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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울을 걷다
함성호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5월
평점 :
건축하는 시인이 들려주는 서울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맛일까?
코로나 이전 주말의 고속도로 풍경은 답답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빠져나가는 자동차들은 어딜 그렇게 가는 것일까?
저자가 들려주는 서울 거리의 이야기들은 사연이 없는 곳이 없었다. 매연에 찌든 도시가 아닌 자신이 사는 곳의 '옆'을 자세히 보라고 권하고 있다. 무심히 걷는 이 거리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스며 있는지 느껴 보라고 권한다.
마포를 시작으로 대학로에 갔다가 인사동을 지나 종묘를 거쳐 신촌, 서촌까지의 일상 여행을 떠나보자.
사라진 아니 사라져가고 있는 서울의 거리들의 풍경을 저자의 스케치로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 저자의 스케치 보는 맛이 일품이다.
헌책방이라는 공간이 주는 소소한 발견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주었던 창신동의 헌책방 골목은 이제는 문구거리로 모습을 바꿔 나가고 있다.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라는 이야기는 압구정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알 수 있는 그 거리의 풍경일 것이다.
나의 20대의 추억은 종로에 있다. 지금은 그 맛이 사라져가고 있는 피맛골과 이어지는 인사동!
피맛골은 조선시대 때 큰길의 양반들을 피해 다니기 위해 자연스레 만들어진 평민들이 다니던 뒷골목인데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주점들을 지나 단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인사동 골목들이 사라져 가고 있어서 안타까움이 크다.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란 시처럼 내가 사는 곳의 거리를 걸어 다녀야겠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기 위해 이제 틈틈이 주말마다 걸어서 내가 사는 동네를 마실 삼아 걸어 다녀봐야겠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걷는 주변을 잠시라도 두리번거릴 수 있는 일상 여행을 추천해본다.