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일미터가 아득하게 느껴지는, 어린 아이 하나가 겨우 낄 법한 거리감이 영화관 좌석의 A열 1번과 G열 10번 그 간격만큼이나 애매하게도 아득히 느껴지는, 물리적 간격에 비해 너무나 애매하게도 긴 정서적 ‘거리’감에 나는 현실감을 잃고 눈물을 그쳤다. 다그치는 소리도 내게 하는 소리 같지 않아 서러움 혹은 억울함에 울 이유가 없어지는 듯해서 울고 싶은 기분도 사그라들었다. 분명 눈을 뜨면 일미터 앞에 있는 존재감은 눈을 감으면 손이 닿기는 커녕 걸어서도 꽤 걸릴 거리에 있는 듯 느껴졌다.

사람은 이렇게 완전히 정을 떼고 멀어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내게 말을 하는 사람에게로 열려있던, 그 틈새의 너비야 어찌되었건, 개방되어 있었던 나의 존재감, 신체, 이윽고 생각, 마음까지의 모든 출입구가 한순간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이어 좌뇌와 우뇌, 전두엽 등으로 명명되어지는 신체기관이 활기와 열기를 잃고 감정적으로만 어렴풋이 느꼈던 무기력을 실감했고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차갑게, 얼어붙은 모양새로 가만히 얌전히 식어가며 나동그라져 있었다.

자폐의 상태에 심어지는 듯 나는 그냥 내 방이 그리웠다.나 이외 다른 존재감이 문득 싫어져, 지겨워져 그냥 마냥 혼자 닫힌 방에 갇히고 싶어졌다. 이미 닫혀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들을 것이 없었고 듣는 것이 없었으며 들었던 것도 없었다. 청각을 대표로 하였으나 그밖의 모든 감각도 이하동문이라는 듯 제 목소리 내는 법 없이 고요히 가라앉았다. 무감이란 것은 의외로 별 것이 아니구나, 이렇게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도다, 따위의 감상은 이제서야 해보는 후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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