 선별하여 책에 수록하였다.

언제부턴가 정말 꾸준히 이 작품집과 함께한 것 같다.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또 그림으로 표현한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때 묻지 않은 순수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들이 이 글을 또는 그림을 쓰고 그리기까지 얼마나 많이 쓰고 또 지우고를 반복했을까. 그 생각만 하면 정말 대견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나하나 아기자기하게 또는 멋지게 각자의 개성이 듬뿍 담긴 글을 읽을 때마다 참 다양한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라 그런지 참 해맑고 순수하고 또 솔직하다. 그리고 참 대담하다. 한 번씩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 정도로.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이런 모습이구나.’ 늘 내려다보기만 했었는데 아이들과 눈높이를 함께 하니 새로운 세상이 눈앞으로 펼쳐진다. 이럴 땐 이랬구나, 저럴 땐 저랬구나. 찌르르 감동을 한 바가지 받고 또 그런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좀 부족한 어른들의 모습이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다양한 마음이 오고 간다. 부디 이 아이들의 꿈이 올바르게 지켜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고 또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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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잘 있습니다 - 엄지사진관이 기록한 일상의 순간들
엄지사진관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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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가 물어보기 전에 누군가 먼저 말해줬으면 좋겠다. 거짓말이라고 좋으니까 넌 참 잘하고 있다고. 지금처럼만 계속해. 그러면 된다고. (p.23)


1.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말기.

2. 조급해하지 말고 한 번 더 숨 고르기.

3. 초심을 잃지 말기.

4. 주어진 상황에 늘 감사하기. (p.90)


1.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말기.

2. 조급해하지 말고 한 번 더 숨 고르기.

3. 초심을 잃지 말기.

4. 주어진 상황에 늘 감사하기. (p.90)




화려하고 경이로운 순간을 기록하고, 내내 곱씹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 나는 필름 카메라 하나만 들고 골목길을 걸을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해진다. 매번 같은 지붕, 같은 골목길이라도 그 순간이 좋다. 온전한 순간을 누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반복되는 일상이 나에겐 어느 무엇보다 가치 있고 소중하니까. 누군가는 지루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느린 리듬의 고요함이 값지다. 카메라에 일상을 담겠다는 생각이 쌓이고 쌓여 나의 지구력이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기록하며 아주 오래 걷고 싶다. (p.131)




여행이 필요한 사람에겐 여행을, 일상이 필요한 사람에겐 일상을, 제주에서 보내는 하루하루, 엄지사진관이 기록한 일상의 순간들. 책을 덮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부럽다. 그리고 이어서 고맙다는 마음이 가슴에 자리를 잡았다. 빠르게 흘려보내는 일상 속에서 느껴보는 잠시 잠깐의 여유랄까.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게 설레고 즐겁고 또 어떨 때는 쓰라리기도 했으며 흥분이 되기도 했다. 나랑은 다른 상황에 놓인 일상에 ‘제주도는 이런 곳이었구나,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할 것도 많고,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 제주. 한껏 부러워하고 신기해하고 그렇게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어울려 그녀의 생각에 공감하며 하나둘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끝자락에 이르렀다. 실제 그곳에 있었을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일상의 순간들. 그래서 더 아쉬웠고 그리웠다. 그리고 기다려졌다. 내 마음대로, 내 방식대로, 내 속도대로. 앞으로 내가 보게 될 제주의 모습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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