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젠 떠날 수 있을까? 동유럽 소도시 한 달 살기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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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요 포인트는?

먼저 이 책은 동유럽을 가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할 듯 하다. 사실 우리가 여행이라고 하는 건 경험에서오는 단편적인 게 많은 부분을 차지할 텐데, 짧은 순간 스쳐지나가는 관광지보다는 도시에 머무르며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장점이 되겠다. 단순한 여행준비와 다른 건 책의 앞 부분 ‘떠나기 전 자신에게 물어보기’(P.50~53)와 떠나기 전 준비할만한 내용을 먼저 파악을 하는데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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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여행스타일에 맞는 숙소형태를 결정하자.

(전략)

숙박을 할 수 있는 도시로의 장기 여행자라면 에어비앤비Airbnb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방이나 원룸(스튜디오)을 빌려서 거실과 주방을 나누어서 사ㅛㅇ하기도 한다. 방학 시즌에 맞추게 되면 방학동안 해당 도시로 역으로 여행하는 현지 거주자들의 집을 1~2달 동안 빌려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한 달 살기를 위한 스타일과 목적을 고려해 먼저 숙소 형태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수영장이 딸린 콘도 같은 건물에 원룸으로 한 달 이상을 렌트하는 것만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 혼자서 지내는 ‘나 홀로 여행’에 저렴한 배낭여행으로 한 달을 살겠다면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달 동안 지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인데혼자서 지내는 작은 원룸 형태의 아파트에 주방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을 예약하면 장기 투숙 할인도 받고 식비를 아낄 수 있도록 제공하는 곳도 생겨났다.

P.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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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단지 현찰만을 가져간다고 준비를 다 하는게 아닌 것 처럼, 밑그림그리기(P. 40)와 여행계획짜기(p. 43)에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야 하고 어떤 걸 고민해봐야 하는지는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책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동유럽의 여러 국가들에 대해 궁금증도 많이 생기고, 몰랐던 것에 새로움도 느꼈지만, 생각보다 작은 도시들은 거기 있으면서 잔재미가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긴 했다. 하지만 예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약 2주간 머물렀던 걸 떠올리면 즐길거리가 그리 많지 않아 - 암스테르담은 그리 큰 도시가 아니다 - 도 도시 자체에 머무르며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큰 기억이 된다는 게 생각나며, 그런 의미로 동유럽의 국가들을 여행하는 건 얼마나 더 다양할지 기대감도 함께 든다.


이런 책은 읽고 외우려고 하는 것 보다는, 한번 보고 또 찾아보고, 필요한 건 메모도 해놓는 것이 필요할 듯 싶다. 그래야 한 두장짜리 팜플렛을 보고 버리는 것 처럼 쉽게 손에서 놓지는 않아야 하고, 해묵은 인터넷 자료보다는 훨씬 최신 자료로 되어 있기 때문에 혹시 update되는 자료가 있더라도 비교해볼 수 있어 좋겠다. 그리고 각 도시의 도심, 주요 관광지 및 기관을 잘 나눠서 설명해주고, 무엇보다 지도를 간략하게나마 함꼐 보여주는 건 도시에서 어느 동선으로 움직일지 결정하는데 큰 도움을 줄 듯 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이미 COVID19를 겪으며, 개인적으로도 해외를 2년 이상 나가지 못했는데, 이 책은 최신 정보를 담고 있어 새로운 나렝 대해 부족한 정보의 간극을 이어주기에 썩 괜찮은 선택이다. 아직 자유롭게 해외를 나가기엔 시간이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이 최신정보가 얼마나 신선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리가Riga의 리가카드에 대한 내용(P. 124)만 봐도 한 동안은 최신 정보로 남아 있을 듯 하다.


​여러 나라가 소개되는데, 특히 ‘플젠’이라는 도시는 맥주 때문에, 리투아니아의 ‘빌뉴스’는 볼수록 궁금해지는 음식과 축제 때문에, 폴란드의 ‘크라쿠프’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너무나 많은 역사의 흔적 때문에 가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역시 짧은 방문보다는 좀 길게 머무르면서 여기저기 둘러보기에 시간과 동선을 짤 수 있게 구성했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그와 함께 폴란드의 추천 여행코스(P. 196 ~ 198)는 꼭 한번 책에서 나온대로 도전해보고 싶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애 대한 정리는 다른 유사한 책들 보다 잘 정리가 되어 있으니 이것도 추천한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여행을 계획하면서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면 특성 상 그에 따라 유사한 루트로 다니게 되는데, 내 의지보다는 이전에 거길 방문하고 SNS에 잘 남긴 사람의 의지를 따라 다니는 것과 같을 것이다. 물론 시간을 아끼고 실패를 줄이기 위한 마음은 누구나 같겠지만, 누군가와 똑같은 동선, 관광지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과 조금 결이 다른 다양한 경험이 앞으로는 더 필요해질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SNS에서 본 내용을 A4지로 뽑아갔다가 미처 다 보지도 못한 채 버린 적이 있거나, 유독 관광지에서 앞서 봤던 한국 사람들을 또 만나거나 적이 있다면 결국 유사한 정보를 본 것이 분명하므로 다른 계획도 한번쯤 세워봐야 하비 않을까? 아직 펼쳐지지 않은 새로운 나라와 도시, 어쩌면 본인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발을 내딛은 여행지에서의 머무르기를 위해 유용한 책이 될 것이고, 무엇보다 내용은 잘 참고하고 자신만의 한 달 살기 계획을 더해본다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동유럽 체류기가 가능할 것 같다.


덧붙인다면?

1. 책 자체가 두껍지는 않지만 사진이 많이 들어서인지 무게감은 좀 있다.

2. 전체적인 구성은 잘 되어있는데, page 아래나 위쪽에 국가별 표기가 되어있었으면 빨리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3. 동유럽 국가를 한번쯤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거나, 동유럽 도시들에 대한 정돈된 여행 정보가 필요하다면 추천, 필요할 떄마다 검색하는 인터넷이 더 낫다고 생각하거나 일생에 동유럽에 관심이 없을 것 같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해시태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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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사용설명서 - 5G부터 메타버스까지, 일상을 바꾸는 IT 상식
김지현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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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제목에서 알게 되듯이 이 책은 일상속에서 경험하거나 간적적으로라도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기술에 관한 다양한 정의를 알려주고 있다. 요즘은 정말 다양한 개념들이 만들어지며 쏟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 많이 언급되는 걸 얘기하자면 ‘AI’나 ‘메타버스’ 같은 건 뉴스에서도 쉽게 단어를 들을 수는 있어도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대화에 뒤떨어지기 쉽다. 그래서 인터넷을 찬고, 전문가의 강의를 찾아 들으며, 관련된 책들을 탐독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걸 일부터 해야 한다면 이 책은 아주 좋은 참고서가 될 듯 하다.다양한 개념들을 알려주지만 다행히 잡학사잔처럼 의미만을 짧게 암기식으로 전달하지는 않는다. 스마트워크에 대한 설명에서는 솔루션이나 업무 방식에 대한 것보다 COVID-19가 살린 기업에 대한 부분, 그리고 변화되는 업무의 모습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흐름을 알려주니 더 쉽게 읽을 수 있다.


핀테크 FinTech에 대해서도 금융 분야에 많은 기술을 나열하기 보다는 스타벅스 Starbucks의 프리퀀시 서비스에 대한 실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든지, QR코드 역시 어려운 개발 이야기보다는 중국에서 왜 QR코드로 계산하는 게 일상화되었는지, 어떻게 그 분야에서 강자가 되었는지를 사례로 드니 썩 쉽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추가적으로, 트렌드라고는 해도 ‘데이터’라는 방대한 영역에 대해서는 중요한 topic을 찾으면 찾을수록 많아질 수 밖에 없지만 그걸 사례에 맞게 알려주어 기술의 서술에만 의존해 지면을 소비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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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혁신을 하는 여러가지 기업과제품의 사례를 보면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품이나 사업을 개선했다.

둘째, 기존에는 측정해서 수집하기 어려웠던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서 이를 비드니스 혁신에 적극 활용했다.

셋째,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P.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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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클라우드 사업’이나 ‘애자일 조직’은 IT라기 보다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충분히 가치있는 부분으로써, IT산업의 변화와 세상의 비전이 바뀌어가는 타이밍에 대한 것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데, 책을 읽는다고 해서 정보기술을 지금보다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지만 현업에 있거나 간접적으로 다루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인상깊은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요즘 어느 산업에서나 차용해 쓰는 ‘구독 서비스’에 관한 내용과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관심이 많이 갔다. 워낙 다양하게 쓰이기도 하고 거의 매일 어디에선가는 언급되다 보니 얼마 안되었음에도 의미있게 다뤄지지 않을까 해서인데, ‘메타버스’에 대해선 저자의 고민이 느껴졌을만큼 분량도 많다. 그에 비해 ‘구독 서비스’에 대한 건 많지 않았지만 개념 잡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사실 ‘구독 서비스’는 나온지 얼마 안된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제한적인 범위였다면, 현재 계속 분야가 커져 나갈 수 있는 건 정보기술의 발전이 영향을 준 것이며, ‘메타버스’는 역시 유사한 기술이 있긴 했지만 통신 서비스와 디바이스의 발전이 시장을 더욱 크게 만든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 거기에 이 책에선 다뤄지지 않았지만 기획, 마케팅이 더해진 것이므로 비즈니스적인 게 궁금하다면 이와 관련된 책들을 더 찾아보면 정보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전기차나 수소차에 대한 부분은 정보기술의 영역과 따로 볼 수는 없어도 지금의 산업 트렌드에 묶이다 보니 포함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앞서 설명하는 정보기술 분야에 비해 상세하지도, 전문적이지는 않아서 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아쉬울 듯 하다. 또한 중간중간 업계의 소식에 대해서는 전공자 또는 그 분야 job을 하고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분명 존재한다. 반도체(칩)이나 블록체인에 대한 부분이 대표적이긴 한데, 분량은 많지 않지만 사용자 측면에서의 접근, 다시 말해 페이스북과 MS가 Consumer Service를 위해 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연구 개발에 신경쓰는지 언급한 정도로만 전달했어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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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칩셋 제조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칩셋까지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독자적으로 칩셋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바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된 경험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자사에 특화된 기능을 지원하는 고용량, 고사양의 주문형 칩이 꼭 필요하다.

P.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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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간에 ‘창작자 경제’라는 걸 알려주기도 하는데, 그것에 비유하자면 트렌드를 이해해 콘텐츠를 생산해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는 것을 말한다. 어떤 분야든 주체가 되는 것, 그리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건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따라가는 것 이상으로 ‘다음’을 예측하는 건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사전적 의미를 외우는게 아닌, 그 트렌드가 보여주는 정확한 의미와 그것이 주는 변화를 구체적으로 알아는게 더 중요한만큼, 이번 책이 그 근간인 정보기술을 이해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덧붙인다면?

1. 최근에 쓰여진 만큼 오래되거나 이제 사장되어진 개념이 remind되지 않아 좋다.


2. 테슬라를 비롯한 제조 산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그보다는 블록체인이나 보안같은 정보기술 분야를 더 깊이 알려주는게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3. 현재 정보기술의 트렌드에 대해 궁금하거나 다양한 산업에 대한 IT적용분야가 궁금하다면 추천, 인터넷 검색만으로 최신 IT기술에 대한 저널/논문을 쓸 수 있는 전문가라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크레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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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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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제목에서 직관적으로 느껴지듯 이 소설의 큰 매개는 ‘복수’다. ‘복수’에서 시작해 많은 사람에게 그걸 알리기 위해 ‘집행관’이라는 책임을 진 정의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로써, 그 모습을 보여주지만 ‘개인적인 앙갚음’보다는 ‘대의적인 처단’이라는 목표를 향하게 되는데, 그걸 이루고자 하는 인물들의 조합이 꽤 촘촘한 건 앞 부분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충분한 흥미를 느끼게 한다. 매우 한국적인 소재, 그리고 한번쯤 들어봤을 사연을 개인들에게 더하고, 거기다 공감할만한 실제 사건을 재구성하는 건 사건에 쉽게 다가서고, 인물에 더 가까기 다가갈 수 있다. 첫번째 사건만 보더라도 사건의 대상자 선정부터, 새로운 인물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야기 전개, 마지막으로 대상을 처단한 것에 대한 묘사까지 속도감도 있고 실제 역사에서는 이루지 못한 무언가를 이뤘다는 쾌감까지 주기 때문에 누구나 빨리 읽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잔인한 건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고통을 줄만한 형벌로써 죄값을 받게 한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인가를 질문하게도 하지만 이미 대상이 된 사람의 죄는 그런 이성적인 부분을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 정도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주장에는 공감함과 동시에 소설 속 ‘집행관들’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밖에 없는 건 ‘법이 처벌하지 못해 법의 테두리 밖에서 그들을 단죄한다’는 단순한 논리가 석 드라마틱하지는 않다는 데 있다. 과정에 있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지만, 마지막은 법의 심판을 받게 만다는 어떤 것이 있었다면 그 괘감은 몇 배 커졌을 듯 하다. 너무나도 익숙한 ‘권력형 검사’가 비짝 뒤따라오는 모양새는 뒷 부분에 일어나는 일들을 쉽게 예측하게까지 하는데, 과정이 어찌되든 과거의 잘못은 진 사람에게 그 만큼의 죄의 무게를 알게 하는 게 정형화되가 보니 ‘이 사람이 왜 그랬을까, 그리고 어떻게 벌을 받을까?’보다는 ‘이 사람은 죽겠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건 중반 이후부터는 반복적인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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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들은 생각보다 치밀하고 정교해 보였다. 살해 수법도 독특했다.고문과 형벌..범인들은 피해자의 범죄 행위에 딱 들어맞는 살해 수법을 찾으려 공을 들이고 의미를 새겨 넣었다. 엽기적인 범죄인데도 지극 정성을 기울인 탓인지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았다. 

P.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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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을 사건 속으로 밀어넣는 것과 함께 전반적인 소설의 흐름은 기시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목적에 맞는 협력자를 찾고, 그 사람이 꼭 이 일을 해줄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지며, 한 편이 되어 대상자를 찾아내어 처단하는 과정은 사실 많은 영화나 소설, 웹툰에서까지 다뤄진 것이긴 하다. 이런 스토리 흐름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더 파이브>(정연석 감독, 2013), <26년>(조근현 감독, 2012년), 소설 <무저갱>(반시연 작, 2018), 일드 <7인의 비서>(타무라 나오미 연출, 2020), 영화 <검찰측 죄인>(하라다 마사토 감독, 2018)과 유사하다. 주요 전개가 다른 작품들과 유사하다면 그걸 보완하는 부분이 있어야 구별이 될텐데 강하게 타오르는 초반부의 뜨거움은 꽤 신선하지만 중반부의 익숙해짐이 너무 빨리 다가오는 게 아쉬웠다. 


인상깊은 부분은?

예상보다 등장인물이 많다. 물론 단점일 수는 없지만 ‘집행관들’을 전면에 배치한 이상 그들의 개인적인 사정들이 더 많이 그려졌어야 하는 아쉬움이 든다. 캐릭터가 왜 존재하는지를 꾸준히 알려주려고 한다기보다는 누가 봐도 적의를 품을만한 공공의 적을 만들고 그들의 반대편에 있을 법한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느껴졌따. 게다가 후반부에서 빨리 인물도 퇴장시키고 그로 인한 급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거로 보여져 굳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필요는 없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사연많은 인물들 보다는 사건에 도움은 주지만 잠시 스쳐가는 형태가 너무 많은 인물을 정리하지 않아도 좋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교통경찰이나 쇼퍼집 아주머니 같은 소시민 들의 결정적인 도움 같은게 더 감동적이었을 것도 같다)


첫번째 사건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두번째 사건부터는 그 묘사가 현저히 줄어든다. 덮어놓고 잔인한 형벌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앞서 말한대로 대상을 정하고 그들에게 어떻게 접근하며, 결정적인 순간을 어떻게 잡아내는지가 이 소설의 재미있는 부분일텐데 그걸 간단하게 넘어가다 보니 그 일 자체가 쉬운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현실적인, 그래서 최근의 소설이라고 느끼게 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아주 잘 묘사했다. 캐릭터 중 하나의 실제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일제시대 고문경찰 ‘노덕술’이 6.25 때 헌병으로 범죄수사단장을 지내고, 말년에 국회의원 선거에도 나갔을만큼 평안한 삶을 살았다는 건 수치스럽지만 바뀌지 않는 역사적 사실이며, 미처 잊고 지내던 기억의 상기로써 이런 이야기는 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더 확장하지 못한 지면의 부족이 큰 이유였을거라 생각하고, 등장했던 몇몇 인물의 이후 행적이 궁금한만큼 이 이야기에 이어지는 다른 ‘집행관들’이 나와 더 많은 ‘악인’을 단죄하는 스토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해본다. 



덧붙인다면?

1. 매력을 100% 끌어올리지 못했지만, 악역은 꽤나 신선했다. 역시 여기서 떠오르는 명언 ‘악은 성실하다’

2. 화자로써 최주호 교수가 너무 존재감이 부족하다. 주변 캐릭터를 위한 배려일 수 있지만 너무 나약한 채로 마무리하는 것 같아 아쉽다.

3. 여러 약한 사람들이 모여 목적한 바를 이루는 쾌감, 나름대로 역사에 대한 단죄를 보고 싶다면 추천, 치밀한 두뇌게임이나 첨조건 같은 긴박한 분위기, 그리고 마지막 커다란 반전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다산책방'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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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함
김태우.배상열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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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일본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제정된 헌법 제 9조에 의해 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자위대’라는 군대 대체 조직이 어느 순간 원래 기능 이상의 것들을 추구하며 ‘군대’ 그 자체의 모습과 다르지 않고, 2020년 기준 세계 군사력 순위가 5위(대한민국이 6위)로 랭크되어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읽은 독도함은 일본의 ‘의도적인’ 군사 행보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만큼 지금의 현실과도 맞물려있다. 


표면적으로는 동일본 지진 이후 일본 내부의 경제 악화, 사회적 불안, 노령화, 이웃국가들과의 관계 악화, 그리고 코로나19 등의 복잡한 이유들로 인해 심각해진 상황에서 자국을 보호한다는 ‘어설픈’ 이유로 포장하여 자위대를 강화하여 군대를 만드려고 하는 것이 현실인 듯 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자국 내의 수많은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그저 예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그랬듯이 외부로 눈길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고, 이는 일본 내 극우파의 근본적인 목표가 아닐까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에서 너무 길게 다루지는 않지만 이런 역학관계를 잘 알려주고 있어 더 실제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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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하기 위해 내세운 정한론(征韓論)은 아직도 유효했다. 특히 중국을 하청공장으로 전락시키려는 미국의 의도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반도를 발판으로 삼아야 했다.

“그것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유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장이 차분하게 반박했다.

(중략)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문제 가운데 먼저 지적될 것은 국민의식 변화입니다.”

일본국민은 민주국가 국민으로 합당하지 않은 점이 적지 않았다. 공중도덕을 철저히 준수하고 절대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입력된 습관의 이면에는 공포가 존재했다. 약간이라도 거슬리면 베어버리는 사무라이에 의한 지배가 오래도록 지속된 결과여싸. 대대로 그렇게 살았던 그들은 위에서 명령하면 무조건 따랐다.

P.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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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일본은 우리를 이웃국가로 생각할 것인가,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게 소수 우익의 극성인가라는 것에 쉽게 답을 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일본의 독도 점거와 바로 울릉도까지 넘보는 부분까지 이르면 ‘그들은 실제 그럴 것이다’라는 기분까지 들기 떄문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만큼 허우맹랑한 이야기도 아닌데다 역사 그 어느 사이에 있던 침략의 또 다시 반복되는 느낌에 더 분노가 느껴지기도 하는 듯 하다. 


전투 장면에 이어져 현상황을 브리핑하는 듯한 시퀀스가 바로 붙는 건 약간 흐름이 끊기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미국이 왜 갑자기 그렇게 갑작스레 변하는건지, 전시상황을 왜 그렇게 만드는지, 대한민국의 전력을 그냥 둘 수 없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 전체적으로 이야기 중심을 전쟁상황 쪽으로 몰다보니 그런걸 테지만 정치적인 상황이나 위험을 축소하려는 당위성을 진지하게 이어갔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긴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소설에서 눈에 띄는 건 다양하게 등장하는 무기와 지역명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더 현실적이 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전투의 모습에 충실한만큼 현장감을 묘사하는게 아주 현실적이다. 다만 미국의 전쟁 블록버스터같은 요란한 폭발과 사방에 널리는 떼죽음이 아닌 좁은 곳으로 향하는 타격감과 거기에 인물의 고뇌가 전해지는 중반부를 보면 화려한 액션은 아니어도 충분히 치열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들이 무기에 대해서도 충분한 지식을 갖고 썼다는 건 다양한 곳에서 알 수 있긴 하다. 다만 일본에서도 퇴역했다가 다시 등장하는 F-4 팬텀이 등장하는 건 과거 무기의 향수인지, 이제 남은 마지막까지 다 짜내려는 미련인지 아리송하긴 했다. 다만 주인공 외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그려지지 못하는 건 아쉽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벗어나면 빠른 전개가 주는 속도감에 쾌감이 들기도 한다. 잠수함이라는 소재 때문에 ‘톰 클랜시’의 <붉은 10월>(1990)이 줬던 이미지가 처음부터 떠오르긴 했지만 그보다 큰 규모의 전투와 점점 거세지는 전투 묘사에 놀랄 것이다. 계속되는 전투에 지칠 법도 하지만, 앞서 경험한 위험이 다시 떠오르긴 하지만 그 위기감을 이겨내는 건 오롯이 대한민국 독도함의 힘이니 다시 또 승리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일본과의 전쟁을 그리는 것에 감정이 이입되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 와중에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잊지 않고 지금보다 더 성숙한 국민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게 하는데, 이를 작가가 의도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우리의 경험과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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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촛불이 화사하게 타올랐다.

애국의 성지인 광화문 광장은 물론, 전국 곳곳의 작은 마을들과 독도에 이르기까지 촛불이 타오르지 않는 국토는 존재하지 않았다. 전쟁에 이겼으면서도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일본처럼 날뛰거나 환호하지 않았다. 전사자의 가족들을 위로하고 전국적인 모금에 나서는 한편 온라인분향소가 설치되었다.

5천이 넘는 전사자의 대다수는 해군이었다.

중상을 당했다가 끝내 목숨을 잃은 해군장병들이 계속 분향소의 명단에 포함되는 상태였다.

실종자들도 전사자와 동일하게 취급되었다.

P.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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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장면과 정치적인 부분까지 떠올려보아야 하는 후반부는 오래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겠지만, 사실 결말은 너무 아쉽다. 중반 이후 가장 원치 않았던 결말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끝까지 너무 몰아세우는 듣한 느낌도 썩 이해하기 어렵고, 결말까지 이르는 과정, 그리고 밝힐 수 없지만 마지막 장면까지도 아쉬운 마음은 계속 남았지만 어쩌면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듯 싶다. 그럼에도 최근 이런 국가대 국가의 대결을 그린 소설을 읽지 못해서 그런지 꽤 탄탄한 이야기가 전개되어 흥미로웠고 침략에 대한 대응을 계획하기보다 전쟁의 시작과 동시에 더 확대되기 전에 주요 지점을 타격해야 하고 그 부분에 대한 준비가 더 효과적이겠다는 ‘국방’감각을 따올려 본 책이었다. 


덧붙인다면?

1. ‘독도함’이라는 제목만으로 왜 멋진 해상 항모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이미 표지부터 답은 나와있는데.


2. 대체 역사가 아닌 대체 미래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주변 국가에 대한 묘사가 꽤 솔직하고 공격적이다. 


3. 전쟁소설에 흥미가 있거나 실제 있을법한 국가 간 위기를 그려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 국가간 첩보나 정치에 대한 복잡한 스토리, 좁은 공간에서의 심리싸움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고즈넉이엔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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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년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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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파괴, 게다가고위험 전염병 바이러스가 극적으로 진화하면서 인간이 점점 더 살기 힘들다는 디스토피아적 환경에 비해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심지어 정치를 ‘잘’ 한다는 건 굉장히 큰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왜 인공지능은 이렇게까지 인간들을 살리려 하는가?’였는데 사실 이런 물음은 영화 <매트릭스>를 통해 한번 겪은 터라 꼭 알아야하는 의미같은 건 아니다. 


​사실 인공지능이 찾으려는 건, 문자와 관련된 어느 역사 속의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을 반전시킬 지점 어디쯤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보다는 지금 COVID-19 상황같은 어마어마한 치사율을 보이는 바이러스의 출현을 막기 위해, 그 바이러스 원형 – 정확히는 너무 빨리 사람을 사망하게 해 현재는 남아있지도 않은 - 을 찾기 위해 과거로 간다는 건 시기적으로 잘 짜여진 배경인 듯 하다. 다만, 이야기의 시작이 교도소이며 그 안에 있는 죄수, 그리고 죄수는 크로노토프(시공간) 보호법 위반으로 12년형을 받았다는 소문, 게다가 그 죄수의 전직이 민간인이 아닌데다 몇 안되는 시간여행의 적격자라는 설정은 좀 익숙하긴 하다.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자아는 기억의 집합이며 기억은 뇌에 있는 뉴런의 전기 신호가 분자 단위로 변한 것이라는 이론적인 부분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며, 어떤 형태로 과거로 가는지에 대한 것들은 굳이 과학적으로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떤 전기신호를 이용하여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갈 수 있으며, 과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에서 36시간 정도가 한계라는 것 정도만 기억해도 충분하겠다. 이런 인공지능이 유지하는 균형, 그 중심에 다른 어떤 언어가 아닌 ‘한글’이 있다는 건 가슴 떨리는 일이지만, 조금은 부담스러운 설정이긴 하다. 영어와 함께 공용어로 사용된다는 정도였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이런 와중에 진짜 그만큼의 언어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대단한 일이 될지도 상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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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문자는 항상 우리 옆에 있었는데, 우리는 대체 뭘 했던 것일까’

2048년 한국어의 데이터 저작권료가 최초로 분배되었다. 한국어 언어자료를 400조 어절 규모로 모은 데이터 말뭉치의 저작권료였다. 이것은 국가 공유재산으로 발생한 기본소득이라고 결정되어 전 국민에게 균등 분배되었다. 

(중략)

그해 모든 한국인은 1인당 매달 162만원씩의 현금을 월급처럼 받았다. 사람들은 그제야 알았다. 인공지능 시대에 서민이 의지할 것은 오직 데이터 저작권뿐이라는 것을. 

그러나 딱 1년이었다.

2049년 한국은 멸망했고 저작권료는 인공지능에게 귀속되었다. 

P.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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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여러차례 다른 나라에서도 연구하여 우리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자부심도 들고 이야기의 전개에 빠른 이해를 돕지만, 그에 비해 이 한글을 향한 적대적 행위라든지 반反 한민족의 음모같은 건 그 위세가 작다. 그래서인지 광범위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처음의 박진감을 잃어버리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타임슬립이라는 흔하지만 매력적인 소재임에도 너무나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 거기에 숙주 - 라고 표현되는 과거의 어떤 인물 - 의 심리가 현재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건 기술에 비해 어색한 설정이자 과거 인물에게 동화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낸 것 같아 과하긴 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더 확장한다면, 심재익이 조선의 어느 시점에 도착해 살인이라고 믿어지는 상황을 보며 느끼는 공포감과 범인을 찾아야 하는 압박까지 직접 묘사할 수 있으므로 스릴러적인 스토리를 이어가기에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인상깊은 부분은?

추적의 대상이 다름은 있지만 큰 줄기는 ‘타임루프’가 중심이므로,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차별성을 주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본 소설 속에서는 아주 특별한 예외조항으로 그걸 어렵게 만들지는 않는데, 다만, 작은 것은 미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해도, 사건이 일어나는 큰 틀이 바뀌면 역사가 바뀔 수 있다고 전제하긴 한다. 소설속에서는 ‘사건장의 사슬, 세계선의 두 번째 루프’라고 표현하는데 이것 때문에 대체 역사로서도 가능한 지점을 만들어내고, 인과관계릐 모순을 만들어내진 않으니 흥미롭다. 


몇몇 인물의 죽음이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름들이 살짝 비틀려지는 걸 보는 건 꽤나 재미있을 수 있으니 그걸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름을 떠올리는 것 조차 내키지 않지만 ‘이완용’에 관한 것이라든지, ‘김옥균’의 죽음과 그 이후를 적절한 상상으로 그려낸 게 그것이다.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게 역사의 큰 줄기를 바꾸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인물과 스토리의 변주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엔 충분하기도 하다.


이야기의 처음 시작은 SF, 중간은 스릴러와 추적극, 후반은 역사와 문자에 대한 고찰이어서 후반부는 매우 진중하기까지 하다.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서 누구나 생각해본 ‘인공지능다움’과 ‘인간다움’의 경계에 대해 작가 역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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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처음 자의식을 갖게 되었을 때 그들이 정말 의식이 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정말 감정을 느끼고 자신을 성찰하고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는가, 그런 척 가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인공지능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다말이 하원의원에 입후보 했을 때 사람들이 놀란 것도 이것이었다. 

다말 옆에 서면 인간이 더 기계같았다. 정부 예산과 유전자의 표를 교환해주는 정치 기계 같았다. 그에 반해 다말은 지성과 열정에 너쳤으며 매력을 발산했다. 아버지의 대의를 이어가겠다고 호소하는 그녀는 진짜 인간, 내면에 개성을 간직한 인간으로 보였다. 

p.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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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감정이 진짜 감정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인간답게 보이는 지점에까지 이르면 누구나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텐데, 이런 자기다움의 어색한 경계에 대해 다른 이야기가 생겨나더라도 잘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중반부의 스릴러와 추적은 한번에 피아구분이 쉽지는 않다. 당연히 오고가는 대화와 상대방의 시선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데,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본인이 알고 있는 그사람이 아니라는 걸 한 순간 알아차리는 장면은 꽤나 놀랍기도 하면서 최첨단 기술이 어느 시점엔 귀신이 씌인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걸 대칭시켜 그 장면을 꽤 긴장감있게 끌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후반부는 진중하게 대화와 서술로 풀어나가는데 앞서 빠른 진행에 비해서는 느리기도 하면서 이해를 구하는 부분이 있어 속도감은 떨어진다. 하지만 인물들이 왜 그렇게 싸우는지, 왜 그렇게 작은 의미까지 찾아야 하는지를 따라간다면 뒷 부분의 설명이 왜 그렇게 무게감을 갖는지 필연적이기는 하다.


​‘인공지능’, ‘시간 여행’이라고 해서 너무 엉뚱하거나 내용이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을 필요없겠다. 이야기 자체가 과거-현재-미래로 흐르지는 않으므로 벌어지는 사건만을 따라가도 충분히 읽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강마사의 이야기가 좀 더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고, 문제 해결이 이야기 마무리를 하기 위해 급하게 정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작가의 이전작인 <영원한 제국>에서 보여줬던 하루동안의 이야기가 가진 제한 시간 속 스토리를 다시 접하게 되어 좋기도 했다. 한동안 사회적인 사건에 연루되어 볼 수 없던 작가였는데, 알려진바와는 다르게 실제로 연관이 있던 건 아니라고 하니 이전에 가졌던 선입견은 지워도 될 듯 하다. 사실인지 여부를 개인적인 의견만으로 판단하긴 어렵겠으나 다른 건 다 빼고라도 절필했던 작가의 여전한 필력이 좋았고, 다음 작품이 나오면 기꺼이 시간을 내 읽어보고 싶다.


덧붙인다면?

1.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워낙 유사한 캐릭터들이 많아 새롭지는 않았지만, 한글을 주요 매개로 하는 설정인만큼 다른 작품에서도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2. 대체 역사물로써 과거의 작은 변화로 미래의 어느 지점에는 영향을 미치는 장면이 있었으면 조금 더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3. 대체 역사소설이나 장치로서의 타임루프물, 한글이 가진 또 다른 강력함을 소설로 접하고 싶다면 추천, 타임루프를 기반으로 한 정통 스릴러나 느와르 추리물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스토리프렌즈'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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