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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평점 :
품절
주요 포인트는?
개인적으로 이름만으로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가 있다. 소설가로써 만들어내는 스토리는 말 할 것도 없고 작품에서 보여 줄 인물들이 과연 어떻게 그 많은 이야기를 보여줄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주인공보다 더 눈길이 가는 조연 캐릭터는 덤일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김호연’ 작가는 발표한 작품이 많지는 않아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낼지는 확신할 수 없다. 게다가 내 기억 속에 떠오르는 작가의 작품은 ‘불편한 편의점’ 하나뿐이긴 하지만 그 책속에서 보여준 인물과 스토리는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이번 새 소셜 역시 나오자 마자 읽어보고 싶었다.
이야기는 과거 학창시절의 정다운 기억,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시간을 관통했던 지점인 동네 비디오 가게, 그리고 거기의 주인인 ‘돈 아저씨’ 일명 돈키호테를 찾는 과정을 서서히 따라간다. 소설의 처음 부분을 읽으면서는 ‘돈 아저씨’가 사라진 이유가 음모에 따른 건 아닌지, 알 수 없는 존재의 미스터리와 연결되는 건 아닌지, 심지어 시간여행을 하는 인물인지까지 상상을 했으나, 정작 이야기는 그 중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는 ‘기억 속 인물 찾아가기’였다. 다만 ‘진솔’의 기억속에서 잠깐씩 떠올랐던 돈키호테 ‘돈 아저씨’는 과거를 따라갈수록 또 다른 모습도 보여주니 이는 조금의 수수께끼를 던져주긴 한다.
주인공이 본인의 장기를 살려 미디어를 떠올리고, 그 주제로 자신만의 과거 속 인물을 찾아나서는 시작은 조금 뜬금없는데다 그런 이야기를 동네 안에서 그 기억을 공유한 사람들만이 아닌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애청자가 늘어난다는 건 어떻게 봐도 소설에서나 일어나는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누구나 추억 속을 관통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을 찾아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건 당연할테니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인물 찾기의 과정은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의 응원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깊은 부분은?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추억’과 ‘복고’는 나름대로 좋은 소재가 된다. 그 시절을 모르는 세대에겐 새로움을, 그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에겐 또 다른 기억의 조각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이 자주 떠올리는 골목길 구석구석, 비디오 가게, 영화 같은 건 나의 그 시절과도 많이 겹쳐 공감이 갔다. 그런 의미로 이 소설에서 좋았던 건 ‘돈 아저씨’에 대한 막연한 추억 떠올리기 보다는 그 때를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시간을 떠올리고, 그들의 현재에서 자신을 반추하는 부분에서 온다. 당연히 그 옛날 친구들이 모두 잘 사는 것도 아니고, 그 때의 기억을 좋게만 기억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잊고 싶어하고 다른 누군가는 관심은 있지만 깊이 관여하고 싶어하지는 않을 텐데, 그래서 더 현실적이게 와닿았던 것 같다.
주인공 ‘진솔’의 전직과 유튜브라는 트렌드를 잘 활용해 이야기의 흐름을 잘 이어간다는 것도 최근 나온 소설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개인적이고 소박한 시작에 비해 너무나 과분한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고, 가끔 우연이 겹친다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의 활용,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는 누군가의 친절한 연락 같은 건 현실에서는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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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곳마다 사라들이 징검다리처럼 자리한 채 이 여정을 돕고 있었다. 어찌 보면 돈 아저씨가 숭배한 그 책의 줄거리 역시 돈키호테와 산초가 모험을 떠나며 만난 여관 주인, 목동, 기사, 죄수, 장사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들의 모험은 바르셀로나에서 끝났다. 공교롭게도 지금 우리는 부산으로 간다. 돈 아저씨가 바르셀로나라고 지칭했던 부산. 그래서 라만차 클럽의 두 번째 여행지가 되었던 부단. 마냥 신났고 엄청나게 즐거웠지만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던, 15년 전 부산에서의 시간이 내 머릿속에서 깨어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P. 18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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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쉬운 건 무언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던 ‘한빈’의 존재 그리고 그의 활약이 생각보다 튀지 않아 후반부에서는 인물의 필요성이 좀 무뎌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이 아름다운 건 과거가 있기 때문이었다는, 그리고 그 과거엔 나 혼자였던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서였다는 해묵은 진심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건 이 소설의 가장 좋은 덕목이다. 한 인물의 이미지를 가져온 ‘돈키호테’ 가 얼마나 이 소설 속에서 잘 구현되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어떤 소설, 어떤 인물이었다고 해도 주인공은 본인이 ‘돈키호테’였던 것처럼 목표를 향해 나아갔을 것 같다. 조금은 짧게 느껴질 만큼 실망할 여유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인데, 문득문득 떠오르는 90년대의 감성도 즐겁다.
덧붙인다면?
1. 소설의 전체 톤이 그러하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의 끝이 너무 행복하게 마무리되는 ‘그들은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인 종장은 조금은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2. 따스한 이웃들의 이야기, 과거를 찾아 떠나는 아련한 인연이어가기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 ‘응답하라’시리즈 같은 복고가 별로거나 쇼킹한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미스터리 장르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나무옆의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