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아이즈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엄지영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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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문학, 그 중에서도 소설의 소재를 들었을 때 선입견이 드는 경우가 많다. 스릴러나 추리소설은 그런 선입견이 재미(어쩌면 반전이 되는)를 배가 시킬 수도 있고, SF나 미래를 그린 소설을 위해서는 어떤 이미지를 그리기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선입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뻔하다’라는 굴레가 씌여지기도 한다. 이번 ‘리틀 아이즈’는 소재는 그런 선입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이야기의 진행방식은 그에 반해 신선하다. 


‘켄투키’라는 새로운 개체가 가장 중요한 소재이다. 인형이자 대체 애완동물, SNS도구이자 자기 표현 장치이면서 감시장비가 되는 미래적인 소유물인데 글로 표현된 것으로는 그리 모양이 예쁘지는 않을 것 같다. 표지에 토끼인형이 그려져 있어 자꾸 그 모습과 dissolve되는데 그것과는 동떨어진 모습이 맞으며, 썩 호감가는 디자인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그런 걸 살 것 같지는 않은데..책 속 인물들은 그걸 또 잘 구매한다. 모양보다 더 공포스러운 건 그 ‘켄투키’의 기능이다. 전원이 들어가는 순간 네트웍에 연결되면서 누군지 모르는 상대방이 자신을 볼 수 있다는 것,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부터가 굉장한 공포임에 틀림없는데 아마도 작가는 ‘그런 위험’조차 사람사이 관계로 포장되는 외로운 미래의 삶을 그리고자 한 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가장 공포스러운 건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게 얼마든지 보여지고 공개되며, 악용될 수 있다는 건 다른 장점들을 모두 차치하고라도 버리고 싶은 기능일 것 같은데 독자들이 얼마나 그런 감정을 크게 느끼는지가 이 소설의 재미를 판가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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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투키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다. 가령 이란의 석유 유통업자지만 필리핀의 여학생이라고 속일 수 있었다. 또 우연히 그녀ㅕ가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를 드러내지 않은 채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다. 반대로 그녀는 자신의 생활을 한치의 거짓도 없이 투명하게 보여줘야 했다.

P.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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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마다 각자 ‘켄투키’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가장 중심이 되는 포인트인데, 마치 애완동물을 다루듯이 예뻐하거나, 사랑하거나, 관심이 점점 없어지거나, 싫어하거나 무서워하거나 하는 모든 감정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앞서 말한 인간과 함께 하는 존재로서 켄투키가 생활속에 밀접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요소로 이해하면 읽어나가는 속도가 잘 붙을 듯 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처음엔 전형적인 기-승-전-결 스토리인 장편인 줄 알았다가, 첫번째 이야기를 읽고나서는 단편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옴니버스라고 다시 생각을 바꿨다. 하지만 이 책의 특이한 점은 단편들이 ‘켄투키’라는 공통의 소재만 차용할 뿐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게다가 중간중간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 구조(A-B-C-D-E-F가 아닌 A-B-A’-C-B’-A’’-D 처럼 중간중간 변칙적이다)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이름도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인물보다는 사건을, 사건보다는 상황을 중점적으로 짚어가야 하는 이야기이다보니 읽어나가다 보면 익숙한 이름들이 되니 어거지로 기억을 할 필요까진 없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누군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켄투키’를 통해 자신의 생활을 엿보는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그리는데 안타깝게도 아름답거나 큰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한 어린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좋은 결말을 보여주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일 뿐이다. 이런 여러 현실 직관 가능한 사건과 더불어 단순한 ‘사용자로’서가 아닌 ‘관리자’로서 누군가를 지켜보는 부분이 되면 과연 이 ‘켄투키’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까지 궁금해지지만 그 역효과가 가져오는 연쇄반응은 얼핏 스릴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에밀리아>에 관한 건 꽤나 젊은 감각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묘사하긴 어렵지만, <에밀리아>가 바라보는 <에바>에 관한 이야기는 관음증으로 시작해, 상대방의 상황(물론 인물들 포함)들이 궁금해지는 스릴러의 흐름대로 가다가 관찰자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닌 반전까지 이르면 서늘해질 수 밖에 없다. 예전에 이와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있긴 했지만 ‘켄투키’라는 소재가 주는 독특함이 있어 그 복제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덧붙인다면?

1. 책을 완독하고 난 이후에도 ‘켄투키’의 정확한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상상력 부족인가?!) 

2. 이 소설을 드라마화해도 흥미진진한 여러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을 듯 하다.

​3. 기묘한 소재의 스토리와  관음에 관해 앞으로 나올 상상력이 궁금하다면 추천, 사생활 침해 관련 조금은 익숙한 스토리를 싫어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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