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딩 - 그곳에 회색고래가 있다
도린 커닝햄 지음, 조은아 옮김 / 멀리깊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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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여행’이라는 목적에 관한 책인 만큼, 프롤로그에서 본인의 상황은 아주 간결하게 필요한 부분만 언급하면서 상황보다 여행 자체에만 집중하게 하는 도입부이다. 또 시작부터 그녀의 위태로운 경제상태와 이제 말을 시작한 아들과 무작정 떠나겠다는 용기는 과감하지만, 역시 앞으로 모든 경험이 낯설고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무모하다고 느껴졌다.


흔한 여행 에세이라면, 새로 방문한 곳이 빙하로 둘러싸인 곳일 경우 햇살과 빙하가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감정에 대해 꽤 길게 묘사하겠지만, 작가는 그보다는 왜 그곳이 빙하가 다른 곳보다 더 단단할 수 밖에 없는지, 왜 사람들은 이런 빙하에서 살아가는지, 그리고 어떤 시간을 통해 그 곳이 고래를 비롯한 생물들이 많이 찾게 된 곳이었는지 같은 설명을 다큐멘터리처럼 진중하게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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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모든 생명체는 지구 주위를 돌며 철썩이는 거대한 수역에 의존한다. 우리가 바다에 피해를 주면 우리도 피해를 받는다.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절반 이상을 제공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개체 수도 감소하고 있다.

(중략)

동물성 플랑크톤은 먹이사슬의 근간을 형성하며 죽을 때는 탄소를 침전물의 형태로 해저에 쌓아서 수십 년 또는 수세기 동안 저장한다. 남극해(Southern Ocean)에 사는 의족류의 껍질은 이미 녹고 있다. 껍질을 산호와 마찬가지로 연약한 탄산칼슘 결정체로 만들어 져서 바닷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쉽게 부식된다.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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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전직이 BBC에서 뉴스 진행자와 PD로 일했던 경험이었기 때문인 듯 한데, 그래서 단순한 여행기로 보기 보다는 개인이 써낸 고래를 중심으로 한 자연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면 더 이해가 잘 될 듯 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여행’자체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다. 물론 이동에 따라 새로운 지억에 도책하고, 거기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루어지는 이야기 뿐 아니라  작가가 보고자 한 것은 ‘자연’이라는 메세지가 명확하다. 


대표적으로, 책에서도 반복되는 우트키아빅에서 이야기에서만 보더라도, 그들의 친절과 점차 깊어지는 관계도 언급되지만,  그 사람들의 바이오그라피와 문화, 삶, 그 중에서 겨울에 왜 술을 먹지 않는지까지에 대한 설명은, 그들의 도움만큼이나 그들을 가깝게 느껴지게 해준다. 물론 모든 여정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작가 역시 다른 책에서 본 내용을 인용하기도 하는데, 그런 방식 역시 사실 전달을 위한 것의 하나로써, 감정을 섞지 않고 담담하게 전달하고자 한 듯 하며, 그만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게 작가가 그들을 가장 잘 남기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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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포경꾼들은 임신 중이거나 젖먹이를 키우는 암컷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한 달 정도 된 새끼가 있는 어미 고래가 선박 가까이에서 죽었다. 어미를 해체하기 위해 선박으로 끌어올리자 새끼가 따라와 2주 동안 그 주위를 맴돌며 놀았다. 녀석이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았는지는 알 수 없다.

공격은 밤새 계속되었다. ‘살육의 현장은 매우 생생하고 흥미진진했다.’ 선원들은 고래의 거대한 입술을 꿰매어 닫고 몸통을 선박으로 견인했다. 지방이 고래기름 정제기에서 데워지며 황량한 하늘에 고약한 연기를 자욱하게 뿜어냈다.

P.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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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일부이자, 인간도 결국 함꼐 살아가는 존재 중 하나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가치인 듯 하다. 전직 저널리스트였던 작가의 정보 전달이 우선되면서 감정보다 지식이 앞선다는 느낌이 들면서 문장도 길어지고 드라마틱한 서사가 없기도 해서 밋밋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현지에서 전하는 소소한 이야기들과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말들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다만, 오랜 이동에 거듭하는 그 시간동안 찍은 사진이 하나도 책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건 조금 아쉽다. 사각 프레임 안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담을 수 없겠지만, 처음 도착한 항구의 모습이나 떠나기 직전 찍은 빙하의 모습, 마지막으로 본 늙은 고래의 모습 같은 건 놀라워 보였을 것 같기 때문이다.



덧붙인다면?

1. 여정들도 매우 인상깊지만 마지막 ‘집’으로 오면서 정리하는 대화와 마음가짐은 기억에 남을만한 마무리였다.


2. 삶의 방향성을 그린, 여행보다 생명에 의미를 둔 진중한 궤적을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 트렌디한 에세이, 드라마틱한 사건사고를 그린 여행기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멀리깊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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