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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폴 크루그먼 지음, 예상환 외 옮김 / 현대경제연구원BOOKS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1월 20일 미국이 1776년 독립 혁명을 일으킨지 233년 만에, 그리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고 연설을 했던지 40여년 만에 진정한 평등이 세계의 중심에서 시작되려 하고 있다. 링컨이 사용했던 성경에 손을 얹으며 대통령직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공언한 그는 부시 정권이 추구했던 지속적인 감세조치와 각종 복지제도의 민영화 등의 시장주의적 정책 추구,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을 대외로 돌리기 위해 일으켜온 전쟁으로 인해 재정적자가 3조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위기를 불러왔으며 오바마는 그 모든 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음으로써 미국을 거의 재건하다시피해야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9/11테러라는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행태를 '악의 축'으로 단정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성전이라 일컬으면서 국제 사회에서 외로운 사자로 남게되었으며, 이는 곧 전 지구적 협력을 필요로 하는 자원, 기후, 식량, 빈곤, 인권, 재난 등의 문제해결에 있어 난항을 초래하였다.
그렇다면 미국 시민들은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로 인해 나타난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서 오바마를 선택했다면 그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떠할 것이며, 세계 속에서 어떻게 미국이 '언덕 위의 빛나는 집'이라는 찬란한 영광과 함께 슈퍼 파워를 지닌 초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되찾는 과정을 읽어나갈 수 있을까? 그러한 해답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바로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이다.
이 책에서는 현재 초래된 소득 불평등과 인권문제, 복지제도 등을 미국의 국가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으며 이것은 단순히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문제가 아니라 지금과 같은 불평등이 팽배한 19C말의 도금시대에서부터 전 부시 정권까지의 국가 정책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당파적인 성향이 짙어지고 그 결과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그리고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과 다국적 기업들의 확장을 위한 정책 속에서 야기되어 오늘날에 이르렀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화당의 정책이 급격한 우파 성향을 띄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백인들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인종문제임을 그는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인종문제가 아직까지 미국 시민들의 가슴 깊은 곳에까지 불편한 의식으로 자리잡고 있어 객관적으로 봐도 자신들에게 불합리한 정책을 시행하는 공화당을 계속해서 시민들이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심리를 공화당은 뛰어난 정치적 감각으로 미국의 황금기 이후부터 교묘하게 이용해왔다고 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대 제약회사와 다국적 기업, 그리고 언론 매체가 자신들의 경제적, 정치적 이득 옹호를 위해 공화당에 거대한 자본과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정계를 장악하여 지금의 국가적 대위기를 맞이했다고 결론짓고 있다.
그렇다면 그 해결책은? 그것은 바로 1929년 발생한 대공황에서 미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황금 시대를 열었던 뉴딜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 복지정책의 적절한 시행과 함께 초당파적인 정치 운영으로 미국은 오랫동안 중산층 국가로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릴 수 있었으며, 미국이 1970년대이후로 맞이한 사회적 혼란의 원인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민주당의 군사적 무능력과 높은 세금 징수와 과도한 복지비 지출, 가치관의 혼란으로 인한 사회적 무질서 등이 아니라 뉴딜 정신의 붕괴와 우파 성향이 짙은 정치적 색깔이 바탕이 된 잘못된 정책이 그 원인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추락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직감하고 있는 미국 시민들은 더 이상 공화당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위기는 뉴딜 정신을 부활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따라서 민주당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다시 한 번 중산층을 위한, 진정한 평등이 실현되는, 그리고 당파를 떠나 모두가 하나됨으로써 세계의 중심으로 다시 우뚝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은 노벨경제학상과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로서 오바마 대통령의 국가 경영 철학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경제학자이면서도 최초 뉴욕 타임스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또한 그가 논하고자 했던 이슈들은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도마위에 오르는 수많은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 앞에 닥쳐온 현실의 높은 벽에 혹여 스스로의 눈을 가려 어둠 속에서 방황할 때,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과 가야할 길을 알려주는 데에 지식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그는 이 시대의 등대와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미국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지켜보고자 한다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