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집
리브 앤더슨 지음, 최유솔 옮김 / 그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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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소설 첫 부분은 ‘어떤 이’의 범죄로 시작한다. 다만 그 주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는 게 이야기의 중심일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이는 맥거핀에 지나지 않는데, 의외로 몇몇 사건들도 마찬가지로 느껴진다. 어쩌면 왜 켈시에 대한 것만 집중이 되고, 정작 코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지가 궁금해지지만 그럼에도 후반에 그 모든 사건이 드러나게 되면 앞에서 답답했던 부분은 조금 해소가 된다.  의도적인지 모르겠으나 중간중간 언급되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의도가 드러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브와 코니가 살인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아니다. 이브가 지나간 괴적, 코니가 머물게 된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이 살인사건일 뿐, 그들이 살인의 위협을 받지는 않는 만큼 살인 사건 역시 누군가와 접점을 만들기 위한 맥거핀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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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는  손에 들려있던 계약서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브가 무덤 속에서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 나는 몰라요나는 이브가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말일 뿐이니까.”

내가 추정할  있는 단서는 당신 말 뿐인  알잖아요무슨 뜻인지 이해하죠이브가  서류에 적히지 않은 다른 일들을  달라고 부탁했을 수도 있잖아요.”

제트의 눈빛이 누그러졌다그의 눈빛에서 나는 동정심을 읽을  있었다그가 고개를 저었다.

이브가 이미 게임에서 이긴  같네요.”

P.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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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을 끊고 지낸 어머니의 사망 소식과 부자였던 어머니에게서 유일하게 받은 시골 구석의 작은 집. 그 집에서 살아야 하는 조건까지 있다면 과연 그것을 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설은도대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켈시를 추적하는 1997년의 이브의 시점과 일정한 거처와 돈벌이 없이 방황을 하다 이브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현재의 코니가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공개된 줄거리만으로는 이런 구조의 이야기일 거라는 게 예상되지 않는데 이 두 가지의 사건들이 교차하는 곳은 어디쯤일까 기다리며 읽게 된다. 그것을 코니는 엄마가 계획한 게임이라고 표현하는데, 과연 그 게임의 시작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진다. ​



인상깊은 부분은?

코니가 뉴멕시코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겪게되는 낯설음과 이질감은 공포라기 보다는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녀가 이브의 딸이라는 것이 그 경계심을 더 크게 만들게 되는데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은 살인사건이 그 시점에 다시 일어나는 건 이야기에 다양성을 주기보다는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이브의 도발적인 성격과 진취적인 성격이 더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기가 막힌 반전이라고 하기엔 범인의 정체가 갑작스럽다. 소설 중간중간 복선을 깔아놓고 나중에 그것을 복기하면서 놀랍다기 보다는 내용이기 보다는 ‘언제 이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렇기에 더 놀라운 결말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야기 층을 쌓아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낯선 마무리일 수 있다. 중반까지는 추적극으로써 재미가 있고, 코니의 시점에서는 스릴도 느껴지지만, 역시 벌여놓은 이야기를 주워담기엔 범인의 등장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진다.



덧붙인다면?

1. 닐라 마을의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는 권력자 치고 ‘그들’은 너무 하는 일이 없다.

2. 인물의 심리묘사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추적 스릴러를 원한다면 추천, 치밀한 복선과 범인의 등장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그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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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제국의 탄생 - 무명의 언더독에서 세계 최대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한 유튜브의 20년 비하인드 히스토리
마크 버겐 지음, 신솔잎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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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유튜브’라는 소재만으로도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데, 한 때는 소소한 동영상이나 재미를 위한 짧은 숏폼을 올리던 사이트가 어느 새 미디어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오고가고 ‘유튜버’라는 신종 직업군을 만들며, 그 어떤 검색엔진보다 많은 사용자를 거느리는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하는데 20년이 채 걸리지 않은 기업인만큼 그것에 대해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그 유튜브의 시작부터 그것을 인수한 구글과의 관계, 그 안에서 일어난 복잡한 관계성, 그리고 또 다른 면에서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어떤 사람들이 플랫폼을 활용하고, 어떤 방법으로 유튜브를 대형화했는지, 또는 상품화했는지를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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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알고리즘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었다. 스토리풀을 운영하는 게임랜드 저널리스트 마크 리틀은 '린백LeanBack' 서비스의 프리젠테이션을 보며 알고리즘으의 놀라운 힘을 처음 경험했다. 시청자들이 클리가면 영상이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연속 재생되었다. "더 이상 마우스를 만지작거리며 계속 클릭할 필요가 없습니다." 홍보 영상 속 듣기 좋은 목소리로 설명이 이어졌다.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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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으로서의 유튜브, 플랫폼으로서의 유튜브, 수단으로서의 유튜브에 대한 히스토리를 어떤 단계는 심각하게, 어떤 사례는 우습게, 어떤 시점에 대해서는 욕심 가득한 시점으로 바라보는 유튜브의 과거와 현재는 생각보다 더 다양하게 다가온다. 다만 기업으로서의 유튜브가 조금 더 길게 그려졌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 뭔가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드러나길 기대하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이름들이 구글의 전/현직 임원들의 이름인 걸 보면 성공에 비해 유튜브의 과거가 심심하게 느껴지긴 한다. 


인상깊은 부분은?

앞서 언급했지만 기업으로서,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던 유튜브가 많이 그려지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이다. 조금은 기업 내면의 어두운 면을 다루는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그렇지는 않다. 구글만큼 어두운 이면이 없어서인지, 어차피 그리고자 했던 건 유튜브와 사용자의 히스토리여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한 궁금증 해결보다는 다양한 유튜버들의 관계성을 알아가는 게 큰 부분이다. 단편적인 에피소드 나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잘 보면 앞서 설명된 사건, 소개된 인물, 언급된 사건이 또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설처럼 읽어 나갈 수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장점이면서 단점이 되기도 한다. 

여전히 유튜버라는 직업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가득하고 앞으로도 그 위상은 계속될거라 생각이 되는데 한번쯤은 이런 책을 통해 우리가 지나치는 어느 플랫폼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만한 이약거리가 있다는 건 색다를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또 다른 책이 출간된 것 같지 않던데, 기업을 다룬 다른 책이 있다면 다시 읽어보고 싶다.  


덧붙인다면?

1. 미디어나 동영상, 유튜버라는 단어가 많이 나올 것 같지만 의외로 아주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소송’이다. 역시 미국은 변호사의 왕국인 듯.

2. 유튜브라는 기업의 시작, 그리고 어떤 사용자들이 그 안에서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알고 싶다면 추천, 이런 유튜브에 관한 책 조차 10분짜리 요약 정리된 동영상으로 봐야 할 것 같다는 분들에게는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현대지성'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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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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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개인적으로 이름만으로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가 있다. 소설가로써 만들어내는 스토리는 말 할 것도 없고  작품에서 보여 줄 인물들이 과연 어떻게 그 많은 이야기를 보여줄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주인공보다 더 눈길이 가는 조연 캐릭터는 덤일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김호연’ 작가는 발표한 작품이 많지는 않아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낼지는 확신할 수 없다. 게다가 내 기억 속에 떠오르는 작가의 작품은 ‘불편한 편의점’ 하나뿐이긴 하지만 그 책속에서 보여준 인물과 스토리는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이번 새 소셜 역시 나오자 마자 읽어보고 싶었다.


이야기는 과거 학창시절의 정다운 기억,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시간을 관통했던 지점인 동네 비디오 가게, 그리고 거기의 주인인 ‘돈 아저씨’ 일명 돈키호테를 찾는 과정을 서서히 따라간다. 소설의 처음 부분을 읽으면서는 ‘돈 아저씨’가 사라진 이유가 음모에 따른 건 아닌지, 알 수 없는 존재의 미스터리와 연결되는 건 아닌지, 심지어 시간여행을 하는 인물인지까지 상상을 했으나, 정작 이야기는 그 중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는 ‘기억 속 인물 찾아가기’였다. 다만 ‘진솔’의 기억속에서 잠깐씩 떠올랐던 돈키호테 ‘돈 아저씨’는 과거를 따라갈수록 또 다른 모습도 보여주니 이는 조금의 수수께끼를 던져주긴 한다.


주인공이 본인의 장기를 살려 미디어를 떠올리고, 그 주제로 자신만의 과거 속 인물을 찾아나서는 시작은 조금 뜬금없는데다 그런 이야기를 동네 안에서 그 기억을 공유한 사람들만이 아닌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애청자가 늘어난다는 건 어떻게 봐도 소설에서나 일어나는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누구나 추억 속을 관통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을 찾아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건 당연할테니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인물 찾기의 과정은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의 응원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깊은 부분은?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추억’과 ‘복고’는 나름대로 좋은 소재가 된다. 그 시절을 모르는 세대에겐 새로움을, 그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에겐 또 다른 기억의 조각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이 자주 떠올리는 골목길 구석구석, 비디오 가게, 영화 같은 건 나의 그 시절과도 많이 겹쳐 공감이 갔다. 그런 의미로 이 소설에서 좋았던 건 ‘돈 아저씨’에 대한 막연한 추억 떠올리기 보다는 그 때를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시간을 떠올리고, 그들의 현재에서 자신을 반추하는 부분에서 온다. 당연히 그 옛날 친구들이 모두 잘 사는 것도 아니고, 그 때의 기억을 좋게만 기억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잊고 싶어하고 다른 누군가는 관심은 있지만 깊이 관여하고 싶어하지는 않을 텐데, 그래서 더 현실적이게 와닿았던 것 같다. 


주인공 ‘진솔’의 전직과 유튜브라는 트렌드를 잘 활용해 이야기의 흐름을 잘 이어간다는 것도 최근 나온 소설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개인적이고 소박한 시작에 비해 너무나 과분한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고, 가끔 우연이 겹친다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의 활용,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는 누군가의 친절한 연락 같은 건 현실에서는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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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곳마다 사라들이 징검다리처럼 자리한 채 이 여정을 돕고 있었다. 어찌 보면 돈 아저씨가 숭배한 그 책의 줄거리 역시 돈키호테와 산초가 모험을 떠나며 만난 여관 주인, 목동, 기사, 죄수, 장사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들의 모험은 바르셀로나에서 끝났다. 공교롭게도 지금 우리는 부산으로 간다. 돈 아저씨가 바르셀로나라고 지칭했던 부산. 그래서 라만차 클럽의 두 번째 여행지가 되었던 부단. 마냥 신났고 엄청나게 즐거웠지만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던, 15년 전 부산에서의 시간이 내 머릿속에서 깨어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P. 18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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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쉬운 건 무언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던 ‘한빈’의 존재 그리고 그의 활약이 생각보다 튀지 않아 후반부에서는 인물의 필요성이 좀 무뎌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이 아름다운 건 과거가 있기 때문이었다는, 그리고 그 과거엔 나 혼자였던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서였다는 해묵은 진심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건 이 소설의 가장 좋은 덕목이다. 한 인물의 이미지를 가져온 ‘돈키호테’ 가 얼마나 이 소설 속에서 잘 구현되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어떤 소설, 어떤 인물이었다고 해도 주인공은 본인이 ‘돈키호테’였던 것처럼 목표를 향해 나아갔을 것 같다. 조금은 짧게 느껴질 만큼 실망할 여유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인데, 문득문득 떠오르는 90년대의 감성도 즐겁다.



덧붙인다면?

1. 소설의 전체 톤이 그러하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의 끝이 너무 행복하게 마무리되는 ‘그들은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인 종장은 조금은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2. 따스한 이웃들의 이야기, 과거를 찾아 떠나는 아련한 인연이어가기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 ‘응답하라’시리즈 같은 복고가 별로거나 쇼킹한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미스터리 장르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나무옆의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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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이유림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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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그 동안 다른 매체(대부분 잡지인 듯 하다)에 실었던 짧은 이야기들을 엮어 출간한 것 같다. 많은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고,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해 좋은 기회여서 읽게 되었는데, 이야기 흐름 속에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계속 심어주기 보다는 배경이나 상황, 인물이 주는 느낌으로 서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보면 되겠다. 살인이나 자해같은 직접적인 의협이 묘사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주변 분위기가 더 공포스러워지고,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인지를 기다리는 게 아닌, 이야기 시작부터 이미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 이야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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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릭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냐는 의료 사무장의 질문에, 우리는 대답을 망설였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녀의 관점에서 루릭이 더는 루릭이 아닌 시점이 언제인지 알지 못해서였다.

“루릭이 살아있었을 때를 말하는 건가요?” 우리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

“살아 있을때요.” 보안 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장도 이에 덧붙여 말했다. “움직이고 있을 때.”

이 질문을 듣자 우리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적어도 루릭에 관해서는 살아있는 것과 움직이는 것이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느릿하게 대답했다.

P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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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듯이 아직 인물이나 배경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지만 알지 못하는 정체만으로도 궁금증이 들고, 어떤 상황인지가 궁금해지는 건 단편으로써 가능한 간결한 전개안에서 많은 이야기거리를 생각하게 한다. 



인상깊은 부분은?

24편의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전체 분량이 300page를 갓 넘는만큼 짧고 간결하다. 주제나 등장인물이 다 달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거나 인물이 다시 등장하는 이야기는 없다. 최근 들어 이런 단편집이나 옴니버스 형태의 이야기들로 엮여진 소설이 많다. 이번 작가처럼 아직 덜 알려진 작가 뿐 아니라 이미 유명한 소설가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행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역시 예전처럼 긴 호흡의 이야기들을 창작하기엔 이미 유사한 소재가 많고, 독자들 역시 짧게 즐기고 손대기 쉬운 작품들을 선택하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도 그에 부응한다.


<마지막 캡슐>은 어디선가 ‘에일리언’이 튀어나올 듯한 분위기를 끌어가지만 그에 못지 않게 예상치 못한 존재가 등장하면서 신선하기도 했다. 결말이 예상과 달리 좀 심심했지만 <셔츠와 가죽>은 예전 TV에서 본 ‘환상여행’을 떠올리게 했다. <빛나는 세계>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그리면서 공포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뒷부분은 심령물로 변화하는데, 뒷부분에 인물을 조금 더 강조했다면 탐정물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 <파리들의 거품>처럼 제목 자체가 특이해 끝까지 읽게 되었는데, 마지막까지 읽어내면 ‘기예르모 델 토로’(멕시코 출신 미국의 영화감독)의 영화같은 몽롱한 느낌을 주는 작품도 있다. 하기만, 아쉽게도 다른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와 유사한 스토리, 캐릭터가 보이는 것도 있는데,  <실종>은 전형적인 스릴러로써, 이미 범인을 공개하고 시작하면서 과정을 따라가며 추리하게 하지만 흔한 소재와 내러티브였다. 그리고 <영혼의 짝>은 미래 배경이지만 서로가 가까이서 영혼을 지키는 사이라고 하면.. 이 두 캐릭터의 관계를 쉽게 예상이 가능했다. <룸 톤>은 심리 스릴러로써 짧고 강렬하지만, 아주 흡사한 소재와 결말을 가진 단편 영화가 있기도 하다. 

간담이 서늘할 만큼 소름끼치는 공포가 있는 건 아니며, 잔인한 묘사도 많지는 없다. 하지만 다양하고 신박한 소재와 색다른 이야기들을 경험하기엔 썩 괜찮은 소설이다.


덧붙인다면?

1. 내용 전개상 분량이 적당하지만 좀 더 길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 작품들도 있다.

2. 미스터리와 공포, 심리스럴러를 한 책 안에서 다양하게 즐기고 싶다면 추천, 매우 잔인하거나 잠자기 전 떠오를만한 공포, 짜릿한 반전 스토리가 가득하길  바란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하빌리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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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의 밤 -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을 암살하고자 했던 히틀러의 극비 작전
하워드 블룸 지음, 정지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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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제 2차 세계대전, 히틀러, 패전..이와 관련된 주제는 앞으로도 영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순간 떠오르는 것만 해도 앤터니 비버(Antony Beevor)의 <제 2차 세계대전>같은 논픽션부터 독일의 승리 이후의 세계를 다룬 대체 역사 소설인 필립 K. 딕(Philip K. Dick)의 <높은 성의 사나이(he Man in the High Castle )>가 있는데, 길고 힘든 전투였던 만큼 그 안에 헤아릴 수 없는 소재와 이야깃거리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잘 쓰여진 첩보 소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인물과 사건은 충분히 사실에 기반하였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얼만큼 사실을 담았고, 실제 사건에 가까이 갔는지를 쉽게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얼마나 극적이고 긴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역사적 사건이 어떤 작가의 상상력보다 더 드라마틱한지가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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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렌베르크는 많은 전선에서 전진하고 있었다. 그는 이란의 특공대 임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연합군이 언제 어디에서 만날지 모른다는 사실이 자신을 가로막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대단할 정도의 꾸준한 목적의식으로 롱 점프 작전의 계획을 게속 구상해 나갔다.

P. 182


그는 독일 낙하산 부대의 강하 이유가 둘 중 하나임을 알고 있었다. 철도를 파괴하기 위해 또는 연합국 지도자들을 암살하기 위해. 어느쪽이든 임무가 실패했으니 그것으로 끝이거나 더 많은 낙하산 부대가 대통령을 죽이러 올 것이다.C-54기가 카이로에 착륙했을 때마이크는 이미 결심을 내린 뒤였다.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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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전개와 이야깃거리에도 불구하고 배경이 되는 사건(연합국 정상들이 한 곳에 모이는 회담)에 대해 더 길게 다루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쉽다. 


인상깊은 부분은?

암살하려는 자와 암살당할 위기에 처한 자의 대결을 위해 히틀러와 연합국의 수장들이 아닌 대체자들의 대결은 더 역동적이다. 


두 인물의 소개와 현재 상황을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할애되는 초반부는 조금 속도감이 떨어진다. 그와 함께 이름만으로 존재감이 확실한 히틀러와 연합국 수장들의 이야기가 더 입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암살 작전’으로 가기 위한 소재로만 그려진 건 아쉽다. 아마 히틀러의 마지막 발악과 함께 예상보다 더 크게 무너지는 모습을 기대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지만, 역사적 사건인만큼 더 심각한 대결구도가 그려지지 않은 건 아쉽다.


다른 면에서 장점으로 역사적 지식이 없다면 첩보소설로써도 재미가 있겠지만, 실제 있던 역사, 게다가 잘 알지 못했던 역사를 다루는 건 제 2차 세계대전 같은 잊지 못할 사건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크다. 전쟁과 정치, 그걸 형성하는 아군과 적군의 대치, 그리고 정치가들에 관한 소설인만큼 지식의 확장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본 작품은 기가 막힌 반전이나 눈이 번쩍번쩍하는 추격씬도 없는 첩모물이지만, 사건 하나를 두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공격과 방어의 대결을 충분히 느낄만한 소설이다.


덧붙인다면?

1. 이 작전이 성공했다면 세상은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

2. 첩보소설, 게다가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둔 강 대 강 대결 구도의 이야기를 선호한다면 추천, '잭 라이언' 같이 적진을 넘나드는 화려한 볼거리의 첩보물을 기대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타인의 사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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