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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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윤광준'은 작가이자 사진가로 미술, 음악과 공연, 건축과 디자인 등 경계를 넘나들며 '향유'하는 전방위 예술 애호가이다. '생활 명품' 시리즈는 이십 여 년 동안 신문에 연재되었다는데, 이번에 출판된 이 책은 생활 명품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저자는 이십 여 년 간 '생활 명품'이라는 주제로 시장, 전문 매장, 백화점, 수입사를 비롯 세계 곳곳을 누비며 '물건'을 찾고 발굴하고 향유한다. 이는 어떠한 '대상'에 대한 인간의 순수한 '호기심'의 발원인 동시에 수많은 대상 중 자신의 가치 기준에 부합하는 무언가를 선택하는 가치 부여의 과정이기도 하며, 우리를 둘러싼 물성화 된 무엇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그 방식과 철학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다. 즉 이는 인간이 태초부터 지니고 있는 '도구적 인간'의 습성과 동시에 '예술적 인간', '향유하는 인간'의 면면을 드러내니, 단순히 백한 가지의 물건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곁에 두고 늘상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재인식이 가능한데, 말하자면 일상을 그저 매일 반복되는 날들의 하나가 아닌, 나의 삶의 방식을 규정하고 있는 취향, 즉 라이프 스타일의 표상으로 다시금 바라 보게 된다.

또한 이 책이 흥미로운 까닭 중 하나는 각각의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그 물건을 만든 이의 철학에 대한 소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물건을 향유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사사로운 이야기만을 담았다면 요즘 SNS에 넘쳐 나는 감각적이고 개성적인 글보다 이 책이 나을 게 없다. 그런데 이 책의 가치는 저자가 오랜 세월 동안 직접 발품을 팔며 물건의 근원에 대해 탐구했다는 것에 있다.

소비자의 입장이 아닌 생산자, 제작자,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물건'은 다양한 가치 실현의 장이자 독특한 아이디어와 남다른 관점의 표상이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실용성을 위해서든 종교와 예술을 위해서든,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발걸음을 떼는 용기와 탐구 정신이 '도구'와 '물건'을 만들어 냈다. 지금도 끝없이 인간은 탐구와 도전 정신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는데 이러한 인간 정신의 표상 중 하나가 바로 '물건'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명품'이란 소비자의 입장에서 범접할 수 없는 돈의 기준으로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 생산자와 제작자의 입장에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개척의 대가로 부여 받을 수 있는 이름인 셈이다. 어찌 되었든, 양측 모두에게 '물건', '도구'는 각자 삶의 방식,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스타일을 드러내는데, 이 양측의 입장을 균형감각 있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글들이 상당히 흥미롭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백한 가지의 물건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일상의 시간을 풍요롭게 채우려는 태도가 라이프 스타일이다"일 것인데, 이 책에서는 '물건'이 '라이프 스타일'의 대유이지만, 시간을 채우는 것이 반드시 물건일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이다. 저자에게는 다양한 물품이, 나에게는 '책'이라면 누군가에게는 여행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산책일 것이다. 누군가는 정원을 가꾸고 누군가는 사람을 사랑하며 누군가는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도구를 제작하겠지. 저자가 말하는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경험', 수없이 실패하더라도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않고, 고착화된 관점과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려는 정신, 실은 그 자체가 우리 삶의 명품인 셈이다.


*을유문화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받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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