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인사 - 제1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76
어윤정 지음, 남서연 그림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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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일 맞이 환생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님! 환영합니다. 고객님은 오늘 해 뜨는 순간부터 해 지는 순간까지 이승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여행은 고객님이 정한 장소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생물의 모습으로 갈 수 있지요. 어떤 몸으로 여행을 떠나시겠습니까?” (p.17)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 동화 작가 정채봉 선생님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정채봉 문학상의 열두 번째 대상 수상작은 어윤정 작가의 <거미의 인사>. <거미의 인사>는 어느 날 느닷없이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 누리가 백일 맞이 환생 서비스를 통해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이 아닌 다른 생물의 모습으로 변하여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슬픔에 잠겨있는 가족들과 제대로 작별 인사를 나누는 이야기다. 백일 맞이 환생 서비스? 이 생소한 서비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시간조차 없었던 사람들을 위한 저승 측의 따뜻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 아이에게 하루 동안 세상과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이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재치 있게 풀어내어 도리어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낸다. 이 외에도 <영혼의 무게>, <알마 가라사대, 사랑은 계속된다>을 통해 사랑하는 가족이나 동물을 떠나보낸 후 슬퍼하는 이들을 위해 죽음이 끝이 아님을, 말하고 그들을 사랑하고 기억하는 한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이야기한다. 어찌 보면 뻔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감동적인 이야기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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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빠진 로맨스
베스 올리리 지음, 박지선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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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은 머뭇거렸다. 조지프를 정말 믿고 있나?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비난한 것은 위선적인 행동이었지만, 제인의 머릿속에는 ‘그가 밸런타인데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것 때문에 그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닌 걸까?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비밀은 왠지 중요한 것 같았다. 제인은 그 비밀을 알기 전까지 조지프를 제대로 알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p.216)



양다리도 아니고, 세 다리?? 밸런타인데이 같은 남자에게 바람맞은 시오반, 미란다, 제인. 감히 그녀들을 바람맞힌 남자는 조지프 카터! 그다음 날 조지프는 세 여자를 각각 찾아가 진심 어린 사과로 용서를 구한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의 수상한 연애. 조지프는 그날 왜 오지 않았을까?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성격도, 직업도 다른 세 여자와 비밀스럽게 썸을 이어가는 한 남자.

흩뿌리는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 듯, 네 남녀의 비밀스런 만남에 조금씩 스며들어 버렸다. 시오반, 미란다, 제인까지 번갈아 가며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희한하게도 조지프에게서 나쁜 느낌이라고는 1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라면 모를까. 세 여자에게 보이는 마음은 진심인 것 같은데, 정말 모르겠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의문투성이! 이 남자 도대체 뭐지? 하나 둘 읽다 보면 시간순삭! 반전에 뭉클한 감동까지!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곱씹어 보게 되는 작품!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과는 다른, 좀 더 특별한?! 제법 두꺼운 책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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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화는 밤새도록 끝이 없지 - 두 젊은 창작가의 삶과 예술적 영감에 관하여
허휘수.서솔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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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렇게 생각해. 내가 아직 유명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왜냐하면 나는 계속 더 발전하고 있거든. 아직 보여줄 사람이 많다는 게 되게 좋아. 그 지점이 나를 되게 설레게 만들어. ‘아직 나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p.57)




할 수 있다면 목숨 걸고 해야지.

심장이 뚫려도?

응. 심장이 뚫려도.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p.102)


창작은 나의 삶의 방식이다. (p.187)



“우리 대화는 늘 답이 없습니다. 모호하고 스근하죠. 토론도 아니고 회의도 아니에요. 그저 대화일 뿐입니다. 함께할 때만큼은 정확하고 명징할 필요 없잖아요. 시비를 가리는 에너지는 내일을 위해 아껴두시기를 바라요. 당신과는 그저 편안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우리 대화를 멈추지 말아요.” 끝없이 이어지는 말말말. 제목 그대로 주거니 받거니, 두 사람의 대화는 밤새도록 끝이 없다.

묘하게 빠져든다.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인데도 계속 읽고 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뭐랄까 책을 읽으면서 느끼고 서로를 가늠하고 살피고 이해하면서 톱니바퀴가 서서히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 함께 했던 공연을 회상하고, 서로의 창작 세계를 응원하기도 하는 등 이 두 사람의 사이에 끼여 그녀들이 살아온 삶과 예술적 영감에 대하여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창작자로 산다는 것이 한 걸음 한 걸음 정말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저절로 깨닫게 된다.

사실 수없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건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창작자로써 살아간다는 건 정답이 없는 작업의 연속. 늘 위태위태하고 고독하고 힘겹지만, 이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두 사람. 유튜브 운영자 외에 댄서, 비디오 아티스트, 작가 등 각자 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 솔직히 좀 멋있다. 아마 그녀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감동을 받을 듯! 끝날 듯 끝나지 않은 대화,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까지···.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이기에 해줄 수 있는 말말말.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오던 이야기를 서로에게 털어놓으며 그 사이에서 문득 새로운 감정을 깨닫기도 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위로를 받고 또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들이 참 어여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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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인공지능을 만나다 - 진화학자가 바라본 챗GPT 그 너머의 세상 아우름 56
장대익 지음 / 샘터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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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30만 년의 사피엔스 역사라는 ‘자연 실험’을 통해 중요한 무언가를 배워야만 합니다. 사피엔스의 성공 비밀이 똑똑함과 따뜻함이었다면, 우리는 이 두 역량 모두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똑똑함에만 집착한다면, 따뜻함만을 강조한다면, 성공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아니 그렇게 한쪽으로 치우치면 문명은 붕괴할 수도 있습니다. 새가 좌우의 양 날개로 날 듯이 똑똑함과 따뜻함이 모두 있어야 문명은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 (p.9)



만약 인간 정체성의 모든 핵심 단면에서 AI가 인간을 능가하는 날이 온다면, 우리는 인간성을 다시 규정하려 들지 모릅니다. 가령 ‘실수를 잘함’ 같은 특성을 오히려 인간성의 핵심이라고 우길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인간 스스로 자존감을 유지하려면 AI 앞에 마냥 쭈그러져 있을 수만은 없을 테니까요. 이처럼 미래에 AI가 공감의 대상이 될지, 아니면 경쟁의 대상이 될지를 예측하는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p.112)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 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쉰여섯 번째 주제는 진화학자가 바라본 다정한 인공지능!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에 다정함이 깃든다면 어떻게 될까? 냉정함도 아니고 다정함? 미래하고는 정말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단어 같은데, 저자는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에 다정함을 더해 미래를 바라본다. 사피엔스부터 챗GPT까지, 진화학자가 바라본 챗GPT 그 너머의 세상.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1장에서는 챗GPT를 필두로 한 새로운 기술들이 도래한 세계를 소개한다. 딱딱하게 느껴지던 인공지능이 일상으로 스며든 현실을 영화나 책등 다양한 예시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낸다. 2장에서는 지구상의 수많은 종 중 어떻게 인간만이 유일하게 문명을 이룰 수 있었는지에 관해 성찰하며 사회적 존재로서 사피엔스의 특성과 진화 과정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에 미친 영향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기술이 열어 갈 미래를 전망한다. 그리고 공감의 반경이 넓어진 세상에서 인간과 로봇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인류 문명의 새로운 전환점에서 청소년들이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관해 이야기하며 사회적 지능의 중요성과 그것을 기르는 효과적인 수단을 밝힌다.

저자는 말한다. 인간이 지난 천만년 동안 지구에서 유일하게 문명을 이룩한 종이 된 이유는 바로 다정함에 있다고. 그 다정함은 앞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갈 존재이자 새로운 종인 인공지능에게도 생길 수 있는 능력이며, 그들과 공존할 미래에 우리가 더 배우고 키워야 할 힘이라고 강조한다. 6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지금의 대화형 인공지능인 챗GPT의 등장처럼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며, 앞으로는 이보다 더한 인공지능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이에 저자는 미래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에게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자처하며 인류 문명의 새로운 전환점에서 학생들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챗GPT 시대에 그들이 가야 할 방향을 넌지시 알려준다. 평소 같았으면 그저 그러려니 했을 텐데···. 저자의 입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더 나아갈 수 있을까? 참 재미있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미래 또한 설계된 대로 되지 않아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흥미로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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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인문 기행 - 동해 바닷가 길에서 만난 우리 역사 이야기
신정일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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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먼 길, 아름다운 산천 경관을 배경 삼아 펼쳐진 망망한 바다를 따라 걸어온 길, 그 길이 너무 아름다워 슬펐다. 모든 감정의 원천은 하나임을 이 길을 따라 걸으며 느꼈다. 지극한 절경에 경탄하는 순간 가슴 저 밑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아릿한 슬픔을 함께 느꼈으니. 너무 아름다워 슬픈 길, 그 길을 다리가 아플 만큼 마음껏 걷고 싶다. “욕심을 눈을 멀게 한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한 번 걸으면 눈이 멀어도 좋을 길, 여한이 없는 길, 그 길이 바로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대륙으로 가는 동해 해파랑길이다. (p.309)






부지런히 걷고 또 걸으며 둘러보는 우리 문화 유적 탐험! 이름하여, 해파랑길이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서부터 고성 통일전망대를 지나 두만강에 이르기까지 저자와 함께 동해안 바닷길을 따라 남아 있는 문화유적지 여행에 슬쩍 동참했다. 작지만 볼 것이 너무나도 많은 우리나라, 솔직히 어디 한 곳 눈길이 안 가는 곳이 없다. 동해의 푸른 바다와 수많은 포구, 그리고 해수욕장과 유형무형의 문화유산이 함께하는 길은 어디 하나 할 것 없이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거기다 저자의 자세한 설명이 곁들어지니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지식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은 당연지사! 매일 새로운 문화와 역사를 만나 호기심이 왕성하게 불타오른다.

총 19일간의 여정으로 준비된 이번 도보 여행은 저자의 말을 빌어 얘기하자면, 역사 속 신라 화랑들의 순례길이며 조선 시대 선비들이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관동팔경이 줄을 지어 서 있고, 오천 년 역사의 숨결이 서리고 서린 현장이 도처에 산재해 있는 길이다. 그뿐인가, 바다와 산의 빼어난 자연 풍광에 어린 수많은 인물의 흔적들이 민담으로 설화로 이야기로 전해지는 전설과 설화의 보고다. 이러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가 있을까. 단순히 걷는 것만이 아닌 새로운 문화를 직접 살펴보고 또 느껴보는 정말 색다른 경험이다.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함께 걸어보고 싶다. 실제 그 길을 걸으며 책으로 보던 것을 직접 눈에 담아 본다면 더 뜻깊은 일이 되지 않을까?! 그땐 무조건 이 <해파랑길 인문 기행>을 꼭 챙겨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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