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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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일본의 고등학교 교육 안에서도 여러 과정이 있는 건 이번에 알게 되었다. 우선 이해하기 쉽게 ‘야간반’이라고 번역한 건 아주 좋은 선택이던 듯 하다. 소설의 시작이 이 야간반 학생이 ‘학생이 아닌 시간’으로 시작하는데 짧은 묘사로도 ‘학생 신분이 아닌 시간’의 갈등과 생활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로 가보면, 고등학교의 야간반에 등록했다는 것 자체가 배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겠지만, 그에 맞는 여건과 의지는 다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현실적인 배경과 인물들 사이 ‘후지타케’선생은 바로 이런 인물들이 학교에 머무를 수 있도록, 더 배움을 이어갈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주는 인물로써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좋은 선생님’의 모습으로 학생들과 함께 한다는 게 비현실적일 수 있었지만, 그저 학생들에게 베푸는 것만이 아닌 또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후반부가 현실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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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이걸로 또 모가지인가. 벌싸 몇 번째일까.

열다섯 살 때부터 전전해 온 아르바이트에서도, 열여덟 살 때 처음으로 계약사원으로 일한 식품회사에서도 거의 같은 이유로 그만 두었다.

읽고 쓰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어느 직장에서도 사소한 계기로 알려졌다. 노골적으로 무시당했을 때는 물론이고, 농담처럼 놀릴 때에도 이번처럼 주먹이 나갔다. 눈 앞에서 비웃는 사람이 없어도 뒤에서 비웃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은 일에도 발끈해서 동료들에게 덤벼들었다. 그런 사람이 직장에 오래 다닐 수 있을 리 없었다.

P.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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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부분은?

각 장마다 화자인 ‘나’가 달라지는 방식이다. 1장은 다케토, 2장은 안젤라로 이어지고,  게다가 6장은 후지타케 선생이 ‘나’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각 장마다 개인의 사정과 현재 상황, 그로 인해 어려워하는 점들을 비교적 상세하게 이야기하는 데, 여기 적중한게 ‘나’로 비뀌는 시점의 변화가 효과적으로 보인다.

여기 극적인 상황을 조금 더한다면, 각 장의 서로 다른 ‘나’와 ‘후지타케’ 선생이 마주치는 지점이 있는데, 이것을 제삼자로써 다른 인물이 바라보고 그 상황을 또 다르게 관찰하는 것이 그려졌다면 단순하게 보일 수 있는 마주침이 더 입체적으로 보이 않았을까 한다.


 물론 이런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관찰자로서 목격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1장에서 ‘후지타케’ 선생이 언급하는 화성의 놀에 대한 이야기를 3장에서 직접 실험으로 보여주고, 그걸 또 다른 ‘나’의 소설 속 중요한 소재로써 다시 언급하는 건 연속성이 있어 좋았다. 다만 인물들의 본성이 너무 선하다는 것과 분량 때문인지 조금은 단순한 인물 설정이 여러모로 아쉽다. 이미 본토에서는 드라마화가 된 듯 한데 빌런 캐릭터나 본의 아니게 일을 방해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조금 더 흥미로워질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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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사>

“난 안젤라야”

먼저 자기 이름을 말하고,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다른 부원들도 소개해 주었다.

“ 저 애가 가스미고, 어 분이 나가미네 씨.”

나가미네라는 사람은 70대 남자로, 바닥에 있는 커다란 사각 용기 옆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야간반에는 노인도 들어오는 일이 있다고 들었지만, 정말로 있을 줄은 몰랐다.

공통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각양각색의 얼간이들이 모여서 과학부 놀이를 하는 것인가. 우스꽝스러움을 뛰어넘어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케토가 손짓을 해서 바닥에 있는 용기에 다가갔다. 긴 곳이 1미터쯤 되는 얕은 플라스틱 용기로, 안에는 사락사락한 하얀 모래가 잔뜩 들어 있었다.

P. 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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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신선한 주제는 아니었지만, 과학실험이라는 목적으로 모이는 설정과, 꿈을 좇는게 아니라 꿈이 뭔지 찾아가는 이야기인만큼 나이와 상관없이 인물들의 새로운 시작과 낯설음에 관해 나아가는 청춘소설로써 이번 책은 아주 재미있었다.



덧붙인다면?

1. 1장에서 한국인 이름이 지나치는데, 썩 좋은 인상을 주는 캐릭터가 아니었음에도 반갑긴 하다.


2. 뒤늦은 학창시절의 꿈,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늦깎이 청춘들의 생기발랄한 이야기가 좋다면 추천, 늦깎이 학생들의 눈물이 연이어 흐르는, 안타깝고 처절한 현실 극복기를 기대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팩토리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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