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상서점 -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
소서림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2월
평점 :
주요 포인트는?
책의 시작부터 ‘감각적인 전설의 고향’이 될 것 같았는데, 그보다 더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윤회와 회귀에 대한 우연을 더한 이야기로 단순한 듯 해도 짜임새 있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그 긴 시간을 지나 현재가 되어서도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인(因)과 연(緣)에 대해 꼭 마주치는 지점만 잘 선택해 군더더기 없어 인상 깊다.
‘서주’가 ‘연서’에게 들려 준 첫번째 이야기 속에서 저승과 이승이 통하는 날은 매우 동양적이기도 하면서 영화 <코코>(Coco, 미국 영화, 2017, 리 언크리치 감독)에서 본 '망자의 날' 풍경과 비숫하기도 하다. 하지만 ‘연서’가 전생에 혼잣말처럼 읊조리는 이야기는 모든 만남이 행복할 수 있는가, 어떻게 늘 의미있는가에 대한 소회는한 사람만의 기억으로 인과 연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단적으로 알려주면서 조금 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
<책 속에서>
“모두가 행복하지 않나요?”
연서는 할 말을 잃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대꾸했다.
“다시 태어나는 게 축복은 아니라고 생각해고. 산다는 게, 그러니까…..쉽지 않잖아요/ 다시 만난다고 해도 과연 기쁠까요? 아닐걸요. 환생하면 기억이 지워진다면서요. 알아보지도 못할텐데.”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
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음산하게 느껴졌다. 서점주인이 책을 덮었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중략)
조용한 가운데 시계 초침 소리만 선연했다. 그녀가 침묵을 깨고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뭐가요?”
“다시 만난다고 해도 기쁘지 않다.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
“네… 다 잊어버렸는데 기쁘고 슬플 게 있어요?”
“기다리던 사람은 어쩌고요?”
P. 95~96
---------------------------------------------------------
자칫 두 사람에게만 집중된다고 느낄 수 있는 스토리에 ‘차사’(까망이)와 ‘옥토’의 에피소드는 짧게 소개된 게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게 그려져서 캐릭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게다가 그들의 이야기와 ‘서주’의 이야기가 겹치는 부분이 단순하게만 그려질 수 있는 관계 설정을 다양하게 만들어줘서 좋았다.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이런 인과 연을 단순하게 ‘사랑’때문이었다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에서는 ‘연서’가 어떻게 이 긴 시간동안 환생하고 있는지, 어떤 약속 때문인지 명확하게 알려줘서 소설 중간 쯤 가졌던 작은 의문이 바로 해결되는 점이 특별했다.
인상깊은 부분은?
환상서점에서 읽어주는 옛날 이야기로 진행되는 이야기로써, 전체적은 분량이 아주 많지 않은데, 책의 2/3지점부터 이야기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에피소드도 짧게 언급되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러다보니 ‘연서’가 ‘서주’를 다시 찾게 되는 과정, ‘옥토’가 ‘서주’에게 서운함을 표현하는 과정이 너무 단순하게 그려진다. 그저 전생의 기억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급발진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앞선 ‘연서’-‘서주’ 두 사람 사이에서는 더 가까워지는 현재의 에피소드가 있으면 좋았겠고, ‘서주’-‘옥토’와의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가 좀 더 설명해주는 부분이 그려졌다면 쌓여 온 감정들에 대한 감정 표현이 더 자연스럽게 보였을 것 같다
---------------------------------------------------------
“서주!”
그녀의 분노에 감응하듯 더 큰 진동이 닥쳤다.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바윗덩이가 우박처럼 쏟아졌다. 아름다운 꽃밭은 곧 엉망이 되었다. 서점주인은 아쉬운 듯 그 모양을 바라보았다. 소녀가 말했다.
“그 애는 이번 생에도 불행해질 운명이었어. 매번, 매 때를 그렇게 살아야 하는 영혼이니까. 그어라 네가 끼어들어 운명의 축이 뒤틀렸어. 이제 저 애는 행복하게 살거야. 네가 그토록 바라던대로!”
소녀는 끝내 울먹였다. 그 모습이 퍽 가련했다.
P.165
---------------------------------------------------------
생각지 못한 순간에 밝혀지는 ‘팀장’의 정체는 놀랍기도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꾼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데 잊힐만한 캐릭터를 마지막까지 갖고 가는 전개가 감각적이다. 거기에 ‘연서’의 현재를 더 현실적으로 만즐어주는 ‘상훈’과 ‘다은’의 이야기도 너무 좋았다.
비밀스러운 서점에서 들려주는 얫날 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과거를 상기하는 건 지금의 ‘연서’가 원하는 작가라는 직업과도 이어지는 것 같아 자연스러웠다. 아주 새로운 설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결말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쉽게 예상할 수 있었지만,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만큼, 그들이 그리는 속편도 기대할만한 이야기였다.
덧붙인다면?
1. 신은 아니지만 절대자처럼 그려지는 옥토의 이야기와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차사(까망이)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2. 전설처럼 내려오는 사랑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 회귀와 운명을 잘 만들어낸 판타지가 보고 싶다면 추천, 설화에 기반한 이야기들이 허구로만 느껴지거나 환생에 관한 이야기가 지루하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해피북스투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