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 아를르캥과 어릿광대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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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다시 돌아온 <한자와 나오키>는 여전히 캐릭터가 쎄고, 이야기가 간결하며, 그래서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사실 제목만으로는 ‘한자와’가 은행을 때려치고 미술작품을 찾아나서는 ‘트레저 헌터’로 변신하는 게 아닌가 하는 더 큰 기대를 한게 사실이지만, 그건 단지 일부일 뿐, 여전히 그는 은행원으로써의 삶을 계속 이어간다. 이번 편이 앞서 나온 시리즈와 조금 궤를 달리 한건 기존 ‘오피스 전쟁’에서 진화..진화보다는 확장이 더 맞을 듯 하지만 사무실에서의 구강액션만이 아닌 ‘예술작품의 가치’라는 다른 분야와 이야기가 잘 어울렸다는 것이다. 사실 <한자와 나오키>가 ‘오피스 활극(活劇)’이라고는 하지만 익히 아는 활活과는 거리가 좀 있긴 하다. 심지어 이번 편에서는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움직임조차 나오지 않지만, 그 어떤 활동보다 다가올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긴 한다.


​은행원이라는 한정된 직업이 만들어낼 수 있는 사건을 ‘센바공예사’라는 고객사의 현재 상황에 대입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과거의 ‘도지마상점’과의 관계, 그 안의 가족 이야기, 그리고 그걸 관통하는 예술 작품 이야기는 썩 잘 어울렸다. M&A가 언급되는 순간 어떤 ‘음모’가 닥칠지 여러가지 상상을 해보기도 했지만, 역시 작가는 앞에서 쉽게 후반부를 드러내지 않아서 더 뒷 부분을 빨리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한자와 나오키'의 신념과 고집이 어려운 고객의 상황을 극복해내는 건 당연한 결말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길에 있는 난관과 인간관계, 방해공작, 그리고 해결까지 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를르캥과 삐에로’라는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에 좋은 소재가 되었다. 특히 ‘가족’이라는 특정 관계가, 전혀 상관없는 한 예술가의 작품과 접점이 되는 순간은 뒷통수를 치는 반전은 아니라도 추리소설의 어느 한 부분이라고 할 만큼 신선했다.


물론 이런 소재가 전체 이야기를 가릴만큼 넘어서서는 안될 듯 하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직장으로써의 ‘은행’ 그 안에서의 암투와 사내 정치, 그걸 이겨나가는 ‘한자와’를 기다려온 만큼 쎈 한방은 회의실의 경직된 분위기에서 더 큰 반전을 보여주는 게 포인트이긴 하다. 예술작품의 과거사에 집중하다 중간쯤 이 소설의 원류源流를 잊는다면 그건 ‘한자와’를 완전히 다 이해하지 못한 것과 같다. 진짜 이야기는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닌 ‘내부’에서 만들어지고 재생산되는 위기가 닥쳐야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그


인상깊은 부분은?

순전히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기존의 ‘한자와 나오키’에서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긴장감이 충분히 만족스럽게 채워진 편이다. 그러다보니 ‘금융’이라는 단어로 떠올릴 만한 재무제표나 회계, 부도 같은 단어보다 미술작품과 관련된 ‘사연’ 비중이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스릴러만큼은 아니지만 한장한장 넘기면서 추리를 해야 할 것 같은 이야기가 전개되며 더 빨리 읽어나갈 수 있었다. 다만 그런 생각지 못한 사연과 사연이 만나는 게 오히려 현실적일 수도 있겠다 싶은 건, 이전 작품들보다 더 '한자와'의 강한 고집과 윤리적 기준으로 행하는 행동들이 직정인의 기준으로는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나 세속적으로 변하는 현실에 있어 그런 원칙주의는 쾌감을 주기까지 하지만, 이런 근거없는 강단은 지금 시대라면 오히려 아싸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기도 하다. 조금은 시대에 맞춰 유연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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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받으세요.”

“이건……” 

봉투를 손에 든 한자와를 보면서 다케키요는 엄숙하게 말했다. 

“가져가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네. 같은 은행 간판을 내걸고 있어도 지점장이나 담당자가 다르면 대응이 완전히 달라지지. 우리처럼 돈을 빌리는 쪽을 가족처럼 대해주는 담당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할 존재라네. 조사위원회 결과가 나오면 알려주겠나?” 

P.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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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바공예사’와 ‘아를르캥과 삐에로’에 얽힌 이야기에만 머무를 수 없는 건, 위와 같은 ‘은행’의 이야기를 더 깊게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도 결국은 회사, ‘은행원’도 결국은 ‘직장인’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며, 그에 상응하는 지시와 방침을 더 중시하는 모습은 지금보다는 더 나아지는 미래의 어느 지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지금까지 시리즈 전체를 통해 한번도 그걸 강조하지 않은 적이 없는 작가의 오기가 꾸준하다. 전체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본사에 있는 조력자이자 정보원, 흡사 스파이인 ‘한자와’의 친구인데, 그가 전하는 고급정보는 꽤 필요한 요소지만 상당히 우연에 기대는 느낌이 든다. 비밀스러워서는 아님에도 필요이상 빨리, 상대방의 실행 직전 순간에 공유되니 그 정보가 아니었다면 대처하지 못했을 순간이 있어 반격이 조금 예상된다는 점이다.


덧붙인다면?

1. 이번 편이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면 아주 근사한 작품이 될 듯 한데, 현지에서는 7년만인 2020년에 드라마 속편이 나왔다고 하던데 그 다음 속편은 언제나 나올지 모르겠다.

2. 현실 직장 속 이간질과 사내정치에 대한 통쾌한 한방이 보고 싶거나, 좀 새로운 소재의 <한자와 나오키>를 읽고 싶다면 추천,  수수꼐끼가 넘쳐나고 끝없이 이어지는 미스터리 추리물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인플루엔셜'로부터 도서(가제본)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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