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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우주에서 우리 만나더라도
마크 구겐하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평점 :
주요 포인트는?
죽은 아내와 그 아내가 살아있는 ‘지점’을 찾아가기 위해 본인의 과학 지식을 총동원하는이야기. 쥴 베른의 <타임머신>과 결이 다지만 역시 떠올려질수 밖에 없는 이야기 구조이다. 다만 과거의 ‘시점’이 아니라 ‘다른 우주’라는 것이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다중 우주’(Multiverse)라는 개념이 최근 몇 년 사이 영화들에서 주요 소재로 다뤄져서인지 낯설지 않았고, 시간여행이 아니라 ‘다중 우주’이기 때문에 다양한 배경 설정과 인물 등장이 가능해서 다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중반 이후 ‘조너선’이 도착한 다중 우주의 한 곳은 독일어가 공용어가 된, 2차 세계대전 없이 히틀러가 정치로 성공해 모든 세계의 통치자가 되어 90세가 넘게까지 살았으며,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들은 독일의 연방 국가 중 하나가 된 것으로 설정된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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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1차 대전 후, 독일에서 파시즘이 생겨났지만 그것은 냥전과 비슷한 세계 분쟁으로 퍼졌다. 아돌프 히틀러는 권력을 잡았으나 스스로를 과신하다 일을 그르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뉴 베를린으로 이름을 바꾸기 전 뉴욕시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2만명 이상이 다시 집회에 참가했다. (중략)
민주주의 국가 국민은 스스로 나서서 안전한 독재주의를 택했고, 히틀러는 총 한방 쏘지 않고 세계 총통이 됐다.
P.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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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전개가 빨라서 초반 20페이지쯤 이미 배경과 인물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이후는 다른 우주에서 겪는 이야기이므로 여러 캐릭터가 등장한다. 스토리를 이어가는 건 처음 부분엔 존재감이 적었던 ‘빅터’로써, 그가 다시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급변하는데, 주인공만큼이나 지적이고, 집착이 강하면서, 광적이지만 설득력있는 악당으로써 그 역할을 다 하다가 후반부의 모습은 몸싸움으로만 비춰지는 게 조금 평면적이어서 아쉬웠다.
인상깊은 부분은?
작가가 2013년 대략적인 줄거리를 써놓은 게 소설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그 당시쯤 소설이 출간되었다면 훨씬 신선했을 것 같다. 초반 ‘에바’가 만난 적 없는 ‘조너스’를 쉽게 알아보는 것이나 ‘메이컨’이 갑자기 왜 조너스를 추적하는지 궁금했는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하나씩 그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처럼 설정이 촘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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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하지만 나와는 함께 할 수 있잖아요." 에바가 말한다.
"당신은 선택할 수 있어요. 살기를 선택할 수 있어요. 행복해지기를 선택할 수 있어요."
(중략)
조너스가 미음속으로 확신을 점검해 보니 그것은 강철처럼 단단하다.
"하지만 어맨다가 아닌 사람과 함께 한다든가 혼자 사는 것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난..... 혼자 살겠어요."
조너스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가장 진실한 말을 끄집어낸다.
"미안해요 에바. 정말 미안해요."
조너스는 에바가 가장 신랄한 말을 할 것을 각오하고 기다린다. 하지만 에바는 손바닥으로 뺨의 눈물을 닦아낼 뿐이다. 그리고 상심을 버려두고, 조너스를 홀로 남긴 채 밖으로 나간다.
P. 275~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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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는다는 단 한가지 목적으로 시작된 여핸이지만, 그 안에서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 하지만, 그 노력이 오히려 현실을 악화시키고, 또 의미없다고 생각한 과거의 일이 나비효과처럼 큰 결과로 돌아온다는 건 이 소설에서도 여전하기 떄문에 뒤에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계속되는 실패에도 더 집착하는 것 보다 오히려 현실적인 타협이 더 ‘조너선’에게 필요해 보였는데, 그래도 ‘조너선’도 한 순간 그런 점을 인지했다는 건 다행으로 보일 정도다. 꽉 닫힌 결말이라고 여겨지지만, 어떤 경우에 따라 ‘또 다른 다중 우주’를 염두에 둔다면 열린 결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안좋아지는 결과를 바꾸려 하지만 계속 실수와 예상치 못한 방해요소가 반복되는 건 영화와 소설에서도 그려지긴 했어서 기시감이 들긴 한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 소설과 설정은 유사점을 보이지만 기존 시간 여행과는 다른 전개와 다양한 배경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좋았고, ‘우주는 특정 결과를 선호한다’는 개념이 결국 크게 달라지는 결과는 있을 수 없다는 운명론적인 부분을 얘기하는 것이어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정과 희생으로만 기억될뻔한 ‘에바’의 마지막은 아주 인상깊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마무리였다.
덧붙인다면?
1. 드라마화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은데, 드라마로 만들어도 아주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2. 시간여행, 지독한 사랑, 대체 역사물에 추적까지 얹어진 스릴러물을 기대한다면 추천, 운명론적인 이야기나 과학 이론에 어긋나는 작위적인 설정이 불편하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문학수첩'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